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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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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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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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순수(Pure)의 시대

DUMMY

아침에 그랬듯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개인훈련을 제끼고 바로 컴백홈했다.

물론 중간에 마트에 들려서 이것저것 샀고 말이다.

사온 재료로 사전 준비를 해보자.

불고기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부위는 등심이나 안심을 이용하고 기름기는 되도록 적은게(아예 없으면 또 섭섭하다) 좋다. 양파, 마늘과 단맛을 낼 것들, 그리고 고기 잡내를 잡을 생강과 청주(후추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후추를 싫어해서 안넣는다)만 있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국물을 많이 만들어내면 당면을 넣어도 된다.

고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흔하지만 문제는 불고기용으로 얇게 썷어둔 건 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마트에서 고깃덩이를 사와서 손수 얇게 슬라이스를 했다.

두껍게 해도 되지만 양념이 덜 베어들고 자칫 질겨질 수 있어서 적당히 얇아야해서다. 자, 고기가 준비되었으니 양념소스를 만들자.

불고기의 맛은 결국 소스 맛이다.

간장에 간마늘은 듬뿍, 간생강은 조금 넣고 단맛을 내기 위해 사과와 배(배 비싸더라), 요리당, 참기름까지 잘 넣고 휘휘 저어줬다.

흐음, 달달하니 좋네.

소스가 적절하게 만들어졌으니 고기를 재워준 후 볼을 랩으로 잘 감싸줬다.

칙칙칙...

세상이 좋아져서 전기밥솥으로도 충분히 좋은 밥이 만들어지지만, 그래도 밥은 압력밥솥에 해야 제맛이 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밥을 다한 후 살짝 누르게 해서 누룽지까지 만들려면 밥솥으로 하는게 더 편하기도 하고.

딸랑거린지 이분정도 지났으니 불을 끄고 이제 뜸이 들기만 기다리면 된다.

양파와 대파를 팍팍 썰어두고 상추와 치커리 같은 쌈류를 잘 씻어 한쪽에 쌓아준다. 그리고 쌈장과 마늘 슬라이스를 만들어 챙겨두면 모든 준비 끝.

자, 이제 마지막 준비를 하자.

일단 샤워를 하고, 늘 쓰는 남성용 종합 화장품을 발라준다. 향수따윈 원래 잘 쓰지 않으니 패스. 설령 있다고 해도 향이 중요한 불고기를 하는데 괜히 향수 뿌렸다 제대로된 맛을 못느끼게 할 수도 있고, 요리과정에 몸에 살짝 냄새가 벨텐데 향수와 이 냄새가 겹치면 더 안좋을수도 있어서 안썼을거다.

의상컨셉은 편안하고 내츄럴한 도시남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편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V넥 니트(훌렁훌렁 잘 벗겨지고 벗기 쉬운 그런걸 노린건 절대 아니다) 운명의 6시가 다되어 간다.

후우,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소파에 앉아 다리를 달달거리며 있다보니 어느새 6시다.

왜 이렇게 안오냐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깥쪽에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우리 집에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일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곧바로 문을 열어주려고 서는 순간,

띠리링.

초인종이 울리고 대문앞 화면이 떴다.

와, 이 화면으로 봐도 예쁘다. 하앍.

바로 오픈버튼을 누르려다 움찔했다. 바로 열면 정신없이 기다리다 열어준것처럼 보이잖아. 그럼 너무 없어 보일 것 같고... 아, 뭐가 이리 어려워?

에잇! 모르겠다. 무슨 밀당씩이나.

가벼운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케이시가 활짝 웃어보인다.

“와, 빠르다. 이래서 기사에 매일같이 폭발적 스피드를 보여준다고 하는구나.”

엇! 한국말이닷!

“내가 좀 많이 빠릅니다. 들어와요.”

“그럼, 실례할께요.”

미국 스타일이란게 있다보니 그녀가 챙겨온 와인가방(가방에 넣어왔는데 비싼 와인 케이스가 보였다. 그런데 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지? 진짜 한보따리다)을 받아 한쪽에 고이 모셔두는 사이 케이시는 두리번거리며 집안을 살피다 미리 재워둔 고기며, 쌈 재료를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미리 준비 다 해뒀구나. 난 같이 할 생각으로 옷도 되게 편하게 입고 왔는데.”

수수한 차림(원피스인데 브로치로 포인트만 준 나름 수수한 차림이긴 한데... 꿀꺽. 이 정도로 표현은 끝내겠다)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말처럼 요리를 도울만한 복장은 아니다.

그래도 상관없다. 예쁘잖앙. 흘흘흘...

“손님이 오는데 일을 시킬 순 없으니까요. 아예 요리까지 다 해놓을까 하다 취향을 몰라서요.”

“?”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는데, 하아... 녹는다.

“한국식으로 할지, 미국식으로 할지 선택을 못하겠더라구요.”

“불고기 맛이 달라요?”

“음,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르겠죠. 불판 놓고 익혀가면서 먹는것과 미리 만든걸 먹는 것과는 분명 맛에 차이가 있거든요.”

내 말에 케이시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또 여전히 우리 문화나 음식을 접해와서 그런지 단박에 이해한 것이다.

“역시 고기는 익혀가면서 먹는게 최고죠.”

“뭘 좀 아네요. 특히 불고기는 고기를 익혀 먹고 적당히 쫄은 국물에 밥을 비벼먹어줘야죠.”

“아... 생각만으로도 행복해.”

“가죠. 테라스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뭐야, 벌써 다 준비해두고 있었네.”

“기본이죠.”

재료를 내가 양손 가득 들자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와인이 담긴 가방을 들고 함께 나왔다.

테라스에는 정말 어렵게 구한 불고기용 불판과(뽈록하게 올라온 판에 구멍이 뽕뽕 뚫린 그 불판) 일명 부루스타가 놓여져 있었다.

“부루스타다. 진짜 한국에 온 것 같아.”

그르게. 한국말을 이렇게 잘하는 외국인은 진짜 맹세코 처음본다. 생긴것만 아니면 한국인 친구랑 집에서 노는줄.

“편하게 앉아 계세요.”

기본 세팅도 되어 있겠다 고기와 쌈거리를 챙겨놓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메인 요리는 우리가 아는 그 불고기였지만 맛보기로 준비한 또다른 형태의 불고기도 있었다. 부루스타를 하나 더 한 후 프라이펜을 올리자 케이시가 고개를 갸웃한다.

“양쪽에서 구우려구요? 한번에 너무 많이 하는건...”

“아, 그건 아니고요. 불고기가 익는 동안 입맛 돋우시라고 준비한게 있죠.”

펜이 적당히 달아올랐을 때 설탕 한스푼을 올렸다. 열기에 설탕이 살짝 녹아내렸고 가장자리는 슬슬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냄새, 와, 기억나요. 어릴 때 학교 근처에서 가끔 팔던 불량식품 냄새랑 비슷해요.”

“그거 먹어봤어요?”

“그럼요. 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지금 그거 만드는거에요? 그거 되게 달았던 것 같은데 그걸 에피타이저로 먹어도 되요?”

설탕이 다 녹아 살짝 타고(이게 핵심이다) 있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고 다음단계로 넘어갔다. 재워둔 고기 일부를 팬에 투하!

치이익!

언제 들어도 군침도는 소리가 난다. 팬을 들고 손목 스냅으로 웍을 해 고기와 양념 국물이 날아가면서도 타지 않게 해줬다.

센불로 한동안 하자 내가 원했던 마른 불고기(?)가 완성됐다. 어디 냄새가, 으음, 스멜~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케이시는 얼굴을 근처로 대고 손을 흔들어 냄새를 맞아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뭐죠 이게? 그냥 팬에 구웠는데 왜 이런 냄새가...”

“드셔보세요.”

“이렇게 멋진 요리가 나왔는데 그냥 먹을 순 없죠.”

가져온 가방에서 고급스런 와인상자를 꺼내든다. 얼핏 보니 상자가 무려 세 개나 있던데 설마 오늘 그걸 다 먹을 생각인건 아니겠지? 와인도 술이라 저 정도면 취한다. 물론 나 말고 케이시가. 역시 오늘... 므흘흘...

“아, 잠시만요. 잔 가져올게요.”

“괜찮아요. 잔도 가져왔으니까.”

와인잔 안보이던데? 설마 와인케이스가 아니라 잔 케이스였던건가? 와인잔 케이스 치고는 작던데, 뭐지?

잠시 의문과 실망(?)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두며 약간 떨어졌던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는 동안 케이스를 열었다.

아, 이 처자를 진정 사랑하고 싶습니다.

“짜란. 불고기엔 역시 이것만한 와인이 없죠. 와인이 아닌가? 히힛...”

와인 케이스에서 진정한 이슬이 담긴 영롱한 초록빛깔 병과 작고 앙증맞은 잔 두 개가 뚜껑을 살포시 덮고 있었다.

탁, 탁. 티티틱! 꼴꼴꼴...

잔을 채워준 그녀는 우리나라 주도에 따라 앞으로 내민다. 하하... 당연히 나도 잔을 들어 앞으로 내밀고 부딪치려는데 왼손을 들어올려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첫잔인데 당연히 건배사를 해야죠. 음...”

잠시 망설이나 싶더니 베시시 웃어보였다(그리고 양볼은 살짝 발그레 해졌다).

“우리의 첫데이트를 위하여.”

오오오!!!

“위하여!!”

쨍!

“첫잔은 무조건 완샷!”

당근이지! 크아! 오랜만의 맛보는 이슬이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아!

고기 반찬~ 고기 반찬~ 쏘주~

위드 아름다운 거어월~

미국에 온 이후 가장 해피해피~


“아, 그런데. 술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일단 내일 경기가 없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술 먹지 말란 법은 없어. 먹고 뻗으면 좀 곤란하지만 그것도 권장사항일뿐이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난 아직 취하지 않았어.”

고럼, 고작 소주 세병 깠다고 취하면 곤란하지. 어? 테이블 밑에도 몇 병 있구나. 그래도 취하면 안되지. 고럼 고럼.

만약을 위해 정신 바짝 부여잡고 있어야지. 술로 인한 기능장애가 오면 곤란도 하고, 알콜성 치매로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도 억울하고.

고로 난 멀쩡하다. 에헤헤...

“그래? 이상하다. 오빠 발음 별로 안좋은데. 미쿡에서 완전 오래 산 교포 발음이야 지금.”

“너도 미쿡 교포 발음이거든?”

“뭔 소리야. 난 미쿡인, 그러니까 아뭬리칸이니까 당연한거지.”

“아, 그렇구나. 우리 케이시는 외국인이었지.”

“노노노, 여기선 오빠가 외국인인거지.”

“아, 그렇지. 내가 외국인이지. 에헤헤... 그런 의미에서 한 잔... 어? 술 떨어졌네?”

“오빠, 찌개도 다 식어버렸어. 어우, 이제 들어가자. 나 이제 추우려고 해.”

어느새 해는 지고 아무리 안추운 동네이지만 밤에는 바람이 차다.

“어, 그래. 들어가자.”

멋지게 잘 일어서고 싶은데, 젠장. 취했네 취했어. 시야도 좁아졌고 이 핑 도는 느낌도 그렇고. 후우...

내가 진짜 이러려고 그 맛없는 산삼 먹어가며 내공 키우는게 아닌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내공이 몸을 휘돌며 알콜을 분해하고 오른손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몇초간 내공을 돌려 어느정도 알콜, 그러니까 주정이 모인걸 장력(뭘 때려부술정도의 파괴적인 수준은 아니고 가볍게 살짝 밀어낸 정도다. 제대로 장법을 사용하면 내력도 내력이지만 바닥 작살난다)과 함께 뿜어냈다.

오우, 좋아. 내력 소모도 많지 않고 적당히 취기 오른 수준까지 밀어내졌네. 확실히 그간 산삼을 오징어 다리 씹어 먹듯 먹은 보람이 있구만.

케이시도 자리에서 일어나다 비틀 한다. 재빨리 그녀를 붙잡고 부축해주자 한쪽으로 쏠린 머리를 쓸어올리며 또 베시시 웃는다. 살짝 풀어진 표정과 발그레한(아까까진 멀쩡하더만 지금은 왜 또 발그레 하냥. 심쿵하게) 두 볼과, 완전 촉촉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저 입술...

역시 말랑하고 부드럽고 촉촉하네.

응?

나 언제부터 키스를 하고 있던거지?

아흑! 아 몰랑!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워드변환 후 첫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분량을 모르겠습니다

아 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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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33-2. Knight 4 +5 18.07.06 1,476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35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46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594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784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71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59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34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73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52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893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73 39 22쪽
97 30-1. 리뉴얼 +8 18.05.08 1,931 41 17쪽
96 29-4. 플레이오프 +12 18.05.03 1,912 39 16쪽
95 29-2. 플레이오프 +8 18.05.01 1,949 39 30쪽
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15 35 19쪽
93 28-2. 퀘스트 +8 18.04.19 2,036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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