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화 '세자빈'
많은 경호원들이 서있는 큰 문을 지나 한옥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 앞에 섰다. 그 건물 앞또한 경호원이 앞을 지키고 있었으며 맨앞에는 단발 머리의 정장파림의 여자가 서있었다.
차가 멈추고 건물앞에 내리자 마자 김태환은 맨앞에 서있던 여자와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송유환님 가시죠~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
그리곤 나를 데리고 어린가를 가기 시작한다. 김태환의 모습은 건물안으로 들어오자 어디로 가버린건지 보이지 않는다. 이자식 보이기만 해봐. 대체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거야?!
" 도착했습니다. 들어가시져~ "
계단 몇개를 올라 긴 복도를 걸어가니 방문이라고 하기엔 매우 큰 문이 있었다. 그리고 도착했다며 알려주는 여자의 말에 잠시 동안 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자 문 앞에 양쪽으로 서있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노크를 한 후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이 열리고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안을 살폈다. 정면으로 보이는 의자에 여인의 뒷 모습이 보였다. 내가 방안으로 들어왔을때 자연스럽게 문이 닫혔지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앉아있는 여인에게도 다가갔다. 내가 몇걸음 걸어가자 여인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향해 뒤돌았다.
" 어?! 그림!? "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김태환의 그림속 여인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내 앞에 서있다. 검은 머리의 단아하고 우아한 분위기, 어여쁜 얼굴이다. 하얀색과 분홍색 비단으로 만들어져 금색으로 수놓아있는 한복을 입고있는 그녀는 마치 과거에서 온 양반집 여식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 푸하하하하하하! "
등 뒤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그 웃음이 김태환의 것이란걸 확신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김태환은 내가 들어온 문에 기대어 나를 보며 웃고있었다.
" 그림이래..킄...기억력하나는 좋다~ 유환아 "
" 뭐라는거야 진짜!! 그것보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분은 또 누구고 "
" 일단 예를 갖추어라 유환아~ 저분은 세자빈이시다 "
" 뭐!? "
태환의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가라 앉는 기분이다. 그리곤 내 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다가 이네 노라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제가 세자빈마마를 몰라뵙고..무례를 저질렀습니다!! "
***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송유환이라는 자가 내방으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얼마 후 같이 오기로 했던 김태환이 먼져 내방으로 달려왔다.
" 뭐야!? 그 꼴은!! 옷갈아 입어!! "
" 뭐?? 왜? "
나에게 옷을 갈아 입으라고 하며 나의 옷방으로 들어가 한쪽에 있던 여성한복을 꺼내는 김태환.
" 원래 남자에게 부탁하는건 여자가 하는 거야! 지금부터 너는 세자빈이야! 그리고 홍련은 니 친구고, 이사간 친구를 한달간 잘적응 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는거야! 알겠지?? "
" 뭐?! "
그렇게 결국 나는 아버지 생일때나 입던 유일한 여성복인 한복을 꺼내 잎고 송유환이란 사람을 기다렸다. 얼마 후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러운 발걸을 소리가 들려왔다.
" 어?! 그림!? "
일어나 뒤를 돌자마자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하며 그림이라는 말을 하는 남자. 그 남자 뒤로 김태환의 웃음소리가 방안으로 울려 퍼졌다.
" 그림이래..킄...기억력하나는 좋다~ 유환아 "
" 뭐라는거야 진짜!! 그것보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분은 또 누구고 "
" 일단 예를 갖추어라 유환아~ 저분은 세자빈이시다 "
" 뭐!? "
나를 향해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는 송유환이란 자의 모습을 보고 이내 김태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김태환이 밉상으로 느껴진다.
" 죄송합니다!! 제가 세자빈마마를 몰라뵙고..무례를 저질렀습니다!! "
" 괜찮습니다. 내가 외부로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저를 모르시는게 당연하지요. 고개를 드세요.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유환씨를 부른게 아닙니다 "
나의 말이 끝나고 잠시후에야 고개를 드는 송유환이란 자는 잔뜩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나는 문밖으로 황비서를 불러 차를 내오라고 한 후 송유환을 방 소파로 안내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황비서가 차를 가져왔다. 좋아하던 밀크티 향이 방 가득을 포근하게 감싸안았지만 송유환은 여전히 불편한 모습이였다.
" 편하게 있으세요~ 부탁을 하려고 부른것이니 "
" 저에게요?? "
" 네~ 유환씨께 부탁이있습니다 "
나의 부탁이 있단 이야기를 듣고 나와 김태환을 번갈아 쳐다보는 유환은 이내 나에게 시선을 멈췄다.
" 제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홍련이라는 동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낯선이로 부터 좋지 않은 일들을 당해 곧 이사를 갈거라고 하더라구요~ "
" 아 네... 좋지 않은 일이라니.. "
" 그래서 말인데~ 제 친구가 이사갈 곧이 유환씨 옆집이라고 해요. 그러니 앞으로 오가면서 좀 챙겨주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
" 네??? 그럼 태환이가 부탁한 알바가... "
" 네! 실제론 제가 부탁한 거에요~ "
" 친구분을 감시하라는 건가요? "
" 아니요! 감시까지는 아니고~ 잘지내고 있는지 확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한달만요 "
***
결국 세자빈의 부탁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또한, 친구를 걱정하여 부탁한 일에 페이를 받는게 꺼림직하여 그냥 아무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특이 사항이 있을때 마다 연락할 수 있도록 나에게 세자빈께서는 번호를 알려주셨다.
궁에 갔을때와 같은 차를 타고 나는 집으로 왔다. 김태화은 세자빈과 할 얘기가 있다며 궁에 더 있다가 온다고 하였다. 역시 왕가의 최측근 집안 답게 세자빈과 김태환은 친한듯 보였다. 그런 김태환에게 왠지 모르게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궁에서 저장해둔 세자빈의 번호를 보았다. 김태환이 그린 그림속 그 여인을 실제로 만나니 실감이 났다. 또한, 그림 속 여인이라는 말 처럼 실제로 가까워지지 못한 존재임을 확신했다.
***
알람이 울리고, 학교갈 준비를 마친 후 집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아직도 쌀쌀하여 바람 한번에 온몸의 으슬으슬 떨린다.
" 안녕하세요~ "
찬 바람에 눈을 잠시 감고 뜨자 내 앞에는 떡을 든 아담한 여자가 시루떡 한접시를 들고 서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는 여자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였다.
" 아 네.. 안녕하세요~ "
" 저 옆집에 새로 이사왔어요~ 여기 떡 드세요! "
" 아 감사합니다~ "
나에게 떡을 주고 집으로 쌩 들어간 여자는 다른 시루떡 한접시를 들고 다시 집밖으로 나왔다. 혹시 어제 세자빈마마가 부탁했던 친구가...
" 저기요!! "
떡을 들고 옆집으로 가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 네? "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옆집 끼리 이름은 알고 살아야져~ "
" 아~ 저는 홍련이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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