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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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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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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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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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19

DUMMY

현재 나이 열일곱.

어렸을 때 소중한 사람이 커튼에게 목숨을 잃었다...같은 건 전혀없이 평범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공부에는 영 젬병이었기에 다른 먹고 살 길을 찾아보다가 눈에 띈 것은 커튼업계였다.

당연히 커튼사냥 같은 건 할 생각도 없었고 적당히 공부하다가 적당한 업계에 취업하여 살아갈 생각이었다.


우수학생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나름 성적도 좋았고. 이대로 간다면 적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아아. 이거 주마등이구나.'


커튼 사립고교에 오기까지의 일을 떠올린 남학생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검은 손을 보며 죽음을 예감했다.


'죽기 싫-'


울먹이던 그의 생명이 끝장나려고 했던 그때. 튀어나온 누군가가 검은 개체를 날려버렸다.


콰앙!!


자신의 신체능력을 믿으며 방어자세를 취하지 않는 커튼답지 않게 확실한 방어자세를 취하고 공격을 막아낸 검은 개체는 주르륵 밀려나며 조금 거리를 벌렸다.


"허억. 허억."

"이강호 선배님..."


그에 대하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건 두 마리의 커튼에게 협공당하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방금전 이강호가 서 있던 장소를 보니 커튼놈들이 바닥이나 벽에 박혀 있었다. 오히려 역공당한 모양이었다.

발목을 베인 서이현에겐 이유나가 달려가 쓰러져있던 커튼을 찔러 끝장을 냈다.


하지만 역공당했을 뿐 치명타를 입거나 한 것은 아니라 금방 일어나려 했다.


"아직 싸울수 있겠어?"

"네, 네!"


황급히 대답하는 후배를 보고 좋아-라도 중얼거리며 건틀릿을 고쳐 쥐는 이강호. 커튼들은 아직 투지를 꺼뜨리지 않은 그를 보고 서서히 에워싼다.


'제길. 빌어먹을 괴물놈들이.'


이강호는 분통을 터뜨렸다. 놈들의 기색은 적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장난감이 예상외로 반항하네?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게 화가 나게 만들었다.


"조금만 버텨. 준형이가 오면 이 상황도 금방 해결될 테니까."


이강호는 방금전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커튼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저건 아마 하급개체가 아니라...중급개체일 것이다.

커튼사냥꾼들이 본격적으로 힘들어하는 단계. 학생인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빨리 와 줘. 준형아.'


그 이준형은 방금 전 문에서 튀어나온 코뿔소 커튼을 미친듯이 난자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 얼빠졌던 반응이 거짓인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크오. 크오오]


조용한 신음을 내며 이준형을 노려보는 코뿔소 커튼. 가끔 그 육중한 팔을 들어서 공격하려 하지만 그럴 떄마다 이준형이 한발짝 빠르게 근육을 베어 다시 내리게 만든다.


역시 상급 커튼이라 그런지 커튼용 무기라도 얕게 베이면 금방 재생해버리지만. 이대로 가면 분명 이준형의 승리다.


'어때? 이가온!!'


이준형의 마음속에는 환희가 가득 찼다.


'넌 이렇게 할 수 있었나? 이렇게 상급 커튼을 압도할 수 있었어? 넌 당했지만 난 다르다. 난 이 녀석을 죽일 수 있어!'


이 녀석을 죽인다면 자신이 이가온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렇게 생각한 이준형은 신나서 놈을 베었다.


'이 놈의 완력은 확실히 위험하지만 맞지 않으면 그 뿐. 움직임이 둔중하기 짝이 없어. 이대로 베어나간다면 확실하게 내 승리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지 벌써 5분째. 이준형의 가슴에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이 녀석...언제 쓰러지는 거지?'


그렇게 많은 상처를 입혔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고통에 흥분과 살기가 짙어지며 더욱 기세등등해진 느낌이다.


'그렇군. 이 녀석 이런 얕은 상처로는 결코 쓰러뜨릴 수 없다.'


상급 커튼의. 이 코뿔소 커튼의 터프함을 얕봤다고 순순하게 인정한 이준형은 이를 악물었다가 그제야 다른 친구들을 생각해냈다.


'벌써 5분 가까이 지났어. 다른 애들은 괜찮은 건가?'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이 녀석을 최대한 빨리 끝장내야 한다. 이준형의 검에 빛이 날 정도로 강대한 주술이 깃들었다.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수준이 다르단 것을 인지한 코뿔소 커튼도 대응할 태세를 갖추었다.


'적어도 두 팔다리를 완전히 잘라내겠어!'


이준형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코뿔소 커튼도 육중한 주먹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 결말을 너무나도 허무했다.


서걱.


"으윽?!"


다리가 베이는 느낌에 넘어지며 요행으로 코뿔소 커튼의 주먹이 머리위로 지나갔다. 죽을 뻔한 그 섬뜩한 상황에 공포를 느끼기보다도 먼저 느낀 것은 의문이었다.


다리를 베였다. 대체 어떤 놈에게? 다른 커튼이 다가오나도 경계하고 있었는데.

답은 빨리 나왔다. 노란색 커튼이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기에.


"...크윽!!"


일도양단했을 터인 몸통이 어느새 재생되어 붙어있었다. 끝장을 낸 줄 알았건만 사실 미약하게나마 생명이 붙어있었단 말인가.


"이 쓰레기놈이!!'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르고 이번에야말로 노란색 하급개체의 생명을 끝장낸 이준형. 하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반격의 찬스는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쿠오.]

"윽?!"


코뿔소 커튼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을 때엔 이미 이준형의 의식은 어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학생들을 벌벌 떨며 이강호의 분투를 지켜봤다.

열 마리는 될 커튼들에게 주먹으로 맞서며 어떻게든 그들을 지키고 있는 그.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 아니 진작 한계에 달했다. 커튼놈들은 지금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아닌 반쯤 장난을 치고 있었다.


중급 개체가 하나 둘 섞여 있음에도 학생하나를 지금껏 처리하지 못한 건 말이 안 된다. 놈들은 인간의 분투를 보며 즐기고 있었다.


"허억. 허억. 조금만...참아...곧 준형이가..."


쿵.


"....."


모두를 북돋으려는 말을 하기 직전에 복도에 울린 거대한 발소리. 그에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 있는 것은 강당에서 보았던 상급 커튼. 그리고 놈이 한 손으로 질질 끌고 온 이준형의 모습이었다.


판단은 빨랐다.


"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한계까지 주술을 짜내 빛나는 두 주먹을 휘두르는 이강호.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지금까지 비웃던 커튼들도 회피동작을 취했다.


"내 뒤를 따라와! 어서!!"


이야기에 나오는 영웅처럼 활개치는 선배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후배들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상대하던 커튼을 베어넘긴 이유나도 서이현을 들쳐업고 이강호의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도 울먹이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차가운 돌바닥에 쓰러져있는 이준형을 보았다.


"준형아아아아."


훌쩍이며 한순간 여기 남을까 생각해봤지만 둘다 죽을 뿐이다. 자신으로서는 저 코뿔소를 없애고 이준형을 구해낼 수가 없다.


커튼들의 포위망을 뚫고 중앙계단까지 내달리던 이강호는 이대로는 붙잡힐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남아서 이 녀석들의 전진을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할만한 사람은......


죽기 싫어. 죽기 싫어.


"크윽!!"


마음에서 피어나오는 목소리를 억지로 억누르고 이강호는 크게 외쳤다.


"중앙 계단으로 올라가!! 방송실로 가!! 이가은의 지시를 들어!!"

"너, 넌?!"


비명을 지르듯 이유나가 되물었지만 이강호는 그저 크게 말했다.


"가!! 가라고 어서!!"

"으윽......"


울먹이던 이유나가 한순간 망설이더니 결국 앞으로 내달렸다.

이강호는 머리위에 방범셔터를 발견하고는 펄쩍 점프해 끝자락을 잡더니 힘으로 콰르륵 끌어내렸다.


커튼을 상대로 이까짓 건 종잇장에 불과하겠지만. 마음가짐이다. 이걸로 도망칠 곳도 없고 녀석들에겐 벽이 생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후배들마저 울먹였다. 저 사람은 지금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 울지 마!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구해내야 해."


이유나의 말에 후배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송실로 내달린다는 그것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화근이었다.

빠른 이동만을 생각하던 그들은 천장위에서 달라붙어있다가 내려오던 뭔가를 발견하지 못하고....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


힘없이 들려가던 서이현이 소리를 지르더니 이유나의 어깨에서 펄쩍 뛰어 천장에서 내려오던 커튼을 도끼로 꽈앙 후려갈겼다.


그걸로 위기는 넘겼으나 이유나는 보았다. 어느샌가 다른 문에서 추가로 나온 커튼들을.


"아."


서이현을 다시 들쳐맬 틈도 없었다. 그랬다간 이유나도 죽는다. 후배들은 이미 멀어직 있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 서이현을 소리질렀다.


"가!!"


뺵 소리지른 말에 이유나는 달렸다.

친구를 버리고 간다는 자각에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런 그녀의 등 뒤에 서이현의 째진 비명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교내에 방송이 울려퍼졌다.


[모두 교실안에서 꼼짝말고 있으세요. 결계를 추가 발동합니다. 교실 출입구를 결계로 막을 겁니다. 다시 말합니다. 교실 안에서 꼼짝말고 있으세요......]










"어려운 주문을 한단 말이야. 학교 외관구조로 결계 치는것도 어려운데 내부 구조를 파악해 결계를 쳐 달라니."


그래도 다행인 건 우수학생들을 보내 결계를 치는 걸 보조해준다는 점일까.

우수학생 중에서는 감지 능력이 뛰어나 사물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뛰어난 아이들도 있었으므로 적어도 교실 출입구에까지 결계를 쳐 주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학교 본관 입구 앞. 결계를 펼치느라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아이나가 투덜거렸다. 방금 전 그녀에게 부탁을 하러 온 전령이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며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눈앞에 있는 불길한 최상급 개체를 바라본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충분히 결계를 부술만한 힘이 있음에도 그저 보고만 있는 것이다.

차라리 결계를 부셔준다면 시원하게 한판 붙어볼 텐데.


'하지만 학교안에 커튼이 들어갔다니...어디에 입구가 있었기에?'


그런 의문도 잠시. 중급개체 하나가 최상급 개체에게 다가가더니 뭔가를 말했다.


[크륵. 크르르]

[.........]


뭔가를 보고받은 최상급 개체의 입이 순간 쩌적 흉측하게 벌려지고 그 생리적인 혐오감에 아이나가 눈살을 찌푸렸을 때. 아이나는 보았다.


저 멀리서 커튼들이 들쳐매고 나오는 학생들을.









코뿔소 커튼은 교내를 쿵쿵 걸어다니며 다른 사냥감이. 먹잇감이 없는지 찾았다.

하지만 인간들이 펼친 가증스러운 유리막 같은게 사방에 처져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차라리 나가서 지금부터 벌어질 쇼에 참가해볼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즐거운 일을 하지 않고 굳이 학교 안에 남은 것은. 그 가증스러운 인간이 이 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다.

놈을 발견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전심전력을 다해 죽일거라고 맹세했을 때였다.



"또 보네?"


그 인간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계단에서 가증스러운 인간. 이가온이 뚜벅뚜벅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동포의 머리가 들려 있었고 그걸 발견한 코뿔소 커튼이 더욱 광분했다.


"긴 말 필요없잖아?"


가온이 들고있던 커튼의 머리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코뿔소 커튼에게 검을 겨누었다. 다음 순간 코뿔소 커튼은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스피드로 가온에게 달려들었고 그 스피드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가온의 얼굴에 살짝 경악이 어렸다.


콰아아아앙!!


복도에는 무정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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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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