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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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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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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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21

DUMMY

호기롭게 내려와 외친 가온이었지만 속으로는 주위 상황을 필사적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상급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위에서 날아다니는 새까지 포함해 8마리. 그 외 잡다한 커튼은 30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가장 문제인 것은 역시 불길한 검은색의 연기를 내뿜어대는 최상급 개체.


'이런 전력이 있는데 지금껏 결계를 공격하지 않은 건 놀고 있었다는 건가?'


이 결계는 십중팔구 아이나가 친 걸 테고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펼친 만큼 상당히 강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만한 전력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커튼들도 그 사실은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지금껏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놀고 있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학교 안의 학생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며 서서히 절망시킨다. 그런 기분나쁜 의도가 엿보였다.


그건 기존의 커튼과는 너무나도 다른 방식이라 이 녀석들이 감시에 걸리지 않고 들어온 것이나 학교에 학생들도 모르던 입구가 수없이 생긴 것을 포함해 불길한 기분을 자아냈다.


'이건 이제 확신할 수밖에 없어. 오늘 이 녀석들의 습격엔 분명 인간의 개입이 있었어.'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본능을 우선시하여 인간을 마구 잡아먹는 커튼이 그걸 억눌러가면서까지 명령을 듣는 것이나 학교 곳곳에 출입구를 짧은 기간내에 만들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깊이 관련되었으리라.


'아니. 어쩌면 이 녀석들 자체를 보낸 게 인간일지도 몰라.'


커튼을 완전히 조종한다는 생각은 너무 갔을지 몰라도. 적어도 이 녀석들의 존재를 어디선가 파악해내고 이곳으로 오도록 유도했다......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가온은 문득 허망에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준형의 시선을 눈치채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하고 움직였던, 자신과도 아는 사이였던 시체들을.


'기분 엿같네.'


서이현이나 이강호는 솔직히 싫어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커튼과 싸우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자세는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저 쓰레기 같은 괴물들에게 그렇게 죽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온을 분노로 들끓게 하는 것은. 이번 상황이 그날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입으로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과정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은 삼촌이 죽었던 그날과 비슷해 증오가 꿈틀꿈틀 솟아오른다.


'하급이 대부분...중급개체의 숫자는 상급과 비슷한 숫자야. 어느 쪽도 날 공격할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 명령을 기다리는 건가.'


자연스럽게 최상급 개체에게 눈이 돌아갔다. 녀석은 코뿔소 커튼을 무력화시킨 가온을 경계하는지 거리를 좁히지 않고 가온을 살펴보고 있었다. 실력을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커튼답지 않은 주도면밀함.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나고 가온이 자신의 적이 아니라고 여겼는지 녀석이 한 걸음 내딛었다. 다음 순간 훅 사라진 녀석은 가온의 앞에 나타나있었다.


예전 여왕사냥떄 보았던 스피드형 검은 커튼이 연상될 정도의 스피드. 허나 역시 그 개체에 비하면 꽤나 느린 편이었다. 문제는 놈에게서 뿜어지는 검은 연기.


'아무리 봐도 그냥 장식은 아닌데.'


바로 지척에 다가왔는데도 가온기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몸을 꿈틀댄 최상급 개체가 훅 사라졌다.

가온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었다. 녀석이 나타난 곳은 결계 앞이었다.


"어?"


결계 안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 놈이 나타나자 뒷걸음질 쳤고 아이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대지가 뒤흔들리며 대기가 울렸다. 바람이 불어 주변 나무들을 뒤흔들었다.

그게 결계를 공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것을 인간들은 알아챘다. 최상급 개체의 손이 뻗은 곳의 결계가 쩌적 금이 가 있었으니까.


"으, 아...!!"

"조용히."


패닉을 일으키려는 학생을 조용하게 제지한 아이나가 녀석을 노려보았다. 역시 이 녀석. 결계를 부술 수 있었다.


'역시 지금까지는 그냥 놀았단 이야기네...어쩌지? 이가온과 합세해 놈을 쓰러뜨려? 아니야 다른 녀석들이 그 사이 학교에 침공하면.....그보다 이가온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는데 그런 도박에 맡길 수는 없어. 그보다 지금 이 녀석 결계를 왜 공격한 거야? 지금 부술 생각인가?'


그런 아이나를 비웃듯 결게에서 한걸음 물러난 최상급 개체가 두 팔을 들어올렸다. 학교를 바라본 채. 왼손으로는 금이 간 결계를. 오른손으로는 이가온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왼손을 내리더니 이가온을 바라보았다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했다. 마지막으로 결계를 한번 더 가리킨 최상급 개체가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해 보이더니 천천히 가온에게로 걸어갔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일부러 행동으로 보여준 녀석의 진의는. 이가온이 죽으면 결계를 부수고 너희들을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학교 안의 학생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상급 개체를 없애며 나타난 이가온을 보며 생겨났던 희망적인 기대감이 단숨이 사라져버렸다.


아이나는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어째야 하지? 이가온은 적어도 상급개체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최상급 개체에도 통용될까? 그가 죽기전에 합공하여 최상급 개체를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 사이 학교에 커튼들이 침입해 죽어나간다고 해도 지금 저 녀석을 처리해두는 편이 피해가 더 적을 것이다.


공포와 번뇌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한 줄기 섬광이 최상급 개체의 얼굴이 처박혔다.


[끄륵?!]


얼굴에 처박힌 것이 날아온 검이라는 것을 알 새도 없이 어느 순간 다가온 가온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에 담긴 주술을 미약한 것이었으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최상급 개체는 몸을 뒤틀어 간신이 그 일격을 피했다.


그러나 몸을 급격히 뒤튼 탓에 자세가 불안정한 녀석은 곧바로 반격에 나서지 못했고 가온이 먼저 자세를 추슬러 옆구리에 킥을 먹어 놈을 날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춤추고 있는 검을 잡아채 놈에게 쉴틈을 주지 않는다.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던 최상급 개체는 후속타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아까 전 그 주먹이면 몰라도 저 검에는 상처입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강하던 축에 들던 인간에게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았었으니까. 그리고.


서걱.


[끄륵?!]


가슴이 베이고 검은색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것에 최상급 개체가 두번째로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그제애 부랴부랴 방어자세에 들어갔으나 가온의 검은 인정사정 없었다.


발목 팔꿈치 어깨를 차례대로 베어넘기고 그러고도 아직 움직이는 녀석을 침착하게 압박해 나갔다.


"너 말이야. 아까 마음대로 나대고 있었는데 내가 그런 널 기다려줘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냐?"


얼굴만을 간신히 방어하고 있는 최상급 개체를 코로 비웃으며 베어나간 가온은 녀석이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근육에 해당하는 부위를 차례로 찢어발겼다.


[크르으아아아아아아!!]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인간놈이 자신을 비웃자 광분한 최상급 개체가 공격하려는 조짐을 보였다. 그럴 틈도 주지 않기 위해 공격을 더욱 거세게 하는 가온.


하지만 역시나 최상급 개체는 최상급 개체였다. 커튼용 무기에 당하면서도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공격이 통하기는 해도 치명적인 일격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최상급 개체는 얼굴을 가리던 팔을 가온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그게 가온이 노리던 것이었다.


콰콱.


[켁.]


팔을 치우자마자 놈의 날카로운 이빨을 뚫고 입속에 검이 박혔고 그대로 검은 빙글 회전시켜 입안을 엉망진창 휘저어 놓았다. 그 고통에 놈이 주춤하는 사이 가온은 심호흡했다.


'이게. 아마 최고의 찬스다.'


지금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녀석이 방심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상급 개체가 갖고있는 특수능력조차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그러기 전에 속결로 끝낸다. 가온의 주먹에 주술이 휘몰아쳤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던 학교의 학생들이 주먹을 꽉 쥐고 가온에게 기대감 어린 시선과 크나큰 환호를 보냈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저 무서운 적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무적으로 보이던 커튼이 일방적으로 당하자 학생들은 고무되었다.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있는대로 잘난체 하더니. 별 것 아니구만! 너!!"


끝까지 최상급 개체를 조롱하며 가온이 주먹을 휘둘렀다.


"정의의 펀치다!!"



섬광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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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4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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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절대적인 신(神) 20.08.26 15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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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2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58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59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0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2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2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69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8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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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파멸? (2) 20.08.10 175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7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3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6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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