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368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8.08.22 13:50
조회
283
추천
7
글자
9쪽

유인 5

DUMMY

가온이 쓴 기술은 상대를 강제 복종시키는 기술이었다.

붉은 커튼의 힘을 얻었을 때 같이 습득했던 계약자 생성의 부산물 같은 것이다.


'익환 형님처럼 날 배신할 순 없지만 스스로의 의지가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냥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드는 기술.'


어떻게 본다면 계약자를 만드는 것보다도 훨씬 간편하며 좋은 기술인 것 같았지만 조건들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상대와의 신뢰관계가 어느정도 있어야하며 당하는 자의 의지가 강할 경우 잘 걸리지도 않는다. 거기다 힘들게 복종시켰다 하더라도 복잡한 명령을 내릴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만큼 일단 걸리기만 한다면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의식이 없다면 말 그대로 꼭두각시일 뿐이고 설사 의식이 남아있다고 해도 가온의 힘이 침범한 탓에 가온에 대한 어떠한 배신행위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자동적으로 죽게 되어 있었으니까.


이 기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한달 정도 전이었다. 안내 시스템이 지나가듯 이런 기술도 있다고 말해준 것이다.


"........"


가온의 마음속에 한줄기 어두운 감정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가온은 이재성을 바라보았다.



"네 이름은 뭐지?"

"이재성 입니다."

"직책은?"

"방벽에 오는 보급품을 관리하는 보급 관리자입니다."


멍하니 대답하는 것이 조금 거슬렸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린 가온은 정말로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기로 했다.


"네가 방벽의 정보를 팔아넘기려고 했던 자는 누구지?"

"외국의 대기업입니다."

"직접 팔아넘길 셈이었나?"

"아닙니다. 브로커가 따로 있습니다. 이미 몇 번 전례도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자였습니다."


전례가 있다.

뜻밖의 말에 침묵하던 가온이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호운입니다."


예상대로의 이름이 나오자 가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정부공인 순위권자 씩이나 되는 인간이 그런 짓까지 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나?"

"저를 포함해 극소수만 알고 있을 겁니다. 같은 정부공인 순위권자들도 그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품을지언정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를 겁니다."


그럴 것이다. 그런 짓거릴 하고 있었다고 알았다면 몇몇 성질 급한 이들이 당장 찾아가서 막았을 것이다.


"그렇군...언제, 어떻게 만나기로 했지?"

"제가 연락하면 그가 직접 방벽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눈에 띄게 행동해도 되나?"


어디 은밀한 데에서 만날 줄 알았던 가온이 물었다.


"그쯤 되는 실력자면 아무의 눈에 띄지 않고 올수 있을 뿐더러 설사 방벽에 온 게 알려진다고 해도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방벽에 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법 있는 일입니다."

"약속을 이미 잡아 놓았나?"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곧 만날거라고 서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온은 이재성을 이용해 호운과 만날 필요성을 느꼈다.

그를 만나면 루이스를 찾는 일이 한번에 해결될 것 같은 감이 있었다.


'그 전에 빼낼건 전부 빼내고...'


가온은 잠시 질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왜 나와 협력하려고 했지? 요즘 활약이 있긴 했어도 별다른 배경도 없잖아?"

"그렇지 않습니다. 장래성과 배경, 그리고 다루기 쉬울지를 몇번이고 생각해내고 낸 판단입니다."

"다루기 쉽다는 건 뭐 경험없는 애송이니 당연하겠고......장래성...도 그렇다 치자."


가온 스스로 말하기엔 뭣하지만 학생은 고사하고 웬만한 커튼 사냥꾼 이상의 활약을 해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하지만 배경이라니? 내가 본가에서 쫒겨난 건 알만한 사람들은 전부 알만한 거였잖아?"


심지어 학교의 학생들 몇몇도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특별한 케이스이긴 했지만 말이다.


"퇴마 이씨 가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내게 배경이라는 가치가 있나?"

"최근까지는 없었습니다만. 섬광을 복원했고 퇴마 이씨 가문에서 다시 불러들일거라는 움직임을 여기저기서 포착했습니다."

"섬광...또 그거냐."


여기저기서 섬광 섬광 그러는데 가온에겐 그저 정의의 펀치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기술일 뿐이었다. 이게 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는 걸까?


"내가 말하기엔 뭣한데. 이 기술이 강력하긴 해도 이만한 기술은 퇴마 이씨 가문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있긴 할 텐데?"


강력한 기술이라는 건 가온 본인도 알고 있지만 퇴마 이씨 가문이 목을 맬 정도로 매달리는 이유를 전혀 몰랐다.


"그만큼 강력한 기술은 좀처럼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 외에 아는 것이라면 요 몇백년간은 김현수 군만이 쓸수 있었던 기술이며 퇴마 이씨 가문이 섬광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다른 것?"


다른 것이 뭔가?

섬광은 그저 공격 기술이 아닌가?


"저도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짧게 들은 것이라 잘은 모릅니다."

"그럼 됐어."


가온은 그 외에도 방벽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커튼에 대해 뭔가 아는건 없는지, 혹은 재무진에 대해 아는게 있는지, 프랑스의 순위권자들의 이번 방문을 어떻게 생각하며 그들에게 숨긴 정보는 없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전부 물었고 대충 대답을 들은 가온은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네."

"내 삼촌. 김현수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살기를 담은 목소리.

현재 감정이 없는 인형과도 같은 이재성이 공포심이 들 리가 없건만 그는 분명히 몸을 떨었다.


가온과 조금이라도 계약이 되어 있기에 그의 기분이 상한것을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건 가온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벌벌 떠는 그를 보면서 가온이 재촉했다.


"떨지말고 말해라. 아는 건 전부 말애."


가온이 감정을 추슬러서 그랬을까. 이재성이 벌벌 떨던것을 멈추고 말했다.


"추측입니다만 그의 죽음엔 커튼 본부의 윗선이 가담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현수와는 말도 섞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가 윗선에 반항적이라 미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 였으니까요."


지금 이야기만 들어보면 오히려 가온보다도 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이재성은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다. 가온은 살기를 지우고 계속 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 외에는...임계혁. 그 분과 크게 다퉜던 적이 있었다는 것 정도..."

"임계혁과?"


그는 어린시절 가온이 삼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엿들었을 때도 그 자리에 있던 인간이다. 그는 가온의 상상이상으로 현수의 죽음에 깊이 관여된 것 같았다.


임계혁에 대한 정보와 살의를 머릿속에 꾹꾹 담아두고 있는데 끙끙거리던 이재성이 앗 하고 생각났다는 듯 신음을 냈다.


"뭐야?"

"별로 신빙성 없는 이야기지만 당신이 속한 퇴마 이씨 가문의 본가와도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당시 가문에서 토사구팽한게 아니냐는......"


이재성이 뭐라고 더 말을 이었지만 가온은 그를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너무나 의외의 정보에 할말을 잃었다.


'...소문이었을 뿐이야. 나중에 천천히 조사해 보자.'


"호운에게 연락을 넣어서 조만간 만나자고 그래. 장소는 은밀할수록 좋다. 호운이 만날 장소로 방벽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이곳은 피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온이 말을 덧붙이자 이재성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가온은 그런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또박또박 말했다.


"한달 안에 아무에게도 의심받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서 자살해라."

"네."


너무도 담담한 말과 대답. 그것에 만족한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자신의 몸에 심각한 결함이 일어날 명령에도 말을 듣는가. 어디까지 잘 할수 있는가. 중간에 이 상태가 풀리지는 않는가.


모든 것은 이자견에게 이 기술을 사용할 때를 위한 정보수집이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당한 이재성과는 달리 그녀는 결코 만만하지 않을 테니까.

충분할 정도의 정보와 실험결과를 얻은 가온은 만족하면서 이재성의 방을 나섰다.


이재성은 덤덤히 일어나며 자신의 업무를 하는 척 할 뿐이었다.



'그럼 이젠 프랑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호운과 만날날을 기다리는 것 뿐인가.'



훌훌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기분으로 방을 나선 바로 그 때였다.


[뭘 하고 계신 거지요?]

"........."


갑작스러운 가온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째 연락이 없다했더니 결국 연락해온 것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어떻게 자신에게 연락을 해 왔는가다.


가온이 알기로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면 그녀의 텔레파시는 닿지 않는다. 즉 이자견은.....


[볼일이 생겨 방벽에 왔는데. 기막힌 우연이로군요. 근데 뭘 하고 계셨던 거죠?]


설마 방금 전까지의 일을 전부 본 것일까? 이 기술과 지금까지의 질문들 전부 다?


[이가온 씨?]


이자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가온은 이를 악물었다.


작가의말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당...예전처럼 하루 한번 쓰고 싶지만...수정도 프롤로그 빼면 아직 하나도 못했네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부를 완결했네요. +3 19.05.15 297 0 -
공지 수정 시작했습니다... 18.08.08 338 0 -
공지 잠깐 글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네요. +6 18.04.03 466 0 -
공지 주말은 올리지 않습니다... 17.10.28 867 0 -
379 새로운 시작. (完?) +3 20.09.01 210 4 27쪽
378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20.09.01 150 3 30쪽
377 소(牛) 토끼(兎) 양(羊) 닭(鷄) 뱀(蛇) 돼지(豚) 말(馬) 호랑이(虎狼) 용(龍) 고양이(猫) 20.08.31 155 3 26쪽
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4 3 19쪽
375 세계와 내면의 진실 (2) 20.08.29 155 2 16쪽
374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20.08.28 158 3 24쪽
373 절대적인 신(神) 20.08.26 152 3 15쪽
372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3) 20.08.25 171 3 13쪽
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2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58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59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0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2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2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69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8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3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2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5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7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3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69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