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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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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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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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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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9화 : 고대의 커튼(2)

DUMMY

퇴마 이씨 가문의 반대라던지, 여러가지 머리 아픈 일들은 나중에 생각키로 하고 유적이란 곳으로 향한 가온.

그는 엘미리오에게 연락하여 그녀의 클랜이 준비해준 탈것을 타고 그녀의 클랜 사람들과 함께 유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는 유적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적?"

"그래. 유적."


손가락으로 눈앞을 가리키는 가온을 보면서 엘미리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가온의 머릿속에 유적이란, 웅장하고 거대하며 뭔가 좀더 낡고 덩굴같은 것이 건물을 휘감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눈앞의 건물은 아무리 봐도 최근 건축을 한 것 같은 깨끗한 건물이었다. 더불어서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다. 작은건물. 굳이 비교하자면 동네에 있는 동사무소 건물보다 살짝 더 큰 정도다.


"겉이 너무 풍화되어서 말이지. 우리가 멋대로 개조했어."

"그래도 되는거냐. 유적이라며?"


문화 훼손 아닌가.



"어차피 우리 클랜 말고는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데다 관광에 써먹을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오히려 이런 곳에도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개조해 놓은것에 감사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듣고보니 그런것도 같았다.



"어찌됐건 간에 여기 온 이상. 넌 우리 클랜에 들어오기로 했다. 아니, 적어도 우리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생각이 있다. 그렇게 여겨도 되는 거겠지?"

"약속은 약속이지...다만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보면서 엘미리오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걱정 마. 안은 네가 생각한 유적의 광경이 있을 테니까."

"그거 기대되는데."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자 들어갈까."



입구에 있는 기계에 엘미리오가 눈을 가져다 대자 잠시 후 삐빅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스르륵 열렸다.


"최신식일세..."

"이래봬도 제법 가치가 높은 유적이니까 이 정도는 해 둬야지."


어두운 입구. 어째서일까?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괴물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것 같은 음산함이 느껴졌다.



[십이지신의 기운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군요.]

'그 십이지신이라는 거 이 안에 있는 거야?'

[아직은 모릅니다. 워낙 강력한 존재들이니 잠시 거주하다 간 것만으로 기운이 남겨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에.]


안내시스템도 그렇고, 마우스도 그렇고 십이지신에 대해선 어마어마하단 표현만 주구장창 듣다보니 가온은 이젠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진 심정이 되었다.



'하긴. 그런 게 진짜로 있으면 곤란하겠지만...'



커튼인 이상 쳐죽이겠지만, 그렇게 강력한 개체를 상대하는데 혼자라면 모를까 엘미리오나 다른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야."

"응?"

"그런데 너희 클랜 사람들. 왜 아까부터 힐끗힐끗 쳐다보냐?"

"궁금한가 보지. 세상을 구한 대 영웅씨가."



대영웅이라니...낯간지러운 표현에 볽을 긁적였다.


"아까부터 입만 나불대고 뭐해? 안으로 들어가자고."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네 말투 남자 같다?"



음산함의 압박감을 억지로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바깥에서 보았던 유적의 규모가 작았던 만큼 통로도 길지 않았다.

몇분 쯤 걷자 문 하나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잘 닦여있던 길과는 다른, 투박하고 낡은 사람의 손이 덜 간 문이었다.



"여기부터는 유적 다울거야."



엘미리오가 기대하라는 듯 웃고는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역시 그녀는 아무런 압박감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난 왜 압박감 같은 걸 느끼는 거지?'


엘미리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녀보다 자신이 약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뭔가 다른 요인이 있다면...



'에메라와의 계약?'


그럼 십이지신의 힘과 에메라의 힘은 상반되는 것인가?

애당초 에메라나 마우스는 이곳에 가면 대체 뭘 알수 있다고 했던 걸까?


"야. 넋 놓고 있지 마."

"아 미안. 음...그러고 보니 네 동생은 왜 안 온거야?"

"알미리오는 다른 임무 떄문에. 그보다 너 화제 돌리는 거 진짜 못한다."



투덜대며 앞으로 나아가자 널찍한 실내로 들어섰고, 가온은 이번만큼은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6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석상이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르르 둘러싸고 있었다.

석상들은 갑옷을 입고 권법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특이할 점은 얼굴들이 모조리 원숭이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원숭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석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석상은 예술품 자체로도 값어치가 있어 보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기이한 느낌을 뿜어댔다.


손으로 석상을 쓰다듬는 가온을 보며 엘미리오가 뿌듯한 듯이 말했다.


"어때? 기이한 느낌이 나지?"

"응. 신기한걸."

"제일 신기한 건 이거지만~"



신난듯 흥얼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걸어간 엘미리오는 석판 앞에서 멈춰 섰다.



"뭐야? 그건?"

"고대의 인물들이 뭐라고 적어 넣은 석판. 대체 어느 문명권의 말인지 몰라도 해독이 안 돼."



어느 문명권인지 알 수 없는 문자?


'역사적으로 엄청 귀중한 거 아닌가? 입 다물고 자신들 조직의 것으로만 둬도 되나?'



잠깐 뜨악하게 생각했지만 엘미리오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가온 또한 석판 앞으로 갔다. 과연 기하학적인 문자가 낡은 석판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어라?"

"응? 왜?"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한 가온은 석판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읽을 수 있어.'


그렇다.

고대의 문자. 그것도 어느 문명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문자를 가온은 읽을 수 있었다!


'뭐라고 적혀있는 거지? 우리는 맹세자들. 맹세에 따라 이곳에 잠들었노라...'


우리? 맹세자들? 가온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이 석판을 쓴 자가 대체 누구인지 몰라도 여기 봉인된 것이 십이지신인 걸 감안했을 때...



'마치 십이지신이란 것들이, 커튼이 이걸 쓴 것 같잖아?'


가온은 계속해서 글귀를 읽었다. 중간중간 훼손되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대략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랬다.



우리는 맹세자들.

맹세에 따라 이곳에 잠들었노라.

나는 다시 깨어날 적에 신의 적을 말살할 것을 다짐한다.

이 석판을 보는 그대여.

그대가 어리석은 자들의, 혹은 불경한 자들의 사도라면 두려워하라.

우리가 너희의 적이고, 신이 너희의 적일지니.



"...신?"

"너 아까부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번엔 엘미리오의 말에 반응하지 못했다.

대신 가온은 발 아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십이지신이란 대단한 놈들을 모시는 유적이라기엔 규모가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어. 생각하긴 했는데...!!'



가온에겐 보였다.

이 아래. 지하 깊숙히 잠든 광활한 진짜 유적이!!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말도 안 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를...!!



[...이럴수가.]



안내시스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네가 놀라는 걸 보니, 저 괴물이 십이 지신이란 거야?'



모습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압도적인 기운과 대체적인 느낌만으로 저게 인간사회에 풀어놔선 안 될 괴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저것은 아직 잠을 자고 있다.

그럼에도 이 어마어마한 힘. 기운.

그리고 무엇보다 가온을 사로잡은 것은 녀석이 틀림없는 커튼이라는 것이었다.



강렬한 살의에 사로잡힌 그떄.


화아아아악!!



별안간 주위가 파란 폭발로 휩쓸렸다. 대경실색하여 곁에 있던 엘미리오에게 손을 뻗으려던 찰나, 가온은 꺠달았다.


'이거...마우스의 세계에서 본 느낌과 닮아있어.'


즉 이건 환상이라는 건가? 자신의 느낌을 믿고 가만히 멈춰선 가온은 이윽고 파란 공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파란 공간은 이윽고 어떤 풍경으로 변해갔다.

가온이 날고 있는것은 높디높은 상공.

발 아래를 내려다보자 불바다가 된 도시가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3층짜리 건물만한 무언가가 도시에서 날뛰는 것을 가온은 보았다.



'저게...뭐지?'


그건 커튼이었다.

하지만 커튼이 아니기도 했다.



콰앙!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살려줘!"



아비규환.

공포와 비명에 젖은 사람들을 즐거운 듯이 유린하는 압도적인 괴물.

커튼이었지만, 동시에 커튼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고고하고 강력한 존재.

원숭이를 닮은 커튼은 틀림없는 십이지신이리라.


녀석이 팔을 휘두를 떄마다 건물 두어개가 퍽퍽 터져나갔고 포효를 지르자 주위 생명체의 고막이 터져나갔다.


압도적인 광경임에도 가온은 느낄 수 있었다.

저게 아직 놀고 있는 것이라고.

그 순간.


고오오오.


가온의 뒤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돌아보자 그곳엔 비행선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비행선에서 나온 발칸포가 지상의 십이지신에게 겨누어졌다.


'대체 어느 시간대길래 비행선이나 총 같은 게...'



훅.


아래에서 들린 바람소리. 고개를 돌리기도 전 거대한 무언가가 비행선을 후려쳤고, 그것만으로 반경 20미터는 우습게 집어삼킬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에 휩쓸린 가온은 십이지신, 원숭이를 담당하고 있는 커튼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커튼의 흉측함과는 달리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기이하고도 강력한 원숭이 얼굴의 커튼. 그걸 보는 순간 가온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들이 입력되기 시작했다.


"읏...!!"


몇분이 지났을까? 막대한 정보량을 받아들인 가온은 비틀댔고 정신을 차리자 푸른 공간의 환영은 사라지고 유적에 선 자신만이 보였다.



"야, 야? 너 진짜 괜찮은 거야?"


엘미리오가 조금 들뜬 목소리로 걱정했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이제보니 아까 손을 뻗었을 때 엘미리오의 뺨에 갔었던 모양이다. 가온의 손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만지고 있었다.


"아. 미안."

"꼬, 꼬시려고 들지 말라고. 나는 남자 보는 눈 높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현기증이 좀 나서."


얼버무린 가온은 후우 숨을 들이켰다.



[...마스터. 지금은 안 됩니다.]


뭘 걱정했는지 안내 시스템이 가온을 만류했고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열받지만, 죽도록 열받지만 지금의 내가 감당할 만한 게 아니라는 건.'


에메라가 왜 자신을 여기로 보냈는지 이제야 꺠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온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할 진정한 적을 만나게 하는 것과 동시에 가온에게 주제파악을 시키려 했던 것이다.



'솔직히 붉은 커튼이 너무 강력해서 낙관적으로 있었는데...하. 눈이 뜨이는 기분이로군.'


저것에 비하면 여왕개체도, 여왕개체와 핵을 흡수했던 상어이빨도, 별 것 아니다.


"고맙다. 이런데에 데리고 와줘서."

"엉? 갑자기 뭐야...그보다 우리 클랜이 줄 수 있는게 고작 이것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음 좋겠는데."



묘하게 고분고분해져서 말꼬리를 흐리는 엘미리오에게서 시선을 뗴고, 가온은 지하 깊숙히에 있을 십이지신을 노려보았다.



'신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어. 다만 하나는 확실해...'



십이지신이란 것은.

뭔가가 문명을, 인간을 말살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11마리나 더 있다.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던 가온은 그날로 한국으로 귀환했다.

십이지신을 없애기 위한 준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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