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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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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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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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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DUMMY

유상진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눈빛을 보이고 강창식의 안색이 밝아졌다.

설득이 통한 듯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석이었다.


어제 기세를 이어가는 건지 1회 초부터 맹타를 터트리는 IG.

WIA 수비까지 IG를 도와주며 3점 선취했다.

1회 말, 첫 등판에선 3⅔ 이닝 4실점 하고 조기 강판 된 IG 투수지만 오늘은 달랐다.

포심, 투심이 잘 들어가며 슬라이더도 날카롭고 깔끔하게 삼자범퇴.

그러고도 잘 던져 7회 말까지 2실점, 6 : 2로 퀄러티 스타드 찍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어제 정시헌, 한민우가 등판했고 8회는 추격조로 나오며 좋은 성적을 보여 셋업 자리를 넘보는 노장 불펜 투수가 등판할 예정이었다.

4점 차가 유지된다면 세이브 요건이 안 된다.

그래도 기석은 9회 마지막 이닝이라도 책임지기 위해 불펜으로 향했다. 민아도 따라갔다.


***


기석이 섀도 피칭하며 어깨를 풀고 투수판 좌측 편을 밟고 섰다.

뒤에서 지켜보던 불펜 코치의 눈이 동그래져 다가왔다.


“기석아, 왜 거길 밟아? 투수판 함부로 바꾸면 위험해. 릴리스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고 어깨 회전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럼 부상당할 수 있어.”


기석은 긴 이야기하기 싫어 단호한 눈빛을 보였다.


“전에도 1루 쪽 투수판 밟고 던진 적 있어요. 그래도 폼이 달라진 건 없고요.”


SF 시절 투구 폼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고, 그땐 제구가 나빴는데 그 부분은 생략했다.

불펜 코치는 쓴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그래? 그래도 몸 상태 살피며 조심해서 던져라. 너 부상당하면 나 팬들한테 몰매 맞아 죽어.”


민아가 입을 가린 채 킥킥대고 기석도 피식 웃었다.

웃음기를 지운 기석이 1루 쪽 투수판을 밟자 민아가 촬영을 시작했다.

기석은 불펜 포수와 홈플레이트를 보며 마의 사내를 떠올렸다.

어떻게 던져도 적들의 얼굴, 머리에 정확하게 박히던 짱돌.

더도 덜고 말고 그렇게만 던지고 싶었다.

대신 얼굴, 머리가 아닌 포수 미트에.


현실로 돌아와 정신 집중하고 힘차게 피칭했다.

불펜 포수가 휘어지며 떨어지는 싱커를 제대로 포구 못 했지만, 확실히 각도는 좋아 보였다.

투구 폼은 달라진 것 같지 않고.

우려의 눈으로 보던 불펜 코치가 짝짝 손뼉을 쳤다.


“공 좋다.”


기석은 좌타자가 서 있다 가정하고 몸쪽 커터를 던졌다.

몸에 맞으면 안 되니 횡 변화보다는 수직 방향 낙폭이 큰 궤적의 커터.

생각한 궤적 그대로 들어가고 이번엔 불펜 포수가 잘 받았다.

불펜 코치는 이번엔 네 번의 손뼉을 쳤다.


“멋지다, 폼도 깔끔하고.”


기석은 조금 더 투수판 안쪽을 밟기도 하고 투심, 커터, 싱커, 포심 순으로 네 개를 더 던지고 글러브를 벗었다.

어딜 밟아도 제구, 피칭 동작엔 문제가 없었다.

불펜 코치가 환한 미소를 짓고 기석에게 다가왔다.


“기석아, 그정도면 1루 쪽 밟아도 될 것 같다. 3루 쪽 투수판 밟은 거랑 투구 폼 차이가 없어. 어색한 부분이 있어?”

“이상 없는 것 같아요, 코치님.”


기석의 시선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피칭 분석을 하는 민아에게 향했다.

캠을 노트북에 연결해 들여다보는 민아의 표정은 밝았다.

기석이 다가갔다.


“어때?”


민아가 빠른 손놀림으로 각도를 분석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 없어, 릴리스 포인트, 로테이션, 암 슬럿(Arm Slot)까지 그대로야. 사실 걱정이었는데 어딜 밟아도 투구 폼이 안 변하고 제구까지 그대로 일 줄은 몰랐어. 오빤 피칭 감각을 타고났나 봐.”


기석이 싱긋 웃고 민아가 정지 영상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 오빠 백 풋 드래그 라인(Back Foot Drag Line) 끝 부분을 보면 센터 라인과 일치해. 이건 투수가 투수판 위치를 바꿀 때 핵심이 되는 바이오 머캐닉스 연구가들의 이론이거든. 오빤 감각적으로 던진 건데 결과는 이론과 같아.”


여기서 말하는 센터 라인은 홈플레이트와 투수판을 이은 가상의 선을 말하고, 백 풋 드래그 라인은 공을 던졌을 때 중심이 되는 발, 즉 뒷발이 끌리면서 그려진 자국을 말한다.

바이오 머캐닉스 이론에선 그 백 풋 드래그 라인이 길면 길수록 익스텐션이 늘어나고 체감 구속이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기석은 아직 그 부분까지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투구판 밟는 위치를 바꿔도 문제가 없다는 근거였다.

피칭 마법은 아니더라도 비싼 아이템 하나를 얻은 기분이었다.

민아 덕분이었다.

그때.


“우와!”


좋았던 기분을 깨는 WIA 홈 관중의 우레와 같은 함성.

기석이 뭔가 해서 바깥 상황을 살폈다.

8회 말, 원 아웃 상황에서 연속 안타가 터져 1, 2루가 채워져 있었다.

선수들끼리 밤의 황제라 부르는 노장 불펜 투수가 밤에 나들이 나가더니 컨디션이 나빠진 게 분명했다.


다음 타자는 WIA의 클린업 히터 최용한.

투수 교체 사인이 나가고 이제 기석이 등판할 차례였다.

민아가 눈웃음치며 양 엄지를 세웠다.


“오빠, 멋지게 처리해. 파이팅!”


기석도 엄지를 세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


포수는 8회부터 장상운이었고, 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주자 1, 2루, 김기석과 최용한의 맞대결. 어제 경기의 데자뷔인가요?

-어젠 투아웃 1, 2루 상황에서 맞섰죠. 그래서 삼진 아웃 됐고 최용한으로서는 복수의 기회를 잡았네요. 복수할지 또 당할지 양 팀 팬들은 손에 땀이 날 겁니다.

-베테랑인 최용한이고 득점권에서 강한 타잔데 어제처럼 당하지는 않겠죠?

-상대 투수가 김기석이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캐스터가 쓴 입맛을 다시고 해설위원과 거리를 벌렸다.


-4점 차지만 주자가 두 명이어서 세이브 요건이 되네요. 9회까지 역전당하지 않고 막는다면 김기석은 세이브 하나를 추가하게 됩니다.


평소와 달리 6구의 불펜 피칭을 한 기석이고 준비 투구는 가볍게.

그리고 최용한과 마주 섰다.

발 빠른 주자들이지만 더블 스틸은 안 할 것 같은 분위기.

셋 포지션에서 1루 쪽 투수판을 밟고 살짝 다리를 드는가 싶은, 작은 힐킥 모션으로 힘차게 피칭했다.

어제 민아 앞에서 연습한 거고 니 투 니와 힐킥 모션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었다.

몸쪽 포심.

1루 쪽 투수판을 밟고 던지는 거여서 더 위협적이고 최용한이 몸을 빼냈다.

하지만 구심이 손을 올렸다.


“스트라이크.”


-155의 포심. 초구부터 광속구를 뿌리는 김기석입니다.

-슬라이드 스텝으로 던져도 155고 무브먼트가 엄청나네요.

-그런데 김기석 투수가 투수판 왼쪽을 밟고 던졌는데요?

-그렇군요. 좌타자 몸쪽 공을 던지려고, 더 가까운 쪽 투수판을 밟은 게 아닌가 싶네요. 그럼 먼 쪽을 밟는 것보다 더 위압적이니까요. 또 어제 봤던 궤적과 달라서 최용한으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평소와 다른 위치에서 던진 건데 즉흥적인 행동은 아닐 테고 평소 투수판을 바꿔 밟는 훈련을 해 왔던 모양이죠?

-그렇겠죠. 투구 폼이 일정하지 않거나 제구가 불안한 투수가 투수판 위치를 바꾸면 릴리스 포인트, 어깨 회전 각도가 달라질 수 있고 무리가 가면 팔꿈치, 어깨 부상 우려가 있어요. 제구의 마법사 김기석이니까 저럴 수 있는 거예요. 그래도 부상은 조심해야 합니다.


2구, 바깥쪽으로 빠지는 싱커 사인을 내는 포수 장상운.

기석이 사인대로 던졌다.

이번엔 힐킥 모션하며 차고 나가기 전 올린 발을 잠시 멈췄다가 피칭.

최용한이 배트를 힘차게 돌리지만, 타이밍도 늦었고 궤적에서 한참 벗어난 헛스윙이었다.


-152의 빠지는 싱커에 배트가 헛돕니다. 그런데 이번엔 김기석의 피칭 모션이 평소와 다른 것 같은데요?


해설위원이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댔다.


-정말 대단하네요. 초구 던질 때도 살짝 그랬는데 이번에도 타자 타이밍을 깨는 변형 슬라이드 스텝 피칭을 했어요. 메이저리그 용어로 하자면 투구 동작 중 다리를 잠시 멈추는 레그 행(Leg Hang), 레그 헤지테이션(Leg Hesitation)인데 저게 오랜 연습을 해야 가능한 거예요.

-그냥 던져도 치기 어려운 공인데 저런 깜짝 스킬까지 구사하면 타자로선 정말 타이밍 잡기 어려워지겠네요.

-그래도 구위에는 변함이 없고 나날이 업그레이드되는 김기석입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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