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파이널 보스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최근연재일 :
2018.07.20 08: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22,358
추천수 :
23,397
글자수 :
186,088

작성
18.06.05 07:33
조회
35,688
추천
554
글자
8쪽

1. 첫눈 오던 날

DUMMY

FINAL BOSS



1. 첫눈 오던 날



스토브 리그, 칼바람이 분다.

예감이 좋지 않다.

작년엔 성적이 안 좋아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도 간신히 끼고 연봉 35% 삭감되었다.

프로 7년 차인 이번 시즌 성적은 더 나빠 커리어 바닥 찍었다.

설상가상 구단 프런트와 좋은 사이도 아니다.

아무래도 트레이드 혹은 방출될 가능성이 많다.

한때는 SF 스콜피언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는데···


7년 전, 최고 구속 152 찍은 고졸 우완 정통파 투수로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되고, 꽃길이 펼쳐졌다.

2군에서 2개월 만에 콜업 되어 데뷔전 선발승.

슈퍼 루키로 불리며 10승 4패 평균자책점 3.87,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년 차에도 12승 5패 ERA 3.93으로 괜찮았고 연봉도 대폭 인상되었다.

3년 차엔 태극마크 달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따고 10승 6패 ERA 4.17.

꽃길은 거기서 끝났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어깨 통증 때문에 잠자기 어려웠고 MRI 결과 회전근개파열이었다.


그해 10월, 회전근개 수술하면서 황량한 흙길을 걷게 되었다.

일본 건너가 수술받고 열심히 재활 훈련했지만, 구속이 5~6킬로 가까이 떨어졌다.

설상가상, 일본서 수술대기 하는 동안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저세상으로 떠났다.

내겐 야구보다 더 소중한 엄마였는데 내 수술에 방해될까 봐 암 말기, 시한부 삶을 숨기고 외롭게 가셨다.

임종도 못 봤고 삭막한 세상에 혼자 남았다.

변명 같지만 혼자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외롭고도 힘든 일이었다.


오버핸드에서 스리쿼터로 투구 폼 바꾸고 재활을 끝낸 4년 차, 시즌 중반 두 번 등판해서 3, 4회를 못 넘기고 2패.

ERA 13.5를 기록했다.

초반 1, 2회는 괜찮았는데 투구 수 40~50개가 넘어가면서 어깨 통증으로 전력투구하기 어려웠다.

병원에선 의학적으로는 이상 없고 심리적 문제라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엄마 호강시켜드리려고 힘든 훈련 참고 야구 했는데 혼자가 된 다음엔 독기가 사라졌으니까.

독기가 사라진 자리엔 진한 외로움이 자리하고, 밤거리를 헤맸다.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경험하느라고 덜 외로웠다.


그렇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밤 문화에 빠져 선발은 불가능하고 불펜만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밀리고 투수 코치의 권유에 따라 로우 스리쿼터로 투구 폼을 바꿨다.

그래도 구위는 달라진 게 없고 1승 3패, 6홀드. ERA 7.12로 시즌 마감했다.

그리고 스프링 캠프에서 사이드암으로 바꿨다.


투구 폼을 바꾼 5년 차에 2승 3패, 6세이브 14홀드, ERA 4.87로 재기에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6년 차에 ERA 6.93.

7년 차, ERA 8.28.

하반기엔 패전 처리하며 홈팬들에게 내 이름 기석이 아닌 사석(捨石)으로 불리는 수모까지 겪었다.

A급에서 맙업 맨(mop-up man) 역할이나 하는 D-급 투수로 전락했다는 게 현재 내 상황이다.

야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이런저런 핑계 대고 한눈판 내가 한심하기만 하다.


***


투수 중 첫 번째로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미 칼을 뽑아 내야수, 외야수 하나씩을 도려낸 운영부장.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고 내가 투수 방출 1순위일 수도 있다.


“어, 기석이. 기록이 이 모양인데 계속 야구 할 수 있겠어? 기회를 그렇게 줘도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넌 자존심도 없냐?”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비웃듯 말하는 운영부장.

성적이 엉망이다 보니 할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낄낄대는 운영부장.


“미안한 줄 알면 이 악물고 독하게 야구 했어야지. 동네 야구도 아니고, 너 때문에 불펜 ERA가 껑충 뛰었잖아. 후배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


작년 연봉협상 때 설전 벌인 다음부터 나를 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던 운영부장.

그래도 비아냥이 지나치고 한때는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며 선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나에게 할 말은 아니다 싶어 이가 악물어진다.

어깨 수술한 것도 긴 이닝 소화하라는 강요에 못 이겨 무리한 피칭 해서고 솔직히 말하면 구단에서 내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할 일인데.

운영부장이 미간을 좁히고 눈에 힘을 준다.


“뭘 인상 구겨?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건데. 한 번 더 기회 줄까 싶었는데 네 태도를 보니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SF랑은 끝났고 다른 데 알아봐.”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하면 되지. 처음부터 그냥 방출한다 하지 왜 모욕을 주는 건지.

일말의 기대를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벌떡 일어났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운영부장이 비웃음을 흘리며 손에 든 펜을 툭 떨군다.


“김기석이, 시즌 중에 웨이버 공시 안 한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네가 눈 부라릴 일이 아니지. 인성부터 갖춰야 진짜 프로가 될 수 있는 거야.”


인성 지적까지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따지고 싶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테고, 떠날 때는 말없이.

7년을 몸담았던 SF 스콜피언스와 그렇게 끝났다.


***


바깥엔 칼바람이 아니라 북풍한설이 몰아친다.

포털엔 나와 관련된 기사는 찾아볼 수 없고 어느 마이너 인터넷 스포츠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나왔다.


[SF의 인내는 끝났다. 김기석, 결국 방출]


SF 프런트에서 오래 참았다는 내용이고 내 진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토미존 서저리면 몰라도 어깨 수술해서 재기한 투수는 드물다는 게 핵심이었다.

사흘 동안 위로 전화 십여 통 오고 휴대폰은 동면에 들어간 것처럼 움직임이 없다.

일주일 내내 화장실 볼일 보면서도 휴대폰을 끼고 살았지만, 기다리는 전화는 끝내 오지 않는다.

오지 않을 사람,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비참한 일은 없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도 서러운데 이제 투명 인간 같은 존재가 되었고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만큼 슬프고 외로웠다.


펑펑 첫눈이 오는 날, 멍하니 창밖만 내다보며 앉아 있다가 방한복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그곳을 향해.


***


조선 중기부터 조상 대대로 살아온 파주.

나 또한 파주에서 태어났고 어릴 땐 감악산 자락에서 뛰어놀았다.

감악산에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 어깨수술 대기 중에 저세상으로 가신 엄마의 숨결이 남아 있고, 법륜사엔 부모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법륜사에서 향 사르고 불전 올리며 부처님께 소원 빌고, 또 부모님 명복도 빌고 기도발 좋은 산신각으로 향했다.

법륜사에 올 때마다 가는 길인데도 오늘따라 음산하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발길을 재촉하는데 산신각 10여 미터 앞에서 소복 차림의 할머니와 딱 마주쳤다.

어릴 때부터 봐온 아는 얼굴이다.

감악산 만신으로 이름을 날리며 TV에까지 출연한 유명한 무당.

그런데 나를 보고 귀신을 본 것처럼 질겁하며 차가운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만신 할매.


“장군님, 이렇게 현신하시다니요. 앞으로는 정성을 다해 모시겠나이다. 노여움을 푸시옵시고···”


눈알이 돌아가고 입이 삐뚤어지며 웅얼대더니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대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왼다.

장군, 현신?

장군이었던 내가 환생했다는 건가?

황당하기 짝이 없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다.

입에서 게거품까지 뿜고 있는 만신 할매를 뒤로 한 채 치달렸다.

산모퉁이를 돌아 한참을 더 달리고, 숨이 차서 멈춰 섰다.

그런데 이건 뭐지?

지진인가?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도는가 싶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홀로그램처럼 펼쳐졌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이널 보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18. 잠실벌의 주인-지옥의 종소리 NEW +9 9시간 전 5,169 225 10쪽
45 18. 잠실벌의 주인-지옥의 종소리 +12 18.07.19 8,665 334 11쪽
44 18. 잠실벌의 주인-지옥의 종소리 +23 18.07.18 9,698 383 10쪽
43 17. 물러설 수 없는 게임 +12 18.07.17 10,636 410 10쪽
42 17. 물러설 수 없는 게임 +16 18.07.16 11,512 421 10쪽
41 16. 프로란 +18 18.07.15 12,029 440 10쪽
40 16. 프로란 +19 18.07.14 12,571 445 10쪽
39 16. 프로란 +14 18.07.13 13,080 455 11쪽
38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5 18.07.12 13,574 442 9쪽
37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3,934 426 9쪽
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699 447 10쪽
35 14. 리벤지 +11 18.07.09 15,705 490 10쪽
34 14. 리벤지 +21 18.07.08 16,242 512 10쪽
33 13. 끝판 왕 +16 18.07.07 16,831 491 10쪽
32 13. 끝판 왕 +25 18.07.06 17,032 482 10쪽
31 12. 언터쳐블 +14 18.07.05 17,559 524 10쪽
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7,890 475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314 504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034 544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183 523 9쪽
26 11. 전가의 보도 +14 18.06.30 19,843 510 10쪽
25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1 18.06.29 19,990 534 10쪽
24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3 18.06.28 20,003 495 9쪽
23 9. 스포츠 과학 +16 18.06.27 19,581 505 9쪽
22 9. 스포츠 과학 +12 18.06.26 20,331 516 9쪽
21 8. 오키나와 캠프 +11 18.06.25 20,959 525 10쪽
20 8. 오키나와 캠프 +16 18.06.24 21,429 470 9쪽
19 8. 오키나와 캠프 +16 18.06.22 22,541 507 9쪽
18 7. 깜짝 포상 +18 18.06.21 23,275 563 9쪽
17 7. 깜짝 포상 +15 18.06.20 23,600 566 8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진필명'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