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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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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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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DUMMY

구장 환경은 좋았지만 그다지 친화력이 좋은 편은 아닌 기석이고, 또 예전의 벤치 클리어링 기억 때문인지 IG 선수들의 시선 또한 따뜻하지 않았다.

성적이 나빠 방출된 주제에 어떻게 운 좋게 거액 받았지만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먹튀로 끝날 거라는 생각인 듯했다.

SF 시절 IG 좌타자의 먹잇감이었던 걸 잊지 않았을 거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기석은 선수들의 냉대에 신경 쓰지 않았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할 뿐, 야구를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기석의 룸 메이트는 경찰청-IG 2군을 거쳐 지난 시즌 콜업 된 고졸 5년 차 좌완 불펜 한민우.

188-98kg의 좋은 신체조건이고 2군 시절 최고 구속은 152이지만 유연성이 떨어져 신체 활용도가 낮고 컨디션이 들쑥날쑥, 제구가 엉망이어서 어쩌면 다시 2군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기석은 첫날 그가 욕실에서 소리 죽여 통화하는 걸 들었다.

홀어머니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걸 보고 동병상련이 느껴지며 짠했다.


기석도 힘든 훈련 참고 야구 한 이유가 키워준 어머니 호강시켜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회전근개 수술에 어머니 죽음까지 겹치며 슬럼프가 시작되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자신을 위해 야구 하는 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예전과 같은 힘이 솟지 않았다.


한민우는 맑은 인상으로 절제와 공손함을 장착해 3년 선배인 기석을 깍듯이 모셨다.

식사, 잠자리를 챙기고 훈련 때도 옆에 딱 붙어 있고 캐치볼 할 땐 함께 조를 이루고, 기석이 스트레칭 하고 몸 푸는 것도 따라 하고. 다른 선수들이 눈총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충성했다.

또 코도 안 골고 깔끔하고 흡연자도 아니고, 조동호처럼 악악대며 게임도 안 하고.

룸메이트 민폐 4요소 중 그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았다.

기석은 그런 한민우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시차가 어느 정도 적응된 캠프 이틀째 날.

오후, 투수 조의 수비 훈련이 끝나고 기석이 자율 훈련할 때였다.

어깨, 팔꿈치를 목 뒤로 돌리는 요가 스트레칭이 잘 안 되는데 억지로 따라 하는 한민우.

기석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민우야, 스트레칭 잘 못하면 크게 다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

“예, 형님.”


한민우가 일단 대답하고 눈치를 살피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형님 입단식 기자회견 봤는데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유연성 운동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제가 너무 뻣뻣하거든요.”


이틀 만에 처음으로 질문한 내용이 유연성에 관한 거였다.

한민우가 좋은 신체 조건에도 빛을 못 보는 게 유연성이 부족해서라 판단한 기석이 대답했다.


“나도 유연하지 못했어. 그래서 스트라이드 폭도 좁고 밸런스, 암 코킹도 안 좋고 릴리스 포인트도 들쑥날쑥하다 보니 얻어터졌지. 그래서 피트니스 센터 등록하고 PT 받았어. 크로스 핏, 웨이트 하면서 요가, 필라테스도 하고. 유연해지고 코어, 잔 근육이 강화되면 더 좋은 공 던질 수 있어. 그렇게 3개월은 해야 효과 볼 수 있을 거야.”


자신은 3주를 하고 큰 효과를 봤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IG 코치진에도 트레이닝 전담 코치가 있지만 웨이트 위주고 코어 강화, 유연성 운동은 알아서 해야 한다.

한민우가 눈을 반짝였다.


“오프 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는데 유연성, 코어 강화가 중요한 거였네요. 한국 가면 저도 할게요.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어깨 말고도 하체, 복근이 중요하니 열심히 달리고 저기 토마스 로드랑 68번가 코너에 피트니스 센터 있더라. 코치님한테 영어 잘하는 스탭 붙여달라 해서 등록해.”


흔들리는 눈빛으로 머리를 벅벅 긁는 한민우.


“달러도 얼마 안 가져왔고 신용카드도 없고 당장은 못할 것 같은데요.”

“운동은 미루면 안 돼, 인마. 마음먹었을 때 해야지. 나도 할 거니까 같이 가자. 네 것까지 등록해 줄게.”


동공에 지진 난 듯 불안정한 눈빛을 보이다가 마지못해 일어나는 한민우.


“그럼 대납해 주세요, 형님, 한국 가서 갚을게요.”


최저 연봉 겨우 면한 한민우이고 기석이 눈을 부라리며 그의 어깨를 탁 쳤다.


“자식이, 뭘 갚아? 방장으로서 방졸에게 선물하는 거야.”


얼굴이 달아오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한민우.


“저, 정말 받아도 될까요?”

“나도 SF 시절 조동호 형이 방장이었는데 선물 많이 받았어. 너도 나중에 FA 되고 방장 됐을 때 베풀어.”


그만한 일에 눈시울이 젖어가는 한민우고 기석은 못 본 척했다.

하나를 받으면 열은 베풀어야 마음이 편하고 한민우는 IG에서 처음으로 다가온 동료이기도 했다.

시즌에 들어가 원정 경기를 가더라도 그와 계속 같은 방을 쓰면 좋겠다 생각하는 기석이었다.


***


기석이 피트니스 등록에 대해 말하자 투수 코치 강창식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걸 왜 굳이 스프링 캠프에서 하려고? 그럼 트레이닝 코치가 난감해질 텐데.”


기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트레이닝 코치님은 웨이트 위주로 하잖아요. 저흰 요가, 필라테스 하면서 유연성, 코어 강화 PT 받으려는 거고요.”

“요가, 필라테스 PT?”

“예, 저도 그렇고 민우도 유연성, 코어 강화가 필요해서요.”


어느새 다가온 유상진 감독이 끼어들었다.


“그래, 민우는 요가랑 코어 강화 훈련 좀 해야겠더라. 기석이도 한국에서 하던 것 꾸준히 하는 게 좋고. 강 코치, 따지지 말고 영어 잘하는 스탭 붙여줘라.”

“예, 감독님.”


***


한민우는 투수 코치에게 찍혀 미움받는 게 아닌지 불안한 표정이었고, 기석이 말했다.


“프로는 개인사업자야. 필요한 걸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거고, 잘하면 좋은 대우 받고 못하면 푸대접받는 게 프로니까 사소한 데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어두운 표정인 한민우.

기석이 말을 이어갔다.


“나도 SF 프런트에 찍혀 방출됐는데 개인 훈련 열심히 해서 전화위복이 됐잖아. 새옹지마라고 인생도 그렇고 야구도 알 수 없는 거야. 분명한 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거고 대한민국엔 IG 말고도 9개 구단이 더 있어.”


한민우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형님 말씀이 옳은 것 같아요. 형님 따라 열심히 할게요.”


강창식이 전화하고 잠시 후 슬림하면서도 굴곡 있는 건강한 몸매에 미모까지 장착한 여자가 나타나 눈웃음치며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코디네이터 이민아예요.”


연예인 코디 개념이 아니라 통역하고 현지 업무 대행하는 사람을 코디네이터라 하는 거고 강창식이 알은척했다.


“아! LA 공항에서 뵀죠? 유학생이세요? 아니면 교민?”


이민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유학생이에요.”


***


피트니스 센터를 향해 걸어가며 이민아가 뭔가 말할 듯 쭈뼛대다가 기석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 기억 안 나세요?”


‘선배라니?’

황당한 기석은 멋쩍게 웃었다.


“뵌 것 같긴 한데 제가 기억력이 별로여서.”

실망한 건지 이민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유성고 1년 후배예요. 제가 2학년 때 오빠가 3학년이셨죠. 그때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제가 방송반일 때 인터뷰한 적도 있는데.”


세상이 이렇게 좁다니!

고등학교 땐 스타 대접받았던 기석이고 그때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당시 워낙 많은 여학생이 들러붙었고 기석은 이민아가 기억에 없었다.

방송반 여학생들과 방송한 기억은 있지만 준비한 답안지 보고 있느라 얼굴 볼 여유가 없었다. 또 그땐 여학생 사귈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삭막하게 말할 수는 없고 사회성을 발휘해서.


“아! 어디서 뵌 것 같다 했더니 유성고 졸업하셨군요. 반갑습니다.”

“후밴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 아, 오빠라 부를게요. 그래도 되죠?”


사고무친인 기석이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세요.”

“말씀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좀 편해지면요.”


이민아는 기석을 흘깃 보고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걸음을 내딛고, 한민우가 부러운 눈으로 기석을 바라봤다.


***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이민아 덕분에 숙소에서 1.2km 떨어진 피트니스 센터에 3주 등록하고 PT도 구했다.

깨알 같이 적힌 약관을 꼼꼼하게 읽으며 따지고 들던 이민아도 함께 등록했다.

계약 만료 후 별도로 해지 신청서 내지 않으면 자동 결제되는 추잡한 상술도 차단했고, 2+1 개념으로 3인 이상 등록 시 33.3% 할인되는 프로모션까지 적용받아 가격도 한국보다 저렴했다.

기석은 이민아 것까지 결제하려 했지만 원래 등록할 생각이었다며 끝까지 사양하는 그녀였다.


헬스 트레이너와 요가, 필라테스 트레이너는 둘 다 건강미 넘치는 팔등신 미녀, 거기에 나름 한 몸매 하는 이민아와 함께하는 시간.

남자만 득실대는 캠프 트레이닝 짐(Gym)과는 비교가 안 되게 엔도르핀이 솟아나며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환경이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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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317 50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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