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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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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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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닉스 페이스 샷

DUMMY

불문곡직하고 손을 뒤로 꺾은 채 수갑채우는 경찰들.

기석도 평생 처음 수갑이란 걸 차봤다.


***


바의 손님들, 또 이민아가 유창한 영어로 상황을 설명한 덕분에 기석을 비롯한 IG 선수들은 악명 높은 미국 경찰의 제압에서 벗어났다.

구급차가 오고 범인의 총에 허벅지를 맞은 중국계 여종업원이 실려가며 기석에게 엄지를 세우며 뭐라고 감사의 말을 했다.

여종업원은 총 맞은 상태에서도 모든 걸 지켜본 듯했다.

기석은 자신이 선물한 티셔츠로 이민아의 아랫도리를 가려 쉬한 흔적을 감춰줬다. 입은 꾹 다문 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이민아는 감사와 애정이 담긴 눈으로 기석을 바라봤다.


처음 스포츠 바 밖에서 들린 총성은 그 미친놈이 쇼핑몰 시큐러티를 쏜 거였다.

필리핀계 시큐러티가 총에 맞고 실려갔고 총상을 입은 사람 모두가 아시아계였다.

그래도 기석을 비롯한 IG 선수들은 경찰 책임자에게 붙들려 한참 동안 조사받아야 했다.

이민아가 따져 봤지만, 그는 공범 여부를 조사하는 건 경찰의 당연한 임무라 했다.


그러고 기석 일행이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현지 방송국 사람들이 달려와 앞을 막았다.

당구공을 던져 범인을 제압한 기석을 생방송으로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기석은 인터뷰에 응하고 리포터가 장황한 질문을 해대다가 말했다.


“당신이 던진 당구공 하나가 많은 사람을 살렸군요. 한국 프로 야구팀 투수라 하더라도 긴박한 상황에서 그런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텐데 정확히 맞힐 자신이 있었나요?”


기석이 마의 사내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목숨을 걸고 혼을 담아 던졌을 뿐이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아가 가감 없이 그대로 통역하고 리포터가 과장된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마무리했다.


“목숨 걸고 혼을 담아 던졌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눈에 선하고 혼이란 단어가 가슴에 콱 꽂히네요. 머지않은 장래에 MLB에서 당신의, 그 혼이 담긴 피칭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꼭 보게 되리라 믿습니다. 김기석 선수, 당신의 용기와 결단, 혼이 담긴 피칭에 무한한 존경과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방송국 관계자들이 기석에게 다시 감사의 말을 하고, 모여든 수백 명의 피닉스 시민이 환호하며 손뼉을 쳐댔다.


***


기석 일행은 경찰에게 너무 오래 붙들려 있는 통에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주차장으로 향했다.

기석은 여태 떨고 있는 이민아의 손을 잡았다.


“민아야, 운전 내가 할까?”

“오빠, 미국 면허증 있어요?”

“국제면허증 있지.”


이민아가 멋쩍게 웃었다.


“그럼 운전 좀 해 주세요. 아직 손이 떨려서요.”


그러곤 기석의 귀에 대고 속삭댔다.


“그리고 아까 저 실수한 것 말하면 안 돼요.”


기석은 무표정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이민아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한민우가 끼어들었다.


“누나, 뭔데요?”


이민아가 눈매를 좁혔다.


“넌 몰라도 돼.”


***


기석이 운전대를 잡고 운전 중 유상진 감독이 전화해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기석아, 여기 TV에 네 인터뷰랑 스포츠 바 CCTV 계속해서 나오고 한국에서도 난리 났다. 포털에 속보 형식으로 연속해서 기사가 나왔고. 그래서 한국 방송국에서 너랑 인터뷰하겠다고 계속 전화해 대고. 다친 사람은 없어?

“다들 말짱합니다.”

-다행이다. 조심해서 와라.

“예, 감독님.”


***


숙소로 돌아온 기석은 열렬한 환영을 받고 밥도 못 먹은 채 메이저 4개 방송사와 영상 인터뷰해야 했다.

그러고 저녁 먹은 다음 포털에 들어갔다.

김기석이 검색어 1위에 올라 있었고 피닉스 페이스 샷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훈훈한 기사들이고 내친김에 댓글도 훑었다.

99%가 선플이었지만, 드문드문 악플도 있었다.


-스프링캠프 가서 훈련은 안 하고 쇼핑하고 당구 치고 낮술까지 빨아대니 그런 지랄 맞은 일 당하지.

-인종차별이 아니라 개 같은 매너에 분노한 천조국 시민의 응징이었다. 개무식, 개매너로 천조국 가지 마라. 나라 망신이다.


선수는 24/7, 365일, 훈련만 해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 초딩, 사대주의에 찌그러진 불쌍한 중딩도 있었다.


***


며칠 동안 영웅대접을 받은 기석.

시장, 주지사에게 감사패, 명예 시민증도 받고 백악관 주인과 황당한 전화통화도 했다.

명색이 대통령이면서 총기 난동은 용감하게, 적극 대처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 해댔다.

자신이라도 당구공을 던지고 큐를 들고 달려갔을 거라나.

바 종업원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면 그런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상식에서 심하게 벗어난 말도 했다.

이민아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대며 통역했다.


황야의 무법자, OK 목장의 결투도 아니고, 기석은 꼭지 돈 놈이 총 난사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미국 국민이 불쌍했다.

그래서 소리쳤다.


“동의할 수 없네요. 당신의 나라 모든 국민은 총기 난동의 공포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습니다.”


민아가 그대로 통역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전화가 끊어졌다.

민아가 눈웃음치며 척 엄지를 세웠다.


“스포츠 바 페이스 샷만큼 멋졌어요, 오빠.”


***


기석은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쁜 와중에도 개인 훈련하며 한계 투구를 시험해 봤다.

하루 쉬면 거의 회복될 수준으로 해서, 공 하나하나 전력투구할 수 있는 한계는 35개 정도였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적당히 완급조절한다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기석은 이젠 그럴 생각이 없었다.

선발이라면 퀄러티 스타트 할 수 있게 투구 수를 늘려야 하지만, 마무리는 그렇지 않다.

완급 조절할 거면 선발로 나가는 게 맞고 마무리로 나가는 한 전력투구.

야구는 기록경기고 그래야 제대로 대접받는다.


그리고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 경기 날이었다.

니혼햄은 다소 기복이 있긴 하지만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도 했고 KBO에서 중하위권을 벗어나질 못하는 IG보다는 한 수 위의 팀이다.

2차 전훈지인 오키나와 캠프에서 한국,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 본격적인 연습 경기를 가지고, 오늘 경기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의 마지막 연습 경기이기도 했다.


IG 선수단은 니혼햄이 캠프를 차린 스코츠데일 솔트리버 필드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강창식 투수 코치가 말했다.


“기석아, 오늘 2 이닝 정도 던질 수 있겠어?”


기석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이닝과 상관없이 35개 정도는 던질 수 있습니다.”


며칠은 경기에 나갈 일이 없으니 더 던질 수도 있지만, 정규시즌에 컨디션을 맞출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거였다.

미소를 머금는 강창식.


“그럼 투구 수 정확히 세고 있다가 35개 넘어가겠다 싶을 때 교체해 줄게. 그래도 되겠어?”


그 말은 마무리로 안 나갈 수도 있다는 거였지만 기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코치님. 언제 등판해도 상관없어요.”


강창식이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뜸을 들이다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기석아, 그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도 괜찮을까?”


예전에는 주자가 나가면 초조해지고 구위도 떨어지는 기석이었다. 그래서 폭투, 견제구 에러를 하기도 하고 유리 멘탈이란 불명예스런 별명도 얻었고.

하지만 이젠 민첩해진데다 냉철해졌고 동물적 감각으로 도루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셋 포지션 투구도 충분히 연습해 자신 있었다.

기석이 싱긋 웃었다.


“그것도 좋죠.”


강창식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기석의 어깨를 토닥여댔다.


“좋다. 오늘 니혼햄 애들 피똥 싸게 만들어주자.”


니혼햄이 점수 못 낸다고 피똥 쌀 일은 없겠지만, 기석은 셋 포지션에서의 투구가 기대되었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스 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트레이닝 캠프이기도 한 솔트리버 필드.

니혼햄 선수들이 BP를 하며 IG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탠스 자체를 좁게 가져가면서 안쪽, 바깥쪽 안 가리고 날카롭고 빠른 스윙을 하는 니혼햄 타자들.

테이크백, 스트라이드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도 배트 중심에 맞으며 장타가 터졌다.

투수가 딱 치기 좋은 공을 던져줘 그럴 수도 있지만, 기석은 니혼햄 타자들이 기본기, 컨택 능력이 좋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 IG 선수들의 BP 타임이 시작되고 기석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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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3,935 426 9쪽
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702 4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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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4. 리벤지 +21 18.07.08 16,244 5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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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3. 끝판 왕 +25 18.07.06 17,033 4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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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7,891 475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316 504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038 544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185 5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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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3 18.06.28 20,005 49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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