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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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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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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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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 오키나와 캠프

DUMMY

오늘도 홈런 하나가 있는 최경.

테이크백은 간결하고 팔로 스루도 부드럽고 몸통 회전 매커니즘은 예술.

약점이 있다면 우투수의 몸쪽 낮은 공에 약하다는 것.

하지만 기석은 우상이었던 선배에 대한 예우로 오늘은 몸쪽 낮은 공을 투구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초구, 접대 투구하는 것처럼 한가운데 딱 치기 좋게 들어가는 공.

최경의 배트가 바람을 가르며 빠르고 힘차게 돌아갔다.

스윗 스팟에 걸리면 담장을 넘길 살벌한 스윙.

공은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휘며 떨어지고 구속 149의 커터였다.

배트는 바람만 갈랐고 헛스윙한 최경이 싱긋 미소 지으며 엄지를 세웠다.

기석도 살짝 고개 숙여 예를 차렸다.


이어 2구, 이번엔 바깥쪽 빠지는 듯한 궤적.

최경이 움찔하다가 배트를 멈췄다.

하지만 홈 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휘며 S 존 낮게 들어가는 구속 149의 투심.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찔러 넣은 기석은 판정이 어떻게 나건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구심이 움찔하다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기석의 구위가 예사롭잖다 생각한 건지 배트 손잡이 노브에서 1cm 정도 배트를 짧게 잡는 최경.


기석이 3구를 던졌다.

초구와 마찬가지로 한가운데 들어오는 공.

다시 최경의 배트가 돌아갔다.

하지만 훅 가라앉는 싱커였다.

안 치면 볼이었고 구속은 144.

그저께부터 싱킹 패스트볼을 연습하고 있는 기석이었다.

목표는 투심과 같은 구속의 싱커를 던지는 것.

10개를 던지면 하나 정도가 투심 구속으로 들어갔으니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래도 미세한 그립 변화, 손가락 감각에 따라 구속, 구질이 달라지는 싱커고 실패한다 해도 손해 볼 건 없었다.


최경은 삼진 당하고 들어가며 다시 엄지를 세웠다.

기석의 투구를 칭찬한 거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마치 다음번엔 혼내줄 거라는 듯이.

야구는 긴 승부, 기석은 오늘 최경의 3구 삼진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타자는 열 번 중 일곱 번 아웃 되고, 세 번의 안타만 만들어도 3할 타자로 좋은 대우 받는 게 야구이니까. 그리고 첫 대결엔 투수가 유리하고.


***


기석은 SF 4번, 외국인 거포 우타자 로이를 맞았다.

SF에 처음 왔을 땐 메이저리그 최강 슬러거들처럼 배트 손잡이 끝 부분, 노브까지 잡고 손목 힘에 배트 회전력까지 이용한 타격을 하던 그였다.

하지만 타율이 1할대에 머물며 좋지 않았고, 노브 바로 위까지만 잡으면서 3할대 타율, KBO 대포로 변신한 타자다.

바깥쪽 공에 약했지만 이젠 그 약점도 보완한 로이.

기석은 직접 사인 내고 초구를 던졌다.

몸쪽 적당한 높이로 들어오는 궤적.

로이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지만, 허공만 갈랐다.

훅 가라앉으며 안으로 감기는 싱커였다.

안 쳤으면 볼이고 구속은 145.

기석은 선배 최경에겐 던지지 않았던 몸쪽 낮은 공을 던진 거였다.


2구, 기석은 또 몸쪽 좀 높다 싶은 공을 던지고 로이의 배트가 다시 힘차게 돌았다.

딱!

맞았다. 하지만 배트 윗부분에 맞아 내야 높이 뜨는 공.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구속 154의 포심이었고 유격수가 처리했다.

공 다섯 개로 SF 쌍포를 처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기석을 보며 유상진 감독이 웃음기 담아 말했다.


“기석이가 칠 테면 쳐보라는데 로이가 못 치네. 구속이 154야.”


강창식 코치가 활짝 웃었다.


“로이가 몸쪽 공에 강해도 구질이 다르잖아요. 오늘은 기석이가 그립 감각이 좋은가 봅니다.”

“그러게. 최경 상대할 때도 몸쪽 낮은 공은 하나도 안 던지더라. 난 두 번이나 한가운데 던져 선배한테 접대 투구하나 싶었는데 돌아 빠지는 커터, 훅 가라앉는 싱커였고. 이젠 기석이 페이스가 애리조나 캠프 때만큼 올라온 것 같네.”

“4연패 끝에 오늘은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


유상진 감독이 멋쩍게 웃었다.


“여기 터가 안 좋나 1승이 이렇게 어려워.”


강창식이 엷은 미소 짓고 손을 비벼댔다.


“그건 감독님께서 승리보다는 선수들 평가에 중점을 둬서 그런 거죠. 멀리 내다보는 감독님의 내공 깊은 야구,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유상진은 쓴 입맛을 다시고 먼 하늘을 바라봤다.


***


IG 공격은 무위로 끝나고 9회 초.

다시 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5번 우타 강상엽.

MLB 마이너리그 출신 거포지만 기석은 싱커를 세 개 연속해서 던졌다.

미국에서 많이 상대해 본 구질이어서인지 가만히 보기만 하고 배트는 안 내는 강상엽이고 2B-1S.

기석은 4구 다시 싱커를 던졌다.

몸쪽 좀 높다 싶은 공.

궤적으로 봐서 훅 가라앉으면서 S 존을 통과한다 생각한 강상엽이 힘차게 쳐올렸다.

하지만 빗맞아 낮게 바운드 되며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유격수가 가볍게 처리했다.


고속 싱커는 아니었지만, 낙폭이 커서 제대로 못 맞힌 거였다.

투심보다 땅볼, 헛스윙 유도가 쉽고 포심, 커터까지 섞어 다양한 구질로 던진다면 기석은 싱커가 위닝샷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SF 땐 밋밋한 싱커 던지다가 홈런도 많이 맞았지만, 그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양한 구속, 다양한 구질의 싱커가 구사되고 있었다.


기석은 SF 6번을 맞아 다시 싱커 세 개를 연속해서 던지다가 1, 2루를 가르는 안타를 맞았다.

빗맞으며 스핀이 걸리고 불규칙 바운드 된 거였는데 코스가 좋았다.

이제 안타를 맞으면 안 되는 상황.

기석은 그제야 커터, 투심, 슬라이더, 포심, 파워 커브까지 섞은 다양한 구종으로 7, 8번을 삼진 처리했다.

그렇게 2 이닝 22개의 투구로 승리를 지키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기석을 바라보며 유상진 감독이 입을 열었다.


“강 코치, 기석이 전담 포수 붙여줘야겠네.”

“예, 그러잖아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기석이가 하드 싱커 익히고 있거든요. 성공만 하면 커터와 함께 비장의 쌍칼을 갖출 것 같긴 한데 연습 경기 땐 어떻게 할까요?”


유상진 감독이 나직한 신음을 흘리고 조금 뜸들이다가 대꾸했다.


“투심, 커터도 아직 100% 완성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거기에 파워 싱커까지 익히려면 연습 경기 나갈 시간 없지. 봐서 나가겠다 할 때만 등판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기석이가 빠지면 당장 뒷문이 불안해지는데요?”


유상진 감독이 씩 웃으며 강창식의 등을 탁 쳤다.


“연습 경기 진다고 가을 야구 못하는 거 아니잖아. 시범 경기 때도 굳이 기석이 구질 보여줄 필요 없는 거고. 개막하고 각 구단 전력분석팀들 열일하게 만들면 되지 뭐. 기석이한테는 구위 점검하고 싶으면 우리 타자 상대로 라이브 피칭하면 된다 하면 되잖아.”

“예, 그럼 저녁 먹고 조용히 불러 감독님 뜻 전하겠습니다.”


유상진 감독이 손사래 쳤다.


“아니, 그게 왜 내 뜻이야? 강 코치 뜻이지.”


강창식이 멋쩍게 웃었다.


“예, 감독님. 그럼 제 뜻이라 하고 전하겠습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말고 은근하게 유도해야지. 그래도 기석이가 실전 감각 익힌다며 꼭 등판하겠다 하면 막지는 말고.”

“그러니까 기석이 뜻대로 해주라는 말씀이신지요?”


유상진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은 기석이가 등판 고집 안 하게 강 코치가 잘 유도하라는 거지. 야구 선배로서, 같은 투수로서, 내가 이런저런 경험해 본 결과, 코치진에서 이래 줬으면 좋았겠더라. 난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다. 좋은 말 많잖아. 내 말 알겠어?”

“아!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감독님.”


두 사람이 껄껄댔다.

기석은 그들이 오랜만의 승리에 기뻐서 그러는 걸로 생각했다.


***


기석은 강창식에게 장황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은 전담 포수 붙여줄 테니 구종 개발에 전념하라는 것.

기석은 잠시 생각해 봤다.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 익히는 것보다는 이익인 건 분명했다.


“그럴게요. 그러고 구위 점검이 필요하다 싶을 때 등판할게요.”


강창식이 손사래 쳐 댔다.


“아니지, 우리 타자들 상대로 라이브 피칭하면 되잖아. 개막하고 기선 제압하려면 구질 안 드러내는 게 좋지. 나도 2007년이었나, 스플리터 개발해서 시범 경기 때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는데 개막하니 궤적에 투구 폼까지,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오더라니까.”


지난 일이라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건지 기석의 기억으론 강창식이 스플리터 던진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구위 점검은 라이브 피칭으로 대신할게요.”


유상진 감독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끝낸 강창식은 기석의 손을 꽉 잡았다.


“기석아, 우리 뒷문은 너한테 달렸다. 열심히 해서 우리도 우승 한번 해 보자. 요구사항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내 권한으로 안 되는 건 감독님, 단장님한테 이야기해서라도 꼭 되게 해 주마.”


기석으로서는 프로 8년 차에 처음으로 받는 에이스 대접이었다.

SF 시절, 3년 차까지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면서도 이것저것 지적받으며 제대로 대우 못 받았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선 성적이 나쁘면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거고 강창식의 말엔 단서가 달린 거였다.


‘KBO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한다면’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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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4,085 428 9쪽
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56 4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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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4. 리벤지 +21 18.07.08 16,395 5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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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9 485 10쪽
31 12. 언터쳐블 +14 18.07.05 17,694 528 10쪽
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8,029 479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446 506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7 548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314 525 9쪽
26 11. 전가의 보도 +14 18.06.30 19,981 5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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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9. 스포츠 과학 +12 18.06.26 20,464 521 9쪽
» 8. 오키나와 캠프 +11 18.06.25 21,094 527 10쪽
20 8. 오키나와 캠프 +16 18.06.24 21,562 4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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