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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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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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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9. 스포츠 과학

DUMMY

기석은 한설이 몰아치는 눈밭에서 목숨을 걸고 돌을 던지던 마의 사내가 떠올랐다.

죽을 각오면 못 할 게 없고, 글러브를 벗는 그날까지 에이스 대접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오키나와 캠프는 원래 12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강풍, 우천으로 2경기는 취소되었고 IG가 거둔 성적은 초라했다.

4승 1무 5패.

그래도 후반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를 한 거고 기석이 빠진 상태에서 거둔 성적이었다.

투수진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서 투타 균형을 이루었고,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 IG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기석의 싱킹 패스트볼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양한 구질, 다양한 구속의 투심, 싱커를 던질 수 있게 되었고 커터도 90% 이상 완성했다. 포심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구속이 향상된 상태.

기석의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9. 스포츠 과학




잠실 집으로 돌아온 기석은 짐을 풀다가 외장 하드에 붙어있는 메모를 발견했다.


[오빠, 외장 하드에 오키나와 캠프 피칭 영상 들어 있어요. 푹 쉬시고 내일 봬요.]


캠프 때 캠코더 들고 다니며 계속 촬영해 대던 민아였고, 기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도 두지 않았다.

세밀히 따지고 들면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투구 폼은 더 손볼 것이 없다 자신하던 그였으니.


기석은 그래도 민아의 성의를 생각해 대형 TV에 연결해 봤다.

편집해서 구위가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를 비교한 것이고 얼른 봐도 투구 폼에 차이가 있었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자세가 불안해지면서 상체가 일찍 열렸다.

그런다고 빨리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SF 시절 버릇이 나온 듯했다.

WIA 4번 최용한에게 주자 1, 3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 맞은 것도 그래서였다.

셋 포지션에서의 피칭을 충분히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고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1루 주자를 의식한 건지 슬라이드 스텝 시작부터 왼 어깨가 틀어지면서 포스팅 포지션(Posting Position)도 좋지 않았다.

이어 스트라이드 하며 상체가 일찍 열리고 중심 이동, 스트라이드 풋 포지션도 좋지 않았다.

당연히 코크 포지션(Cocked Position), 릴리스(Release) 또한 구위가 좋았을 때와 달랐다.

불안한 투구 폼으론 좋은 공을 던질 수 없고, 아직 셋 포지션에서의 투구 스킬, 마음가짐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또 싱커를 던질 때는 암 코킹(Arm Cocking), 익스터널 로테이션(External Rotation) 때부터 팔꿈치가 내려가고 릴리스 포인트가 낮았다.

이 또한 SF 시절, 오버핸드 스로 할 때의 습관이었다.

그땐 저렴한 투수였지만 지금은 아니고, 그런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다른 구단 전력분석팀에서 싱커 투구 폼을 캐치할 수 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옛 버릇을 버리는 게 관건이었다.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심리적 문제이고, 같은 동작, 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던져야 타자들의 예측 타격을 막을 수 있다.


피칭 영상 뒤엔 포스팅 포지션 때 어깨, 풋 피벗(Foot Pivot) 각도를 비교 분석한 사진이 있었다.

어깨 각도에 따라 풋 피벗 각도가 달라졌고 시작이 나쁘면 끝도 나빴다.

또 싱커를 던질 때 맥시멈 익스터널 로테이션, 릴리스 포인트를 분석한 사진도 있었고.

다른 구종을 던질 때보다 로테이션 폭이 줄어들며 릴리스 포인트도 낮았다. 그러니 싱킹 패스트볼을 던질 수 없었던 거고.


오키나와 캠프 당시 열 번에 한 번 정도 싱킹 패스트볼이 들어갔다.

그땐 정확히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같은 투구 폼, 같은 릴리스 포인트였다.

기본이 되면서도 매우 중요한 걸 일깨워준 민아고, 기석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는 걸 알았다.

보통 공부를 잘하면 운동 쪽으론 둔한 법인데 민아는 그렇지 않았고 스포츠 과학 전공자다웠다.


***


다음 날 아침, 기석은 타워빌 피트니스 센터에서 민아를 만나 10세트 크로스 핏, 요가, 필라테스하고 한강 공원에 나가 달리기.

사람들이 알아보고 소리쳐 댔다.


“IG 광고 모델, 페이스 샷 김기석이다.”

“여자 친군가 봐. 완전 미인이네.”


기석은 아직 보진 못했지만, 전에 찍은 CF가 나가고 있다는 건 알았고, 자전거 타고 따르는 민아는 콧구멍이 빵빵해져 있었다.

기석은 어떤 말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궁금했다.

여자친구, 미인?

둘 중 하나거나 둘 다 일 수도 있고.


그리고 함께 점심.

오늘은 훈련이 없는 휴식일이고, 기석은 이제 장비 일습, 공 한 박스 차에 싣고 감악산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공 던지러 IG 2군 구장에 가도 되지만 가는 길에 인천으로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3월 중순이 인천 아파트 전세 만기일이고 그전에 가서 남은 짐을 챙겨와야 했다.


“난 오후에 인천 아파트 가구 처분하고 남은 짐 챙겨 와야 하거든. 그러고 감악산 가서 공 좀 던질 거고. 민아는 볼일 봐.”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


기석은 내심 함께 가고 싶었지만, 민아에게 미안해서 그래 본 거였다.


“일없으면 그러든지. 그리고 어제 오키나와 피칭 영상 보고 많이 반성했다. SF 때 버릇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야. 민아가 지적한 부분 명심해서 나쁜 버릇 고칠게.”


영상을 본 건지 안 본 건지 궁금했던 민아의 안색이 환해졌다.


“보셨네요.”

“그런데 피칭 이론은 어떻게 배운 거야? 완전 전문가던데.”

“LA 있을 때 야구장에 같이 가던 기숙사 친구 아빠가 MLB 투수 출신이고 LA 에인절스 스카우터였거든요. 걔 아빠한테 피칭 이론 많이 들었어요. 또 피칭 이론 서적 보고 피칭 아카데미 홈페이지 들어가 유료 회원 등록하고 공부도 좀 했고요.”


피칭 아카데미 사이트는 기석도 가끔 들어갔다.

무료 영상만 대충 보고 영어를 못 알아들어 회원 등록 방법도 몰랐다.

영어 능력자인 민아는 회원 가입하고 제대로 흡수한 듯했다.


“그래서 보는 관점이 달랐구나.”

“스포츠 과학 전공이잖아요. 그래도 잘은 몰라요.”


민아가 멋쩍게 웃고 기석은 내친김에 가정사도 캐봤다.

1남 1녀.

본가는 용인.

홀어머니에 오빠가 하나, 아버지는 병상에 있다가 돌아가셨다 했다.

민아는 IG 타워빌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원룸에 산다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기석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민아가 대단한 집안 딸은 아닌 것 같아 내심 안도했다.


***


인천 문학 구장 근처 자리한 기석의 18평 아파트.

쇼핑과 무관한 삶을 살다 보니 미니멀 라이프고 가구, 전자제품도 별로 없었다.

중고 업자 불러 처분하고 옷가지, 부모님 유품 챙겨 감악산으로 향했다.


감악산에 도착한 기석은 먼저 법륜사에 들러 부모님 위패에 인사했다.

겨울에 왔을 때는 실업자였지만 이젠 고액 연봉자고 뿌듯했다.

가족관계를 밝히지 않은 기석이었지만, 민아는 눈치를 챈 건지 향을 사르고 단아한 자태로 절까지 올렸다.

그리고 첫눈 오던 날, 마의 사내와 조우했던 곳으로 갔다.

변발 무사들이 피를 뿌리고 고혼이 됐던 눈밭은 삼면에 수림이 우거져 있고 이름 모를 들풀이 가득했다.

오래전 섬뜩한 사건의 현장인 게 분명했지만, 기석에겐 힘이 솟는 공간이었다.

민아가 기지개를 켜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긴 유독 포근해 보여요. 뭔가 좋은 기운이 뿜어지는 것 같고.”


기석은 민아와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곳에 온 건 민아의 말대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였다.

마의 사내, 전생의 자신일 수도 있는 그가 뿜어내는 좋은 기운.

기석은 마의 사내가 서 있었던 곳에 자리하며 다짐했다.

그는 돌로 적들의 머리, 얼굴을 때렸지만, 자신은 타자들이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언터쳐블 투수가 될 거라고.


***


내려오는 길에 민아가 물었다.


“오빠, 아까 거긴 왜 간 거예요?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 같던데.”


기석이 싱긋 웃었다.


“맞춰봐.”


민아가 눈을 반짝이다 입을 열었다.


“혹시 오빠가 지난겨울에 결의를 다진 곳?”

“응, 거기서 각오를 다지고 내려가 캠프 차렸던 거야.”

“그럼 다음 코스는 그 캠프지, 전원주택이겠네요?”

“그래, 맞아. 사실 그 집터에서 내가 태어났고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살았어.”


눈이 동그래진 민아.


“그랬구나. 감악산, 또 고향 집이랑 오빠 기운이 잘 맞나 봐요.”

“이제 말 편하게 해. 그래야 더 친해지지.”


민아가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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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706 4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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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4. 리벤지 +21 18.07.08 16,247 512 10쪽
33 13. 끝판 왕 +16 18.07.07 16,835 491 10쪽
32 13. 끝판 왕 +25 18.07.06 17,036 4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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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7,894 475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320 504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042 544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188 523 9쪽
26 11. 전가의 보도 +14 18.06.30 19,848 510 10쪽
25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1 18.06.29 19,996 534 10쪽
24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3 18.06.28 20,011 495 9쪽
23 9. 스포츠 과학 +16 18.06.27 19,589 505 9쪽
» 9. 스포츠 과학 +12 18.06.26 20,338 516 9쪽
21 8. 오키나와 캠프 +11 18.06.25 20,962 525 10쪽
20 8. 오키나와 캠프 +16 18.06.24 21,432 47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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