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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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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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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 스포츠 과학

DUMMY

***


집주인 내외가 열렬히 환영했다.

기석은 공 박스 내려놓고 일단 스트레칭, 그리고 웜업 엑스사이즈.

민아도 따라 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기석은 즐겁게 마쳤다.

다음 과정은 섀도 피칭.

30여 번의 섀도 피칭을 마친 기석은 가방에서 레이더 건을 꺼내 민아에게 건넸다.


“그물망 뒤에서 구속 좀 봐줘.”

“네.”

“존대하지 마라니까. 계속 그러면 나도 꼬박꼬박 존댓말 할 거야. 응, 오빠 해봐.”


민아가 쭈뼛대다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응, 오빠.”


기석은 살짝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민아 같이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동생 생겨 기분 최고다.”


콧구멍이 빵빵해지는 민아, 입꼬리까지 하늘로 향했다.

기석이 마운드를 밟고 민아가 달려가 그물망 뒤편에 자리했다.

투심 그립에 같은 투구 폼, 같은 릴리스 포인트로 싱킹 패스트볼을 익히는 거였고 피칭이 시작되었다.

바로 제대로 된 궤적의 싱킹 패스트볼이 들어가고 민아가 소리쳤다.


“오빠, 148.”


감악산이고 마의 사내의 기를 받아서인지 시작부터 투심 구속에 가깝게 들어갔고 기석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살짝 그립을 바꿔 다시 싱킹 패스트볼.

이번엔 횡으론 투심 궤적과 비슷했지만, 낙폭은 싱커에 가까웠고 민아가 깡충 뛰며 좋아했다.


“150 찍었어.”


20개를 더 던진 기석은 확실히 감을 잡았다.

구속은 147~151. 투심과 구속 차이가 없었고 실밥을 긁는 정도, 손목 회전에 따라 구질이 달라지고 투심인지 싱킹 패스트볼인지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커터, 투심, 파워 커브, 포심까지 섞어 정확히 35개를 던진 기석은 글러브를 벗었다.

포심 최고 구속은 154, 커터, 투심은 152.

커터가 위력적이어서 슬라이더는 안 던져도 될 것 같고, 투심, 싱커에 파워 커브, 포심까지 더하면 진짜 언터쳐블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떠나기 전 기석이 사례하려는데 주인 남자가 손사래 쳐댔다.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그런데 다음에 오시면 제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제주도에 내려가서 가업을 이어야 해서 부동산에 집을 내놨거든요.”


기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좋은 기운이 넘쳐나는 곳인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이 캠프를 못 쓰게 된다면?

기석의 표정을 살핀 민아가 물었다.


“얼마에 내놓으셨는데요?”

“급해서 싸게 내놨어요. 1층 24평 2층 12평, 대지 480평, 2억에요. 그런데 어제 부동산에서 1억 8천 이야기해서 지금 고민 중이에요. 작년에 정원 꾸미는 데만 800만 원 들였는데 그렇게라도 팔아야 하는지 더 기다려봐야 하는지.”

“아저씨, 잠깐만요.”


민아가 그러고는 기석의 손을 잡고 구석으로 갔다.


“오빠, 1억 9천이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빠가 사는 게 어때?”


기석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그냥 2억에 샀으면 싶어.”


민아가 멋쩍게 웃었다.


“흥정 안 하고 싶은 거지?”

“응, 그동안 잘 관리해준 집 주인아저씨 손해 보게 하고 싶지 않아.”


민아가 그윽한 눈으로 바라봤다.


“오빤 선한 사람이야. 그래서 복이 따르나 봐.”


자신이 선하다 생각한 적은 없는 기석이었지만 민아의 평가가 마음에 들었다.


***


계약하고 다음날 바로 명의 이전을 했다.

후한 값을 받은 집주인은 작년에 새로 들였다는 가구, 가전제품, 주방용품까지 남겨 놓은 채 바로 이사 나가고 기석은 부모님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고향 집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내일부터 2주 동안 시범 경기가 시작되지만, IG 비밀 병기로 분류된 기석은 명단에 빠져 있었다.

원래는 2군 구장에서 훈련할 계획이었지만 감악산에서 개인 훈련하는 걸로 코칭 스탭에 이야기한 상태였다.

민아는 기석의 전담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집에서 출퇴근하며 기석의 훈련을 돕기로 했고 프런트, 코치진은 흔쾌히 수락했다.

매일 70km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민아고, 기석은 그녀에게 미안했다.


기석은 스트레칭, 산악구보로 아침 운동을 시작하고 방출되고 했던 종합 훈련 세트를 반복해서 했다.

그리고 민아가 도착하는 10시 이후엔 웜업에 이어 섀도 피칭하고 점심.

오후에 두 번째 종합 훈련 세트를 마치고 롱 토스로 어깨를 푼 후 마운드에 올라 그물망 피칭을 했다.

공 하나를 실수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각오와 결기로 35개를 던졌다.

민아는 구속을 측정하며 촬영하고 끝난 후 함께 영상 분석.

기석의 셋 포지션 피칭 영상을 모아 시간을 잰 민아가 시계를 들이밀었다.


“오빠, 이것 봐.”


스트레치 해서 그물망에 공이 박히기까지 찍힌 시간은 1.32~1.38초.

그 정도면 됐지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는 기석이었다.

기석은 눈만 껌벅이고, 민아가 피칭 아카데미 스트레치 피칭 과정을 찾아 번역해서 보여줬다.


‘편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고 탄력 있는 스트레치여야 하고, 도루를 막으려면 포수의 미트에 공이 들어가는 시간이 1.3초 미만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국내에선 1.4초라도 괜찮은 수준이고 나름 괜찮은 셋 포지션 피칭을 한다 생각한 기석은 머쓱해졌다.

투수판을 차고 나가기 직전 힘을 모으기 위해 약간의 정지 동작을 두는 게 문제였다.

그 동작으로 구위를 좋게 하고 어느 정도 타자 타이밍은 뺏을 수 있겠지만, 도루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


민아는 바이오 머캐닉스(Biomechanics) 피칭 이론으로 힘의 효율적 이용을 강조했다. 그래야 부상을 막을 수 있고 롱런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서 피칭 아카데미의 스트레치 피칭 영상을 보여줬다.


Pitching Stretch Mechanics.


서문을 요약하면 이렇게 되어 있었다.

스트레치 피칭은 와인드업하는 것보다 투수판을 정확히 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용어도 다양하고 미국에서도 정확히 가르치는 코치가 드물다나.

AAA에 있다가 한국 온 투수 중에도 슬라이드 스텝을 익힌 적 없는 선수가 있었으니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동작이 큰 순서대로 해서 레그 리프트(Leg Lift) 모션.

빅 레그 킥이라고도 하고, 무릎을 와인드업할 때와 비슷하게 90도 이상 세워 던지는 거고 동작이 큰 만큼 발 빠른 선수가 1루에 있을 땐 사용하기 어렵다.

좌투수라면 주자를 묶어 놓은 다음 쓸 수 있고 우투수는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던지는 게 좋다고.


그다음이 뒤꿈치를 중심축 무릎 아래 정도 높이로 들었다가 던지는 힐킥(Heel Kick) 모션.

유연성과 탄력만 갖추면 레그 리프트 못지않은 구속으로 던질 수 있고 중남미, 흑인 투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피칭이었다.


그리고 발은 높이 들지 않은 채 무릎을 중심축 무릎 가까이 붙인 다음 던지는 니 투 니(Knee to Knee) 모션.

이건 기석도 비슷하게는 사용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한국에서 슬라이드 스텝이라 하는 노 레그 킥.

이건 중심이동이 완벽해야 해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 중심이동, 하체 이용이 제대로 안 되면 부상당할 위험도 많고.


기석은 확실히 알았다.

군더더기 없는 마의 사내의 동작이 바로 스트레치 피칭이었다.

마의 사내의 동작을 떠올리고, 민아의 조언에 따라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며 피칭 폼을 만들어 갔다.

민아는 직접 프로그래밍한 ‘피칭 운동 역학 분석’ 데이터에 따라 무리한 동작들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


“오빠, 스트라이드 풋 포지션에서 암 코킹을 봐. 발이 땅에 닿을 때 하박(下膊 Forearm)이 어깨높이 보다 올라가 있잖아.”

“그러네.”


해부학 용어를 동원하고 암 코킹 각도까지 들이미는데 기석은 반박할 수 없었다.


“하박이 수평을 이루지 않고 올라가게 되면 어깨를 회전하는 피칭이 아니라 팔을 돌리는 피칭이 돼서 어깨, 팔꿈치에 무리가 와, 오빠. 롱런하는 투수들은 풋 컨택 시 상박, 팔꿈치가 어깨높이, 수평선과 일치하거든. 오빠, 부상당하면 안 되잖아.”


그러고는 롱 런한 투수들의 암 코킹 각도를 보여주는 민아. 말한 그대로였다.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더 빠른 공,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싶은 게 투수 마음이고 기석도 그랬다.

그래도 부상 안 당하는 게 더 중요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욕심 안 부릴게.”


기석은 민아의 이론을 믿었다.

그래서 그녀가 제시하는 무결점 피칭 모션을 반복 또 반복해서 익혔다.

효과가 컸다.

피칭을 마친 뒤 피로도 덜 하고 피칭 시간도 단축되고, 기본자세가 만들어지자 다양한 스트레치, 슬라이드 스텝 스킬까지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


무사의 투혼과 스포츠 과학의 만남, 기석과 민아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기석은 민아의 피칭 운동 역학 분석 프로그램과 생체 역학 이론이 부상 위험을 낮추면서 피칭 효율을 높인다고 확실히 믿게 되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작가의말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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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55 453 10쪽
35 14. 리벤지 +11 18.07.09 15,860 492 10쪽
34 14. 리벤지 +21 18.07.08 16,395 5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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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9 48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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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8,029 479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445 506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7 5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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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1 18.06.29 20,115 538 10쪽
24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3 18.06.28 20,136 498 9쪽
» 9. 스포츠 과학 +16 18.06.27 19,719 508 9쪽
22 9. 스포츠 과학 +12 18.06.26 20,464 521 9쪽
21 8. 오키나와 캠프 +11 18.06.25 21,092 5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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