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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파이널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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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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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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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6.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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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글자
10쪽

11. 전가의 보도

DUMMY

-구속 155의 포심. 오늘 김기석의 최고 구속, 자신의 역대 최고 구속이기도 합니다. 최고 구속은 더 늘어나겠죠?

-물론이죠. 구속, 구위도 좋지만, 매우 공격적인 피칭을 하잖아요. 볼 카운트 여유가 있는데도 유인구가 아닌 정면 승부를 했어요.

-그것도 몸쪽 꽉 찬 155의 포심으로요. 낮은 싱커를 던지지 않나 싶었는데.

-저도 이번엔 싱커를 생각했거든요. 몸쪽 포심이어서 체감 구속은 더 높죠. 인제 보니 2구를 속도 죽인 바깥쪽 투심을 던진 건 위닝샷으로 몸쪽 빠른 공을 던지겠다는 전략이었네요. 그럼 더 빨라 보이고 대처하기 어려워지거든요. 수 싸움에서 김기석이 이겼습니다.


다음 타자는 4번, MLB 진출했다가 복귀한 홈런왕 박명후. 2012~2015, 4년 연속해서 타점, 홈런왕이었다.

오늘도 홈런 하나 2루타 하나, 타격 감각이 좋다.

애리조나 캠프 연습 경기 때는 커터, 커터, 포심으로 3구 삼진 잡았지만, 실투가 들어가면 대포를 맞을 수 있는 강타자.


기석은 초구로 뭘 선보일까 생각하다가 직접 사인 내고 새로 장만한 싱킹 패스트볼을 던졌다.

바깥쪽 코스.

포심으로 생각한 건지 힘차게 배트를 돌리는 박명후.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떨어져 내리고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구속 152의 싱킹 패스트볼. 엄청난 공인데요?

-바깥쪽 낮게 들어와서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코스였어요. 제구만 되면 저 코스 공략하는 게 좋습니다. 쳐내기도 어렵고 장타 나오기도 어려운 코스에요.

-제구력의 마술사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매덕스보다 못할 게 없어요.


2구, 기석은 반대 궤적의 커터를 준비했다.

그런데 릴리스 순간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한가운데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공.

박명후는 기다렸다는 듯 쳐올렸다.

딱!

맑은소리와 함께 타구가 1루 선상으로 쭉쭉 뻗어 갔다.

홈런왕, MLB 출신답게 타격 스킬이 대단하고 기석이 마음 졸이며 바라봤다.

다행히 살짝 휘며 파울.

기석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배팅 타이밍이 조금만 더 빨랐거나 2~3미터만 안쪽으로 들어왔어도 페어가 되면서 2루타가 될 뻔했다.


-147의 커터. 조금 밀리며 파울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밖으로 빠지고 낮은 볼이었는데 배트가 나갔어요.

-포심이라면 당연히 스트라이크고, 투심이라면 안으로 살짝 감기는 스트라이크고, 박명후로서는 안 칠 수가 없었죠. 하지만 파울이 될 가능성이 많았고요.

-홈 플레이트 앞에서 궤적을 바꾸며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구질을 지닌 김기석이고 타자로서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이제 각 구단 전력 분석팀에서 김기석의 투구 폼, 릴리스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겠지만, 그래도 알고도 치기 어려워요. 오늘 컨디션이 유지된다면 언터쳐블입니다.


3구, 밖으로 빠져 앉으며 낮은 싱커를 주문하는 포수 장상운.

박병후가 초구에 약점을 보인 코스고 기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차게 던졌다.

박명후가 풀 스윙을 했지만, 살짝 안으로 감기며 낮게 떨어지는 싱킹 패스트볼.

배트는 허공을 가르고 3구 삼진.

빠지고 낮은 볼인데 헛스윙해 줘서 기석으로선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이번엔 149. 투심인가요?

-정확한 구분이 어렵네요. 매덕스와 같은 계열의 투심, 싱커를 던지는데 구속은 더 높죠. 투심, 싱킹 패스트볼, 뭐라 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8회 말부터 세 타자 연속 3구 삼진. 진기록이 나오겠는데요?

-어쩌면 김기석이 한국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의 새역사를 쓸 것 같습니다.

-방출되고 불과 서너 달 만에 엄청난 변신을 한 김기석 투수.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 남았습니다.


5번 김해산.

기석은 애리조나 캠프 때 커터를 던져 내야 땅볼로 잡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초구, 같은 공을 던졌다.

한가운데서 바깥쪽으로 휘는 빠른 공.

커터인 걸 눈치챈 건지 팔을 쭉 뻗으며 힘차게 배트를 돌리는 김해산.

배트 밑동에 맞고 원 바운드 되어 기석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타구.

구속 151의 커터였다.

기석이 여유 있게 1루로 던지고 김해산은 뛰는 시늉만 했다.

기석은 투구 수를 줄여 흐뭇했다.


-경기 끝납니다. 1⅓이닝 3K, 공 10개로 네 타자를 잡고 세이브 올리는 김기석. IG의 수호신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⅓이닝에 10개면 너무 적게 던졌어요.


껑충 뛰며 격하게 기뻐하는 포수 장상운.

하이파이브를 세 번이나 하고 기석을 얼싸안고 등을 토닥여댔다.

기석은 SF 때 구박만 하던 그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프로는 역시 실력이 있어야 대접받는다는 걸 절감했다.

응원 와준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흔드는 걸로 인사하고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선수들과 코칭 스탭의 격한 축하에 뿌듯했다.

유상진 감독이 기석의 어깨를 탁탁 치며 소리쳤다.


“구속도 늘고 구질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네. 기석이 넌 개인 훈련 체질인 모양이다. 시즌 중이라도 개인 훈련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해.”


선수, 코치들이 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는 그.

선수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민아는 눈웃음치며 소리 없는 물개 박수를 쳐댔다.


***


기석은 경기가 끝나고 전력분석팀 직원이 아닌 민아에게 오늘 피칭 자료를 받았다.


“내가 나름 분석해 봤는데 완벽했어, 오빠. 내일도 오늘처럼. 파이팅!”

“수고 많았다. 그러다 너 전력분석팀으로 가는 거 아니야?”


민아가 깔깔거렸다.


“전력분석팀에서 받아줄 리가 없잖아. 컨디션 관리 잘하고 내일 BP 타임 때 봐.”


기석은 가는 길에 같이 뭐라도 먹고, 내일 아침 타워빌 피트니에서 함께 운동할 계획이었는데 뜻밖의 말을 하는 민아.


“바로 가려고?”

“응, 내일이 엄마 생일이어서 용인 내려가야 해서. 노인네 섭섭 안 하게 아침이라도 좀 차려 드리고 와야지.”

“어머니 생신이면 나한테 이야기했었어야지.”


열일 하는 민아에게 해 준 게 없는 기석이고, 지갑에서 30만 원을 꺼내 건넸다.


“이걸로 선물 사드려.”

“벌써 샀는데?”

“그래도 받아. 네 돈 굳고 좋잖아.”


민아가 잠시 망설이다 받았다.


“엄마 카디건이랑 발 편한 신발 하나 샀는데 오빠가 사줬다 해야겠다. 그래도 돼?”

“네 맘대로 해.”

“그럼 내일 봐, 오빠. 엄마 일찍 주무셔서 서둘러야 해.”

“응, 조심해서 가.”


기석이 손 흔들어 봤지만, 뒤도 안 보고 달려가는 민아.

기석은 늘 혼자이긴 했지만, 오늘처럼 의미 있는 날, 민아와 함께 못해 섭섭했다.




11. 전가의 보도




기석은 집에서 피칭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며 투구 폼, 구질을 분석했다.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5점.

5점을 뺀 건 10개 중 하나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였다.

바로 박명후를 상대로 던진 2구 커터 무브먼트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파울이 되었고 배팅 타이밍이 조금만 빨랐다면 2루타가 될 수도 있었다.

공을 던지는 순간 집중하지 못하고 잡생각이 든 것 같았다.

정확하게는 스트라이드 순간 어퍼 스윙하려는 박명후를 보고 불안감이 밀려들었고, 그래서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된 거였다.

그건 아직 자신에 대한 믿음, 배짱이 부족하다는 거고 이미지 트레이닝, 섀도 피칭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리고 피트니스 센터 가려는데 휴대폰이 진동해 댔다. 민아였다.


“응.”

-오빠, 아직 안 잤구나.

“응, 잠들었으면 못 받았지.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어서 자라고 전화했어. 푹 자야 컨디션 유지하지.

“이제 잘 거야.”

-그리고 엄마한테 오빠가 사 준 거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노인네 엄청 좋아하더라. TV에 나오는 CF 스타한테 선물 받았다고.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미적 감각도 탁월하다나 어쨌다나. 오빠, 고마워. 오빠 덕분에 엄마가 기뻐해서.


전에 H는 30만 원짜리 은팔찌 사줬는데 내던지고, 민아는 30만 원에 기뻐하며 고맙다 하고.

기석은 돈을 가치 있는 곳에 썼다 생각하니 뿌듯했다.


“네가 해준 것에 1%도 안 되는데 뭘 그래. 네 덕분에 열심히 야구 할 수 있는 건데.”

-그렇게 생각해 주면 더 고맙고. 아! 간질간질한 말 들었더니 졸린다. 자야겠다. 오빠, 내일 봐. 바로 자고.

“그래, 빨리 자.”

-응. 오빠 잘자.


‘간질간질 = 꽁냥꽁냥?’

통화를 마친 기석은 나름 어휘 정리를 한 뒤 흐뭇한 마음으로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


다음 날, 이젠과의 2차전.

시작부터 기세를 올리는 IG고 1회 초 2점.

하지만 바로 1회 말, 대포를 쏘며 바짝 따라붙는 이젠.

초반에 흔들리던 양 팀 외국인 투수들은 150을 넘나드는 피칭을 하며 제 페이스를 찾았다.

2 : 1, 살얼음판 걷는 듯한 경기가 5회까지 이어졌다.


6회 초, 1점을 추가하는 IG.

3 : 1, 쉽게 가나 했더니 6회 말, 이젠 7번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3 : 2.

외국인 2선발의 투구 수가 97개고 어차피 강판해야 했다.

좌안 사이드암 롱 릴리프가 올라갔다.

아웃 카운트 하나 잡아 놓고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다시 연속 볼넷으로 주자 1, 2루.


다음 타자는 안타 제조기 2번 이종호고 이어 3, 4, 5 대포 타선으로 이어지는데 장타가 터지면 여기서 끝장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불펜진 중 누가 나가도 불안하고 기석은 갈등했다.

앉아서 세이브 기회를 기다리느냐, 자진 등판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야 하는지.

상금 5억, 또 타워빌에 CF 수입까지 안겨준 IG고 암만 생각해도 팀을 위해 나서야 할 시점이었다.

기석이 글러브를 챙기고 일어났다.


“제가 나갈게요.”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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