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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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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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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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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가의 보도

DUMMY

-투심이라 해도 좋을 구속 152의 싱킹 패스트볼을 건드려 봤습니다만, 배트 손잡이 부근에 맞았군요.

-거의 일정한 투구 폼에 같은 릴리스 포인트, 또 좌우, 상하로 변하는 구질이어서 타자들이 제대로 타격을 할 수 없어요.

-박명후는 포심으로 생각하고 배트가 나간 것 같죠?

-좋은 투심, 커터가 있는데 굳이 포심 던질 이유가 없겠는데요. KBO에도 150킬로대 던지는 투수가 많다 보니 이제 타자들이 포심은 꽤 잘 치거든요.

-6회 이종호의 병살타까지 포함해서 커터, 투심, 투심, 싱커. 공 네 개로 아웃 카운트 넷 잡는 김기석이고, 이젠으로서는 대책이 없네요. 김기석이 지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고요.

-기다려 봐야 볼 카운트만 불리해지니 초구부터 배트를 낼 수밖에 없는데 타구는 내야를 벗어날 수 없고, 노 히트가 이어지고 있네요.


5번 김해산.

기석은 초구로 그동안 김해산에겐 던지지 않았던 몸쪽 투심을 던졌다.

가운데서 몸쪽으로 휘는 공에 배트가 빠르게 돌았다.

하지만 배트 손잡이에 맞고 배트가 부러지면서 유격수 정면으로 바운드 되는 타구.

유격수가 여유 있게 잡아 1루로 송구. 아웃 되었다.


-또 배트가 부러집니다. 배트 킬러 김기석의 투심, 커터, 싱커를 공략할 비법이 있을까요?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변하는 궤적이면서 빠르기까지 한 공은 메이저리그 타자라 해도 제대로 타격할 수 없어요. 투구 폼에서 차이가 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궤적이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분석이 쉽지 않을 겁니다.

-전력분석팀에서 영상 분석 열심히 해야겠네요.


5개를 던져 아웃 카운트 5개를 잡은 기석은 발걸음, 어깨가 가벼웠다.

그래도 경기가 끝날 때까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고 담담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방긋 웃으며 엄지를 세우는 민아.


“멋졌어, 오빠.”


기석은 피로가 한방에 사라지는 듯했는데 강창식 투수 코치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탁 쳤다.


“수고했다. 감독님 오더야. 푹 쉬어.”


그러고는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는 강창식.

기석은 황당했다.

유상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감독님, 저 다섯 개밖에 안 던졌는데 8회도 계속 던지게 해 주세요.”

“투구 수 몇 개가 문제가 아니라 중심타선 처리했잖아. 그럼 더 던질 필요 없어. 날도 차가운데 어깨 식었다가 더워졌다 하면 안 좋아.”

“하위 타선에서 터질지도 모르잖아요.”


유상진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런 일 없을 거야. 넌 네 역할 충분히 했다. 야구를 오늘만 할 것도 아니잖아. 가을까지 달려가는 장기 레이스야. 불펜 믿고 우리 타자들 믿어. 봐라, 오늘 우리 큰 점수 차로 이긴다.”


기석은 야속했지만 물러섰다.


“예, 감독님.”


***


8회 초, 불펜을 총 가동하는 이젠이지만, IG 타자들이 폭발했다.

타자 일순하며 대거 5득점.

웃고 즐기는 새 8 : 2가 되고 기석은 유상진 감독이 선견지명이 있었나 싶었다.

8, 9회는 한민우, 정시헌이 차례로 올라가 1실점만 하고 8 : 3, IG의 승리.

경기가 끝나고 투수 코치 강창식이 환한 얼굴로 기석의 어깨를 토닥여댔다.


“수고 많았다. 내일은 2시 경기니까 일찍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일은 너, 등판 안 할 거니까 일찍 나올 필요 없다.”


기석은 깜짝 놀랐다.


“예?”


분업이 철저하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3연속 등판을 하기도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강창식이 미소를 걸고 말했다.


“아직 날씨도 쌀쌀하고 3연속 등판은 무리야. 감독님이 패하더라도 에이스는 보호해야 한다는데 내가 어쩌겠어? 또 아직 등판 못한 불펜도 많잖아. 1시에 나와. 더 늦게 와도 되고.”

“···예.”


기석은 내심 내일도 던지고 싶었지만 1군 엔트리 27명 중 투수가 13명이나 되고 다른 불펜 투수도 등판 기회가 있어야 하니 토를 달지 않았다.


***


선수단 버스를 타고 잠실에 내린 기석.

다른 버스에서 내린 민아가 달려왔다.


“내일은 2시 경기니까 오늘은 야간 운동하지 말고 센터 가서 스포츠 마사지만 받고 일찍 자, 오빠.”

“마사지는 됐고, 그냥 요가랑 피트니스 하면서 근육 푸는 게 나아. 그리고 강 코치님이 내일 1시까지 오래.”


민아가 환하게 웃었다.


“아까 들었어. 오빤 완전 특별 대우받네. 내일은 등판 안 하는 거지?”

“그래도 봐서 위기 상황이면 나가려고.”

“안 돼, 오빠. 아직 날도 찬데 3 연투는 말이 안 되지. 그럼 피로가 쌓여 멀리 보면 독이 되는 거야.”


기석이 민아의 어깨를 탁탁 쳤다.


“괜찮아, 매일 35개는 던지는 게 루틴인데 오늘 5개밖에 안 던졌어.”

“불펜 투구랑 경기에서 던지는 건 근육 피로도가 다르지.”

“다를 것도 없어. 연습은 실전같이, 실전은 연습처럼. 그게 내 방식이잖아.”


민아가 팔짱을 끼고 째려봤다.


“오빠도 고집 세네.”


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민아가 까르르 웃었다.


“시원하게 시인하니 할 말이 없네. 어쨌건 3 연투는 안 돼. 집에 가서 피칭 영상 봐봐. 오늘 오빠가 얼마나 힘차게 던졌는지. 공에 정말 혼을 실어 던지는 것 같았다니까.”


민아도 고집이 있었다.

기석은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침묵했다. 자신을 위해 그러는 민아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서.


**


기석은 민아와 근처 곰탕 전문집에 들어갔다.

그를 알아본 종업원, 손님들이 환호하며 손뼉 쳐 댔다.


“경기 잘 봤어요.”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고, 기석은 꼬리곰탕, 꼬리찜을 먹으며 감회에 젖었다.

꼬리찜은 비싸 일 년에 한두 번 먹었고, 곰탕은 어머니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해주곤 하던 것이었다.

삼탕까지 우려냈지만, 어머니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제는 꼬리곰탕 정도는 매일 먹어도 될 만큼 부자가 됐지만, 이 세상엔 어머니가 없고.

세상에 혼잔데 돈 많이 받으면 뭐하나 생각하니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민아가 얼굴 가득 애잔함을 담아 말했다.


“오빠, 곰탕에 사연이 있구나.”


기석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나 먹으라고 어머니는 손도 안 댔거든. 억지로라도 드시게 할걸. 지금도 마음이 안 좋네.”


민아는 입을 삐죽이며 눈시울이 젖어가더니 두 줄기 눈물이 쏟아지고 맑은 콧물까지 흘려댔다.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보다는 함께 슬퍼해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진실이라 믿는 기석.

진정한 친구 민아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이미 민아가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계산한 상태였다.

그리고 식당 주인에게 말해 4리터 플라스틱 박스에 꼬리곰탕까지 포장해 놓은 상태.

기석이 눈을 부라렸다.


“왜 네가 계산해?”

“오빠가 엄마 생일 선물 사줬잖아. 그래서 답례하는 거야. 아침 밖에서 먹지 말고 집에서 곰국 먹으라고.”


돈을 주려 했지만, 끝까지 거절하는 그녀고 기석은 처음 겪는 일에 당황스러웠다.

여태 여자들에게 주기만 했지 받은 게 없었는데 민아는 달랐다.


***


피트니스에서 함께 운동하고 민아는 그냥 가려 했지만, 기석이 따라붙었다.

민아가 등을 떠밀었다.


“들어가 오빠. 내일 2시 경긴데 일찍 자야지.”

“1시까지 가면 된다니까. 집에 바래다줄게. 토요일 밤이잖아. 이 시간엔 술 먹은 개도 많은데 혼자 보내면 안심이 안 돼서 그래.”

“···혼자 가도 괜찮은데.”


그러면서도 콧구멍이 빵빵해지는 민아.

기분 좋다는 거다.

기석은 생각은 있었지만, 민아가 부담 가질까 봐 그동안 실행에 못 옮기다가 오늘은 용기를 낸 거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밤길을 걸었다.

무드가 좀 잡혀가려는데 기석의 휴대폰이 진동해 댔다.

발신자는 SF 시절 팀 선배 홍대남.

순진했던 기석을 밤 문화의 현장으로 이끌고, 연예계 쪽으로 친분이 많아 C급 연예인, 모델, 스튜어디스 등등을 소개해 주곤 했다.

Y, H도 그가 소개해 줬다.

야구보다는 여자에 더 관심이 많고 기석은 안 받으려다가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아 받았다.


“예, 형.”

-혼이 실린 특급 피칭 축하한다, 기석아.

“고마워요, 형. 형은 오늘 등판했어요?”

-7회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가 안타 처맞고 바로 기어들어왔지. 그래도 팀은 2연승 했고. 그건 그렇고 너, MTV 뷰티 프로그램 진행하는 모델 오하나 알지? 걔가 너 소개해 달라고 난린데 내일 9시쯤 약속 잡을까?


무심한 척하지만, 옆에서 귀를 쫑긋하고 있는 민아를 의식해 기석이 큰 소리로 대꾸했다.


“형, 저 이제 그쪽 동네 여자 안 만나요.”

-아, 맞다. 너 마르고 키 큰 애는 싫어하지. 그럼 모델 말고 아담하고 귀여운 연기자는 어때? 한송이라고 스물넷인데 주연급이고 걔도 네가 멋있다고 난리야. 전화하면 지금이라도 나올 건데.

“저 이제 여자 만나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형.”

-야, 분위기 전환도 해야 운동도 더 잘 되는 거야. 월요일에 경기도 없고 화요일은 잠실 홈 경기잖아. 이럴 때 놀아줘야지. 내일 밤엔 뭐할 거야? 소개팅 싫으면 같이 클럽 가자. 현지 조달하면 되잖아. 봄엔 헌팅이 더 삼박할 수 있지.

“됐고요, 내일 시간 없어요. 그리고 이제 밤 나들이도 안 할 거고요.”

-자식이 떴다고 이제 팀플레이 안 하겠다는 거네.

“팀플레이는 구장에서 하고 나중에 밥이나 같이 먹어요. 형도 이제 밤 나들이 끊고 운동 좀 열심히 하고요.”

-싫다, 인마.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거다. 자식이 가만히 생각하니 기분 나쁘네. 너, 이제 나 아는 척하지 마라.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기석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는 민아를 바라봤다.

민아가 생긋 웃었다.


“오빠 인기 많네.”

“인기는 무슨. SF 선밴데 헛소리하는 거야.”

“오하나, 한송이면 A급인데 오빠 좋아한다잖아.”

“들었어?”

“내가 귀가 밝은지 다 들리네.”

“그 형, 뻥튀기가 심해서 그러는 거야.”


기석은 민아가 들을 수 있게 전화 볼륨을 높여 놓았다. 숨기는 게 없는 사람이고 싶어서.


***


그새 민아가 사는 5층 원룸 빌딩 앞에 왔다.

한쪽으로 담쟁이넝쿨이 있고 아담하고 멋스러운 빌딩.


“여기 살아? 예쁜 건물이네.”

“사촌 언니랑 같이 살아. 그래서 초대도 못 하겠네. 들어갈게, 오빠. 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러고는 손 흔들고 총총히 사라지는 민아.

기석은 허탈했다.

라면 먹고 갈래는 아니더라도 들어가서 이온음료라도 한잔하는 그림을 기대했는데 원룸에 사촌 언니랑 같이 산다니.


***


일요일, 이젠과의 3연전 마지막 날.

오늘 등판 금지령을 받은 기석은 편안한 마음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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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4,082 428 9쪽
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53 4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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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5 48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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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8,025 479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443 506 9쪽
»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5 548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310 5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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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8. 오키나와 캠프 +11 18.06.25 21,087 5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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