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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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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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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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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 리벤지

DUMMY

무릎 아래 높이고 S 존에서 빠지는 듯 보여 기석은 배트를 내지 않았다.

구심이 제대로 봐 볼로 판정되었다.


IG 팬들이 초구 몸쪽 바짝 붙는 공을 던진 정우형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기석은 검지를 들어 입에 대고 팬들에게 야유를 멈춰달라 부탁했다.

정우형이 야유받을 이유가 없다. 원정 경기다 보니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거다.

초구 몸쪽 공은 기석 또한 기선제압 차원에서 자주 던지는 거고, 정우형은 스트라이크 던지려다 빠진 것일 뿐이었다.


-구속 143의 몸쪽 꽉 찬 포심. 조금 낮아 볼로 판정됩니다. IG 팬들이 난리네요. 몸쪽 위협적인 공이었는데 김기석은 미동도 없었어요.

-그러게요. 더구나 좌완인 정우형이 우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공은 여기서 봐도 겁나거든요. 김기석이 몸을 빼낼 만도 한데 침착하게 보기만 하네요. 여유 있게 팬들 야유까지 진정시켰어요.

-공 궤적을 정확히 읽은 걸까요?

-그렇겠죠. 선구안이 좋고 침착한 게 김기석도 강심장이에요. 강심장끼리의 대결입니다.

-신화 특급 마무리와 IG 특급 마무리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IG 벤치에서 강창식이 애타게 소리쳐 댔다.


“기석아, 배터 박스에서 좀 떨어져.”


기석은 조금 물러나는 시늉은 했지만 한 1cm 정도 움직였을 뿐이었다.

2구, 바깥쪽 공.

기석은 정우형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체인지업이라는 걸 알았다.

포심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가 배트가 나가면 공은 배트가 돌아간 뒤에 포수 미트에 들어간다.

배트를 돌려봐야 타이밍을 못 잡아 헛스윙할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그러니 당연히 배트를 안 냈다.

기석의 예상대로 홈플레이트 앞에서 낮게 떨어지는 공.

볼로 판정되었다.


-아! 구속 124의 체인지업에 배트가 안 나갑니다. 정우형이 어렵게 상대하네요. 7년을 넘게 방망이를 놓은 김기석인데 그냥 직구 승부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러죠?


해설 위원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정우형은 신화 타자들이 김기석의 유인구에 헛방망이질한 수모를 되돌려 주려 한 것 같습니다만, 김기석의 선구안이 매우 좋네요. 유인구가 안 통한다는 걸 알았으니 3구부터는 정면 승부 할 겁니다.


2B-0S.

정우형으로서는 이번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기석은 덤덤한 표정으로 배트를 곧추세웠다.

3구, 몸쪽 빠른 공이 날아왔다.

초구와 같은 비슷한 코스지만 살짝 구속이 떨어지는 공.

궤적이 환히 보이고 기석이 딱 치기 좋은 높이였다.

0.1초 안에 판단을 끝낸 기석이 스트라이드 하며 배트를 빠르게 돌렸다.

따악!

스윗 스팟에 맞고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타격음이 들렸다.


-아! 호쾌한 스윙.

-잘 맞았네요.


타구는 펜스를 향해 쭉쭉 뻗어 갔다.

IG 더그아웃에서 탄성이 터지고 IG 팬들의 환호에 잠실벌이 흔들리는 듯했다.

열심히 타구를 쫓아가던 좌익수가 펜스 가까이에서 멈췄다.

타구는 펜스를 맞고 튀어나왔다.

딱 소리가 나자마자 달린 2루 주자는 이미 3루 베이스를 돌았고 기석 또한 2루 베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정우형이 고개를 떨궜다.

기석은 주자가 홈 베이스를 밟는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캐스터가 입을 딱 벌리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김기석의 끝내기 안타. 구속 141의 몸쪽 포심을 때려 왼쪽 담장을 때리는 김기석.

-빠르면서도 유연한 스윙이었고 맞는 순간, 넘어간다 싶을 정도로 잘 맞았는데 펜스 상단을 때리고 마네요. 고교 시절에 3번을 치긴 했습니다만 7~8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잠실 구장에서 담장을 때리는 결승타를 쳤어요. 프로 첫 안타가 끝내기 결승타입니다.

-그것도 신화 특급 마무리 정우형을 상대로요. IG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네요. 1위를 결정하는 3연전 마지막 경기, 마운드가 아니라 타석에서도 끝판 왕의 모습을 보이는 김기석.

-오늘은 김기석의 날입니다.


기석은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온 선수들의 환영, 잠실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민아까지 달려와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다.

축하 빵이 기석의 헬멧 위에 꽂히고 등에서도 따끔한 손맛이 느껴졌다.

기석은 코칭 스탭의 극찬을 듣고 오늘의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


기석이 야구 여신으로 불리는 미녀 리포트와 인터뷰하는 동안 IG 코칭 스탭이 둥글게 모여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감독님, 아무리 볼 카운트가 몰렸다 해도 정우형 몸쪽 공 때려 담장 맞히기 쉽지 않죠. 기석이는 타자로서 배짱, 선구안도 좋고, 기술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타격 코치의 말에 유상진 감독은 입을 꾹 다문 채 낮은 신음만 흘리고, 수석 코치가 거들고 나섰다.


“주루는 팀 내 최고고 타격까지 좋은 기석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감독님. 기석이가 유연하고 민첩해서 슬라이딩만 안 하면 다칠 요인도 없을 겁니다.”


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창식 투수 코치가 나섰다.


“유연하고 민첩하면 안 다치나요? 빠른 공에 맞으면요? 그럼 엄청난 재앙이잖아요. 또 타격하고 주루까지 하면 체력 소모가 많아 장기적으로 피칭에도 지장 있다고요. 오늘은 어쩔 수 없어 타석에 들어섰지만, 꾸준히 등판하려면 타자 기용은 지양하는 게 좋겠습니다. 기석이한테 타자까지 하라는 건 말이 안 되죠.”

“강 코치, 무슨 말이 그래?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에이스를 혹사하면 안 되잖아요.”


타격 코치, 수석 코치가 투수 코치 강창식을 노려보고, 감독 유상진이 입을 열었다.


“그만들 하고. 나도 기석이를 계속 타석에 세우는 건 반대야. 하지만 오늘같이 야수 엔트리를 다 소진한 상황이면 그때 기석이 의향 물어서 결정하자. 더는 군말 말고 해산.”


***


인터뷰를 마친 기석은 강창식에게 붙들려 장황한 이야기 들었다.

본론은 투수가 타격 잘 해봐야 득 되는 게 없으니 피칭에만 전념하고 대주자나 대타로 나가지 말라는 것.

내심 다이아몬드를 누비고 싶은 기석이었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 그런다는 건 알았다.

강창식이 애절한 표정으로 간곡하게 말했다.


“기석아, 약속해라. 대주자, 대타 지원 안 하겠다고. 정 나갈 사람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투수가 잘 달리고 잘 친다 해서 경력에 큰 도움 안 돼.”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기석은 듣기만 하고 강창식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다치면 구단에서 책임질 것 같아? 아니잖아. 너 SF 때 퀄러티 스타트, 완투 압박 때문에 어깨 수술한 건데 SF에선 어쨌어? 몸 관리 못 했다며 연봉 삭감하고 결국 방출했잖아.”


기석은 그 생각을 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그런 기석의 표정을 살피며 강창식이 어깨를 토닥였다.


“기석아, 프로는 개인사업자야. 컨디션 안 좋으면 안 던지고, 팀 성적보다는 네 몸, 네 기록 관리해. 부상 안 당하는 게 최고고 그래야 나중에 큰 무대 가지. 난 솔직히 IG 우승보다는 네가 메이저리그 가서 최고로 대접받는 모습 보면 더 기쁠 것 같다. 그게 내 소망이야.”


기석의 가슴에 작은 울림이 전해졌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타석에 나가겠다 할 수 없었다.


“예, 코치님 말씀 따르겠습니다.”


강창식이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그리고 내일 광주 원정 첫 경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너 등판 안 시킬 거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민아 씨랑 자율 훈련이나 해.”

“1점 차 승부여도요?”

"응, 패하는 게 약일 때도 있잖아. 무리해서 이기면 승자의 저주가 따를 수도 있는 거고.”


유상진 감독이 들었으면 난리가 날 말이지만 기석은 활짝 웃었다.


“예, 그럼 내일은 푹 쉴게요.”

“그래, 고맙다, 기석아. 제발 무리 좀 하지 말고 쉬엄쉬엄 가자. 그래야 롱런할 수 있어. 메이저리그 가야지.”


투수가 공 안 던지고 쉬는 게 고마운 일일까?

코치라기보다 막내 삼촌 같은 사람이고, 기석은 마음이 포근했다.

IG에서 강창식 같은 좋은 코치도 만났고 민아는 말할 것도 없고, 또 유상진 감독도 강창식 못지않게 좋은 사람이었다.

또 구단주도 생색은 내지 않으면서 에이스에 대한 배려와 존중심이 충만하고.

기석은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더 잘하고 싶은 거였다.

강창식은 과속에 브레이크 잡으려는 거고.




14. 리벤지




기석은 짐을 꾸리고 민아와 함께 투수, 포수들이 탄 버스에 올랐다.

민아를 본 선수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출발했다.


기석은 생각에 잠겼다.

9회 말,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하고 1위를 유지해서 사기는 높지만, 이번 원정 6연전이 고비다.

서울-광주-인천.

휴식일 다음 날 열리는 인천 원정 경기는 피로가 덜 하지만 내일 열리는 WIA와의 광주 첫 경기가 문제였다.

숙소 도착하자마자 잔다 해도 새벽 3시고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금요일 경기를 하게 된다.

기석은 WIA 4번 최용한에게 지난 시즌엔 만루 홈런 맞았고, 오키나와 캠프 때는 2타점 2루타 맞았다.

그 복수도 해야 하는데 내일 등판 금지령을 내린 강창식이고 복수가 미루어지게 되었다.


기석이 옆을 봤다.

민아는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다.

낮에는 통역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경기 땐 더그아웃에 갇혀 있다가 심야엔 버스에서 잠들어 있고.

기석은 사서 고생하는 민아를 보기가 딱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작가의말

매일 봐주시는 독자님들, 또 댓글로 응원해 주시고 추천해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대문 투베에 들어 있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 읽는 분들은 선하고 신은 무심한 듯하지만 선한 자의 편이죠.

모든 독자님들, 주인공처럼 순간의 고난이 있더라도 만사형통, 행운, 사랑이 가득한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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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46 4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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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리벤지 +21 18.07.08 16,388 515 10쪽
33 13. 끝판 왕 +16 18.07.07 16,971 494 10쪽
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2 48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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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3 5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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