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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최근연재일 :
2018.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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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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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DUMMY

-헛스윙하는 최용한. 구속 151의 밖으로 빠지는 투심에 삼진 당합니다. 좋은 기회 놓치는 WIA. 공수교대 됩니다.

-투심 각도가 워낙 좋은 김기석이어서 저런 유인구가 통하는 거예요.


오키나와 캠프 때 최용한에게 안타 맞았던 코스의 투심으로 삼진 잡았다.

기석은 별것 아닌 일을 끝낸 것처럼 한가한 눈빛을 보이며 걸음을 옮겼지만 내심으론 뿌듯했다.

격한 격려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민아가 눈웃음치며 양 엄지를 세웠다.


“최고 구속 156, 또 리벤지 축하해, 오빠.”


기석은 3구째 던진 포심 구속을 그제야 알았다.


“그게 156이었어?”

“응, 버티컬 무브먼트가 장난이 아니었어. 이제 위닝샷으로 라이징 패스트볼 사용해도 되겠더라.”


기석은 싱긋 웃기만 했다.

이제 어떤 구종을 위닝샷으로 하느냐 하는 건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커터, 투심, 싱커, 포심.

상황에 맞는 구종, 구질을 던지면 될 일이었다.


***


8회 초, 기석이 마운드에 있는 한 역전하기 어렵다 생각한 건지 마운드에 그동안 등판하지 못했던 2진급 불펜 투수를 올리는 WIA.


-아! WIA가 포기하는 쪽으로 가는 건가요? 필승조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추격조는 내보내지 않을까 예상했었습니다만 2군에서 올라온 신인을 올리네요. 1군 첫 등판입니다.

-2점 뒤진 상황, IG 마운드에 김기석이 있으면 경기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봐야죠. 이런 기회에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IG 코칭 스탭은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기석도 마음이 편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 9회 등판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그럼 불펜에서 어깨 덥혔다가 등판 기회 놓친 룸메이트 한민우에게 기회가 온다.


기석의 바람대로 됐다.

IG 타자들에게 난타당하는 WIA 신인 투수.

순식간에 만루가 되고 WIA 벤치에선 다시 투수를 교체했지만, 불붙은 IG 타선을 잠재울 수 없었다.

안타가 이어졌다.

7 : 2로 이닝이 끝났다.


***


8회 말, 기석이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챙기며 강창식 코치에게 말했다.


“코치님, 저는 이번 이닝까지만 던질게요. 9회엔 민우 올려주세요.”


강창식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미안하다. 내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상관없어요. 세이브는 내일 올리면 되죠.”


강창식이 환하게 웃었다.


“그래, 고맙다. 그럼 민우한테 힘 조절하고 등판 대기하라 한다.”

“예.”


세이브를 날린 기석이었지만 미소가 머금어졌다.

올 시즌 25세이브를 넘긴다고 보면, 옵션에 따라 추가되는 세이브는 1천만 원, 홀드는 500만 원이다.

CF, IG 재단 상금으로 이미 많은 돈을 벌었고, 더 벌어도 별로 쓸 데가 없었다.


***


5점 앞선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기석은 WIA 5번 우타자 김수찬을 맞았다.

오키나와 캠프에선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 잡았지만, 조심해야 할 타자다.

그때는 초구로 몸쪽 투심 던졌는데 제대로 당겨쳐 하마터면 2루타가 될 뻔한 파울 때렸다.

당시엔 CF 찍느라고 훈련을 제대로 못 한 상태였고 지금은 다르다 생각한 기석. 자신감이 있었다.


초구, 포수 장상운의 사인대로 바깥쪽 커터를 던졌다.

낮게 빠진다 싶었는지 움찔하다 배트를 안 내는 김수찬이지만,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헛스윙하라고 던진 건데 신중한 김수찬이고 기석은 2구, 몸쪽 투심을 던졌다.

한가운데로 들어오다 몸쪽으로 휘는 공.

김수찬이 오픈 스트라이드 하며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잘 맞았다.

3루수 키를 넘겨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

시즌 첫 안타를 맞은 기석은 씁쓸했다.

커터에 이어 반대 궤적인 투심을 던졌더니 패턴을 예측하고 타격한 게 분명했고 타이밍까지 정확했다.


-드디어 안타가 터집니다. 김수찬이 몸쪽 투심을 노렸던 것 같죠?

-예, 가운데서 휘어들어가는 구속 150의 투심을 정확한 타이밍으로 당겨쳤어요. 평소 각기 다른 궤적의 공을 던지는 김기석이고 그 패턴을 읽고 김수찬이 노리고 쳤어요. 베테랑다운 수 싸움과 멋진 배팅 감각이네요.

-구원 등판해 7⅓이닝 연속 퍼펙트로 막아낸 김기석의 무안타 기록이 여기서 멈춥니다. WIA 전력분석팀에서 김기석의 투구 공략법을 제시한 걸까요?

-나름 분석했겠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것 말고는 특별한 수가 없겠죠.


IG 더그아웃.

유상진 감독과 강창식 투수 코치가 속삭댔다.


“기석이가 무안타 기록 깨졌다고 흔들리지는 않겠지?”


유상진의 말에 강창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오히려 홀가분하겠죠. 멀리 보면 김수찬에게 안타 맞은 게 잘 된 일이에요. 방심 안 하고 업그레이드해 갈 테니까요.”


유상진이 활짝 웃으며 강창식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강 코치가 기석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잘 도와줘.”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줘 더는 맞혀 잡는 피칭을 할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기석은 무안타 기록이 깨진 건 후련했다.

선발 등판 퍼펙트 기록이면 몰라도 큰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내심 부담이었는데 잘 된 일이었다.

WIA 전력분석팀에서 열심히 일한 듯하지만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면 될 일.

평소보다 포심을 더 많이 던지고 패턴을 읽지 못하게 같은 궤적의 공도 연속해서 던졌다.

포심에 커터, 싱커, 투심까지 섞어 코너를 찔러가는 공으로 6, 7, 8번 세 타자 연속 삼진 잡으며 이닝을 끝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기석의 표정은 밝았고, 평소보다 더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


9회 말, 등판한 한민우는 최고구속 152를 찍고 삼자범퇴하며 경기를 끝냈다.


-어제 패한 복수를 하는 IG. 1⅓이닝 4K, 피안타 하나, 투구 수 18개 기록하며 홀드 따내는 김기석입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투구 수가 많았네요.

-그래도 압도적인 성적이죠. 6경기 등판 2승 2세이브 2홀드예요.

-그렇지만 오늘 WIA 경기에서 김기석의 연속 퍼펙트 구원 기록이 깨졌습니다.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는 거죠. 그래도 무실점 기록은 계속됩니다.


5점 앞선 상황에서의 등판이어서 세이브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9회 말, 마지막 이닝에 등판했다는 사실에 감격한 한민우는 더그아웃에 들어와 눈시울이 붉어졌다.

기석은 그런 한민우를 라커룸으로 데려가 등을 토닥였다.


“민우야, 이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더 열심히 훈련하자.”


한민우가 기석의 품을 파고들었다.


“형 덕분입니다. 더 열심히 해서 형 은혜에 보답할게요.”


은혜란 말에 기석은 방장이었던 조동호가 떠올랐다.

신인 시절, 등판하기 전날이면 전력분석팀 자료보다 더 세밀한 타자 분석 자료를 들이밀며 이미지 트레이닝 하게 했던 그.

상대 팀 타자들 장단점에 사소한 습관까지 담긴 자신의 비밀 노트도 제공했다.

그 이미지 트레이닝은 아직도 하고 있고 당시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놓고 같이 게임 하자며 졸라대는 엉뚱함도 있긴 했지만, 변화구 그립이며 암 코킹도 전수하고, 기석에겐 은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선물이란 명목으로 물질적인 도움도 줬고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주기도 했다. IG와 좋은 계약한 것도 그의 덕분이었다.

기석이 사례하려 했지만, 시크함을 컨셉으로 잡은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한번 방장은 영원한 방장이고 그 또한 방장의 할 일이었을 뿐, 사례받을 일이 아니라면서.

기석은 언젠가는 사례할 기회가 있을 걸로 생각하고 일단 그의 말에 따랐다.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WIA와의 두 번째 경기가 끝난 밤, 기석은 숙소에서 손가락 푸시업을 하며 민아가 뭐 하는지 궁금했다.

원정 경기고 피곤하다 보니 자는 건지, 오늘은 피칭 분석을 안 하는 건지 연락이 없었다.

바로 옆방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찾아가기도 그렇고.

그때 객실 전화벨이 울렸다.

기석은 내심 민아의 전화이길 기대했다.

엉성한 자세로 기석을 따라 하던 한민우가 달려가 받았다.


“예, 한민우입니다.”

-민우야, 오빠 방에 있어?


전화한 건 민아였다.

한민우는 기석에게 눈짓하며 얼른 스피커폰을 켰다.


“예, 누나. 형님 지금 팔굽혀펴기 중이신데요?”

-그래, 그럼 오늘 오빠 피칭 영상이랑 분석 자료 갖고 갈 테니 문고리 좀 열어놔 줄래?

“예, 누나.”


편한 반바지를 입고 있던 한민우가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체인 락을 벗겼다.

잠시 후 민아가 들어와 그를 훑었다.


“넌 이 밤에 어디 가려고 챙겨 입었어?”

“웨이트 좀 하려고요.”


한민우는 기석이 민아와 단둘이 있게 자리를 비켜주려는 거였다.

연차가 좀 있는 선수들은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신인인 한민우는 나름 차려입었다.

한민우가 문간에 서서 꾸벅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기석은 싱긋 웃으며 손만 들었다.

그리고 민아와 티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오늘 피칭 분석.

투수 코치, 전력분석팀보다 이론으론 더 전문적인 민아고 기석은 화면에 집중했다.


김수찬에게 초구 몸쪽 투심 던지다가 안타 맞은 건 예측 타격한 게 맞아떨어져서이지 구위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기석은 그것보다 최용한에게 초구로 던진 프론트 도어 투심이 볼로 판정받은 게 불만이었다.

구심에게도 불만이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도 있었다.


투수판 3루 쪽 끝을 밟고 좌타자 몸쪽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투심은 실력 떨어지는 구심이라면 미리 볼로 예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하급 구심에게 스트라이크 판정받으려면 각도를 줄여 1루 측 투수판을 밟아야 한다.

구심 실력, 성향 파악도 투수의 몫이다.

공 하나하나에 칭찬을 늘어대며 미소 짓고 물개 박수를 쳐대던 민아가 웃음기를 빼고 입을 열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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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4,076 428 9쪽
»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49 453 10쪽
35 14. 리벤지 +11 18.07.09 15,853 492 10쪽
34 14. 리벤지 +21 18.07.08 16,388 5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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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2 485 10쪽
31 12. 언터쳐블 +14 18.07.05 17,687 5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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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442 506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4 5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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