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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7.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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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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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글자
9쪽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DUMMY

“그런데 오빠, 스트라이드 해서 풋 랜딩 포지션(Foot Landing Position)은 어떻게 잡아? 미리 위치를 정해 놓는 거야, 아니면 타겟만 보고 감각적으로 스트라이드 하는 거야?”


기석은 SF 땐 위치를 정해 놓고 같은 지점을 밟으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마의 사내도 어떤 위치에서건 정확히 짱돌을 던졌고, 지난겨울 감악산에서 훈련하면서는 타겟만 보고 감각대로 움직였다.

그런다고 아무 데나 밟는 건 아니고 타겟과 일직선이 되게 센터 라인을 밟아야 한다. 마의 사내가 그랬듯이.


“타겟만 보고 움직이지. 단 홈플레이트와 이어지는 센터 라인을 따라서.”


민아가 활짝 웃었다.


“그럼 투수판 밟는 위치가 바뀌어도 랜딩 포지션은 똑같겠네.”

“홈플레이트, 포수 미트 보고 던지는 거니까 달라지진 않겠지.”

“그럼 1루 쪽 투수판 밟고 던져도 제구엔 문제가 없다는 거잖아.”

“그렇지.”


기석은 민아가 뭘 말하려는지 간파했다.

기석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3루 쪽 투수판을 밟지만, SF 시절 사이드암으로 던질 땐 상황에 따라 1루 쪽이나 가운데 투수판을 밟기도 했다.

주로 싱커, 체인지업을 던질 때 그랬고 그럼 각도가 달라져 더 위력적이긴 하다.

그런데 SF 시절엔 구위가 좋지 않아 큰 재미는 못 봤고 제구만 나빠진 경향이 있다.

제구가 안 되면 투수판 위치를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

하지만 제구가 좋아진 지금이라면 어딜 밟아도 괜찮을 것 같긴 했다.

민아는 기석이 짐작했던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투수판 밟는 위치가 바뀌면 타자는 낯선 궤적에 당혹스러울 거잖아. 또 1루 쪽 투수판 밟으면 투심이나 싱커, 체인지업 각도가 더 까다로워지고 좌타자 상대로 커터 각도도 좋아지고. 제구에 문제가 없으면 가끔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 오빠 생각은 어때?”


기석은 마치 처음 접한 이론을 들은 것처럼 진지하게 고개 끄덕여 대다가 싱긋 웃었다.


“우리 민아, 투수판 활용 연구 많이 했네. 그래, 내일 불펜 피칭할 때 시험해 볼게. 제구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아마 상관없을 거야.”


‘우리 민아’란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진 민아.


“그런데 오빠, 투수판 양쪽 사용하는 건 양날의 칼이기도 해. 위치 바꿔서 오버 로테이션(Over-Rotation)이 되면 부상당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팔꿈치나 어깨에 무리가 있다 싶으면 즉시 중단해야 해.”

“알았어. 걱정되면 내일 불펜 피칭할 때 네가 지켜봐. 어깨 회전, 릴리스 포인트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민아가 활짝 웃었다.


“좋아, 좋아.”


그렇게 피칭 분석이 끝날 줄 알았는데 민아는 노트북에 화면을 두 개를 펼쳐 놓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기 최용한이랑 김수찬 영상 비교해서 봐봐, 오빠.”


한쪽엔 4번 최용한을 삼진으로 잡는 영상, 다른 쪽엔 김수찬에게 안타 맞는 영상이었다.

기석은 뭐가 잘못됐나 해서 유심히 봤다.


둘 다 스트레치 모션으로 던진 건 같았다.

최용한을 삼진으로 잡을 땐 주자 1, 2루 상황이어서 니 투 니(Knee to knee) 방식을 했고, 김수찬을 상대할 땐 주자가 없는 상태였지만 타이밍을 뺏기 위해 힐킥(Heel kick) 피칭을 했다.

기석은 민아가 뭘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김수찬을 상대로 한 힐킥 모션이 잘못됐다는 거야?”


민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못된 건 없는데 오빠가 니 투 니 할 땐 동작이 다양해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거든. 그런데 힐킥 모션할 때는 레그 킥 동작이 항상 같아. 템포도 같고. 그래서 WIA 전력분석팀에서 타이밍이란 공략 포인트를 찾은 거고 김수찬이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크다.

그러고 보니 WIA 6, 7, 8번 타자들도 힐킥 모션으로 던질 때 어느 정도 타이밍에 맞게 배트를 돌려댔다.

코너를 찔러가는 공에 헛방망이질하긴 했지만, 파울도 몇 개 나왔다. 그래서 투구 수가 많아진 거고.

가운데서 좌우로 변하는 구질의 공을 던져 맞혀 잡는 방향으로 갔다면 안타가 나올 수도 있는 궤적의 스윙이었다.

어째 타이밍을 잘 잡는다 싶었더니 힐킥 모션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나온 게 분명했다.


기석은 일어나서 힐킥, 니 투 니 모션으로 섀도 피칭을 해봤다.

민아의 지적이 사실이었다.

니 투 니 할 때는 템포가 조금씩 다른데 힐킥 모션은 늘 일정했다.

하루 몇백 번 하는 섀도 피칭이 몸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기석이 멋쩍게 웃었다.


“진짜네. 피칭 템포 좀 조절해야겠다.”

“응, 힐킥할 때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필요한 것 같아, 오빠.”


민아가 얼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영상을 들이밀었다.

MLB 힐킥 피칭의 달인들이 타자 타이밍을 뺏기 위해 다양한 동작들을 하고 있었다.

중심축은 굳건히 한 채 스트라이드 직전 살짝 멈추기도 하고, 다리, 발, 어깨 움직임으로 타이밍을 뺏기도 하고 리듬을 깨트리는 방법은 다양했다.

다리를 잠깐 정지하는 레그 헤지테이션(Leg Hesitation)도 있고, 어깨를 늦게 여는 딜레이드 숄드 로테이션(Delayed Shoulder Rotation)도 있고.

기석은 투수 개인의 습관이라 치부하며 무심하게 봐왔던 건데 그러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박자를 세며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타자들의 리듬을 깨기 위해서였다.

민아가 활짝 웃으며 열변을 토했다.


“섀도 피칭하며 연구해 봐, 오빠. 구위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여야 하고, 그냥 레그 헤지테이션만 해. 딜레이드 숄드 로테이션하면 릴리스 포인트가 앞으로 나가서 익스텐션을 늘릴 수 있지만, 부상 위험이 따라서 위험하니까.”


기석은 다양한 동작으로 짱돌을 던지던 마의 사내가 떠올랐다.

어떻게 던져도 정확했고 위력적이었다.

부상 위험이 따르는 딜레이드 숄드 로테이션은 안 하더라도 오버핸드 스로 하며 사소한 동작 바꾸는 것쯤이야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구위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되니까 중심 이동, 밸런스가 좋아야 하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에 잠긴 기석을 보며 민아가 말을 이어갔다.


“오빠가 편하면 타자들도 편해지잖아. 그러니 변화를 줄 필요는 있어. 오빤 리듬감 좋고 유연해서 창의적인 투구 폼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맞아도 상관없어. 멀리 보면 그게 약이 되니까. 오빠 IG랑 계약 끝나면 빅리그 갈 거잖아. 그때 효과를 발휘하면 되는 거지.”


민아의 격려에 기석은 힘이 솟았다.


“그래, 해보자.”


기석은 다양한 바리에이션(Variation)의 섀도 피칭을 시작했다.

투구 분석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구단들이고 매 경기 같은 노래를 들려줄 수는 없는 일.

업데이트해서 변주곡을 들려줄 시점이었다.

투수판을 차고 나가기 직전이나 스트라이드 도중 투구 폼에 변화를 줘야 한다.

정지 동작이 있으면 보크가 되니 기술적이고 지능적이어야 하고.

발, 다리, 어깨 회전에 변화를 줘 0.1초라도 타자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

기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했다.

서서 ‘좋아, 좋아’를 계속해 대던 민아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


“오빠, 너무 늦었다. 내일은 낮 경긴데 일찍 자야지.”


기석은 그제야 멈췄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일요일이고 2시 경기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자야 했다.

정담을 나누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

민아가 손 흔들고 떠나갔다.

기석은 아직도 피트니스에 있을 룸메이트 한민우에게 전화했다.


-예, 형님.

“마, 아직도 웨이트 해?

-아뇨, 저 로비에 있는데요. 이제 올라가도 돼요?

“올라와라. 내일 낮 경긴데 어서 자야지.”

-예, 바로 갈게요.


기석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식이, 전화 안 했으면 로비에서 잘 뻔했네.”


***


다음날, WIA와의 3연전 마지막 날.

양 팀 4선발의 맞대결이다.

기석은 BP 타임 때 강창식 코치에게 말했다.

하루 투구 수 30~35개를 못 채워 감각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오늘은 기록과 관계없이 좀 많이 던지게 해 달라고.

강창식은 유상진 감독과 한참을 상의했다.




오늘도 행운, 좋은 기운이 함께하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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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6. 프로란 +19 18.07.14 12,736 448 10쪽
39 16. 프로란 +14 18.07.13 13,252 458 11쪽
38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5 18.07.12 13,729 446 9쪽
»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0 18.07.11 14,078 428 9쪽
36 15.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다 +14 18.07.10 14,850 453 10쪽
35 14. 리벤지 +11 18.07.09 15,854 492 10쪽
34 14. 리벤지 +21 18.07.08 16,389 515 10쪽
33 13. 끝판 왕 +16 18.07.07 16,973 494 10쪽
32 13. 끝판 왕 +25 18.07.06 17,164 485 10쪽
31 12. 언터쳐블 +14 18.07.05 17,687 528 10쪽
30 12. 언터쳐블 +15 18.07.04 18,024 479 9쪽
29 11. 전가의 보도 +12 18.07.03 18,443 506 9쪽
28 11. 전가의 보도 +17 18.07.02 19,164 548 11쪽
27 11. 전가의 보도 +11 18.07.01 19,309 525 9쪽
26 11. 전가의 보도 +14 18.06.30 19,975 512 10쪽
25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1 18.06.29 20,109 537 10쪽
24 10. 개막전, 서울의 자존심 +13 18.06.28 20,130 49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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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9. 스포츠 과학 +12 18.06.26 20,457 5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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