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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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라
작품등록일 :
2017.08.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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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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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위릴 프렌디아 (4)

DUMMY

“오?”


남자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에 주변에서 그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 또한 놀란 토끼 눈으로 그런 남자에게서 피어나는 기운을 바라보았다.


“오러?”


그것은 오러였다.

희미하긴 했지만, 분명히 보이는 투명한 기운이 남자의 신체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오러의 모습에 주변 이들의 기대가 순식간에 그 남자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르위릴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은 르위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참가자를 향한 제한은 아니었다.

당연히 개중에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참가자도 있을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오러 사용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빨리!


“날것이네.”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온몸에서 줄줄 새어 나가고 있는 그 투명한 기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정식 수련법으로 정돈된 오러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일반인이 오러를 뿜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단순히 오러를 품고 있는 이는 생각보다 많이 있었지만, 저렇게 눈에 보일 정도로 발산할 수 있는 이는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남자 본인도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제법 있는 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르위릴의 앞에 서 있었다.


르위릴은 그런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세검을 쥔 손가락이 자루 위에서 천천히 까닥여지고 있었다.

남자의 견적을 재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결코 그 시간이 길어지진 않았다.

이윽고 계산이 끝난 듯, 그동안 변한 적이 없었던 르위릴의 자세가 슬쩍 바뀌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르위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담아내기 시작했다.


스윽, 그녀의 상반신이 살짝 뒤로 빠지며 오른발이 앞으로 빠져나왔다.


흡사 사교적인 춤의 한 동작.

다른 점이 있다면, 춤 신청을 위해 손을 내미는 대신 칼끝을 뻗어 내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저 자세는 프렌디아 가문의 검술 기본 자세였다.


그에 내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아는 자세가 나타났다.

올라간 통찰력과 더불어 알고 있는 지식이 나타나자 지금까지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기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남자의 오러에 좌중이 술렁이긴 했지만 경기는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됐다.


“으아하!”


거친 기합과 함께 바닥을 박찬 남자가 르위릴에게 달려들었다.

미약하지만 오러가 동반된 공격이었다.

강하게 힘이 실린 공격과 그에 맞서는 어린 소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르위릴은 여전히 그 흥미롭다는 미소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발걸음이 어느 간격 안으로 들어온 순간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올라간 통찰력의 효과는 놀라웠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곤 하나, 르위릴 프렌디아가 펼치는 아주 작은 움직임도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미 높여진 ‘프렌디아’의 이해도가 그 상황의 이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프렌디아의 이해도가 도움을 주기 시작한 바로 지금이 바로 그동안 치른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발동되는 프렌디아 검술이었던 것이다.


아주 작게 손목을 돌린 르위릴이 순식간에 몸을 낮추며 남자의 검을 받았다.

정확히 칼끝이었다. 서로의 날카로운 끝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르위릴의 손목이 재차 회전했다.


그 뒤에 일어난 것은 내 상식으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르위릴과 남자의 체격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오러가 들어간 공격과 그렇지 않은 공격의 차이도 명백했다.

그러나 남자와 르위릴의 칼이 마주친 그 순간, 공세는 급변했다.


르위릴이 처음에 손목을 돌렸던 만큼의 간격, 그 작은 손목의 회전만으로 남자의 칼을 튕겨 내 버린 것이다.


그것은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통찰력에 포인트를 투자한 내 눈에는 그것과는 다른 것들이 보였다.


서로의 칼끝이 만나는 그 순간, 뒤로 빠졌던 상체를 흔들며 그 반동을 손목에 담아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칼을 튕겨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말로 설명하는 게 이렇게나 긴데도 그 모든 동작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르위릴 프렌디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볼 수 있었다.


기껏 오러를 끌어모았음에도 한순간에 공격이 튕겨진 남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어진 르위릴의 공격에 그대로 자세가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경기는 그걸로 끝났다.

그 충격적인 등장과 어울리지 않게 초라한 퇴장이었다.


그에 주변의 술렁거림이 커졌다.

생각한 것과 다르게 르위릴 프렌디아의 수준이 너무나 높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르위릴 프렌디아의 실력은 뛰어났다.

그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실력이라고 해도, 그것을 드러낼 만한 상대가 없다면 내가 이 대회에 참가한 의미가 없었다.

오러 사용자 치고 순식간에 퇴장하긴 했지만 그 남자는 적어도 르위릴에게 ‘검술’을 쓰게 만들었다.

그 사실만 가지고도 나에게 있어선 이전 경기 전부를 합친 것보다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좋아, 좋아.”


르위릴 프렌디아의 윤곽, 그것이 서서히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경기들 중에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르위릴 또한 다시 처음의 자세로 돌아왔다.

검술을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그것을 전부 끝까지 지켜보던 나였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여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망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침대에 앉아 복습을 시작했다.


복습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르위릴 프렌디아였다.



-[회귀 전] 르위릴 프렌디아 (이해도 5%)

-[회귀 후] 르위릴 프렌디아 (이해도 0%)



회귀 전과 후의 인물 구분은 이런 식으로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회귀 후의 르위릴 프렌디아를 선택했다.


눈앞이 컴컴해지고, 르위릴 프렌디아와 대치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켜볼 때도 그랬지만, 실제로 이렇게 마주해 보니 정말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은 회귀 전의 르위릴 프렌디아를 상대로 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던 나였지만, 어차피 시도해 볼 것들은 머릿속으로 대강 정리를 해 둔 상태였다.


내 차례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빠르게 르위릴의 이해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회귀 전의 르위릴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 볼 심산이었다.


“그래도 우선은 첫걸음부터.”


비록 복습 공간의 르위릴이긴 했지만, 그래도 르위릴은 르위릴이었다.

우선은 녀석에게 ‘검술’을 사용하게 만든다.

그것이 내 첫번째 목표였다.



*



[너무 강한 상대입니다.]

[상대를 아주 조금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르위릴 프렌디아’의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르위릴 프렌디아’의 특성을 배우셨습니다.]

[몸놀림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눈썰미가 날카로워집니다.]


[르위릴 프렌디아의 현재 이해도는 4%입니다.]



그렇게 하루를 통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알트윌 프렌디아와 회귀 전 르위릴 프렌디아의 이해도를 가지고도 저 속도다.

새삼 마스터라는 장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역사상 최연소 마스터의 4%를 하루 만 에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통찰력에 포인트를 투자한 점과, 생각보다 좋은 실력의 지원자들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5%밖에 오르지 않은 회귀 전 르위릴보단 훨씬 상황이 나았다.


게다가 아무리 작은 이해도라고 해도,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정말로 쥐꼬리만 한 이해도이긴 했지만, 그것을 토대로 결국 르위릴에게 ‘검술’을 사용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사실상 가장 큰 난관을 가장 빠르게 해치운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르위릴이 검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상, 미리 가지고 있던 프렌디아 검술에 대한 이해도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좋아, 좋아.”


밤을 꼬박 새운 결과였기 때문에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예정된 대회 진행은 총 5일이었다.

그러나 첫날의 여파가 너무 강했던 모양인지 대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르위릴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나로선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긴 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차피 경기를 포기하는 이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 주긴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줄었다는 점에서 괜찮은 일이기도 했다.


대회 2일째, 르위릴은 여전히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며 참가자들을 질리게 만들고 있었다.


르위릴은 여전히 그 장밋빛 드레스를 입고서 지원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게 오만함이라고 생각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없었다.

애초에 큰 동작으로 움직이질 않으니 드레스를 입든 뭘 입든 크게 제약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저 높은 힐을 신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차마 오만함이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정말 대단도 하다.”


나도 물론 그렇게 질려 버린 참가자들 중 하나이긴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지난밤의 끈질긴 복습 덕분에 르위릴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년이다.’


회귀 전··· 아니, 그렇게 길게 가지 않고 바로 어제의 내가 봤어도 그냥 평범하게만 보일 움직임들이었다.


그러나 르위릴에 대한 이해도라는 게 조금이라도 생겨난 지금은 그것에 대한 여러가지 심리와 의도가 단편적으로나마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던 어제보다 더 르위릴의 실력에 질려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아주 작은 한 걸음씩이라도 르위릴 프렌디아라는 거대한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속도 또한 점점 탄력이 붙을 것이 분명했다.

미리 쌓아 둔 이해도와 앞으로 지켜볼 모습들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그 때문에 오늘도 르위릴 프렌디아의 실력을 드러나게 할 참가자가 나타나 주기를 기대하는 나였다.

물론 아직까진 죄다 꽝이긴 했지만 말이다.


“누구 없으려나······.”


남은 대기줄을 슬쩍 훑어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인물이 들어주게 되었다.


“다음 참가자는······.”


본인의 이름이 불려지기도 전에 먼저 걸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불려진 다음 이름에 헐,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클린느 위엘르비르 님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에, 내 입이 쩍 벌려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단순히 놀라는 것과 이유를 알고 놀라는 것의 차이는 크죠...

주인공이 서서히 예비 마스터의 검술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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