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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7.08.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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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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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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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작명 센스

DUMMY

“그럼. 오늘 온다는 고양이 주인이 주대리?”


“우리 나비가 갈 집이 팀장님 댁??”


한진우와 주선자가 서로 황당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뭐야. 두 사람 아는 사이었어?”

한수빈이 넋을 놓고 서로 바라보고 있는 둘을 보며 말했다.


“손님이 오셨구나~ 웰 컴 마이 뷰리풀 게스트~~”

한성준이 호들갑을 떨며 현관으로 달려 나왔다.


“엥?”


한성준은 현관에서 어리벙벙하게 모여 있는 세 사람을 보고 ‘뭐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다들 뭐하는 거니. 손님 모시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한성준을 보고 주선자가 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주선자라고 합니다.”


“어서 와요. 아주 미인이 오셨군. 반갑소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한성준의 배웅에 우선 세 사람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 모여 앉았다.

한수빈은 사과를 깎아서 가지런히 접시에 올려 왔다.


한진우가 주선자를 자신의 회사 팀원이라고 소개하자, 한성준이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이런 우연이. 선자씨는 애인이 있소?”


주선자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 없어요..”


남자친구가 없다는 주선자의 말에 한성준은 대뜸 다시 질문했다.



“그럼 우리 진우는 어떻소?”



“컥..”


아버지의 질문에 사과를 먹던 한진우는 급 사래가 들렸다. 주선자는 볼이 살짝 발개진 채 특별히 답을 하지 않았다.


한수빈은 한진우와 주선자를 번갈아보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이제 오늘 주인공을 보자고요.”

한진우가 화제를 급하게 변경했다.


“아 차. 그렇지. 오늘 토벤이의 친구가 오는 날이었지.”


한수빈이 이동 가방을 열고 ‘나비’를 조심스레 꺼냈다.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오오 이렇게 러블리한 고양이가 있다니.”

한성준이 감탄하며 말했다.


“내 필히 이름을 지어주지. 오늘부터 넌 ‘모나리자’다.”

한성준이 새로 입양된 고양이를 안고 기뻐하며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바로 그때.



“쟤 이름은 ‘나비’에요. ‘모나리자’가 아니고.”

주선자가 정색하는 표정을 보이며 한성준에게 말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불꽃이 튀었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한성준이 먼저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흔한 이름을 지어줄 거면, 차라리 김철수라고 짓지 그랬소.”


“큭..”

아버지의 말에 한진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주선자는 한진우를 째려보며 분노를 표출했고, 한진우는 움찔하며 웃음을 멈추었다.


한성준의 말에 주선자도 한 호흡을 고르더니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진우’라는 이름도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쿵!!!!’


주선자의 발언에 한성준 부자는 충격을 먹었다. 한수빈은 뭔가 통쾌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한성준은 한 방 먹은 듯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아들의 직장동료 여직원에게 정중하게 제안했다.


“부탁하겠소. 이 베이비 캣의 이름을 ‘모나리자’라고 짓고 싶으니 허락해주시오.”

한성준은 ‘베토벤’에 이어 예술적 작명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안 되겠습니다.”

주선자는 딱 잘라 거절했다.



단호박 같이 매우 단호한 이전 주인의 고집이 있었지만, 새 주인인 한성준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주선자에게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민주주의 국가의 룰에 따르기로. 지금 있는 네 사람의 다수결로 정하는 게 어떻겠소? 진 쪽이 쿨하게 물러서는 걸로.”


주선자는 잠시 고민했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자신이 나비의 주인도 아닌데다가 새 주인이 저렇게 새로운 이름을 열망하는데 무조건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그러면 다수결에 따를게요.”


“좋소, 그럼 약속한 것이오.”


그렇게 옛 주인과 새 주인은 민주적 룰에 동의하였다. 두 사람이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진우, 한수빈은 그렇게 별 관심은 없어 보였으나, 그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대충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빠한테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 밑에 직원인데 평탄한 사무실 환경을 위해서 주대리 편을 들어줘야겠다. ’나비‘면 어떻고 ’모나리자‘면 어떻고 뭐.’


한진우는 주대리의 ‘나비’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냥 금방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로 그때.


한성준이 자신의 아들을 은근슬쩍 쳐다보며 혼잣말하듯이 입을 열었다.


“가만있자.. 그때 우리 달링이 아끼던 명품 이태리제 로션을 누가 밟아 터뜨리고 버렸더라.. 그게 우리 여보가 잠잘 때도 안고 자던 거였는데 말이지. 아 이거 나이를 먹으니 건망증이 심해져서리. 하핫.”


‘윽. 마이 대리. 목격자가 있었다니.’

한진우는 며칠 전에 자신이 벌였던 완전범죄가 들춰짐에 따라 위기감을 느꼈다.


“자. 그럼 여러분들 이제 다수결을 시작합니다. 먼저 ‘모나리자’라고 이름 짓기를 원하시는 분 손들어봅시다.”


한성준이 오른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볼을 두드리면서 로션 바르는 시늉을 하며 아들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으으..’


한진우는 잠시 주선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를 주시하고 있었고, 눈에선 살기가 느껴졌다.


두 사람 모두 한진우의 선택을 주목했다.



그는 고민 끝에 결국 손을 올려 ‘모나리자’를 선택했다. 집에서 쫓겨나는 것이 더 두려워서 내린 판단이었다.


아들의 선택에 한성준은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우선 ‘모나리자’는 두 표를 얻었다.



“그럼 이제 ‘나비’를 원하시는 분. 손들어 주세요.”



주선자와 한수빈이 손을 들었고, 결국 2대2 동점이었기에 무승부로 끝나려는 순간,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니. 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어떡하는 거야.”


한진우의 어머니, 김옥분이 짜증을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손님이 계셨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주선자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근데 이 누추한 곳에 어인 일로..”



“오늘 우리 고양이 주신 분이야. 참고로 오빠 회사 직원이래.”

의아해하는 김옥분에게 한수빈이 설명했다.


“어머. 인연인지 우연인지. 아무튼 정말 반갑네요. 근데 손님한테 사과 한 쪽이 뭐야. 잠시만 기다려봐요. 내가 뭐 좀..”


김옥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한수빈이 급하게 그녀의 팔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 우리 고양이 이름 지으려고 하는데 엄마는 ‘나~비~’가 좋아? 아니면 ‘모나리자’가 좋아?”


한성준은 아내를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옥분은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의 남편이 또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무슨 모나리자야. 베토벤도 이상한데. 그냥 나비로 해. 부르기도 좋고.”



‘쿠쿵!!’

한성준은 아내의 결정에 영혼이 빠져나갔다.


“야호. 그럼 3대2로 예전 이름 그대로 ‘나비’로 결정되었습니다요. 아빠. 알아들었죠?”



“달링. 미워!!!”

한성준은 눈물을 훔치며 거실을 뛰쳐나갔다. 그렇게 집 밖으로 나가는가 싶더니만 다시 들어와 김옥분에게 말했다.



“달링이 찾던 로션. 그거 진우가 밟아 터뜨리고 버렸어.”



‘쿠쿵!!’



“진우. 너 이 녀석!!!”

김옥분은 아들의 등짝에 양손 스파이크를 연타로 작렬시키며 화풀이를 했다.


“마이 대리.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당신 밑에서 36년을 아들로 살아온 저를.”


“마이 썬. 세상에 믿을 펄슨 하나 없단다. 그 누구도 빌리브 하지 말 거라.”


그렇게 한성준은 쓰러져있는 아들을 보며 시크하게 말하곤, TV 전원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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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분당의 한 백화점 스파 브랜드 패션 코너


“엄마. 이 거 너무 촌스럽지 않아? 진짜 내 스탈 아닌데.”


나미애는 어머니가 골라 준 옷을 전신 거울에 대보더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지 표정을 찌푸렸다.


“내 말 들어. 한진운가 뭔가 하는 그 놈은 청순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놈일 거라고. 뭐 그런 애들을 초식남이라고 부른다며?”


“그 정도 쑥맥은 아니야. 그리고 나 별로 그렇게 걔한테 관심 없어.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된다니깐.”


“마음에 없으면서 잘도 엄마 따라 여기까지 왔겠다. 니 얼굴에 써 있어. 엄마는 못 속여요.”


“진짜 아니라니깐 그러네.. 근데 이렇게 입으면 괜찮을까?”


“그동안 우리 미애의 섹시함에 안 넘어갔다면, 답은 이 거라고. 엄마 말 듣고 이미지 좀 바꿔보자고요. 나미애 아가씨?”


“음..”


나미애는 지금 집은 옷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한 번 입어나 보자며 계산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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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은 한 스터디카페에서 연습장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몇 권의 경영 관련 책과 ‘로맨스 장르 소설 쓰는 법’ 책이 놓여있었다.


‘구매 담당 한진우, 인사 담당 한진우, 홍보 담당 한진우, 고객 쌍욕 및 클레임 처리 담당 한진우.. 그리고 난 그룹 회장. 아니다. 너무 올드해 보이니 요즘 트렌드에 맞게 의장이 좋겠다. 의장 겸 얼굴 담당 김형진. 와하하하.’


김형진은 대부분의 업무를 자신의 죽마고우에 넘길 생각이었다. 가장 믿음직한 친구에게 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열심히 작품 활동에 집중하려 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조회 수가 안 나오는 거야. 역시 로맨스가 들어가야겠구나. 내가 또 로맨스하면 한 로맨스하지. 후후. 일단 남자 주인공은 죽을병에 걸린 재벌 3세로 시작부터 피를 토 하면서 등장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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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손님에 김옥분은 최선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푸짐하게 식탁을 한 가득 채웠다.

한성준은 쉴 새 없이 황금비율 소맥을 제조하며 주선자에게 권했다.


시끌벅적한 한진우 가족에 주선자는 자연스레 동요되어 떠들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주선자는 집에 갈 시간이 되어, 한진우 가족과 나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한진우의 집에서 나왔다. 그때 한수빈은 팔로 한진우의 옆구리를 계속 툭툭 치며 신호를 보냈고, 한진우는 주선자를 바래다주며 둘은 같이 잠실역으로 향했다.


“팀장님네 가족은 정말 유쾌하네요. 부러워요.”


“주대리가 와서 잠깐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원래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정말 오랜만에 가정의 행복이라는 것을 느껴봤어요. 이렇게 좋은 거구나라는 것도..”


주선자의 말에 한진우는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언제나 씩씩해 보였던 그녀의 모습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푸념을..”


“괜찮아요. 죄송은 무슨.”


“팀장님. 저 이만 들어갈게요. 푹 쉬시고 내일 뵈요.”


“그래요. 조심히 잘 들어가고 내일 봐요.”


그렇게 둘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인연’이란 단어와 상대방의 얼굴이 떠올라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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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한진우는 주간 회의 준비 때문에 조금 일찍 출근하여 열일 중이었다. 주선자도 조금 나와 회의자료 만들기에 바쁜 움직임이었다.


9시 출근시간이 다 될 무렵, 나미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예전처럼 몸매의 굴곡을 다 드러내는 도발적 옷차림이 아닌, 날씬한 몸매에 비해 조금 넉넉해 보이는 아이보리 바탕의 밝은 원피스였다.


그녀의 변신에 ‘공기밥’직원들은 모두 놀랐다.


“뭐야. 저 갈비집에서 씻다 만 백김치 같은 년은.”

주선자도 마찬가지였다.


나미애는 자신의 변신에 많은 관심이 쏠리자 오늘 컨셉은 성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자신감 있게 한진우의 앞에 섰다.


‘어때? 니가 원하는 게 이런 청순한 공주님이지?’


나미애는 한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진우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뭐야. 왜 우리 엄마같이 하고 왔어.’




나미애의 대 변신에 한진우는 대단히 실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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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엇갈림 17.12.05 367 2 13쪽
22 22화. 원기옥이 필살기인 이유 (센세의 은혜) 17.12.03 429 3 12쪽
» 21화. 작명 센스 +2 17.11.30 405 5 12쪽
20 20화. 겉표지에 속지 마라 +1 17.11.25 43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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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따뜻해요 17.11.23 471 2 16쪽
17 17화. 홍콩할매와의 추억 +2 17.11.22 563 4 14쪽
16 16화. 끌림 +1 17.11.21 48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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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계란은 굴려가며 삶아야 한다 17.11.19 551 3 12쪽
13 13화. 잊혀지지 않는 17.11.18 4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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