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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7.08.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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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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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우리??

DUMMY

다음 날 토요일 오후 1시 10분.


‘정자역이라고 했나. 미금역이라고 했나.’


한진우는 분당선 안에서 정자역에 거의 다 왔을 때쯤에서야 급하게 나미애와의 카톡을 다시 확인했다.


‘어. 정자역이구나. 얼른 내려야지.’


한진우는 가까스로 역에서 내려 나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애씨 나 왔어요. 어디에요?”


“아니 숙녀보다 늦게 오는 법이 어디 있어요. 2층으로 얼른 올라와요!!”


“쏘리. 좀만 기다려요.”


한진우는 짜증 섞인 나미애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조금 속력을 내어 걷기 시작했다.


약속장소에 왔을 때 카키색의 목선이 과감하게 파인 원피스를 입은 나미애가 그를 향해 손짓했다.


“미안. 깜박하고 알람을 안 해놔서 조금 늦었어요.”


“너무 솔직한 거 아니에요? 그럴싸한 핑계를 대던지 하지.”


나미애는 표정을 잠시 찡그렸다가 피며 한진우에게 팔짱을 끼고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얼른 가요. 이거 예약제라 한 타임 늦으면 오래 기다려야 해요.”


“근데 여기 너무 비싸보이는데 괜찮겠어요? 나 오늘 진짜 작정하고 얻어먹으려고 나왔는데.”


“드셔봤자 얼마나 먹겠어요. 그리고 별로 안 비싸요. 마음껏 드세요.”


“그 말에 후회하게 될 겁니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깔끔하게 포마드 머리를 한 중년 남성이 안내하자, 두 사람은 비교적 햇빛이 잘 드는 좋은 자리에 착석했다.


나미애는 여유 있고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보았고, 한진우는 생각보다 더 고가의 음식들로 인해 조금 진땀이 났다.


‘그래도 내가 위에 사람이니 웬만하면 먼저 계산할라 했는데 이거 어쩌지.. 더치페이를 하자고 할까. 조금 없어 보일 텐데.’


한진우의 표정을 읽었는지, 나미애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팀장님보고 계산하라고 안 할 테니깐, 너무 걱정 말고 편하게 선택하세요.”


“이 중에 그래도 조금 싼 거 시키려고 했더니 풀떼기만 나올 것 같네요. 난 그냥 이 스테이크로 할게요.”


“좋아요. 이 집 그거 잘 해요. 와인도 한 잔 할까요?”


한진우는 잠시 고심했지만, 와인 가격도 어마무시했기에 가볍게 거절했다.


“낮에는 술 잘 안 먹어서요. 자몽에이드나 추가할게요.”



음식이 나올 때까지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드디어, 테이블 위에 화려하게 데코레이션이 된 메뉴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진우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체 컷을 시작으로 음식 하나하나 사진을 찍었다.


“어머. 여성스러운 면이 있었네요. 남자들은 보통 잘 안 찍던데.”


“어떤 식자재를 쓰나 체크할 목적으로 수집해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죠.”


“뭐. 솔직히 잘 이해는 안 되지만, 프로페셔널해 보이네요.”



두 사람 모두 아침은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는지, 음식이 나오자 조금 빠른 속도로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메인 메뉴를 먹고 있을 때쯤에, 나미애가 입술이 신경 쓰였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응. 그래요.”


나미애가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자, 한진우는 그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한 후, 빠른 속도로 까톡을 실행했다.


[점심 먹었냐?]


[지금 먹는데.]


[뭐 먹냐.]


[라면]


[부럽다. 난 스테이크 먹는데. 화창한 토요일에 혼자 라면 먹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한진우님이 한수빈님에게 사진 1장을 전송했습니다.]


[어느 분식집에 이런 것도 파냐.]


[들어는 봤냐. 뤠스또랑?]


[그래. 소 죽은 시체 피 뚝뚝 흘리면서 맛있게 먹어라.]


한진우는 여동생의 말에 아직 반이나 남은 스테이크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원래 웰던으로 먹던 스테이크였는데, 하필 오늘따라 조금 있어 보이려고 레어로 주문했었다.


[수빈아. 부디 정말 진심으로, 넌 인간이 되기 전에 짐승부터 돼야 한다.]


[ㅗ*^^*ㅗ]


한진우가 분노의 까톡을 주고받는 중에 나미애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뭐하세요?”


“아. 메뉴 단가 좀 뽑아보고 있었어요.”


“항상 열심히 사시네요.”


“뭐. 그렇죠. 사람은 성실함이 기본인 것 같아요.”



둘은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마쳤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미애씨. 잘 먹었어요.”


“잘 먹긴요. 다음에 팀장님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사면 돼죠.”


나미애는 은근슬쩍 떠 보듯이 말했다.


“그래요. 다음번에는 주대리도 같이 해서 구매팀 회식 한번 해요.”


좋은 흐름의 분위기에 한진우의 입에서 ‘주대리’란 단어가 나오자 나미애는 급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억지로 표정관리를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집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미애씨는 여기가 집에서 가깝잖아요. 난 그냥 지하철타고 갈게요.”


“음. 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잘 먹었어요.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봐요.”


그렇게 한진우는 나미애와의 점심을 끝내고 다시 정자역을 향해 걸었다.


----------------------------------


‘발 아파 죽겠네. 괜히 높은 거 신었나. 1번 출구는 대체 어디야.’


주선자는 오랜만에 신어 본 10cm 힐 구두에 적응을 못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때 역 안에 있는 전신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자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린 후 한껏 포즈를 잡아봤다.


‘우~~ 이 넘치는 섹쉬함. 한팀장님한테도 보여줘야지 호호호.’


그녀는 잠시 거울 앞에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아 또. 한 쪽만 나갔어. 이놈들은 일부러 이렇게 만드나 진짜.’


한진우는 역으로 향하던 중 왼쪽만 단선이 된 이어폰에 분개하며 걷고 있었다.


그 때 저 앞에서 깜찍하게 생긴 아가씨가 거울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많이 보던 얼굴임을 알 수 있었다.


“주대리님?”


“??”


주선자는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헉.”


“대리님. 오늘 되게 예쁘네요. 무슨 일 있어요?”


주선자는 예쁘다는 한진우의 찬사에 뭐라 답해야할지 얼굴이 발개졌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한진우에게 물었다.


“팀장님은 여기 웬일이세요?”


“미애씨랑 점심 먹었어요.”




“........”




주선자는 한진우사 별 대수롭지 않게 나미애와 점심을 먹었다는 얘기를 듣자 충격과 실망감에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 했다.


“두 분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그런 건 아니고. 전에 내기했던 게 있고 내 차도 좀 봐주고 해서 겸사겸사 먹었어요. 다음엔 셋이서 같이 소주 한잔해요.”



‘셋이서..’



주선자는 답 하지 않았다. 그때 다시 한진우가 물었다.


“대리님은 오늘 무슨 날인가 보네요. 여태까지 본 적 중에 제일 아름답네요.”


주선자는 한진우의 칭찬에 다시금 조금씩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한진우의 질문에 질투심을 유발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 솔직하게 말하려다, 짧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그때 주선자의 핸드폰에서 크게 진동이 울렸다.


‘지~~잉, 지~~잉’


“어. 대리님 전화 왔나 본데요.”


주선자가 핸드폰을 꺼내자 화면에는 [김형진 사장님]이란 글자가 크게 보였다.


한진우는 친구와 똑같은 이름이 보이자 역시 흔해빠진 이름이라 생각하고 웃었다.


주선자는 얼른 빨간버튼을 밀어 다시 손가방 안으로 넣었다.


“팀장님.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고 월요일에 봬요.”


“어. 그래요. 주대리님도 오늘...”


그때, 어디선가 크게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


“선자씨~~~”



그 목소리는 우연인지 두 사람 모두에게 익숙했다.


저 멀리서 김형진이 뛰어 오자 주선자는 급히 고개를 돌렸고, 한진우는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하였다.


“어?”


“어!!!!!!!!!!!”


“한진우. 너 여기서 뭐해?”


“난 집에 가는 중인데.”


“그래. 근데 집에 가면 되지. 왜 니가 선자씨랑.”


“내 팀 직원인데? 넌 주대리님이랑 아는 사이야?”


“오. 역시 세상 좁다니깐. 임마. 니 형수님이 될 수도 있는 분이야. 잘 모셔.”


김형진은 얼굴이 발갛게 된 채 농담인 거처럼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한진우는 오랜 친구의 입에서 ‘형수님’이란 단어가 나오자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때 주선자가 얼굴이 굳은 채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무슨 소리예요. 대체.”


“하하. 친구놈한테 반가워서 농담 한 번 해본 거예요.”


김형진은 예상보다 주선자의 반응이 더욱 안 좋아서 뻘쭘해하며 얼버무렸다.


‘사장님?’


한진우는 주선자가 얼마 전부터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것을 들었기에 둘의 관계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제 밥 먹어야 돼서 먼저 갈게.”


“어. 그래. 맛있게 먹어. 대리님도 주말 재밌게 보내구요.”



한진우가 인사하자, 주선자는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우는 멀리 떠나가는 두 사람을 잠시 동안 지켜봤다.

자신의 오랜 친구와 한 여인이 함께 걷는 모습에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라..



-------------------------------



‘역시 대단해. 다 싸이코들이야..’


한진우는 집에 돌아와 명탐정 코난 이전 편을 복습 중이었다.

4명이 처참하게 죽은 살인사건 현장 안에서도, 란과 소노코는 신이치한테 고백을 하니 마니 깔깔 대며 알콩달콩한 로맨스의 연출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진우는 추리소설을 좋아했지만, 명탐정 코난을 보며 대단한 추리를 기대하며 보는 것은 아니었다.


36살. 조금씩 퇴보되었다가 거의 사라진 노총각의 연애세포를 그나마 지탱해주는 건 신이치와 란의 아슬아슬한 로맨틱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한진우는 그 둘을 보며 가슴 졸였다.


그렇게 오늘도 코난에 심취했을 무렵.


갑자기 한진우의 눈에서 코난 여주인공 ‘란’이 나오는 장면에서 란의 얼굴이 주선자로 보였다.


‘뭐야.’


한진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그런데 계속 주선자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갑자기 뭐냐 이건 대체.’


한진우는 보던 명탐정 코난을 끄고, 스타크래프트에 접속했다.


그는 ‘3:3매너헌터초보아재한강가즈아!!’ 방을 개설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수많은 저글링들의 얼굴에 또 다시 주선자가 오버랩되었다.


‘대체 뭐냐고!!!’


그는 갑자기 호흡에 문제가 생긴 듯 심장이 두근대고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한진우는 요 몇 년간 느껴본 적 없는 답답함과 초조함이 밀려옴에 괴로워했다.


잠시 머리를 쥐어짜더니 결국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


김형진은 주선자와 식사를 하며 자신의 오랜 친구와의 인연에 머릿속이 복잡함에 불편했다.


아까 정색했던 주선자의 표정을 떠올리며 한진우를 단순한 직장 상사로만 보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자씨. 여기 음식 먹을 만 하죠?”


“네.. 맛있네요..”


주선자는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왜 거짓말 했을까.. 나도 팀장님처럼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 것을..’


김형진은 축 쳐진 식사 분위기를 띄워보려 노력했고, 주선자도 그의 노력에 부응하려 했지만 그래도 밝아지지는 않았다.


잠시 주선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김형진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한진우]


김형진은 잠시 망설였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두 사람 사이가 궁금함에 전화를 받았다.


[어. 마이 프렌.]


[아직 주대리랑 같이 있어?]


[어. 잠깐 자리 비웠어.]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 나도 너한테 물어보려 했어.]


[주대리랑 사귀는 사이야?]


[음.. 니가 물어보니 내 질문은 안 해도 될 것 같구나. 그냥 사장이랑 알바생이야. ‘아직’은]


한진우는 김형진의 말에 잠시 안도했지만, ‘아직’이란 단어를 약간 끊으며 강조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알았어. 재밌게 놀고 다음에 보자.]


[그려. 주말 잘 보내고]



두 남자는 전화를 끊고 잠시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 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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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그 시절 이야기 - 3 (성남 최강전1) +2 18.03.11 234 2 11쪽
33 33화. 그 시절 이야기 - 2 (독수리는 사냥에 실패하고) 18.03.05 211 2 10쪽
32 32화. 그 시절 이야기 - 1 (야사의 시대) +2 18.03.04 301 2 10쪽
31 31화. 처음 듣는 이야기 +3 18.02.25 279 2 11쪽
30 30화. 생각이 없는 자와 있는 자 18.02.18 253 2 8쪽
29 29화. 원숭이 떼 18.02.11 305 3 14쪽
» 28화. 우리?? 18.02.04 345 3 12쪽
27 27화. 내일 봐요 +1 18.01.28 350 5 15쪽
26 26화. 새벽에는 +3 18.01.21 376 5 14쪽
25 25화. 오해 18.01.14 297 2 11쪽
24 24화. 전생의 영웅에게 주는 보상 17.12.16 362 4 13쪽
23 23화. 엇갈림 17.12.05 367 2 13쪽
22 22화. 원기옥이 필살기인 이유 (센세의 은혜) 17.12.03 429 3 12쪽
21 21화. 작명 센스 +2 17.11.30 404 5 12쪽
20 20화. 겉표지에 속지 마라 +1 17.11.25 437 3 13쪽
19 19화. 각자의 토요일 저녁 17.11.24 369 3 13쪽
18 18화. 따뜻해요 17.11.23 471 2 16쪽
17 17화. 홍콩할매와의 추억 +2 17.11.22 563 4 14쪽
16 16화. 끌림 +1 17.11.21 486 4 13쪽
15 15화. 새로운 만남 17.11.20 430 2 13쪽
14 14화. 계란은 굴려가며 삶아야 한다 17.11.19 551 3 12쪽
13 13화. 잊혀지지 않는 17.11.18 470 2 12쪽
12 12화. 송충이는 솔잎을 17.11.17 453 4 11쪽
11 11화. 이 구역의 미친 흑기사는 나다 +2 17.11.16 470 2 16쪽
10 10화. 하모니 17.11.15 453 3 12쪽
9 9화. 휘몰아치다 17.11.14 546 4 13쪽
8 8화. 폭풍 전야 +1 17.11.13 45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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