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본 마지막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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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규보성인
작품등록일 :
2017.08.17 16:13
최근연재일 :
2018.02.17 13:56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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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6,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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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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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33화 작전?

DUMMY

김영석 의원의 사무실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중대하고 은밀한 얘기를 꺼내기 전 상대방에게 어느 선까지 내부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지...김영석의원은 기업사냥꾼 차기원의 됨됨이를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김영석의원은 홍보좌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가지고 있는 자료를 차회장에게 드리도록 해.”


김영석의원의 지시가 떨어지자 홍보좌관은 탁자 아래에 미리 준비된 서류가방에서 노란봉투의 파일을 꺼내 차기원에게 건네주었다.


“흐흐흐...차회장...말씀하신 착수금하고 먹잇감에 대한 정봅니다. 재차 부탁드리지만...이번 작업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작업 중 나 김영석과 관련이 된 어떤 소문도 정가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증권가의 루머든, 찌라시든, 언론기사든 간에 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종이쪽지 한 장이라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지요?”


“네! 의원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용히 끝내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암...그래야지! 난 차회장만 믿어요! 하하하!”


은호는 아버지 김영석 의원과 차기원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먹잇감이라는 것은 인수합병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작업이란 건 또 뭐고...착수금은 또 뭘 말하는 것인가?


“여담인데...차회장은 아직 젊은데 돈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벌어들인 거요? 여기 내 아들한테 그 비결 좀 알려주면 안 되겠소?”


썬그라스를 벗은 차기원의 나이는 많아봤자 30대 중·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설에 의하면 기업사냥꾼인 차기원은 전자현미경의 주요 부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솔로미안과 전기자동차의 충전기를 만들어 납품하는 ㈜시팟을 인수하여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뒤 먹고튀는 먹튀수법으로 300억 이상의 차액을 벌어드렸다고 전해졌다. 원래 튀는 것을 좋아하는지 차기원은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온통 은색이었다. 그의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바라보면서 은호는 차기원이라는 정신나간 놈이라면 정말로 저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 실제 은을 녹여 도금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원님 정말 저한테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을 물으시는 겁니까?”


자못 진진하게 차기원이 김영석 의원에게 되물었다.


“허허허... 내 말이 빈말로 들렸다면 내 차회장한테 사과하지!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어떻게 하면 차회장처럼 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무자본으로 수백억의 돈을 벌 수 있냔 말이냐고?”


차기원은 습관적으로...말하기 전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코끝을 가볍게 터치하고 나서야 말을 시작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김영석의원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흠흠흡... 그럼 몇 가지 간단한 기법만 가볍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월에 대량주식 소유제한 규정이 폐지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증권거래법 200조 상장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매입할 때 증권관리위원회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우리같은 기업사냥꾼들을 차단하겠다는 최소한의 바리케이트를 정부가 알아서 제거해 준 거죠. 보통 코스탁에서 10% 내외의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 상장이 되어있는 상장사의 경영권을 빼앗거나 최소한 경영권을 위협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간단합니다. 경영진에게 그린메일을 보내 경영권을 빼앗기기 싫으면 내가 산 주식의 주가 두 배를 주고 내 주식을 다시 나한테서 사가라고 협박을 하든가...아니면 아예 경영권을 인수한 뒤 헛소문을 퍼트리는 겁니다. 주인이 바뀐 이 상장사가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에 뛰어든다든가...우량기업인 대기업에 곧 인수합병된다든가...뭐 그런 그럴듯한 소문을 증권가에 퍼트리면 주식이 점핑을 하게 됩니다. 그때 털고 나오면 되는데... 엑시트할 때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지요.”


차기원은 표정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불법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방법을 김영석 의원에게 설파했다.


“아니...그럼 기업을 인수할 때 들어가는 엄청난 자금은 어디서 마련하는데? 돈이 한 두푼 드는 것이 아닐텐데?”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일련의 과정들을 작전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사채업자들의 자금을 빨아드리는 게 가장 간편합니다. 걔네들하고 짜고 먹잇감의 경영권을 빼앗은 뒤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 사채를 갚아버리면 되는 거지요.”


차기원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영석 의원은 아들 김은호와 차기원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허허! 내 참 어이가 없어서...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금융감독원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란 말이지!”


“후후후! 의원님...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걸 작전이라고 부른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차회장! 설마...!”


“네에...그렇습니다.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아마도 지금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것이 맞을 겁니다.”


“뭐?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정말 대단허이! 정말 대단해!”


은호 역시 아버지 김영석 의원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이유를 어렴풋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차기원은 김영석의원이 웃음을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자신을 여기까지 부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물어왔다.


“의원님! 본격적으로 제게 제안하신 작전에 대해 몇 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홍보좌관님한테 받은 메일에는 ㈜해일로를 페이퍼 컴퍼니에 적대적 인수합병해달라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해일로는 철옹성처럼 단단한 기업이었습니다. 왜 하필 해일로인지... 다른 태양열 전지생산 업체도 많은데...굳이 해일로를 택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은호는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주식회사 해일로는 바로 서영이 아버지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였던 것이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아버지인 김영석의원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은호와 김영석의원의 눈길이 공중에서 사납게 부딪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서영에 대한 것이라면 은호는 상대가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유력후보인 자신의 친부일지라도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제겐 장인어른이 되실 분이세요. 아버지와는 사돈사이...어떻게 다른 분도 아닌 아버지께서 장차 사돈이 될 사람이 경영하는 회사를 빼앗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네? 어떤 일이 있어도 전 이일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뭘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는 거야?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거기 앉아. 알았으니까 일단 앉아보라고...! 세상사가 어차피 다 정글 속인데... 강자가 약자를 먹어치우는 것은 당연한 거야. 다만 차회장 말대로 그 작전이란 것이 잘 돼서 서영이네가 하는 해일로를 우리가 인수한다고 해도 지분만 니 앞으로 인수할 꺼고 경영은 계속 서영이 아버지가 하게 할꺼다. 그래 아버지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알겠지? 김은호! 이게 바로 내 방식의 정글의 법칙이야. 알겠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아들에게 김영석의원은 눈알을 부라렸다.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를 지리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은호는 더욱 강렬한 반항의 눈길을 보냈다. 둘은 한참동안이나 서로를 노려보며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거라! 아버지 얘기 다 듣고 나서 이방에서 나가든 말든 맘대로 하고... 자리에 일단 앉아 아버지 얘기를 들어 보거라. 어서!”


아버지 김영석의원이 잦아든 목소리로 그에게 자리에 앉으라 권하자 그들 부자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은호는 아버지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털석....”


“자! 차회장 미안합니다. 하던 얘기 계속합시다. 저 앞 프리젠테이션 상단에 보물이온, 인사이온 재단법인, 슈모트 생명, 뉴스킬 신바람 공학, 바이칼 주식회사...저것들은 뭐 시세면 시세... 가치면 가치,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집안이 명의신탁으로 소유한 물건들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 모두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싶은 거에요! 얘들을 전후연관 산업으로 서로 연결시키면 어떨까? 회사마다 아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산규모하고 영업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얘들 모두 완전 양호한 물건들이란 말이지. 그런데 다 좋은데...이 안에 에너지라는 주력상품을 만들어 낼 회사가 없어. 돈줄이 될 저축은행도 있고 생명보험사도 있고 한데...그래서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고...국화빵에 국화가 빠져 있다고 하기로 서니...세계적인 에너지 회사에 주력상품인 태양열 전지를 만드는 회사가 빠져서야 되겠냐는 거지? 내 얘기는 그래서 국내 최대의 태양열 전지 생산업체인 해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야. 은호! 이 아버지 생각...이제 좀 이해가 되지? ”


“아버지 그래도 안 됩니다. 벌 받습니다. 분명히...말씀드렸습니다. 전 반댑니다.”


“허허허...그럼 차회장은 어떻게 그림이 그려집니까?”


김영석 국회의원과 차기원은 은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 떠있는 ㈜해일로의 경영건실도와 자본건전성에서 내부문화 보고서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기업의 채무가 자산의 100%도 안 됩니다. 보통 200%는 기본으로 넘는데... 재무구조 좋고 그리고 실적은 일년에 평균 800억... 엄청나군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차기원은 아무래도 해일로의 기업경영권을 빼앗아 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와는 정반대의 표정을 하고서 김영석의원은 차기원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차회장... 왜 이렇게 표정이 진지해진 겁니까? 설마 인수합병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의원님!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워낙 견고한 성 같아서 그럽니다. 견고한 성...!”


“푸하하하! 견고한 성? 푸하하하! 좀 있어봐요. 내가 그 난공불락 성곽에 차회장이 나다닐만한 커다란 구멍을 뚫어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으하하하”


은호는 너털웃음으로 웃고 있는 아버지를 넋을 넣고 바라보며 다짐했다. 절대로..절대로 안되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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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79화 뿌린대로 거두리라. 18.02.13 242 2 15쪽
78 제78화 외줄타기 18.02.11 199 2 11쪽
77 제77화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아 18.02.09 196 2 12쪽
76 제76화 서영 집에 돌아오다 +1 18.02.06 246 2 13쪽
75 제75화 담판을 짓다. 18.02.02 176 2 12쪽
74 제74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2 18.02.01 207 2 16쪽
73 제73화 자식까지도 잡아먹을 인간. 18.01.30 410 2 18쪽
72 제72화 제72화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18.01.27 190 2 11쪽
71 제71화 비자금 18.01.25 620 2 9쪽
70 제70화 급소를 물리고 요동을 치다 +1 18.01.23 215 2 11쪽
69 제69화 올가미 +2 18.01.18 219 2 13쪽
68 제68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 18.01.16 196 2 8쪽
67 제67화 추행 +2 18.01.13 196 2 8쪽
66 제66화 금고를 털어라! 18.01.11 171 2 11쪽
65 제65화 손님 +2 18.01.09 198 2 13쪽
64 제64화 적과의 동침 18.01.06 197 2 14쪽
63 제63화 너는 대한민국 검찰이야! +2 18.01.04 583 2 15쪽
62 제62화 미끼 18.01.02 195 2 13쪽
61 제61화 라이벌보다 친구가 좋아 +2 17.12.30 700 2 12쪽
60 제60화 그녀를 만나다. 17.12.28 219 2 10쪽
59 제59화 미치지 않으면 얻어먹을 게 없다구! 17.12.26 184 2 10쪽
58 제58화 운명이었다구요! 17.12.23 221 2 12쪽
57 제57화 숨겨왔던 이야기들2. 17.12.21 228 4 12쪽
56 제56화 숨겨왔던 이야기들 +2 17.12.19 224 2 16쪽
55 제55화 축포로 쓸 탄알들 +4 17.12.05 365 3 14쪽
54 제54화 잊혀진 계절! 잊혀진남자. 17.12.04 237 1 12쪽
53 제53화 허락을 받아야 할 사람이 둘이었네! +2 17.12.01 410 2 11쪽
52 제52화 행복 17.11.28 389 2 11쪽
51 제 51화 크리스마스 선물 17.11.24 25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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