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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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u.T
작품등록일 :
2017.08.31 23:24
최근연재일 :
2019.07.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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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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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91. 바쁘시다면...

DUMMY

오제바트를 긴장하게 만든 갑작스런 인기척의 주인은 이리아나였다.


사교계에 복귀하면서 바빠질 뻔했으나 최근 리버티가 아르시엘을 필두로 대대적인 감사활동을 벌이자 자연스레 사교계 활동이 멈춘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데 돈이 많이드는 사치의 절정인 사교 파티를 열면 웬만한 가문은 의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사교 모임은 귀족들의 만남의 장이니 황실의 경계 대상 1호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서 이리아나의 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도 그녀의 역할은 남아있었다.


현재 황실에 성인 여성이라고는 이리아나 뿐!


원래는 리버티의 반려, 즉 황후가 해야 할 일이지만 없는 관계로 황실의 안살림을 임시로 그녀가 맡게 되었다.


하지만 안살림이라고 해도 황족이 네 명 뿐이고 리버티와 이리아나는 사치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만큼 지출도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지출이라고 할 거라면 쓸데없이 넓은 황궁의 관리와 사용인들의 월급 정도?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는 지출이기에 출납 내역만 살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밖에 일이라면 어린 남매의 교육인데 그마저도 최근 아렌이 아카데미 입학을 목표로 삼으면서 엘리와 진도의 격차가 너무나 커져버렸다.


해서 아렌의 교육은 가정교사에게 맡기고 이리아나는 엘리를 가르치게 되었다.


덕분에 오로지 타의로 인해 이리아나는 황궁에서 엘리를 제외한다면 가장 한가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황궁의 정원에 나타나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리버티나 아르시엘처럼 기척을 지우는 기술을 배운 적도 없는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오제바트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정도로 놀란 것뿐이다.


그것도 제발이 저렸기 때문이겠지만...


“전하, 이곳엔 어찌 홀로...”


차마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말을 길게 잇지는 못했으나 묻고자 하는 건 확실하게 전해졌다.


“할 일이 없다보니 산책이나 하려고 했는데... 방해였나요?”


“아, 아뇨. 그게... 들으셨습니까?”


“후후훗, 재상님께서 최근에 연애를 하고 계셨다니 좋은 소식을 들었네요.”


“@#$%^!”


하필 대답하는 것도 오제바트가 가장 부끄러워할 수 있는 부분으로 콕집어냈다.


이런 악동 같은 점을 보면 역시 리버티와 사촌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녀의 장난에 오제바트의 얼굴이 한껏 달아올랐으나 정작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다.


다행히 그 점을 눈치 채는 것도 리버티 급(?)인지 엘리가 장난칠 때와 비슷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원래 본인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충분히 이해해요.”


“...”


‘하필이면...’


들켜도 자신이 어떻게 입을 막을 수 없는 상대에게 걸려버렸다!


현재 반데스크 제국에서 공식적인 오제바트의 위는 리버티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사촌이자 원래 모시던 주군인 베일러의 반려, 그리고 다음 황제가 될 아렌의 어머니인 이리아나는 황궁에서만큼은 비공식 서열 2위였다.


평소에는 그 점을 별로 드러내지 않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리버티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이며, 방금 자신이 흉을 본 유일한 상관이 바로 그녀의 사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무거운 입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솔직히 불안했다.


“걱정 마세요. 비밀로 해드릴게요. 사실 폐하의 뒷담을 하는 건 재상만이 아니니까요. 아마 지금이 폐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욕을 드시고 계실 거예요.”


“그, 그건...”


뭔가 부정하기에는 상황상 확인할 필요도 없이 확실했다.


역대 황제 중 리버티만큼 많은 귀족들과 척을 지고 들쑤시는 인간은 없었으니까.


거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말로 신뢰를 더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전혀 신뢰가 되지 않았다.


마치 상당히 맘에 든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그늘 한 점 없이 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리아나는 그야말로 최고 등급의 위험신호 같았다.


신호를 감지한 오제바트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화제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계속 놀릴 거라는 확실한 미래에 대한 직감이!


“그, 그보다 전하 어째서 수행인도 없이 위험하게 홀로 산책을 나오신 겁니까?”


“...재상님은 연애를 해보신 적 없으신 가봐요. 화제를 전환하는 게 서투시네요.”


“그, 그것이...”


정곡을 찔린 오제바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연애는커녕 아카데미 시절에도 친구가 거의 없었다.


물론 태생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원래 대인관계가 서툰 것도 원인이었다.


어쨌든 현재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법!


“후훗.”


‘방식은 다르지만... 그 인간이랑 같은 부류가 확실해!’


점점 더 리버티와 모습이 겹쳐보이는 이리아나의 행동에 엘리의 장난기의 근원이 누군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굳이 언급하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황궁 내에서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절망적인 결말이 될 뿐이었다.


‘에스티나 양 보고 싶다.’


정말 간절하게 위로받고 싶어진 오제바트는 오늘도 잿빛 늑대 길드의 창구에서 일하고 있을 에스티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이리아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아냈고 대화를 계속했다.


“죄송해요. 혼자 산책을 나온 이유 말이죠? 할 일이 없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재상님처럼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요.”


“허나, 위험하십니다.”


그래도 리버티처럼 끝까지 놀리지 않고 화제 전환에 어울려주는 이리아나의 평점이 조금 높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리아나의 행동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가장 호위가 필요한 인간인 리버티가 밥 먹듯이 호위들을 따돌리고 나돌지만, 그 인간은 그래도 되는 실력이 있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이리아나는 아니었다.


아무리 과거 리버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동이었다고 해도 제대로 검도 잡아본 적 없는 그녀가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제바트의 잔소리에도 이리아나는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황궁이 위험하다면 호위가 있다고 해도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지켜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그것이...”


상식적으로도 맞는 말인 동시에 오제바트가 잊고 있던 사실까지 나오자 할 말이 없어졌다.


확실히 황궁보다 안전한 곳을 제국 내에서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황궁에는 구석구석 그림자들이 숨어서 경비를 서고 있으며, 중요 인물에게는 한 개의 경호조가 붙어 은밀하게 호위를 했다.


물론 이리아나와 오제바트 모두 리버티와 마찬가지로 최고 등급의 경호 대상이었다!


단지 오제바트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울화를 풀고 싶다는 생각에 잊어버렸고 이리아나는 신경도 쓰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해도 완벽이라는 건 없습니다. 또한 최근 폐하의 행보로 귀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선 언제나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대충 주변만 살피고 윗사람의 흉을 보지는 않는답니다.”


“...”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니, 할 말이 없어졌으니 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걸 아는지 그녀는 굳이 오제바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착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흉이야 볼 수 있죠. 오히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푸시는 게 안쓰러울 뿐이에요. 역시 요즘 일이 많으시죠?”


“네, 그야...”


“저는 반대라서 불만이거든요. 가족이라면서 전혀 의지해주지 않아요. 저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방향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으나 오제바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다른 게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래도 버릇처럼 열려있는 귀와 반사적인 대응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폐하께 전하가 그만큼 소중하기에...”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쉬운 감정은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돕고 싶은데 도무지 시켜주질 않으니까요. 불만이네요. 왜 그 사람은 주변에 의지할 생각을 안 하는 걸까요?”


“...제 입장에서는 너무 의지해서 곤란합니다만... 실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대답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리버티가 물어오는 일이 많았기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리버티가 자신에게 떠넘기는 뒷처리 및 업무의 양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당사자의 가족에게 할 하소연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과했다.


자칫 남이 가족을 욕하는 것에 기분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아나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드디어 본심이 나오셨네요. 같은 사람에게 서운한 사람들끼리 본격적으로 얘기해볼까요? ”


그렇게 시작된 본격 황제 뒷담을 까는 밀회가 시작되었다.


뒷담을 하는 이유가 정반대였지만 대상이 하나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다.


“내가 다섯 살짜리 어린애야? 자기 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못 지켜서 안달이냐고... 서류 업무 좀 돕겠다는데 손가락 베여서 파상풍으로 죽을 거라고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서류 넘기다가 손목이 부러질 것 같나?”


“확실히 과보호가 심하시긴 합니다. 고양이손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식량창고에 있는 생쥐들이랑도 임금 계약을 해서 돕게 하고 싶은 상황을 연일 만들면서 왜 본인은 놀러 나가는 건지... 그럴 거면 귀족들의 감사는 조금 뒤로 미루던가. 아무래도 일손 없는데 왜 여기서 일을 더 벌리는 걸로도 부족해서 일손을 줄이냐 이 말입니다. 애시당초 지방 영주들을 지금 왜 건드리냐고요. 본인이 관리할 것도 아닌데 지방의 영지랑 작위를 다 회수해버리면 어떻게 하라고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니면서....”


[...]


아직 해가 파란 하늘 속에 있는 낮에 술 한 방울 없이 취객처럼 거침없이 쏟아내는 험담에 두 사람을 호위하던 그림자들도 입을 다물었다.


계절이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해도 길어진 만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두 사람의 대화는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의 말이 묘하게 맞물리지 않아서 듣는 이의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저,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냐?]


[누가 말릴 건데? 네가?]


[그, 그건 아니지만... 벌써 3시간째 저러고 있다고. 누가 보면 술 취해서 주정부리는 줄 알 정도야.]


[실제로는 술은커녕 물도 안 마시고 떠들고 있지만... 입에서 단내 안 나나?]


너무 길어지는 대화에 그림자들도 슬슬 지쳐갈 때쯤 드디어 쳇바퀴처럼 돌던 화제에서 벗어났다.


비록 맞물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속 시원해질 정도로 털어내는 것으로 먼저 홀가분해진 건 이리아나였다.


“그래도... 그래서 베일러 오라버니의 말씀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베일러를 칭하던 옛날 호칭을 그대로 쓰고 있었으나 신경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전하께서 남기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네. 자신보다는 리버티가 황제에 어울린다고... 백성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들을 위해 필요한 걸 정확히 알고 있을 거라고요. 덕분에 바빠진 재상님께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실제로 그렇잖아요?”


“확실히 폐하의 저돌... 추진력 덕분에 개혁에 대한 귀족들의 반박이 전부 묵살되고 있지만 당초 개혁안들은 모두 전하께서 남기신 것들입니다만...”


실컷 험담을 해놓고 갑자기 칭찬으로 넘어갔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일부에는 동조했다.


그래도 정정해줄 부분이 있다고 여긴 오제바트가 힘없는 반론을 펼쳐봤으나 바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그대로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순서나 규모도 그렇고 폐하의 수정이 들어갔다고요.”


“...덕분에 모든 면에서 일처리가 힘들어졌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성과들을 내고 있죠.”


“네, 거기다 베일러 오라버니가 황위에 오르셨다면 아마... 절반도 시도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네? 전하께서요?”


의외로 박한 평가가 놀라웠으나 금세 그 이유가 밝혀졌다.


“폐하와 달리 지지하는 귀족들이 많았으니까요. 결국 개혁안 중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정책들은 대부분 실행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기반 세력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거라고 하셨어요.”


“확실히 그렇군요. 반면 폐하는 기반이 되는 귀족세력이 전무하셨고 저를 포함해서 현 귀족사회에 반감을 가진 이들 뿐이니 거침이 없었던 거죠. ”


물론 기반 세력이 전혀 없는 황제는 이름뿐인 황제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리버티에겐 귀족들의 기반세력이 아닌 자신이 암암리에 자신이 일군 것들이 있었다.


거기에 특유의 저돌성과 추진력, 그리고 황제라는 신분이 더해지자 아무도 탈 수 없는 날뛰는 말이 되었다.


아니, 말보다는 드래곤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걱정이되네요.”


“네? 무슨...?”


“재상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폐하의 힘이 되어주시고, 저나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르엘 후작 같은 기댈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건 좋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이라서요.”


“송구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폐하께서 약조하신 재위 기간까지 앞으로 9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하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사실 오제바트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경험이 있었다.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조금은 천천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리버티의 재위 기간이 마음에 걸렸다.


황제를 하기 싫다는 리버티가 황제가 되는 대신 내건 조건인 10년의 재위 기간.


지금까지 본 리버티라면 상황이 어떻게 되든 10년째가 되는 날 바로 선위하여 황궁을 떠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가능한 모든 일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막 성인식을 치룬 황제가 제대로 국정을 돌본 사례는 역사상 한 번도 없으니까.


그래서 복잡한 개혁을 사전에 끝내는 것으로 아렌이 황위를 계승하고 초창기에 결과를 검토할 생각이었다.


이런 사실은 이리아나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았다.


“그거에요. 왜 굳이 재위 기간을 10년으로 정한 거죠? 10년 뒤면 아렌은 갓 성인이 될 뿐인데 바로 전의 황제가 현재 폐하 같은 분이면 그 여린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폐하와 베일러 오라버니의 그림자를 보는 아이가요?”


“...”


“역대 황제의 재위 기간은 병사가 암살이 아니라면 평균 15년이 넘어요. 그런데 그 기간에 뭔가를 이룬 분들은 훨씬 더 적죠. 그렇다면 굳이 재위 기간을 10년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확실히... 그렇군요. 저희가 너무 성급하게 모든 걸 이루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오제바트가 설득되고 말았다.


가장 큰 아군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게 된 이리아나가 흥분하였지만, 설득은 완벽하지 못했다.


“그럼, 폐하께...”


“현재 정책의 검토를 간언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오제바트의 한 마디에 뭔가 방향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굳이 폐하의 재위 기간 동안 모든 정책을 실행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그렇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은 초석을 다지고 다음 단계는 아렌 전하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겠죠.”


“그렇...죠?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니까요.”


벌떡!


얼떨결에 동의하고만 이리아나였으나 그 대답만으로 오제바트 내에서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네... 바쁘시다면...”


뭔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결말이 내려진 대화였으나 걸음을 재촉하는 오제바트를 차마 붙잡고 함께 리버티를 설득하자고 하지 못했다.


“나... 실패한 건가?”


홀로 남겨진 이리아나의 중얼거림은 그림자들의 침묵 속에 조용히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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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161. 에에에에에에!? 19.03.15 296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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