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Nu.T
작품등록일 :
2017.08.31 23:24
최근연재일 :
2019.07.22 06:50
연재수 :
1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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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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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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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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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8쪽

141. 어디까지 갔으려나?

DUMMY

차가운 금속이 피부를 뚫고 자신의 목으로 파고드는 감각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단언할 수 있다.


뒤통수 맞는 건 진짜로 기분 나쁘다.


물론 처음부터 수상하게 여겨서 경계를 하고 있었기에 나름 대응은 했다.


근데 얇고 긴 쇠꼬챙이인데다 무슨 미끌거리는 액체까지 발라놓고 최근 몸 상태도 안 좋아서 실수하고 말았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상대는 황제의 목에 구멍을 냈다는 짜릿한 손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


다행히 중간에 손으로 움켜쥐는데 성공해서 위력이 줄었기에 망정이지 관통까지 당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다.


“쯧!”


하지만 기습이 성공이라는 건 바뀌지 않기에 당하는 입장에선 참으로 기분이 나빴다.


물론 성공한 입장에서는 평소에 믿지도 않던 신앙심까지 생길 정도로 기쁜 일이겠지만 리버티는 당하는 입장이기에 당장 공감은 해주고 싶지 않았다.


대신 보다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벌여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성공했다는 달성감에 많이 취했는지 완전히 승리를 확신한 포즈까지 취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승마 경기에서 이긴 줄 알겠지만 기뻐하는 이유는 분명 리버티의 목에 꽂힌 쇠꼬챙이 탓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상대가 너무 기뻐하는 바람에 고민이 생긴 것이다.


이대로 생각없이 쇠꼬챙이를 뽑으면 죽는다.


아무래도 목에 있는 동맥을 제대로 찌른 것 같은데 서둘러 제거하겠다고 무턱대고 뽑으면 혈압 때문에 구멍을 통해 피로 분수쇼를 하게 된다.


그랬다간 저 불쾌한 웃음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재생의 권능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그냥 뽑고 재생하면 반응이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리버티는...


퍽!


“억!?”


그냥 냅다 주먹을 갈겼다.


기습에는 기습으로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성공했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던 조사관, 아니 변장한 히센과 부하들은 그대로 기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덕분에 시원스레 성공한 기습은 히센의 코뼈를 대가로 붉은 코피를 휘날리는 축하포를 쏘아올렸다.


나름 서로 주고받은 것 같아서 한결 가슴 속이 시원해진 리버티는 뒤로 뻗은 왼팔을 회수하며 몸을 180º 돌렸다.


그러자 주변의 공간은 알아서 얼어붙었다.


분명 기습에 성공해서 죽을 거라고 여긴 리버티가 돌아보지도 않고 한 방에 히센의 안면을 무너뜨렸다.


속도도 속도지만 어떤 예비동작없는 행동은 상황을 파악하는 일을 더욱 방해했다.


하지만 한 번씩 주고받았는데 이쪽은 목에 구멍이고 저쪽은 실행한 당사자의 코뼈가 전부였다.


남들이 보면 죽기 전에 최후의 발악인 것 같지만, 리버티는 아니었다.


“읏!”


치이이익!


보통 전분 치료사들조차 손대기를 꺼리는 위험한 부상이었지만 리버티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황실 치료사들이 봤다면 기겁할 행동이었지만 상처부위를 빠르게 지지기 시작한 백연 탓에 아픔도 없이 상처는 자취를 감췄다.


이로서 리버티는 기습을 당했으나 부상 없음.


상대는 한 명이 코뼈 부상.


피해 상황이 한순간에 역전되자 저쪽도 상당히 당황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조사관으로 변장하고 있던 히센의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던 인조피부로 만든 가면이 찢어져 얼굴이 훤히 드러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긴, 저런 반응은 얼마든지 이해해줘야 할 것이다.


기껏 조사하여 아르시엘이 타고 온 마차의 행로를 알아내고 비밀스럽게 바닥에 폭탄도 설치했다.


생각하긴 했는지 모르지만 황제가 꼬이고 기회다 싶어서 망설임없이 꼬챙이를 쑤셨을 것이다.


근데 지나고 보니 자신의 코뼈가 부러지고 정체까지 들켰다.


심지어 리버티와 히센은 구면!


벌써 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리버티는 나름 스타일 변화를 추구했음에도 히센의 얼굴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너 면상이 익숙하다?”


흠칫!


원래 이럴 때는 최대한 모르는 척, 아닌 척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히센의 무의식 속에는 암시장에서 벌어졌던 전투와 그 뒤 황궁에서 이루어진 심문이 너무나 깊이 새겨져 있었다.


경험을 놓고 봤을 때 히센에게 리버티는 트라우마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근데 조금 전 완벽한 기습을 성공시켰다고 판단한 순간 주먹을 날리는 걸로도 모자라 완벽하게 회복해버렸다.


심지어 쇠꼬챙이 끝에 발라져 있던 건 기름에 녹여낸 치명적인 맹독 30여종!


하나하나가 극소량만 스쳐도 치명적인데 혈관까지 파고든 리버티의 주먹은 너무나도 묵직했다.


해서 역시 괴물에겐 독도 안 통하나 싶었지만.


“아! 너 그때 암시장에... 음?”


“!”


히센을 기억해낸 리버티가 반갑다는 투로 손을 들어올리던 찰나 몸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보통이라면 적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허세라도 부리기 위해 연기했겠지만 리버티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스스로의 몸을 살폈다.


특히 들어올렸던 손의 손가락들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건 명백하게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


비록 즉사해야 정상이지만 멀쩡히 두 다리로 서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맹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건 히센들에게 희소식인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도 리버티의 썩은 미소 한 방에 무너져버렸다.


“이 새끼 어거, 꽤나 깜찍한 짓을 했네?”


“!?”


화르르르~!


조금 전 목에 난 작은 구멍을 막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크기의 백염이 리버티의 전심을 타고 올라왔다.


덕분에 분명 수도 많고 포위하고 있는 히센들이 움찔하며 물러나게 만들었다.


조금 전 부도덕한 짓을 벌였던 만큼 신성한 불꽃 앞에서는 더 조심스러워진 걸까?


하지만 화려한 연출과 달리 결과물은 루너의 소환이었다.


소환이 이루어지며 리버티가 정신으로 전한 내용을 수행한 루너는 그의 어깨에 안착했다.


그리고는 한 번 잡게 된 건수를 이용해 핀잔을 던졌다.


-방심이 심하군.-


핀잔이라기보다는 표현이 서툰 녀석이 걱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리버티의 반응은 여전히 싸가지가 없었다.


“밥값할 기회 주는 거잖아. 가서 일해라.”


-하여튼간에 감사할 줄을 모르는군.-


“제대로 하면 고려해보지.”


-쯧!-


한다는 것도 아니고 고려라는 말에 새이면서도 훌륭하게 혀를 찬 루너는 다시 불꽃으로 화해서 사라졌다.


나타날 때와는 달리 사라진 뒤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존재가 사라졌지만 이미 한 번 고개를 든 경외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넋을 놓거나 방심한 자들이 많아졌으나... 그들은 그래선 안 됐다.


루너로 인해 만전의 상태로 회복한 괴물이 그들을 향해 눈을 번뜩였으니까.


하지만 리버티의 기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느슨해진 정신의 틈을 사정없이 찌르고 들어오는 리버티의 살기와 투기!


그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히센의 부하들은 그대로 경직되어 저항할 의사를 상실했다.


그나마 히센은 버텨냈지만 14명과 달리 바로 리버티 앞에 있었기에 제 1 표적이 되고 말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은 리버티의 눈빛은 저절로 손이 단검을 쥐도록 만들었다.


그걸 못 알아볼 리가 없는 리버티는 히센의 손을 따라 시선을 던지더니 선심 쓰듯이 충고(?)를 날렸다.


“왜? 덤비게? 그냥 도망가지. 곱게 끝내줄 맘 없는데?”


“...”


마치 다 큰 성인이 생후 2개월 된 강아지의 필사적인 저항을 애교처럼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히센이 느끼기에도 리버티와의 격차는 그 이상이었다.


자신도 지난 세월 동안 나름 성장했다고 여겼으나 리버티는 그보다 더한 괴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리버티의 말에서 확신이 들었다.


혼자 도망친다고 해도 분명히 잡힌다.


혹은 부하들이 전부 생포되어 호된 취조를 당할 것이다.


물론 수하가 저들만 있는 게 아니지만 안 그래도 14명은 꽤 큰 피해였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도 모두 개죽음당할 게 뻔한 상황!


그렇다면 최대한 가능성이 높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혼자가 아닌 단체로 도망치는 것이다.


하지만 히센이 정신을 못차리는 부하들을 다그치기 전에 리버티가 먼저 움직였다.


“그냥 도망가라니...까!”


“!?”


일부러 말이 끝맺는 것보다 반 템포 빠르게 움직인 것만으로도 사정거리 안으로 히센을 완전히 집어넣었다.


거의 초근겁 상태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진 상황에서 리버티의 주먹이 도달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0.001초!


왼발을 내밀며 90º로 무릎을 접고 상체를 최대한 난췄다.


오른다리는 최대한 곧게 뻗어 힘의 전달을 최대한 유지하고 오른쪽 어깨를 최대한 전힌 상태도 가속도를 그대로 실은 주먹이 다시금 히센의 안면에 안착(?)했다.


퍽!


“큭!?”


무사히 안착(?)한 주먹이 만든 아름다운 신음소리가 한 번.


몸이 살짝 공중으로 뜬 히센이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며 착지하는 동작까지 이어졌다.


무려 주먹으로 성인 남자를 공중에 띄웠다는 뜻이었다.


죽일 생각이 없어서 이 정도에서 그쳤지만 일단 착지했다는 건 리버티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해서 리버티는 조금 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히센의 몸은 자신의 생각보다 터프한 것 같으니까!


뒤로 곧게 뻗었던 오른다리를 앞으로 옮기며 무게를 실은 축으로 삼았다.


그리고 상체를 더욱 낮추며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시에 왼다리를 들었다.


이미 낮았던 상체가 더욱 내려가면서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했지만, 반대로 높게 치솟은 다리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는 것으로 정확히 히센의 관자놀이와 만났다.


쾅!


흡사 화약이 폭발한 것 같은 폭음은 신음소리조차 허용하지 않고 히센의 몸을 날려버렸다.


아까와 달리 착지도 못하고 차인 히센은 운동에너지를 기반으로 하여 부하 둘을 덮쳤다.


덕분에 남자 셋이서 바닥을 뒹구는 더러운(?) 그림이 완성되고 말았지만...


“으으으...”


“니 몸은 무슨 합금으로 만들어졌냐? 왜 그렇게 단단해.”


히센은 여전히 버텼다.


정작 충돌한 부하들이 기절했음에도 말이다.


그 황당한 결과에 고개까지 설레설레 저은 리버티는 어느 샌가 손에 들린 암기들을 바닥에 버렸다.


탱, 태대댕!


“빠르긴 했는데 너무 뻔했어.”


처음 기습 때 사용한 쇠꼬챙이와 같은 독들이 칠해진 치명적인 암기들이었지만 이번엔 리버티의 피부에 작은 생채기조차 만들지 못하고 무력화된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일방적인 싸움이 굳어있던 부하들에게는 자극이 되었는지 하나둘 품에서 애용하는 장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정해도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데 단체로 덤벼서 틈을 만들겠다는 각오의 의도는 뻔히 보였다.


분명 자신들이 희생해서 대장인 히센을 빼내줄 생각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히센은 다른 놈들보다 많은 걸 아는 위치라는 뜻이기에 리버티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하는 우선순위를 정해준 꼴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각오도 있으니 기왕이면 맞장구는 쳐주려고 했다.


“우와~, 치사하게 떼로 덤비려고 하네? 괜히 개죽음되기 전에 항복하는 게 좋지 않겠어?”


“““...”””


물론 맞장구도 상대가 받아줘야 의미가 살지만.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오히려 도발로 느꼈는지 부하들의 안광에서는 조금 전 공포심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오기와 결의가 피어났는데 이것만 보면 완전히 리버티가 나쁜 놈 같았다.


솔직히 스스로 보기에도 자신이 악당 같았다.


“뒤져라!”


“대장, 빨리 도망...!”


아름다운 의리와는 별개로 달려드는 폼이나 악을 쓰는 돌격은 참... 한심해보였지만.


심지어 기절한 2명은 빼더라도 나머지 10명은 눈치를 살피고 가장 가까운 2명만 덤비다니.


그 시점에서 이미 의리고 희생정신을 운운하기 전에 무언의 소통부터 틀려먹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확실하게 치렀다.


철컹, 철컹!


“아, 안 ㄷ...!”


타당!


미처 히센이 말리기도 전에 리버티의 손에 들린 리볼버 두 정이 불을 뿜었다.


흑색화약이 아닌 정제된 화약과 뇌관까지 갖춘 탄피에서 만들어진 폭발은 힘을 오롯이 탄환에 실렸다.


총신 안에 새겨진 강선을 따라 회전력까지 더한 탄환은 가늠쇠에 포착된 두 사람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격렬하게 타오를 뻔한 두 생명이 연기만 나다가 꺼진 불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살아남은 10명은 당황했고 이는 해선 안 될 실수로 돌아왔다.


철컥! 철컥!


이미 초탄을 날리면서 받은 반동으로 몸을 회전, 팔을 교차하는 동시에 공이를 당기고 조준, 그리고... 발포!


탕!


분명 불을 뿜은 총구는 둘이었지만 소리는 한 번만 울렸다.


그래도 마찬가지로 두 개의 탄환은 정확히 두 사람의 생명을 꺼뜨렸다.


다시 얻은 반동으로 팔을 피면서 쏘고 또 접으면서 쏘는 행동을 2세트 추가하자 총 12발의 탄환이 공기를 찢었고 그만큼의 시체가 바닥에 추가되었다.


고작 1, 2초 사이에 부하들이 대거 사망하자 히센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정신을 잃었던 두 사람은 총성을 듣고 정신을 차렸지만, 눈을 뜨니 전멸한 상황에 다시금 공포에 발을 들였다.


“도망쳐! 싸울 생각하지 말고 전력으로...!”


두 사람이 정신차렸다는 걸 깨닫자 히센은 더욱 앞으로 나서며 다그쳤다.


그리고 시간을 끌기 위해 애용하는 무기를 꺼내는 찰나.


휙, 챙그랑!


달궈진 리볼버의 탄환 대신 히센의 이마에 부딪힌 건 약병이었다.


극소량의 연기만으로도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수면향.


하지만 제압해서 향을 맡게 만드는 게 귀찮았던 리버티가 자결할 틈을 주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대뜸 원액병을 던진 것이다.


원래부터 쉽게 기화되는 약인 탓에 히센의 머리를 연녹색 연기가 감싼 꼴이 됐다.


설령 숨을 참고 있어도 말을 하는 타이밍에 던졌기 때문에 최소 몇 방울이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고 그렇다면 효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털썩!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저항 없이 쓰러진 히센은 부러진 코뼈가 어떻게 되는지에 상관하지 않고 푹 잠들었다.


그런 그를 회수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가던 리버티는 아직도 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음? 와아~, 아직도 안 갔어? 귀찮은데... 빨리 끝내줄게.”


섬뜩!


지금 이 순간 리버티가 뭔 짓을 해도 무서운데 하필이면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모습이 참으로 공포스러워서 절로 소름이 돋았고 이성을 밀어낸 본능이 열심히 아우성쳤다.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말은 안 된다.


빠르긴 하지만 덩치가 크고 직선으로 달리는데 특화되서 길을 따라 달려야 한다.


근데 눈앞의 괴물은 하늘을 난다.


처음 출연부터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그건 확실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인데 그게 쉬울 리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눈앞의 괴물이 리볼버에 새로운 탄환을 장전하고 있는데 무슨 방법이 떠오를 리가 없지 않은가.


빈틈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미 두 발 이상 들어간 시점에서 덤비면 죽는다.


다행히 장전 중인 총은 하나.


즉, 둘 이상이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면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다음에 할 행동은 당연히 서로 간에 아이 컨텍트.


서로 눈치를 살피는 건지 타이밍을 재는 건지 모르겠지만 3초 이상 길어지니 그냥 쏘고 싶어졌다.


다행히 눈빛만으로 합의가 끝났는지 두 사람은 길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 방향의 숲을 향해 달렸다.


물론 그냥 도망치면 리버티가 쫓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시선을 돌리기 위한 행동을 했다.


근데 그 행동이라는 게 죽은 듯이 잠든 자신들 대장을 향해 암기를 흩뿌리는 짓이었다.


물론 그걸 놔둘 리버티가 아니기에 총 대신 검을 뽑으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무수히 많은 암기들이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미 총을 쏠 때부터 도착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조금 과잉 대응한 느낌이었다.


고작 단건 4개 쳐내려고 하나 당 6개씩 맞추는 꼴이라니.


뭐, 그러는 이유도 자신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기왕 온 녀석들이니 귀찮은 일을 맡길 상대가 생겨서 좋았다.


“술래잡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서 잡아와.”


[충!]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을 뿐인데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던 그림자들이 일제히 숲의 그림자로 숨은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도망치기 시작한지 금방이니 오래 걸리지 않아 다시 생포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리버티는 목 아래에 머물고 있던 응어리를 뱉어냈다.


“카아아~악, 퉷!”


툭, 푸쉬이이~.


마치 가래를 뱉는 것 같았으나 목구멍을 통해서 배출된 건 전혀 다른 물질이었다.


검게 죽은 피 같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점성이 높아 마치 단단한 젤리 같이 뭉쳐져 나온 이물질은 지면에 닿는 순간부터 연기를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녹아들었다.


그 정체는 조금 전 히센의 기습으로 리버티의 몸에 침투한 맹독이었다.


“으악, 어쩐지 독하더라.”


무리하게 날아오면서 치료에 동원할 여력이 부족해졌기에 모아놨다가 죽은 피랑 같이 뱉은 건데 아무래도 바닥이 녹는 걸 보니 속이 쓰렸다.


“도대체 저런 독은 또 어디서 구한 거냐... 화약도 그렇고 자금줄도 그렇고 물어볼게 참 많아졌다, 그치?”


당연히 대답할 수 없는 히센에게 질문을 던지며 리버티는 가볍게 그를 어깨에 걸쳤다.


“읏샤! 거 되게 무겁네. 그럼... 아르시엘은 어디까지 갔으려나?”


현장상황은 대충 마무리 지었으니 이제 남은 건 아르시엘을 찾는 일이었다.


시체 중에는 당연히 없었고 누군가 끌려간 흔적도 없었다.


대신 숲 쪽으로 난 흔적 중 아르시엘의 것으로 추측되는 게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애초에 인질이 됐다면 히센들이 먼저 앞세웠을 테니 잘 도망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잠시 기다리니 소식이 전해졌다.


-찾았다.-


“밥값, 수고했다.”


-... 따라와라.-


사념으로 몰래 수색을 맡겼던 루너의 수고로 리버티는 수월하게 아르시엘의 흔적을 쫓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무사한 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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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168. 제일 많이 할 테니까 19.04.08 28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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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19.03.18 368 2 16쪽
161 161. 에에에에에에!? 19.03.15 296 2 18쪽
160 160. 혼자 다 먹어야겠네 19.03.11 281 2 19쪽
159 159.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19.03.08 27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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