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저던트 -학생과 군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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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T
작품등록일 :
2013.04.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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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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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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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 외전

※피드백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2029년 11월 23일 오전 3시.

한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연구실.



“으아아 이놈의 다중현실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 거지······.”

“괜찮아?”


각종 VR기기와 AR기기가 중구난방으로 놓인 연구실에 있는 사람이라곤 나 김강진과 내

오랜 죽마고우인 정가현 두 사람 외엔 아무도 없다.

망할 교수들은 다 퇴근, 그래서 나도 퇴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남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으으, 생각은 잘했다지만 이걸 어떻게 연동시켜야 하는 걸까······.”

“일단 AR이랑 VR연동은 어떻게든 시켰잖아?”


AR과 VR의 연동은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감각 부분인데, 이 부분만큼은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젠장, 전자제품 판매점에 향기나는 스마트TV가 올라온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4년이란 기간이 지났다면 검색 사이트나 오픈소스 공유사이트에 슬슬 소스코드가 올라와야 정상일 시기인데 그 코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것도 겨우 연동시킨 거야. 학교에 남은 VR이랑 AR이라곤 저게 전부라니 웃기지 않냐?”


간혹 자신의 과거를 한탄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다. 기자재는 낡아빠졌지, 등록금은 교재비와 학생회비를 합쳐 연간 천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다.

게다가 받는 애들의 수준은······. 나랑 가현이가 서로 수석 차석을 가리고 앉아있으니 말은 다했다.


“음, 그런가?”

“컴퓨터를 통해서 AR의 카메라를 VR로 옮긴다는 건 겨우 했다지만, 감각까지 연동하라니, 참나 이걸 진짜 대학교 4학년짜리보고 하라는 교수 꼴도 하······.”


연구실에 틀어박힌 지 벌써 2년. 생각해보니 지금 이때까지도 가현이는 나와 함께 잘해온 것 같다.

아무튼, 그 2년 동안 여러 일이 터졌다. 학점관리에 스팩도 쌓아가며 연구실에 박혀 이런 이상한 개인연구까지 몰두해야 하니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상태다.


“그래도 AR이랑 VR연동이라도 성공한 게 대단하다고 생각 안 해?”

“그도 그렇겠지.”


비타민 스틱을 입에 물고서 문밖으로 나선다. 이 비타민 스틱은 어렸을 적엔 판매가 금지되었지만, 최근에 안정성에 치중한 제품들이 다시 시중에 풀리면서 판매가 재개되었다.

물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성년자는 구매할 수 없다, 뭐 우리나라가 원래 그런 나라였으니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어디 나가게?”

“스틱 좀 물고 바깥 공기 마시려고.”


문을 열고 복도 끝의 창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은 강하게 떠 있는 달빛을 보며 시계를 확인해보니 어느새 3시를 넘긴 상황이었다.


“아아, 진짜 개망했네.”

“어떤 게 망했어?”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둔탁한 충격이 내 이마를 강타했다.


“아야!” “앗!”


아픈 이마를 만지며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가현이가 내 옆에 앉아 나와 부딪힌 곳을 만지고 있었다.


“너 언제 나온 거야?”

“너 나가고 나서 바로 쫓아 나왔지. 그건 그렇고 이거나 받아.”


손에 따스한 감촉이 다가왔다. 그게 뭔지 시선을 옮겨보니 가현이의 손에 쥐어진 캔커피가 내 손에 올려져 있었다.


“커피는 역시 서버실 온장이 최고지!”

“하하, 곧 12월이라지만 이 정도 온도도 나쁘진 않지.”


연구실 옆에는 서버실이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알려진 이곳의 용도는 차가운 음료를 덥히는 데에 주로 쓰인다.


“참 오래 지냈네.”

“그러네. 내가 군대 간 것도 포함하면 벌써 8년이네.”

“네가 내신 때려치우고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몰방해서 대학 가겠다고 난리 치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봐도 웃기지.”


그 난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다. 입시제도의 급변 때문에 입학사정관과 학생부 전형을 사용하지 못했던 때,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금 학교에 들어왔다.


“그러는 너는 내가 군대 간다고 했을 때 바로 2년짜리 휴학계 냈지?”

“아, 그때는 학비도 벌고 여행도 가고 싶어서 그랬으니깐.”


거짓말이다. 이 녀석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고3이 되던 해에 갑자기 마음을 바꿔 나와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 여파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적나라하게 나타났는데, 잘못된 예제를 입력해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이해를 못 한다는 점과 UML을 쓰지 못한다는 점에서 들통 났다.

한마디로 이 녀석은 IT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녀석인데······.


“여행은 개뿔, 너 선형대수학이랑 자료구조랑 실무이론 다 배워서 돌아왔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우리 학교의 3학년 커리큘럼에는 기계학습 과목이 있다. 이 과목은 기계학습에 대한 이론을 신나게 배운 뒤에 딱 2개의 실습을 하는데, 하나는 기초 실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초를 응용하여 그래프를 맞추는 응용 실습이다.


“뭐, 뭐가?”

“너 기계학습 A+잖아. 수학도 모르는 애가 그걸 어떻게 A+맞은 거야?”

“아, 그건 내가 운 좋은 조에 걸려서”

“조별 과제 없었거든? 하여간 대단하셔.”


어찌 되건 나와 가현이는 이런 식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그 덕에 가현이는 완벽한 공대녀가 되었고, 나도 너드(nerd)까진 아니지만 나름 연구실에 처박혀 지내는 인생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가현이의 모습을 보면······.


“야야, 졸지 마. 잘 거면 보고서 다 쓰고 자.”


괜스레 내가 미안해진다. 나쁘게 말하자면 날 졸졸 따라다닌 이 녀석도 문제가 있지만, 녀석에게 별다른 배려를 해주지 못한 나도 잘못이 있다.

나날이 피곤은 늘어만 가고, 이걸 말릴 방법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역시 졸업을 하는 게 정상일까 싶지만 나도 그렇고 가현이도 그렇고 서로 부모님한테서 "대학원에 가라."는 소리를 지겹게 듣는지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음······? 아, 미안.”

“빨리 쓰고 자자. 2주 후면 기말고사잖아. 공부도 후다닥 해둬야지.”


이 수준 낮은 학교의 장점은 벼락치기가 가능하단 것이다. 딱 2주만 신경 써서 공부해두면 전 과목 A+는 일도 아니다.


“응······.”


반쯤 휘청거리는 가현이를 부축하며 다시 연구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펼친다. 근데 왼쪽이 좀 무겁다?


“스윽······.”


새근새근 잠에 빠진 가현이가 내 어깨에 완전히 기댄 채로 서 있었다. 서서 자는 버릇은 고등학생 시절에도 몇 번 보긴 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르다.


“하아······.”


나는 어쩔 수 없이 가현이의 노트북을 펼쳐 암호를 입력한다. 암호는······. 뭐 뻔하지.


『암호를 입력하세요 : 4401045』


4401045. 내 학번이다.

44년에 입학, 01은 컴퓨터공학과를 뜻한다. 45번은 45번째로 합격한 학생이란 뜻이다.

정말인지 살다 살다 남의 학번을 비밀번호로 해두는 사람은 처음 본다.


『인증 완료. 로그인 중입니다······.

환영합니다.』


그렇게 나는 밤을 새우기로 작정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왠지 가현이에게 짐만 더 주는 것 같으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타다닥 타다닥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나는 연구성과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2048년 6월 23일. 새벽 1시.

제2 구역 본부. 작전회의실.



“이후 송은랑에 대한 처분은 우리 헌병이 맡겠습니다.”

“군에 들어온 지 30년하고도 수년이 지났는데 나도 참 별별 웃긴 녀석을 보는구먼.”


제2 구역 본부 작전회의실.

새벽까지 이곳의 전등이 켜져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송은랑 학생 말입니까?”

“그래, 그 학생 말일세. 일개 학생이 군대의 보안망을 다 뚫었다니, 그런 이야기는 내가 소위였던 시절에 몇 번 들은 게 전부일세.”


그도 그럴 것이다. 지금 구역장을 역임 중인 소장 계급장을 찬 사람들이 소위였던 시절, 당시 징병제였던 한국 군대는 IT시대와 더불어 각종 보안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걔 중 대표적인 걸 꼽자면 부서 사무실에서 인트라넷 망의 설정을 바꿔 외부망으로 접속하다가 걸리는 경우다.


“일반 보안망이 아닙니다. 전문 보안 업체 서너 곳이 합작하여 만든 최강의 보안망을······. 개인 서버로 끝장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통신학교 대대장이 한숨을 쉬며 말하자, 구역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만하라는 손짓을 지었다.


“꿈에도 모르는 일을 억지로 막는 건 정말로 하기 힘든 짓이네. 차라리 군인 연금을 받아가며 사는 게 훨씬 나을 정도야.”


통신학교 대대장이 한숨을 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송은랑의 등장인데, 기존의 보안사고가 아닌 더더욱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아무튼, 헌병대대장이 보기엔 이번에 그 학생이 받을 형량은 어느 정도 될 것 같나?”


구역장이 헌병대대장에게 묻자,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스피커를 통해 대답이 들어왔다.


“고등군사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서 나올듯합니다만, 어림잡아 군 교도소 8년 이상의 형량이 나올 것 같습니다.”

“8년이라······.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참 딱하단 말이야.”

“어째서입니까?”


갑자기 나라 타령을 하기 시작한 구역장을 향해 헌병대대장이 물었다.


“이런 애들은 교화만 잘 시켜두면 사이버사령부 같은 곳에다가 보내서 좋은 인재로 키울 수 있는데, 그걸 썩혀서 나라의 적으로 만들려 한다는 게 참······.”

“어쩔 수 없습니다. 군대에서는 나랏법과 군법을 지키는 게 도리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군인이 된 이상, 나랏법은 물론이고 군법까지 지켜야 한다. 이걸 모르는 초등학생은 없다.


“그런가······. 일단 알겠네.”

“구역장님, 송은랑 학생을 체포하기 전에 거쳐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위치인가······. 교문 밖 CCTV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거로 봐서는 교내에 있다고 보는 게 옳지 않겠나?”


지금 헌병대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통신보안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른 한 학생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취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다.

보통 같으면 그냥 부대에 쳐들어가서 냅다 구속하면 그만이라지만, 이번 건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긴 합니다만······. 어디서 식사를 조달받고, 어디서 물을 조달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구역장은 놀란 나머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다. 물과 식량이다.

이것은 전쟁에서도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물론 전쟁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주에서 식에 해당할 정도로 물과 식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송은랑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녀석의 행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 식당에 설치된 CCTV에도 아무런 기록이 없는가?”

“그렇습니다.”

“흠······.”


구역장과 헌병대대장은 서로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새벽을 넘어가는 마라톤 회의에 당황한 다른 부대의 대대장과 연대장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를 붙잡고서 밀리는 졸음을 쫓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수색대대장.”

“중령 황체근!”


수색대대장을 부른 구역장은 아주 단호한 지시를 내렸다.


“내일 당장 컴벳고 주변을 완벽하게 몰래 포위하게. 헌병대와 연계하여 모든 가용병력을 사용한다면 컴벳고 부지 정도는 간단히 포위할 수 있을걸세.”

“알겠습니다!”

“헌병대대장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중령 조강제! 노력하겠습니다!”


구역장이 통신을 끊으려던 찰나, 그는 뭔가를 떠올렸는지 다시 언성을 높여 말했다.


“몰래하되 완벽하게 해두게. 컴벳고 학교대장은 여러모로 실력있는 녀석이라 나도 쉽게 못 건드린다네.”

“알겠습니다!” “예!”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네.”


이렇게 한 학생에 관한 회의는 막을 내렸다.




※피드백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 1월 10일 오전 3시 18분.

-> 부자연스러운 부분 수정.


이런 외전,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런 내용말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1.07 12:5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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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은용쌍투 - 은룡의 귀환 +1 18.01.13 132 2 11쪽
» 신정 외전 +1 18.01.07 156 2 12쪽
60 은용쌍투 - 피도 눈물도 없이 17.12.31 13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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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강제성 배반 - 정체 +1 17.08.13 226 2 8쪽
52 강제성 배반 - 서막 +2 17.08.13 18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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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파란만장한 첫 휴가 - 포로전야 +2 17.07.09 235 2 7쪽
46 파란만장한 첫 휴가 - 엇갈림 +2 17.07.08 259 2 7쪽
45 5월 특집 - 그 자매의 휴가 첫날 +2 17.05.03 418 2 9쪽
44 모든 게 처음 - 서울 구경 3 17.04.30 285 3 8쪽
43 모든 게 처음 - 서울 구경 2 +1 17.04.29 33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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