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초한 영웅 환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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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마츠리
작품등록일 :
2017.09.0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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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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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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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상산사호와 이사

DUMMY

018

상산사호(商山四皓)와 이사(李斯)




순자를 떠나 묵가와 명가의 후학 및 후예와 잠시 어울렸던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은 노산에 머물며 장자(莊子)의 후학인 이이(李耳)와 함께 무위자연과 만물의 변화를 깨닫기 위해 수행하고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왕 영정은 스스로 진의 시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종(韓終), 후공(侯公), 석생(石生)을 시켜 장생불사의 선약을 구해오도록 했는데, 이곳 노산에 불로초가 자란다는 소문이 그들의 귀에 들어갔다.

한종은 죄수 일만을 끌고 와 노산의 삼림과 구릉, 계곡을 뒤졌다. 죄수 삼천이 죽고 오천이 크게 다쳤으나 불로초를 찾지 못했다.

이후 후공은 죄수 오만을 끌고 와 노산의 비탈과 절벽, 봉우리, 능선까지 모두 뒤졌다. 죄수 일만이 죽고 이만이 크게 다쳤으나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다.

이후 석생은 죄수 일십만을 끌고 와 노산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초목을 뿌리째 거두었다. 죄수 삼만이 죽고 나머지 칠만이 모두 크게 다쳤으나 불로초를 얻지 못했다.

석생이 빈손으로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승상인 이사가 한종, 후공, 석생과 함께 수행 병사 삼천을 이끌고 노산을 찾았다. 노산의 형세와 기운을 직접 살필 심산이었다.



#


더 이상 마차 진입이 불가능한 험로에 이르자 이사가 마차에서 내렸다. 마부가 말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고개를 들어 노산을 바라보았다. 초목이 사라진 산은 반이 잿빛이고 반이 흙빛이었다.

노산에서 시선을 거둔 이사가 말에 오르자 한종, 후공, 석생이 다시 앞장을 섰다.

말을 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사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말을 멈추었다.

죄수의 시신을 쌓아놓은 구덩이가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흙도 제대로 덮지 않은 탓에 냄새는 물론이고 그 적나라한 참상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노산에서 살아나와 다른 부역장으로 이동하다 죽어간 죄수의 시신일 것이었다.

이사가 말머리를 돌리려는 순간 저 멀리 앉아있는 사내 몇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누구인가.”

이사가 묻자 앞에 있던 한종이 말머리를 돌려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가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이사가 이야기했다.

“도망친 죄수라면 모두 목을 베어야 할 것이다.”

한종이 다시 사내 무리를 향해 말머리를 돌리려는 순간 후공이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는 자들인데, 장자의 후학이라 들었습니다.”

이사가 다시 물었다.

“장자의 후학이라면, 방사인가.”

후공이 대답했다.

“안 그래도 방사가 아닌가 싶어 심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저 학문을 하는 선비인 듯 보였습니다. 소장이 보기에도 방사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시황제께서 진기(秦記), 의약(醫藥), 점복(占卜), 종수(種樹)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태우라 하셨고 법령을 배우려거든 관리를 스승 삼으라 하셨다.”

이사는 표정보다 더 굳은 어조로 이야기를 이었다.

“아둔한 선비가 사사로운 학문을 익혀 감히 법령과 교화에 대해 의논하고 조정에 반감을 품으며 비난하기에 이르니 시황제께서 진의 기록이 아닌 제자백가의 모든 저작을 태워버리라 하신 것이다.”

이사는 멀리 있는 사내 무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황제께서는 ‘시’와 ‘서’를 논하거나 옛것으로 지금 것을 비난하는 자는 저잣거리에서 죽여 본을 보이고 일족을 멸하라 하셨다.”

이야기를 마친 이사는 한종, 후공, 석생을 바라보았다.

“무엇하느냐. 당장 가서 끌고 오도록 하라!”

이사의 명을 받은 한종, 후공, 석생은 기병 몇을 이끌고 사내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말에서 내린 이사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아뢰고 시황제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


끌려온 다섯 사내는 결박을 당한 채 머리를 땅에 박고 엎드려있었다. 이사는 엎드린 사내들의 행색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장자의 후학이라면 방사일 것이다. 시황제께서 선약을 구하시고자 방사를 부른 적이 있으나 한중(韓衆), 서불(徐市), 노생(盧生)이 간사한 이익만 챙기다 급기야 시황제를 비방하고 도주하기에 이르렀다.”

이사는 고개를 돌려 시신을 쌓아놓은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시황제께서는 요사스러운 이설로 검수(백성)를 현혹하는 방사와 유생 사백육십여 명을 구덩이에 생매장하고 후세에 알려 경고하셨다. 방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너희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저 구덩이에 묻히게 될 것이다.”

엎드린 사내 중 하나가 머리를 땅에 댄 채 대답했다. 이이였다.

“장자의 후학은 소인뿐입니다. 그리고 감히 아뢰나 장자의 후학 중에는 방사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신선의 술법은 장자의 무위자연 사상과 무관합니다.”

이사가 이이 앞으로 다가가 다시 물었다.

“학문을 하는 선비라 들었다. 방사가 아니라면 유생인가?”

다른 사내가 대답했다. 동원공이었다.

“소인들이 과거 유생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시황제께서 분서를 명하시기 전부터 경전 읽기를 그만두었습니다. 또한 감히 아뢰나 유가는 물론 의약, 점복, 종수 관련 서적조차 가지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사는 엎드린 사내들 앞을 천천히 오가며 이야기를 이었다.

“방사가 아니고 더 이상 유생도 아니며 서적은 의약, 점복, 종수와 관련된 것조차 가지고 있지도 않다···.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이사는 걸음을 멈추었다.

“어찌되었든 무리를 지어 ‘시’와 ‘서’를 논하고 옛것으로 지금 것을 비난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각리선생이 대답했다.

“소인을 비롯한 선비 셋은 예전부터 유가를 부정해왔습니다. ‘시’와 ‘서’를 논한 적이 있으나 법가에 비추어 비판했을 뿐입니다.”

이사가 다시 물었다.

“법가라 했느냐. 그 법가는 상앙의 것이냐, 한비의 것이냐.”

기리계가 대답했다.

“소인들은 상앙과 한비의 법가를 알지 못합니다. 스승 삼을 관리가 없어 익힌 것이 비천하나, 소인들이 감히 입에 담았던 법가 사상은 이승상께서 마련하신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사는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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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황보숭과 사마의 17.11.07 177 1 13쪽
49 049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17.11.01 129 1 13쪽
48 048 진궁과 고순 17.10.29 118 1 14쪽
47 047 진궁과 조전, 여포와 초선 17.10.24 137 1 13쪽
46 046 여포, 왕윤, 노식, 진궁 17.10.23 127 1 14쪽
45 045 제후 연합군 17.10.20 127 1 14쪽
44 044 관우와 유비의 통수 17.10.19 144 2 13쪽
43 043 유비, 관우, 주창과 장만성 17.10.17 149 1 13쪽
42 042 장각 17.10.16 112 1 13쪽
41 041 장우각과 저연 17.10.13 170 1 13쪽
40 040 여포와 진궁 17.10.11 174 0 13쪽
39 039 고순의 함진영과 장료의 팔건장 17.10.08 164 1 13쪽
38 038 장료와 화웅 17.10.08 190 1 13쪽
37 037 여포군과 제후 연합군 17.09.30 162 2 13쪽
36 036 동탁의 폭정과 하북의 거병 17.09.28 159 1 14쪽
35 035 여포와 이숙 17.09.26 176 2 13쪽
34 034 십상시의 난, 장양과 하태후 17.09.24 160 0 12쪽
33 033 조조와 동탁 17.09.23 166 2 13쪽
32 032 동태후와 하태후, 하진과 원소 17.09.22 167 1 12쪽
31 031 조조와 순욱 17.09.21 208 2 12쪽
30 030 장양, 하진, 조조 17.09.20 208 2 13쪽
29 029 백룡, 청룡, 적룡, 흑룡, 황룡 +1 17.09.19 266 3 14쪽
28 028 유방과 항적(항우), 홍문의 연회(鴻門宴) 17.09.18 261 4 16쪽
27 027 유방의 거병 17.09.17 223 2 13쪽
26 026 유방과 번쾌 17.09.16 258 2 13쪽
25 025 역모 17.09.15 220 3 12쪽
24 024 이사와 조고 17.09.14 265 3 12쪽
23 023 영정과 청 17.09.13 269 3 13쪽
22 022 황색 주머니와 흑색 주머니 17.09.12 297 3 9쪽
21 021 환생의 선약 17.09.12 251 3 8쪽
20 020 영정과 이사 17.09.11 320 5 8쪽
19 019 불로초 +1 17.09.11 300 4 11쪽
» 018 상산사호와 이사 17.09.10 298 4 7쪽
17 017 상산사호 17.09.10 282 4 7쪽
16 016 사마휘와 상산사호 17.09.09 335 3 7쪽
15 015 이왕거기일언(而王居其一焉) 17.09.09 311 2 7쪽
14 014 융중결의(隆中決意) 17.09.08 371 3 10쪽
13 013 제갈량의 혜안 17.09.08 350 3 6쪽
12 012 제갈량과 우길인 각리선생 17.09.08 349 3 8쪽
11 011 제갈량과 득래 17.09.08 459 4 6쪽
10 010 사마휘, 우길인 각리선생, 좌자인 기리계 17.09.08 467 6 6쪽
9 009 유비의 혜안 17.09.08 550 3 9쪽
8 008 필연과 우연, 법칙과 의지 17.09.07 721 4 8쪽
7 007 진승과 오광의 난 17.09.07 672 6 7쪽
6 006 유비와 남화노선인 동원공 17.09.07 910 5 6쪽
5 005 입신(立身) 17.09.07 875 7 7쪽
4 004 유비와 감부인 17.09.07 963 7 7쪽
3 003 유비와 간옹 17.09.07 1,341 8 7쪽
2 002 관우와 감부인 17.09.06 1,784 16 6쪽
1 001 장생(長生)에서 운장(雲長)으로 +2 17.09.06 2,526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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