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수습 모험가 전사 리히트.
아우프지히트 생활 백서
- 수습 모험가 편 -
1화 0편 - 소개, 수습 모험가 전사 리히트.
아우프지히트력 오백이십칠 년. 꺼림칙한 전설을 자랑하는 던전, 비명의 지하 감옥은 아우프지히트 대 산맥이 나타난 뒤로부터 모험가들의 발길을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다.
수습 모험가 교관 아우스는 파티 중간에 서서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굳어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간격을 잡아!"
특히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는 수습 전사에게 더욱 그랬다. 그는 자신의 머리 높이와 같은 개미의 겹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몇 번이고 몸서리쳤다.
교관은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을 하나 집어 앞에 있는 소년에게 던졌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니히트! 잘난 체는 길드에 전부 두고 왔냐? 쉴트 왼쪽이 비었잖아. 같이 막아줘!"
"예, 예!"
가죽 갑옷 등짝에 돌을 맞은 전사 소년은 자각도 없이 대답부터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금은 펴지지 않았다. 그가 비척비척 걸어간 자리는 방어에 전력 중인 수도사 루안 바로 옆이었다. 아마 비슷하게 생긴 생물체 옆에 붙어 조금이라도 안정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교관의 두꺼운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게 붙어 있으면 검을 휘두를 수가 없잖아!"
교관의 훈수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수도사의 동선을 잘라먹으며 서로 부딪혔다. 두 사람의 전투 행위가 멈추자 당연히 거대 개미들은 빈틈으로 들어오려 했다. 소년 옆으로 스쳐 가는 거대 개미의 머리통은 교관이 어제 말했던 것처럼 정말 수박만큼 컸다.
"저 멍청이. 리지, 엄호!"
명령이 떨어지자 사제 옆에 거리를 두고 있던 정령사 리지는 즉시 움직였다. 그녀는 공중에 떠 있던 빛 덩어리를 향해 크게 팔을 휘두르며 파티가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전열 왼쪽에 섬광! 노오수이! 즈샤아수임주 즈조!"
빛은 허공에서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방어선 안으로 들어오려는 개미들의 눈앞에 섬광을 터뜨렸다.
그 순간.
"끄악!"
거대 개미들의 몸부림과 비슷하게 팔다리를 꺾어가며 전사 소년은 자기 눈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교육은 분명히 받았다. 교육은 말이다. 리히트는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도 모자를 마당에 딱 그때에만 번개 같은 속도로 터지는 빛을 쳐다본 것이다.
교관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때를 노리고 있었던 도적은 발버둥 치는 거대 개미의 등 위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서슬 퍼런 단검으로 정확히 목덜미를 끊어낸 도적은 차근차근 다른 개미들을 도륙해 나갔다.
"잘했다 부베."
교관이 도적을 칭찬했다.
순식간에 서너 마리를 해치운 단검이 개미산에 부식되며 하얀 연기를 피워올렸다. 부베는 못쓰게 된 쇠붙이를 미련 없이 버리고 허리 뒤에서 다른 단검을 꺼내 들었다. 교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녀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교관이 중얼거렸다.
"하는 짓이 자기 스승하고 똑같네..."
한명 한명 일행의 상태를 점검하는 교관의 눈에 수도사는 슬슬 한계인 듯 보였다. 방어를 교대할 전사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련에 비해 한참 짧은 전투 시간이었지만 교관은 미련 없이 결정을 내렸다.
"쉴트, 니히트를 끌고 후미로. 던전 입구까지 후퇴! 부베는 뒤를 맡아라."
소년이 입은 가죽 갑옷의 어깨끈을 붙잡은 수도사가 놀라운 힘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질질 끌려가는 소년은 눈이 터질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던전 안에 긴 메아리를 남겼다.
바이슈탄트 길드 수습 모험가 아우스 파티의 기념비적인 첫 전투이자 첫 패배였다. 비명의 지하감옥에서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거대 개미가 일행의 모험을 막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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