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프지히트 생활백서 수습모험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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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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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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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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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3편 - 새싹의 아침

DUMMY

아우프지히트 생활 백서

- 수습 모험가 편 -


5화 3편 - 새싹의 아침


아우프지히트력 오백이십칠 년. 꺼림칙한 전설을 자랑하는 던전, 비명의 지하 감옥은 아우프지히트 대산맥이 나타난 뒤로부터 모험가들의 발길을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다.


- 01 -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던 벨리스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똑 똑 똑

어쩌면 벨리스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입을 벌렸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목청도 한 번 가다듬은 그녀는 빅토리아 길드 숙녀답게 기대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다.

"누구세요?"

상대방의 대답은 문에 가로막혀 감정을 잘 알 수 없는 상태로 들렸다.

"리히트."

지금껏 방을 서성이던 벨리스는 머리와 옷을 매만지며 뜨끈해진 자기 볼을 톡톡 두드렸다.

침착하려는 노력과 상관없이 쿵쾅대는 가슴을 한 손으로 누르고 대답했다.

"들어와."

방문이 안으로 밀려 들어오며 리히트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숙소에서 가져온 깨끗한 옷을 잘 접어 둘둘 말아 허리끈과 함께 묶어 들고 있었다.

벨리스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있었다.

혼자 되새겼던 다짐과 다르게, 그녀는 리히트가 옷 하나만 달랑 가지고 오자 싫은 기색부터 내었다.

"그것만 가지고 온 거야?"

리히트는 실없이 웃으며 대꾸했다.

"안뜰에서 훈련할 때는 나무 장비 쓰니까 이거면 돼."

하지만 벨리스는 쌜쭉 투덜거렸다.

"피. 보고 싶었는데."

"어. 그리고 보니까 벨리스는 어떤 장비 써?"

벨리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리히트에게 다가가며 입술을 비죽댔다.

"흥. 몰라. 나도 안 보여줄 거야."

여지없이 벨리스는 그를 목욕실로 밀었다.

"밖에서 입는 옷은 내가 걸어둘 테니까 목욕실 안에서 밖으로 내놔. 새 옷 가지고 들어가고. 아 참. 안에서 신을 신발도 가지고 왔지?"

마지못해 밀려 들어가며 리히트가 말했다.

"신발은 안 가져왔는데?"

"아, 정말. 일일이 말해야 돼?"

"미안."

사과하는 리히트의 얼굴이 라테와 함께 있던 복도에서와같이 시무룩해졌다.

모르는 척 벨리스는 그를 목욕실로 집어넣었다.

"어제는 발도 거의 안 씻었지? 깨끗이 씻어."

목욕실에서 금세 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제와 다르게 리히트는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 던져지듯 밖으로 내놓은 리히트의 옷을 들고 벨리스는 그제야 미안한 표정으로 목욕실 휘장을 바라본다. 벨리스는 그가 돌아오면 라테와의 일부터 사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계속해서 리히트에게 면박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처량하게 낮은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하고 상상했던 뜻밖의 만남이 이루어졌음에도 스스로 망쳐간다는 실망감이 들었다.

벨리스는 창문 옆 옷 막대에 그의 옷을 걸어둔 뒤 리히트가 목욕실에서 나올 때까지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목욕실 휘장이 걷히자 리히트는 깨끗한 차림으로 나왔다. 벨리스가 말한 신발을 의식했는지 맨발이었다.

리히트의 얼굴을 보고 활짝 피어나던 벨리스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리히트 너 신발..."

역시나 하고 리히트가 어색한 웃음을 보냈다.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그녀는 의도치 않게 튀어나오는 버릇을 깨닫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벨리스의 생각은 이런 게 아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스스로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아. 왜 이래 진짜."

그러나 벨리스의 말에 또 핀잔을 들었다고 생각한 리히트는 낯빛이 확연히 어두워졌다.

삽시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그대로 방 안은 정적이 흘렀다.

지금껏 벨리스는 받는 쪽이었다. 불과 칠 년 안팎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미모를 무기로, 그녀는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었다. 언제든 그녀가 흥 하고 토라지면 주변 사람들은 법석을 떨었다. 물론 리히트도 예외는 아니다.

일 년 전 벨리스를 영입한 빅토리아 길드에서는 철저하게 이런 습관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 조차 마음 먹은대로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리히트가 방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지금처럼 말이다.

얼마나 지났는지 리히트가 입을 열었다.

"저기, 벨리스."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은 벨리스가 얼굴에서 손을 떼 리히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직도 목욕실 앞에 선 그대로였다.

그러나 어색하게나마 웃어주던 리히트는 아니었다.

"나 숙소에 가서 잘게."

리히트는 매우 난처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벨리스의 허락을 기다렸다.

이렇게 보면 벨리스의 말 한마디에 어쩔 줄 모르는 리히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지금은 그의 고백이 술기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제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음에도 어째서 한 발 더 다가와 주지 않을까 벨리스는 답답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봐 주기만 하면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벨리스는 짧게 말했다.

"안돼. 가지 마."

그녀는 리히트가 주억거리면서 다가와 주기를 바랐다.

리히트도 짧게 말했다.

"아니. 갈래."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벨리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대로 리히트가 문을 나서면 다시는 마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빅토리아 길드에 오기 전까지 그런 식으로 살았다.

벨리스는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를 냈다.

"안 돼! 못가!"

하지만 리히트는 대답도 없이 창가에 걸린 자기 옷을 찾아 대충 묶고 있었다. 벨리스는 리히트를 붙잡는 대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막아섰다.

신발까지 신은 리히트가 결국 벨리스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안 보내줄 거라니까?"

리히트는 점점 실망하는 눈으로 그저 벨리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가 아무 말도 입에 담지 않자 대답은 벨리스의 몫이 되었다.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훔쳐보다가 사귀자고 한 거 아니야?"

그러자 리히트는 약간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미안해. 벨리스가 너무 예뻐서 그랬어. 나한테 잘 해주고."

"뭐가 미안해? 지금은 싫어?"

"벨리스. 내가 고백했던 말 기억해?"

"당연하지. 나 술 잘 마시거든?"

"그럼 알았지? 숙소로 갈게."

벨리스와 다르게 리히트는 구태여 창피를 주지 않았다.

각자의 마음은 각자의 것이다.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날의 고백을 마음속에서 곱씹던 벨리스는 문득 리히트가 하려는 말을 깨달았다. 정말로 리히트는 그녀가 꿈꾸던 뜻밖의 남자였다.

벨리스는 이제까지 돈과 권력으로 자신을 휘두르던 사람들보다 리히트가 훨씬 두려워졌다. 그는 가지려 하지 않는다.

지금 방에서 그가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확신한 벨리스는 리히트의 옷 소매를 꽉 잡고 몸서리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녀는 리히트에게 비추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흉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리히트를 만나기 전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이 미웠다. 그녀는 리히트에게 솔직하지 못한 자신의 감정이 혐오스러웠다. 그녀는 리히트의 가질 수 없는 마음이 무서웠다.

"... 흐앙!"

벨리스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리히트의 옷을 잡은 채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목놓아 울었다.

리히트는 마구 소리치다 엉엉 우는 벨리스에게 깜짝 놀라 몸 둘 바를 몰랐다.

"벨리스? 왜 그래?!"

그때 갑자기 방문이 거세게 열리며 라테의 외침이 함께 들이닥쳤다.

"벨리스!"

우악스러운 힘에 밀려 벨리스와 리히트는 방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양탄자 위에 뒤엉킨 두 사람 모두 황당한 눈으로 라테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로 얼룩진 벨리스와 어버버해 대는 리히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그렇고 그런 상황이다.

그 광경을 목격한 라테는 들고 온 자신의 검을 움켜쥐며 불을 뿜을 기세로 소리쳤다.

"리히트 너!"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리히트는 그냥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 02 -

벨리스의 방에 리히트는 혼자 남아 있었다. 라테가 자기 방으로 벨리스를 끌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리히트에게는 숨도 쉬지 말고 기다리라고 으름장을 놓은 판이었다.

그는 매우 불안했다. 벨리스가 혹시 없는 말이라도 해버린다면 리히트는 거인 넓적다리만 한 라테의 검에 그대로 두 동강이 날지 모른다.

리히트가 신경 쇠약 환자가 되기 직전, 라테는 벨리스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벨리스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목욕실로 들어갔다.

심상치 않은 벨리스의 행동에 두통과 손 떨림을 동반한 귀울림이 시작되려는데 라테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리히트. 잠깐 나와 봐."

죽어도 나가기 싫었지만 문고리를 잡고 묵직하게 서 있는 라테의 엄숙한 태도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리히트는 단두대 앞에 벌벌 떠는 범죄자의 모습으로 쓸쓸히 방을 나섰다.

리히트와 함께 방에서 나와 직접 문을 닫은 라테가 지긋이 소년을 응시했다. 당장 뺨이라도 맞을 것처럼 게슴츠레 그녀를 바라보는 리히트는 조용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더해 갔다.

그런데 라테는 대뜸 킥킥 웃기 시작했다.

"리히트 너. 킥킥킥."

리히트는 생각했다. 라테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소리죽여 웃는 버릇이 있었구나 하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웃음을 참으려 매우 애쓰고 있었다. 반대로 애초에 웃음을 참을 마음이 없기도 했다. 감정이 진정 되다가도 리히트의 얼굴만 보면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급기야 자기 무릎을 짚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을 앞에 두고 웃기만 하자 리히트의 표정은 당연히 점점 불만스럽게 변해갔다.

그녀의 조용한 폭소는 리히트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고 입을 열 때까지 계속되었다.

"라테?"

그녀는 말도 잘 나오지 않는지 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끈 라테는 비로소 숨을 몰아쉬며 말하게 되었다.

"하아. 하아. 미안. 아. 너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잘 골랐을 줄 나도 몰랐어. 그 벨리스가 글쎄, 이틀 만에... 킥킥킥킥!"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겨우 말을 잇던 라테는 다시 폭소에 몸부림쳤다.

더 버틸 수 없었는지 그저 리히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벨리스에게 돌아가라고 손짓한 후 라테는 자기 방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왜 불러냈는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리히트는 덩그러니 복도에 남아 다시 벨리스의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망설였다.

라테의 행동으로 미루어보면 벨리스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더라도 벨리스가 문제이다. 굳이 이 문을 열고 들어가 또 타박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벨리스는 좋아하고 사귀는 사람이 아닌가. 멋진 모습만 보여주어도 모자를 마당에 못 배워먹은 술집 종업원마냥 못난 티를 내는 게 좋을 리 없었다.

리히트가 망설이고 있는데 문이 저절로 벌컥 열렸다.

깜짝 놀란 리히트가 손잡이를 놓자 이번에는 벨리스가 문 건너편에 있었다.

벨리스는 놀란 듯, 아니면 기대하지 못한 듯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주 보던 리히트가 물러서려 하자 벨리스는 그의 손을 붙잡아 있는 힘껏 당겼다. 리히트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텼지만, 그녀는 손을 당긴 것이 아니라 리히트의 품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벨리스는 복도에서 리히트를 안고 말했다.

"들어가자."

어떤 대답을 하기 위해 리히트가 숨을 들이쉬자 그녀는 리히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말했다.

"들어가자. 응?"

"벨...!!"

벨리스는 급히 리히트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아 세웠다.

어제와 달리 그녀는 리히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쫓기는 토끼처럼 바쁘게 입을 헤매다녔다. 리히트 역시 좋아하는 사람의 입맞춤을 함부로 피하지 않았다.

조금씩 느려지면서 느슨해지는 입맞춤이 마침내 멈추자 벨리스는 입술을 떼지도 않고 속삭였다.

"나랑 있어."

벨리스의 숨소리를 듣던 리히트도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나 구박 안 할 거야?"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벨리스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격렬히 고개를 끄덕이며 간헐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리히트가 또 속삭였다.

"쿠키도 주고?"

"응."

그 사이에도 벨리스의 가벼운 입맞춤은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리히트가 속삭였다.

"안 씻어도 돼?"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입술을 붙인 채 소리 없이 활짝 웃었다.

"안 씻어도 돼."

그 뒤에 벨리스가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씻을 때 널 이렇게 안고 있을 거니까."

벨리스의 충격 고백을 들은 리히트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그녀는 리히트의 손을 낚아채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 03 -

벨리스는 침대에 리히트를 앉혀놓고 쿠키부터 꺼냈다. 깨끗한 아마포에 덮어 두었던 쟁반도 책상에서 들고 와 리히트 앞에 내려놓았다.

오늘 그가 오기 전부터 준비해 두었던 것들이었다.

그녀는 사하교역소 마술사같이 기대하라는 눈빛으로 아마포를 걷어내었다.

"짠!"

"으윽!"

큼지막한 나무 병에서는 청포도 냄새가 강렬하게 솟구쳐 올라왔다.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린 리히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벨리스를 쳐다보았다.

오만상을 한 그의 얼굴에 벨리스는 깔깔 웃었다.

보라는 듯이 나무잔 두 개에 청포도 음료를 옮겨 담은 그녀는 리히트에게 내밀었다.

"자. 마셔."

벌써부터 아랫배가 부글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리히트는 고개를 내둘렀다.

"이거 술이잖아."

"아니거든?"

내밀었던 잔을 도로 가져간 벨리스가 음료를 단번에 들이켰다.

꿀꺽꿀꺽 마신 그녀가 입을 쓱 닦더니 혀를 쭉 내밀며 리히트를 놀렸다.

"그냥 주스지롱!"

리히트는 입을 길게 내밀며 투덜댔다.

"구박 안 한다더니 들어오자마자 이러기야?"

그러나 냉큼 리히트의 신발을 벗긴 벨리스는 자기도 신발을 벗어 던지고 침대로 올라앉았다.

쟁반에 쿠키를 와르르 쏟아부은 벨리스는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앙큼하게 말했다.

"이건 구박이 아니라 아양이지. 이쁜 짓."

그녀는 리히트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상큼한 청포도 주스 향이 피어오르는 뽀뽀였다.

벨리스는 돌연 리히트에게 질문했다.

"리히트. 아까 문 앞에서 내가 너무 예쁘다고 그랬잖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리히트는 겸연쩍게 대답했다.

"으응."

"그럼 나 어디가 예뻐?"

벨리스는 귀엽게 미소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리히트는 다른 말을 했다.

"벨리스. 라테가 나 불렀었잖아?"

그의 엉뚱한 질문에 정곡을 찔렸는지 벨리스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어디가 예쁘냐는 말은 사실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무슨 말을 들었나 싶어 그녀는 은근히 캐물었다.

"그게... 왜?"

"아무 말도 없이 들어가 버리기는 했는데, 너도 울다가 웃었다가 하고 조금 이상해."

불행인지 다행인지 라테에게는 듣지 못했어도, 사건의 장본인이 수상함을 피력하자 벨리스는 역력히 당황했다.

"뭐, 뭐가 이상... 해? 나는 그냥, 너 재미있게... 하아아."

벨리스는 말을 더듬다가 결국 포기했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꺾어진 노움 왕국 허수아비처럼 풀이 죽었다.

내일 입고 나가야 하는 리히트의 옷은 꾸깃꾸깃 묶인 모양으로 방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두 사람의 신발도 침대 발치 아래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슬슬 밤이 깊어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침대 위에 가까이 붙어 앉아 자기들도 아직 모르는 마음을 소곤소곤 이야기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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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화 3편 (반) - 새싹의 자리 +1 17.11.06 116 0 17쪽
» 5화 3편 - 새싹의 아침 +1 17.11.02 148 0 16쪽
27 5화 2편 - 새싹의 아침 +1 17.11.01 14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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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화 2편 - 개미산과 길드 밥 +2 17.09.22 227 0 16쪽
2 1화 1편 - 개미산과 길드 밥 +2 17.09.20 367 1 15쪽
1 소개, 수습 모험가 전사 리히트. +2 17.09.20 605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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