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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17.09.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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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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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자식 - (3)

DUMMY

시간은 흘러 7월 15일 금요일, 우규는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상암동 구장에 도착했다. 생애 6번 째 올스타 출장, 2021WBC에서 일본에게 퍼펙트게임 수모를 안겨준 우규는 이후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며 2년 연속 올스타 투표 최다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지.’


성운 라이온즈의 권종오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프로 생활 16년 동안, 통산 타율 0.320, 185홈런, 1072타점, 2162안타(KBO 통산 1위), 골든 글러브 7회, 타격왕 4회, 한국시리즈 우승 2회라는 화려한 업적을 남겼지만, 흐르는 세월은 거스를 수 없었다(38세).


“그래도 올해는 채우고 은퇴하시죠?”

“더 뛰면 3할 2푼 라인 무너진다.”


올스타 게임 전야제를 앞두고 우규는 권종오에게 말을 걸었다.


겉으론 기록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구단이 나이든 선수들을 정리해고 하는 쪽으로 방침을 잡으면서 출장시간이 작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연히 타격감은 떨어지고 기록은 폭락, 몸은 예전처럼 따라주질 않는데 과거의 영광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본인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권종오는 이렇게 선수생활을 연명하느니 깔끔하게 유니폼을 벗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한 1년 쉬다가 코치나 해설위원으로 제 2의 생을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커리어 마지막 경기를 앞둔 권종오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우규가 우중충한 분위기를 깨러 나섰다.


“얘는 선배님 아들인가요?”

“그래. 종혁아, 형한테 인사해야지.”


하지만 아버지 옆에 딱 붙은 녀석은 우규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딱히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약간 당황했지만 우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종혁아 너 왜 그래? 이 형 몰라?”

“ ······ ”

“어머나, 얘가 오늘 왜 그러지?”


당황했는지 권종오의 아내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우규에게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에요.’라며 변호에 나섰다.


‘우리아빠 괴롭히는 나쁜 사람’


올해 10살인 권종혁은 우규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권종오는 좌타자지만 통산 좌타 상대 타율이 0.307에 이를 정도로 좌우 편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통산 강우규 상대전적은 54타수 7안타(타율 0.129), 삼진 17개로 끔찍했다. 거기다 한 때 아빠에게 헤드 샷까지 날린 중범죄인, 아들입장에선 곱게 보일 수가 없다.


“너 정말 나 몰라?”

“네”

“으응 ~ 괜찮아. 나도 너 잘 몰라.”


우규의 유치찬란한 행동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는 단번에 풀렸지만, 약이 바짝 오른 권종혁은 서부 올스타 팀 더그아웃으로 멀어지는 강우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아빠!! 내일은 저 형한테 무조건 안타 쳐야 돼요!!”

“ ··· 뭐?”


그제야 권종혁은 가슴에 담아뒀던 불만을 아버지에게 털어놨고, 권종오는 물론 주변에 있던 동부 올스타 선수들은 격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런 뒷사정을 알 리 없는 우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동료들과 잡담을 주고받았다.


‘아들이 원하는 거라면 해줘야지.’


다음 날 아침, 권종오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몸을 풀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커리어를 마감하는 중요한 경기, 거기다 아들이 강우규를 상대로 안타를 치길 원하니 태평하게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자, 2023 KBO 올스타전 동부 올스타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마운드에는 강우규 선수, 올 시즌 16경기 등판, 1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2, 117과 1/3이닝 동안 볼넷 10개, 탈삼진은 171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부 기록으로 보면 더 공포스럽죠. 경기 당 평균 7과 1/3이닝, 9이닝 당 삼진 13.11개, 9이닝 당 볼넷 0.76개, 지금 페이스면 KBO 역대 최초 300탈삼진도 가능합니다.>


동부 올스타의 1번 타자는 JS 베어스의 조현우.


수비방해까지 할 정도로 리그 수위타자에 집착하더니, 현재 타율(0.367), 최다안타 부문(125개) 모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00안타도 노려볼 수 있는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올해 강우규 앞에선 기 한번 펴보지 못했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11타수 무안타(5삼진), 조현우는 발도 빠른 편이지만 그렇다고 기습번트로 안타를 쌓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오늘의 전채 요리는 빠른 볼 가면을 쓴 체인지업입니다.]


초구(스트라이크)를 지켜 본 조현우는 타석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올스타전에서 초구부터 체인지업이라니, 정규경기에서 많이 던졌던 공이라면 모를까 이벤트 경기에서도 죽자고 달려드는 강우규가 못마땅했다.


‘그래도 맞추긴 맞췄네.’


2루 땅볼로 물러난 조현우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2번 만나면 1번은 삼진이었는데 맞춘 것도 다행, 분했지만 3구 삼진을 면한 건 다행이었다.


[2번 타자 - 2루수 - 권종오]


떠나가는 전설의 등장. 자리에서 일어난 홈팬들은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고, 권종오는 타석에 서기 전, 헬멧을 벗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마지막 가는 길, 널 길동무로 삼겠다.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권종오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얼굴로 타격에 임했다. 사실 우규는 권종오에게 안타 하나를 적선할 마음이 있었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부릅뜬 눈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딱 ~

<초구 타격!! 파울입니다. 아, 지금은 배트가 완전히 부러졌네요.>

<강우규 선수의 빠른 볼은 좌타자 입장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이렇게 배트 끝에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타자의 손잡이, 그러니까 지렛대 점에서 멀어질수록 배트에 걸리는 회전력도 커지는데, 공이 끝에 맞으면 손잡이 부분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지면서 저렇게 되는 거죠.>


권종오는 손잡이만 남은 배트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강우규에게 희생당한 배트만 지금까지 통산 11개, 완전히 부러진 경우는 4번뿐이었지만, 그 때마다 자존심도 박살이 났다.


‘제발 한 번만 치자. 한 번만!!’


권종오는 지금까지 장렬히 전사한 배트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2구는 헛스윙(156km), 광속구를 따라가기엔 반응속도가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이젠 배트가 겁을 집어먹고 볼을 피하는 기분이었다.


‘안녕히 가십쇼.’


3구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권종오는 중심이 무너진 상태로 방망이를 돌렸고, 손을 벗어난 배트는 그라운드에 내던져졌다. 마지막 타석이 배트 투척 삼진이라니, 하지만 방망이를 놓을 때가 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권종오는 이렇게 한 타석만 소화하고 그라운드와 작별. 올스타전이 끝난 후, 가족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은퇴식을 맞이했다.


‘네가 은퇴하니? 왜 울어?’


노장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여유도 없었다.


아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통곡하기 시작했고, 권종오는 그런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우규는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장내 아나운서와 권종혁이 나누는 대화에 주변은 웃음으로 뒤흔들렸다.


“우리 종혁 군, 아버지가 은퇴하는 게 그렇게 서러운가요?”

“저 형 나빠요!!”


권종혁이 지목한 대역죄인은 물론 강우규, 장내 아나운서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관중들은 전설의 은퇴식을 강우규를 향한 탄핵의 장으로 바꿔버렸다.


“아니, 내가 도대체 뭘 어쨌다고?”


죄가 있다면 그라운드에서 전력을 다한 것뿐인데 내가 왜 국민심판을 당해야 하는 건가? 우규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날 이후 네티즌들에게 ‘나쁜 형’이라는 별명을 수여받았다.


[얼른 커서 복수할거에요.]


돌발행동으로 일약 관심인물로 떠오른 권종혁은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훗날 야구선수가 돼 강우규의 공을 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고, 그 기자는 우규에게도 전화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글쎄요. 그 녀석이 프로 무대에 섰을 때, 저는 이미 메이저리그에 가 있겠죠. 그라운드에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모르잖아요. 혹시 나중에 만날지 누가 압니까?]

“만나면 그때 가서 생각하죠 뭐”


10살도 안 된 꼬맹이 도전까지 받아줄 정도로 우규는 한가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장난 섞인 인터뷰가 몇 번 날아들기도 했지만, 철저히 무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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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Smile Kang - (1) +14 17.12.09 10,490 391 9쪽
78 나쁜자식 - (4) - End +21 17.12.08 10,330 403 9쪽
» 나쁜자식 - (3) +15 17.12.07 10,525 37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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