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블루(Blue)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선장은 행성 탐사를 위해 10명의 선원들에게 3개의 행성(A-알파, B-블루, C-코스모스) 중 1개의 행성을 골라 익일 출발하여 수 개월간 탐사를 하고 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차트에는 각 행성으로 탐사를 갔을 때의 장단점이 나열되어 있었고 선원들은 토의 후에 행성 알파로 가게 되면 최고의 으뜸 가는 대우를 받고 안정적인 탐사를 할 수 있을 것이나 탐사간 실적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행성 코스모스로 가게 되면 규칙적인 스케줄과 함께 모든 선원이 질서 정연한 모습을 유지한 채로 탐사를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무엇보다도 탐사 방법에 대해서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짜여진 시스템대로 진행하면 되는게 큰 부담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토의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선뜻 행성 블루로의 탐사에 대해서 구체적인 묘사를 하지 않았고 차트를 본 선원들은 과연 이 곳에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아해하였다.
블루로의 탐사는 행동 강령이 정해지지 않았고 개인의 탐사 방법에 따라 어떻게 평가가 산정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투표가 시작되었고 10명의 선원 중 7명이 알파에, 2명이 코스모스에 지원했는데 코스모스에 지원한 2명은 지원 동기에 대해서 "탐사간 발생할 리스크 등에 대해 따로 고려하고 싶지 않아 얼른 마치고 돌아와 쉬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 때 누군가 사이먼이 행성 블루에 지원한 것을 보고 헛웃음을 치며
"Simon is blue(블루오션-무경쟁시장) blue(우울한)!! "라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곳에 혼자 가면 경쟁할건 없겠지, 그런데 갔다가 아무 수확과 느낌도 없이 우울하게 지내면 어쩔건데? 뭐가 나올까나?"
이에 사이먼은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고 잠시 고민한 뒤에 담담히 답변을 했다.
" '블루블루'하다고 표현하셨는데.. 우리가 동전을 던졌을때 과연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겠죠?
하지만 전 다른 행성이 가지지 않고 있는 2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행성 블루에 가기를 택한 제 직관과 느낌을 존중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곳에 가서 자유롭게 파도를 타고 헤엄치다 보면 계속해서 물살이 밀려오겠고 그 물살이 앞의 블루인지 뒤의 블루인지는 겪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죠,
앞의 블루이면 무경쟁 상태에서 많은 고기를 잡아낼 수 있겠고, 뒤의 블루이면 오히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탐사지에서 저만의 방법으로 무언가를 짜내서 해야하는 막막함 속에서 밀려오는 고독감과 우울함이란.. 그치만 이것은 정해진 대우를 받는 행성 알파나 혹은 모든 일정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코스모스에서의 삶보다 제 가슴을 훨씬 더 뜨겁게 하니까요...
아무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백지 상태에서 도화지에서 무언가를 그려나가는 그 느낌이 어떤지 아세요?"
모두들 사이먼의 깊은 통찰과 의견에 기립 박수를 쳤다, 하지만 곧이어 박수를 멈추고는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결국 아무도 행성 블루에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하지 않고 모두들 침실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승선을 앞둔 사이먼의 휴대폰에는 ISS 선장으로부터의 SMS가 도착해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의 걸음을 걸어가거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기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뭐라 비웃든 간에.
나도 소싯적에는 내가 그리던 행성에서 파도를 타며 영원히 헤엄치고 싶었단다...
너가 그 곳에 가서 어떠한 탐사를 하건간에 난 널 마음 속으로 응원하겠다
Cheers,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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