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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인공이 음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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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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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1화 지옥을 말아먹는 남자 (1)

DUMMY

나는 주말을 맞아 인천으로 내려왔다.


[이번 역은 부평, 부평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부평. 인천의 핫플레이스가 아닌가! 부평역에 도착하자 지하철 안에 타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또 한 떼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우와, 사람 되게 많네.”


나는 부평역 지하상가로 나와 26번 출구를 찾아 걸었다. 내 뒤에는 김태경과 손보영이 서 있었다.


손보영은 슬쩍슬쩍 내 방송에 몇 번 출연했었는데 그때마다 시청자들이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 이후로도 하도 찾아대서 반쯤은 고정이 되어 버렸다.

아쉽게도 그녀는 팔 힘이 그리 강하지 못해 내가 야외 먹방을 할 때 카메라나 방송장비 등을 잡고 있을 수가 없어 태경이가 함께했다.


그리하여 우리 셋은 이곳 부평으로 함께 온 것이다.


푸드 파이터 대회의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


“듣자하니 이번 푸드파이터 대회는 대기업 3사가 모여서 주최하는 거라면서요?”


손보영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신에 예선전은 민간 음식점에서 치를 거래.”


대회는 다음과 같다.


부평의 먹자골목 전체에 있는 음식집은 대부분 예선 시험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닭꼬치 집에서는 닭꼬치 00개 먹기 미션을.


피자집에서는 피자 00판 먹기 미션을.


덮밥 집에서는 덮밥 00그릇 먹기 미션을.


이런 식으로 지역 음식점에서 각각 특색 있는 나름의 도전메뉴를 개발해 내놓으면 대기업 팀에서는 이것들이 정말 도전 가치가 있는 메뉴인지 판단한다.

그 뒤 합격이 떨어지면 제휴가 맺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먹자골목 전체가 예선 시험이 벌어지는 곳이고 어떤 메뉴를 고르든 간에 그것은 참가자들의 자유라는 뜻.

다양한 음식들 중 자신이 잘 먹는 메뉴를 찾아 그에 도전하면 된다.


“대기업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경제적으로 상생하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래요. 제법 그럴싸하지 않아요?”


손보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부평 먹자골목 매출이 많이 오를 거야.”

“그뿐일까요? 부평에 있는 카페나 피시방, 노래방, 술집들도 덩달아 북적일 거예요, 이 인파를 좀 보세요!”


손보영의 말에 나와 태경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지하상가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지만 오늘은 유독 더욱 많다.

수입과자 전문점, 팬시용품점, 핸드폰 열쇠고리나 인형을 파는 가게 주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우리는 한참을 걸어 마침내 26번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진짜 전국 최대의 지하상가답네. 완전 미로야.”


태경이는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진 채 투덜거린다.

우리 셋은 에스컬레이터에 탄 채 출구로 나와 대로로 나섰다.


이윽고, 푸드 파이터 대회가 열리는 먹자골목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먹자골목은 지하상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인파 사이사이로 흥겨운 음악, 밝은 네온 빛, 맛있는 냄새가 흐른다.


돈가스, 라면, 카레, 닭갈비, 치킨, 피자, 오므라이스, 스테이크, 떡볶이, 양꼬치, 햄버거 등등.


정말 세상에 맛있는 것은 너무 많다.

먹을 게 너무 많아 미치겠다.

이것들을 언제 다 먹나?


“자! 닭 두 마리 대왕 꼬치를 다 드신 분은 바로 합격증 드립니다!”


“크라켄 타코야끼 도전하실 분 없습니까! 대왕 문어 속살이 그대로 들어갑니다!”


“두툼한 스테이크가 패티로 들어간 수제버거! 도전하실 용사님들은 자 이리로!”


여기저기서 우렁찬 목청의 사장님들이 가게를 홍보한다.


그 외에 감성주점, 헌팅술집, 방 탈출 카페나, DVD방에서 나눠 주는 알록달록한 전단지들이 아스팔트 위로 폭죽 속 종이꽃처럼 흩뿌려진다.

거리는 완전히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보니까 기업, 소상공인 협력 체제가 잘 이루어진 모양인데요? 빚더미 인천시에서 큰맘 먹고 지원금도 많이 내줬다는데··· 요즘 시 주최로 열리는 축제치고는 고루하지도 않고, 보니까 젊은 층이 엄청 참여하고 있네요. 이 정도면 대박인 것 같아요. 공무원들 입꼬리 좀 올라가겠어요.”


처음에 푸드 파이터 대회가 열린다기에 얼마나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 걱정은 기우였다면서 어깨를 으쓱하는 손보영이다.


나와 태경이는 그런 손보영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우리는 그냥 와 사람 많다, 저거 맛있겠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을 때 올해 스무 살, 아니 아직 생일이 안 지나 열아홉 살인 손보영은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지···?


“너 왜 우리 대학 온 거냐?”


태경이가 묻는다.


솔직한 말로 관악구 소재, 우리가 다니는 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손보영이 보여 주는 지적인 이미지는 우리가 신입생일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미지.


그러자 손보영은 혀를 내밀며 머리를 긁적인다.


“사실 한국대학교가 원서 가, 나, 다군에 쓴 대학은 아니었어요.”

“그러면?”

“원서 접수 외에 받아주는 대학이 여기밖에 없어서······.”


그렇다면 왜 가나다 군에 쓴 대학을 안 가고 여기로 왔단 말인가? 다 떨어져서 자포자기로?


나는 점점 손보영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신입생 모임에 그 비싼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것도 그렇고, 천만 원에 육박하는 카메라를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로 턱 주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많은 것을 캐묻는 것은 실례라고 판단되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녀는 내 영상 촬영과 편집, 자막, 업로드 등등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던가?

폐를 끼칠 수야 없지.


“···뭐 더 안 물어보세요?”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손보영이 내 눈치를 본다.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 줘. 난 언제나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웃으며 답하니, 손보영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전 그래서 선배님이 좋아요.”


으응?


그녀의 말에 나도 놀라고 태경이도 놀랐다.


손보영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뇨! 아뇨! 아뇨! 그런 것 말고요. 그냥 제 마음을 잘 이해해 주셔서요!”


아뇨를 세 번이나 말하다니.

너무 강렬한 부정이라 실망했다.


내가 짐짓 기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손보영은 쿡쿡 웃으며 내 어깨를 쳤다.


“선배님, 다음에 언제 저랑 쿡방 한번만 해 주세요.”

“응? 쿡방을?”


요리하는 방송.

이것도 요즘 먹는 방송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욱 인기 있는 테마다.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얘가 쿡방을 한 적이 있었댔지?’


손보영은 예전에 에이프리카 쿡방 BJ였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예전이라 함은 고등학생 때겠군.


“좋아. 그러자.”

“만세!”


내가 흔쾌히 승낙하자 손보영은 귀엽게 두 팔을 든다.


“보영아, 그 쿡방 내가 찍어 줄게!”


태경이가 끼어들며 씩 웃자 손보영은 씩씩하게 외친다.


“더할 나위 없네요!”

“그치?”

“네. 더할 나위가 없으니까 선배님은 빠져 주시는 게······.”


태경이가 상처받은 얼굴로 뒤로 빠지려 하자, 손보영은 농담이라며 그런 태경이의 등을 토닥인다.


한편.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우리는 먹자골목의 심층부에 이르렀다.


메뉴가 너무 다양해 뭔가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나는 뭐든 가리지 않고 다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메뉴 선정이 어려웠다.


이즈음 해서, 나는 윤두나의 조언을 떠올렸다.


대회 날 같이 가자는 내 말에 윤두나는 검지를 까닥까닥 저었었다.


‘나는 무리를 만들지 않아.’


그 모습은 흡사 한 마리 고고한 늑대. 입에 문 게 고춧가루 묻은 이쑤시개가 아니었다면 더 폼 났을 텐데.


뭐 아무튼.


윤두나는 나와 함께 행동하는 것을 거절하긴 했지만 나에게 조언은 아끼지 않았다.


‘푸드 파이트 본선 주 종목으로 지정될 메뉴들은 가급적이면 피해. 한번 물리면 며칠간은 그게 계속될 수 있으니까.’


물린다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한번 한 음식에 물려 버리면 그게 풀리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며느리도 모른다. 며칠 뒤에 또 먹고 싶어질 수도 있고 향후 수년간 생각이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대비해 본선에서 나올만한 메뉴를 예선에서 먹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다.

메뉴가 정해진 본선과 달리 예선은 자신이 직접 도전 메뉴를 고를 수 있으니까.


그럼 본선 메뉴는 무엇이냐?


그것은 윤두나도 모른다.


다만 그저 짐작할 뿐이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기업은 ’교봉‘과 ’맥시코치킨‘, 그리고 ’일미‘야. 교봉은 라면이 유명하고 맥시코치킨은 치킨, 일미는 일식이 유명하지. 내 생각에는 아마 면, 치킨, 회나 초밥 류가 본선 1, 2, 3차의 보스가 아닐까 싶어.’


각 기업의 주력 메뉴들을 분석한 결과였다.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추측이었고, 또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비슷한 추론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라면 류, 치킨 류, 초밥 류의 음식점들은 없네.’


있다 해도 그런 음식점들은 도전 메뉴를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 특정 메뉴에 물려 본선에서 불이익을 받는 참가자가 없게끔 주최 측에서 손을 쓴 모양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자신들 주력 메뉴의 라이벌이 될지 모르는 소상공인들을 키워 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뭐 어찌 되었든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두나는 면이랑 디저트에 특화되었다고 했지?”


나는 윤두나의 방송 콘텐츠들을 떠올렸다.

대부분 면류거나 간식 류였던 경우가 많았다.

윤두나는 이번에 본선에 면이 나올 것을 대비해 면류를 피하고 대신 케이크와 마카롱을 파는 가게로 가서 도전을 할 생각이었다나?


“그 두나란 분도 BJ활동 하시나요?”


내 혼잣말을 들은 손보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걔도 에이프리카에서 활동해. 예명은 본인이 밝히기를 좀 꺼려해서······.”

“되게 잘 드시나 봐요. 단 것으로는 유난히 먹방 하기 힘드실 텐데.”


단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에 건강에 좋지 않다.

체력이 좋지 않다면 중간에 기절하듯 잠들어 버릴 수도 있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온 이가 아니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경지.

손보영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걸었다.

나는 뭘 먹어도 상관없으니 메뉴 선정은 손보영과 김태경에게 맡긴 채로.


그때.


“나는 얼큰한 게 땡기는데, 짬뽕 어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손보영이 내 본선 경기를 위해 면류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나에게는 딱히 상관없는 선택지였기에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저기 짬뽕집이 있네.”


태경이는 골목 구석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간판 밑에는 대회 참가 ON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한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손보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가게 안이 어쩐지 썰렁했던 것이다. 미어터지고 있는 다른 대회 참가 음식점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래도 제휴한 것은 분명한데, 분명 도전메뉴가 있겠지 뭐.”


마침 나도 얼큰한 게 땡기던 참이라, 우리는 이 짬뽕 집으로 들어갔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고급진 편이었다. 위생 상태도 좋아 보였다.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맛이 없나?”


외부 탐색 결과, 일단 손님이 없을 요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펄럭-


대회용 도전메뉴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나는 왜 이 가게에 사람이 없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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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혀에는 혀 (1) +69 17.10.15 21,965 845 13쪽
23 023화 지옥을 말아먹는 남자 (3) +64 17.10.14 23,188 829 10쪽
22 022화 지옥을 말아먹는 남자 (2) +109 17.10.13 23,144 881 12쪽
» 021화 지옥을 말아먹는 남자 (1) +61 17.10.12 23,636 830 12쪽
20 020화 큰 거 한 방 (2) +76 17.10.11 24,174 850 12쪽
19 019화 큰 거 한 방 (1) +57 17.10.10 24,745 942 12쪽
18 018화 이거 다 먹으면 무료예요(?) (3) +60 17.10.09 24,422 929 11쪽
17 017화 이거 다 먹으면 무료예요(?) (2) +55 17.10.08 24,386 869 11쪽
16 016화 이거 다 먹으면 무료예요(?) (1) +49 17.10.07 25,141 8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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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화 그의 주량은 대체…! (1) +43 17.10.04 24,769 7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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