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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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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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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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9화.

DUMMY

학교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고지대에 있는 언덕 집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엘다의 표정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그녀는 그 자리에 발이 묶인 듯 멈춰 서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는 사태를 깨닫고는 자리를 뜨려 몸을 돌렸다.


“어디 가?”


바로 앞에서 시야를 가리는 형체가 보이는 것과 동시에 말이 들려왔고 그녀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을 반응도 하지 못할 순식간에 이반의 주먹이 그녀의 명치에 있는 힘껏 꽂혔다.


“···.”


끔찍한 고통과 함께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뱉을 수 없었다. 양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 그녀의 뒷목에 다시 한번 그의 손날이 내리쳐졌다.


맥없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 그녀를 잠시간 바라보던 그는 그녀가 기절한 것을 느끼고는 엘다의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타라, 좀 도와줘.”


건물 속에 숨어있던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곁에 다가왔다.


“빨리 떠야 할 것 같아, 이반.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그들의 건너편에 있는 건물 밖 구석에서 한 남자가 그 모습을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 워낙 세밀하게 은폐한 덕에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천천히 칼집에서 검을 뽑은 그는 손아귀에 힘을 쥐며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이다.


“이반, 타라.”


“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


엘다를 들쳐 업은 이반의 옆에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반응에 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해럴드가 여기로 가라고 하던데 서로 얘기된 것 아니었어?”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하려던 그녀보다 이반의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자세한 건 돌아가서 얘기하고 일단 빠져나가자고.”


그들은 약속된 장소로 급히 뛰어가기 시작했고 건물에 숨어서 지켜보던 사내는 이를 부득 갈며 그 상황에 개입하지 못한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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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다가 잡혔습니다.”


집무실에 혼자 들어온 것부터 아롤도는 이미 화가 차오를 대로 차오른 상태였고 그의 말 한마디에 불안하게 억누르던 그것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아롤도가 던진 투구가 그의 머리 바로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일으켰다. 사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어떠한 움직임도 가지지 않았다. 아롤도는 여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분을 뿜어냈다.


“말해봐라, 블레어. 왜 구경만 했지?”


블레어의 목소리는 높낮이가 없었고 분위기에 떨리지도 않았다.


“남자 한 명이 엘다를 제압했고 곧이어 여자 하나가 다가와 그녀를 데려가려 하길래 그 정도는 저 혼자서 충분히 구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얀 앨버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삼 대 일은 저 혼자서 무리라고 판단해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얀 앨버트 이런 빌어먹을 놈!”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절규에 가깝게 외친 그는 이제 꽉 쥔 손마저 떨려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자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


“병사란 병사들은 수도 및 주요 마을들에 모두 골고루 배정시켜라. 마을과 마을 사이 길목들에도 배치시켜. 용병을 데려와서라도 인원수 채워, 알겠나? 그리고 보고된 해럴드가 있던 장소들 모두 쳐들어가서 탐색해!”


눈이 살짝 마주치자 그는 긴장이 바짝 들어간 채로 차려자세를 취했다.


“예, 알겠습니다!”


뛰쳐나가는 그를 곁눈질로 보던 아롤도는 다시 앞의 블레어에게 시선을 던졌다.


“너도 나가서 병사들과 합류하라.”


“예.”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홀로 남겨진 그는 상체를 조금 숙인 채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양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푹 떨구었다. 농락당했다는 치욕감이 그에게 발가벗은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었고 그것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찢어 죽여주마.”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고개를 쳐든 아롤도는 그대로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든 다음 그대로 있는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충격이 닿았지만, 그는 억지로 외면한 채 그렇게 몇 번이고 탁자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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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그녀가 추위를 잘 타지 않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루나는 온도에 거슬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꽤 오래전부터 책상 앞 의자에 두 발을 올리고 쭈그린 채 있었다.


이제는 확실시된 얀의 행보. 반란군. 자신의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루나는 그가 밉지 않았다. 왜인지 이제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말 우린 섞일 수 없는 걸까, 얀? 조그맣게 중얼거림이 금세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물음은 그녀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아니 자신에게 묻는 말인 듯했다.


두 손을 무릎 옆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인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 너에게 다가가야 할까 아니면···. 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가 있는 곳, 수도로 옮겨온 그녀는 섣불리 어디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만나기로 한 날짜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녀는 방문 너머로 나가지 못했다.


고개를 든 그녀는 펜을 집어 들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음과 동시에 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알아버린 채로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그를 맞아야 할지 몰랐고 그게 두려웠다.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끝이 저 멀리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종이 위에 펜을 쥔 손을 움찔거리던 그녀는 겨우 첫 줄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 기다렸던 만큼 그 이후로는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적는 그녀의 손에는 평소보다 힘이 실려 있었고 입술을 꾹 닫은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비참해 보였다.


말없이 한참을 적어 내려가던 그녀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손을 멈췄다.


“병력들은 모두 배치됐나?”


아빠? 그녀는 조용히 펜을 제자리에 넣고는 종이를 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걸어가 방문 옆 벽에 붙어 귀를 가져다 댔다.


“예, 말씀하신 대로 수도 및 주요 마을들에 고루 배치해두었고 길목들도 교대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수도 내 의심지역들 상황은 어떻지?”


“현재 모두 적당한 거리에서 매복 중입니다.”


“세 시. 그때 다 같이 쳐들어간다. 확실히 전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그녀는 느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극에 달한 느낌. 얘기만 들었을 뿐인데 루나의 심장은 쿵쿵 뛰었다. 한 명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남은 한 명은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녀가 의아함을 가질 무렵 발을 떼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큰일···! 화들짝 놀란 그녀는 발뒤꿈치를 세우고 보폭을 크게 가져간 채로 쏜살같이 침대로 뛰다시피 걸었다. 미끄러지듯 이불 속으로 파고든 그녀는 종이를 접을 새도 없이 베개 밑에 넣고는 벽 쪽으로 몸을 돌려 자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고리 잡는 소리가 들리며 슬쩍 열렸다.


“......”


그녀는 쿵쾅 뛰는 심장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그 소리는 아롤도에게 들리지 않았고 문 앞에서 그녀가 자는 모습을 얼마간 바라보던 그는 조심히 문을 닫았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음에도 그녀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 오 분을 다 세고서야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왔고 그대로 루나는 책상 앞으로 가 펜을 꺼내고선 무언가를 빠르게 적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속도로 적던 루나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자마자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고는 잘 봉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몸 안에 숨기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좌우를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과 자연스런 발걸음으로 일 층으로 내려갔고 곧장 로건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로건씨, 자요? 문 좀 열어줘요.”


“아가씨?”


안쪽에서 흐릿하게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금세 문이 열렸다. 머리가 눌린 것을 보아하니 막 잠에 드려 하던 것 같았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품 안에서 편지를 꺼냈다.


“이걸 얀에게 좀 전해줘요. 알다시피 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조금은 갈라진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휘저었다.


“그건 괜찮아요. 제 심부름 때문에 나갔다 온다고 하면 되니까요. 날짜는 삼 일 뒤고 장소는 우리 살던 곳에서 쥬드 옷가게 안쪽 골목길이에요.”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일단 편지를 건네받았다. 할 일이 끝난 그녀는 문을 닫으려다 멈칫하고는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얀에게 내가 못가서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녀는 할 말만 하고선 다시 자신의 방으로 신속히 올라갔다. 문을 닫은 로건은 편지를 수납장을 들어 그 밑에 넣어 놨다. 한 손뿐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그는 그 사실에 짜증이 났고 씁쓸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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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부 30화. 18.02.09 104 1 10쪽
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0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7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5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7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3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2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5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6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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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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