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 : 사명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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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비
작품등록일 :
2017.09.26 22:39
최근연재일 :
2017.11.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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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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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탄생 - 1

DUMMY

“철수야! 매점가자!”


동급생 녀석이 실컷 단잠에 빠진 철수의 뺨을 톡톡 치며 깨웠다.

너무나도 깊게 잠들어 있던 터라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퉁퉁부은 눈엔 눈곱이 가득 했고, 펼쳐놓은 교과서위엔 침을 얼마나 흘렸는지 거대한 웅덩이가 장관이었다.

볼에 닿은 교과서의 한 페이지는 원래부터 철수의 얼굴과 하나였던 것처럼 떡하니 들러붙었다.


철수는 희미한 정신을 힘겹게 부여잡으며 가출한 영혼을 미아마냥 찾았다.

마치 한밤을 자고 난 느낌 이었다.

침대에서 자도 이러진 않겠건만 수업시간에 드는 잠은 하나같이 꿈조차 없는 딥슬립이었다.

어쩌면 학교에서 너무 잘 자기 때문에 집에서는 그렇게 늦잠을 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 교실의 벽시계가 철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12시10분.. 정확히 4교시가 끝난 후 점심시간이 시작 되는 시간이었다.


“철수 이 새끼야! 빨리 일어나라고! 조금 더 늦으면 매점 라면 끝이야!”


동기 녀석이 철수의 멱살을 인정사정없이 흔들어댔다.

동기 말이 맞았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매점의 라면은 다른 친구들의 손에 모두 팔려 버릴 것이다.

그런 비극을 절대 겪어서는 안 된다.

철수에게 있어서 점심시간의 라면은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점심시간의 매점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학생들 통에 모든 물품은 빠르게 동이 났다.

재빠르게 컵라면을 구입 해, 끓는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늦게 와 물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아우성치는 얼간이들을 구경하는 것은 철수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오늘도 라면을 확보 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러지 못한 자들을 내려다보는 쾌감..

그 야릇한 감정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었다.


한손으로 흘러나온 침을 닦음과 동시에 자신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동기의 손길을 뿌리치며, 철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세차게 매점을 향해 달렸다.


“저 새끼는 깨워준 은혜를 몰라! 이 배은망덕한 새끼!”


동기 녀석도 철수의 뒤를 금방 따라 붙었다.

달리는 내내 궁시렁 댔지만 녀석의 발걸음도 철수 못지않게 신이나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둘은 매점을 향해 달렸다.

재빠른 발걸음으로 매점 문을 힘차게 열어젖힌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 매점의 금메달, 은메달 이었다.

매점 아주머니는 둘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동으로 외쳤다.


“짜장 둘?“


“당연하죠!”


역시 둘은 오늘도 당연히 짜장 컵라면이었다.


짜장 컵라면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에서도 탑을 논하는 레어 아이템이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춘장에 여타의 라면처럼 국물에 의한 헛 배부름이 없는 정직함!

배부른 듯 배부르지 않는 여운과 함께 내일도 찾아 달라는 듯, 야시같이 아쉬움!

이것이 이들이 짜장 컵라면을 고집하는 이유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들은 라면에 끓는 물을 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곧 좀비마냥 매점으로 불쌍한 중생들이 들이 닥칠 것이다.

그러면 둘은 여유로운 눈빛으로 아비규환의 매점창구를 구경하면 되는 것이다.

뜨끈한 짜장 라면과 함께 말이다.


----------------


“학교 끝나면 뭐 할 거야? 피씨방?”


뜨거운 물에 익어가는 짜장 컵라면을 기다리며 동기녀석이 철수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늘이야 말로 반드시 띠아블로 조지고 만다!”


철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큰 결심이라도 하는 냥 눈깔에 핏대를 세웠다.

그런 모습을 동기녀석은 낄낄대며 비웃었다.


“아.. 이런 병신... 개나 소나 다 깨는 띠아블로를 못 잡아서 이 쇼를 하고 앉았네.. 도대체 며칠을 그러고 있을래? 똑바로 좀 해라. 똑바로! 우리같이 공부랑 담 쌓은 놈들은 겜 이라도 잘해야 되는 거야.. 알겠냐?”


안 그래도 띠아블로만 생각하면 속이 뒤틀리는 철수였다.

그런데 동기 녀석까지 깔보는 듯 갈궈 대자 머리끝까지 울화가 올라왔다.


그렇게 어려운 게임이 아니었다.

한 두 번이야 실패 하겠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무난하게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철수는 그렇지가 않았다.

안 된다 싶은 판은 안 되어서 못하고, 잘된다 싶은 판은 꼭 마지막에 실수를 하거나 돌발 변수가 생겼다.

피씨방이 정전 된다든지, 서버가 다운 된다든지 하는 식의 일들 이었다.

마치 실패가 필연인 것 마냥, 어떻게 해봐도 게임이 안 풀렸다.


“에효....”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짜장 라면에서 올라오는 희뿌연 김을 보자 자신의 삶도 허여멀건한 김 인 것만 같아 속이 갑갑했다.


공부를 못했다.

하기 싫은 것도 당연 했지만, 흥미도 없었다.

그렇다고 운동이나 다른 것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고난 몸치에 바닥을 기는 운동신경, 미적 감각이나 음악적 재능은 애초에 탑재가 되어 있지 않았고, 성격도 게으른 터라 몸 움직이는 것도 끔찍이 싫었다.

외모도 평범함 보다 조금 떨어지는 편에, 삐쩍 마른 힘없는 몸매는 노가다에도 쓸 때가 없었다.


그러면 재수빨은 있는가?

철수의 손만 타면 멀쩡한 것도 탈이 났다.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도 철수는 많이 경험했다.

비누칠 하면 단수되고, 숙제를 하면 검사 안하는 그런 비극적인 일들을 말이다.

시트콤의 주인공이 철수라면 매 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할 것이다.

그래서 철수는 여태껏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루어 본적이 없었다.


모든 찌질함을 두루두루 균형 있게 갖춘 철수이기에..

이런 철수가 학업 중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띠아블로.. 이 새끼..”


깨지지 않는 띠아블로가 갑갑한 철수의 인생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 한숨이 나왔다.


“힘내라 철수야.. 아무리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기는 날도 오는 것 아니겠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 말이 있잖아..”


동기는 진지하게 철수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이딴 일이 이렇게 진지하게 위로할 거리인가 싶은 의문에 동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철수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 알 것 이다.

심각하게 각오를 다지는 철수를 보며 동기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대고 말았다.


‘재수 없는 새끼..’


철수는 이런 동기 녀석이 얄미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띠아블로를 잡지 못해 벌어진 일이 아닌가?


“내가 오늘은 기필코 띠아블로를 잡고 만다! 두고 봐라!”


철수는 큰소리를 쳤다.

당찬 표정이 마치 나라라도 구하러 가는 장군이었다.

그러자 동기 녀석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예~예~ 짜장이나 처~드세요!!”


----------------------------


“할아범.. 나는 장난 하러 온 게 아니야! 좋은 말로 할 때 마을을 비우도록 해”


한손에 거대한 낫을 든 채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해골의 형체가 마을 입구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 쳤다.

누더기 같은 검은 로브를 걸치고 머리는 후드를 깊게 눌러 썼지만, 그자가 썩어문드러진 언데드라는 것이 감춰지지는 않았다.


음산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

마치 서양의 저승사자를 떠올리게끔 하는 그의 차림새는 보는 사람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자의 목소리는 악당이라 하기엔 너무도 가늘고 하이톤이었다.

사극속의 간신배들이나 내시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열심히 놓는 으름장은 느낌이 이상했다.

차라리 목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더욱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갑작스레 마을을 접수하겠다며 쳐들어온 해골악당 때문에 사람들은 마을 입구로 몰려나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 마을을 빼앗길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사람들은 집에 있는 농기구등을 집어 들고 걸음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직업인일 뿐 아무도 전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악당을 맞아, 어쩌지도 못하고 뻘쭘히 보아야만 했다.

하나 같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사람들에게 골치 아픈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악당이 끌고 온 패거리들이었다.

녀석이 혼자 왔다면 어떻게든 용기를 내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골악당은 동네 양아치들 마냥 덩치가 꽤나 있는 똘마니들을 대동한 상태였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황소머리의 미노타우르스들이었다.

그들은 해골악당이 마을을 협박하는 동안 병풍마냥 그의 뒤를 받쳐 주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악당보다도 이 미노타우르스들이 훨씬 더 무서웠다.

사람들은 혹시라도 그들과 눈이 마주칠까 땅만 보았다.

싸움이 벌어진다면 마을 사람들은 미노타우르스를 한 마리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보시게.. 이런 작은 마을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러는 겐가? 우리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네. 갈 때도 없고 말이야.. 그러니 우리를 괴롭히지 말게.. 이 마을은 자네에겐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곳이야.”


마을사람들 틈에서 나온 백발의 할아버지가 악당에게 사정 했다.

그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더욱 주름이 깊어 졌다.


할아버지는 마을의 촌장이었다.

두렵기는 사람들과 매 한가지였지만 촌장으로써 어떻게든 조치를 해야 했다.

그래서 중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든 충돌을 피하고 마을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말이다.


“이 마을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 지는 내가 판단할 몫이니 할아범은 염려 하지 않아도 되. 힘으로 밀어 붙인다면 마을을 점령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애꿎은 살생은 나도 싫으니까 빨리 떠나 주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명심하라고! 난 지금 협박하러 온 거야. 협상 하는 게 아니라고.”


할아버지는 악당의 말이 무척 난감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악당의 말처럼 마을을 떠나서라도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날 경우 목숨을 잃게 되는 저주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이 저주는 마을이 시작된 이래로 자자손손 물려져 온 저주였다.

마을을 떠날 수도 없고, 악당과 싸울 수도 없으니..

할아버지는 악당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절실했다.


“보석을 주면 안 되겠나? 한 달에 1000개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네”


“1000개라고? 이것 참 우습구만.. 그깟 푼 돈 받으려고 날 더러 한 달이나 기다리란 말인가?”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그 정도도 큰 것이네”


“쓸 때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쓸어버리기 전에 비켜! 참을성 많은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야..”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마을 사람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불안에 떨며 간절히 자신의 등짝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 친구만 와준다면 해결 될 수 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 절대 오지 않을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앞이 깜깜했다.

이제는 속절없이 죽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체념한듯 눈을 감아 버렸다.

속 깊은 한 숨이 우러 나왔다.


그때였다.

별안간 앙칼진 목소리 하나가 마을 사람들 쪽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런, 양아치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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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용사, 드디어 모험 시작 - 2 17.10.27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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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탄생 - 1 17.09.28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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