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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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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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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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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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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것들 (1)

DUMMY

[미궁 속의 투수 (1)]

언론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일절 허용치 않던 당돌한 신인 신진한. 그 신인은 어느덧 리그를 뒤덮는 거대한 수림이 되어 한 줄기의 햇빛조차 들길 허용치 않았고, 그 신비의 대지는 대자연의 은밀한 비밀을 영원토록 감출 것만 같았다.

상식적이지 않은 투구, 상식적이지 않은 기록, 상식적이지 않은 행보. 감히 현대야구의 마지막 미스테리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선수에 대한 무지는 야구인, 비야구인 모두가 비슷했다.

신비의 존재를 향한 만인의 열망에, 미궁 속의 거인이 응답했다.

오랜 시간 끝에 스스로가 베일을 걷고 나온 것이다.


...


최) 몸에 문제는 없나?

선) 전혀 문제가 없다. 건강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최) 지난 해 소화한 이닝과 연투 기록은 부상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선) 300이닝을 넘긴 것도 아닌데, 걱정들이 좀 과하신 것 같다.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게 생각한다.


신진한은 데뷔 이래로 꾸준하게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다. 외부 데이터 상에서 내구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기록한 이닝들을 본다면 누구나 같은 반응을 보일만하다.

실제 2009년 데뷔 이래로...


...


최) 구속이 줄어든 것이 이상 신호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다.

선) 메커니즘을 바꾸는 중이고, 현재는 과도기에 있다. 구속 저하는 그 때문이다.

최) 메커니즘을?

선)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더 나은 공을 던지기 위해서다. 나는 아직 모자란 투수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 모자람이라고 하면 어떤...


...


신진한이라는 선수는 말할 수 없는 독특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생활 패턴 등 다방면에서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묘한 향기를 발산했다.

한 사람의 야구인으로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신진한 선수만의 독특한 표현법과 인식 같은 것들은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바깥에 있었다. 남다른 사고가 그의 야구의 비결일까? 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올해 들어 급격하게 달라진 그의 투구는 구종에서부터 드러나는데...


...


Q. 마지막 질문. 어린 야구 유망주들에게 제구의 팁을 준다면?

- 제구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필요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게 제구다. 이 의미만 잘 파악하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끝났다.

(그래서 어떻게 던지라는 건가요?)

- 필요한 공을 원하는 곳에 넣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신진한이라는 사람을 더 깊숙이 알아보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마저도 부족했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존재를 조금씩 파헤쳐가는 것 역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다행히 신진한 선수와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다음 기회에는 인터뷰어로서 부족했던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서, 비지(秘地)의 탐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생각이다.


ps. 신진한 선수는 대단한 미식가인 듯했다. 그가 본 기자를 데리고 간 어느 인적 없는 카페의 커피 맛은 대단했다. 이런 곳이 왜 알려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쯤 가볼 수 있도록 약도를 첨부한다. 운이 좋다면 만날 수 있을지도...

신진한 선수와의 재회을 기약하며, 다음에 함께 할 음식도 기대해본다.


*


"진한아. 너 괜찮겠냐?"

감독님은 오늘 올라온 기사를 나에게 보여주곤 걱정스레 물었다.

"이 양반이 진짜..."

"쓴 놈도 쓴 놈이다마는, 너도 말조심 좀 하라니까... 너 진짜 이렇게 말했어? 아 이 새끼 이거 좀 가려가면서 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인터뷰를 주선했던 감독님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의도 없이 약도를 올리면 어쩌자고. 아..."

"..."

나도 모르게 뒷목으로 손이 올라가는 나를 보며 감독님은 잠시 침묵을 지키셨다.

"에라이, 이놈아... 내가 너한테 말을 말아야지."

마음이 좀 가벼워지신 건지, 감독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밖으로 나가셨다.

내가 장난치는 줄 아시나본데, 이건 장난이 아닌 심각한 사태였다.

이런 걸 함부로 올리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 아닌가? 내가 거기 퍼부은 돈이 얼만데?

아...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을 했어야 했는데...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


아까부터 백동임이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다. 오늘은 백동임의 선발 날이다.

평소에도 나에게 들러붙는 놈이긴 했는데, 등판 당일만 되면 유독 더 그러는 경향이 있었다.

"형, 저 좀 봐주세요."

"얌마, 코치님 놔두고 왜 맨날 나한테 와?"

"코치님이야 맨날 봐주시죠. 거기다가 형의 원포인트가 더해지면 완벽하잖아요. 제가 리틀 신진한 아닙니까?!"

"나보다 덩치도 큰놈이 리틀은 무슨... 나도 운동해야 돼."

"에이~ 혀엉~."

"일단 나가서 하고 있어. 하나만 더 하고 나갈게."

놈의 강짜에 결국 넘어갔다.

그리고 나는 내 운동에 다시 매진했다.


시즌 중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강도로 하는 내 모습에 몇몇 선수들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하는 게 처음이긴 했다. 체력이 될까 싶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별 무리는 없었다. 내가 내 몸을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은 이럴 필요가 없었던 거지만.

지금에 와서 안하던 짓을 하는 나에게 ‘이게 좋아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나도 가볍게 하고 싶다. 하지만 내 신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안 해도 공은 곧잘 뻗었다. 그렇게 맹탕 놀아도 구속이 나오던 걸 보면, 강속구의 재능은 타고난다는 혹자들의 말이 일정부분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하냐는 문제와, 버티는 문제는 또 다른 영역에 있었다. 강속구를 던질 수 있으되 몸이 그걸 버텨주질 못한다.

내 몸이 이렇다는 사실도 부상 이후 한참을 지나고서야 알았다.

강속구를 던질 수 있으되, 던지지 못 하는 기이한 상태. 버텨주는 것들이 부족한 그런 상태.


사실 마냥 이상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일반인이라면 평생 겪을 일이 없을 강도의 운동을 해야만 하는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a와 b라는 부위를 함께 사용한다면, 그 둘의 내구성이나 힘이 정확하게 동등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하나는 다른 것 보다 약하게 마련이다. 한계에 가까운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다 보면, 약한 부위는 자연스럽게 터져나간다. 그게 관절이나 근육일 수도 있고, 혹은 쉽사리 측량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런 내밀한 인식 없이도 선수생활을 잘만 이어가는 이들이 많거니와, 대부분은 그런 극한의 영역을 인지하지도 못 한다. 하지만 원론적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보통의 선수라면 나의 상태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법도 하나, 상황은 그것과 좀 달랐다. 얇은 뼈와, 잘 안 붙는 근육이란 프로에게 정말 속 터지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잠깐만 정신을 놓으면 또 쭉쭉 빠진다.


실제로 강속구를 던졌던 지난 경기에서도 꽤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원래의 나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알 수 있었다. 우선 투구를 버틸 수 있는 몸부터 만들어야 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할 필요 없는 고생을 사서 하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팔꿈치 내려간다!"

밖으로 나왔을 때 백동임은 투수코치님과 훈련에 한참이었다.

굳이 내가 뭘 해줄 것도 없는 것 같구먼.

조용히 투수코치님 옆으로 가서 나란히 섰다.

"마지막!"


뻥!


백동임은 연습투구를 마치고 코치님과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괜찮아요?"

투수코치님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이미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는 걸 알고 계시는 분이라 그렇다.

"커브가 좀 뻑뻑한 느낌이다. 매끄럽게 두둥실 하는 느낌으로. 호흡도 조금만 깊게 가져가면 좋고."

"매끄럽게 두둥실... 깊게..."

우리 둘의 대화를 보던 코치님이 한 마디 했다.

"말이 좀 그렇긴 한데, 너희 둘 보면 좀 미친놈들 같다. 서로가 하는 말 알아는 듣는 거지?"

코치님의 말에 백동임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투로 답했다.

"그렇죠. 매끄럽게 두둥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친절하게 표현까지 해드린다.

"어휴, 니들이랑 있으면 나까지 정신 나갈 것 같다."

코치님은 자리를 뜨셨고, 백동임도 거기에 따라갔다.

혼자가 된 나는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있는 다른 이들을 잠시 둘러봤다. 그리고 그 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장준호였다.


*


같은 팀에 훌륭한 선수가 있으면 주변의 선수들까지 그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선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주는 작은 조언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신진한이라는 사람은 좀 경우가 특이했다. 조언에 인색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고, 또 사람 대하기가 어렵냐고 하면 그것 역시 아니었다.

위대한 커리어의 선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것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와 대화를 해본다면, 그 환상은 생각보다 쉽게 깨진다. 그만큼 격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면모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 위대한 투수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언을 안 해주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아무도 못 알아들을 뿐이다.

처음에는 다들 '한 마디 해주기가 싫은가보다.' 라고 여겼을 정도다. 그마저도 백동임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 신진한의 말을 알아듣는 걸 보고 나서야 오해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배님."

"어, 너 다시 올라왔구나?"

장준호는 다시 1군으로 콜업 되었다. 퀘스트를 달성하며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젊은 장준호로서는 구위에 대한 당장의 불만은 없는 편이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구위까지도 고려해야 할 테지만 현 시점에 급한 것은 제구였다.

그리고 제구의 문제가 최근에 해결한 퀘스트를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되었다.

제구등급 B+의 달성. 그 결과가 바로 1군이었다. 물론 아직은 붙박이라 볼 수 없었지만.

"하하, 네. 선배님, 제 공도 한 번 봐주시면 안 됩니까?"

"봐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포수가... 가버렸네. 그냥 내가 받아주마."

"아니..."

신진한은 장비도 없이 포수처럼 주저앉았다.

프로라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프로로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어렵다 쉽다의 문제라기보다, 훈련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 가능성의 문제였다. 그것도 매우 민감한 동물인 투수라면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일 터.

투수의 미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싶었다.

"가겠습니다!"

신진한은 포수처럼 글러브를 팍팍 치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장준호가 투구를 준비했다. 스탠다드한 우완 정통파의 투구폼. 다만 예전에 비해 조금 높게 가져가는 키킹이 달랐다.

높은 키킹으로 공에 힘을 더 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공을 뿌렸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 등 완성도를 떠나서 던질 수 있는 건 모조리 던졌다.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뻑! 뻑! 하는 소리가 울리길 십여 번, 둘은 곧 다시 모였다.

"바꾼 폼은 잘 맞아?"

"예."

"흐음... 잘 맞다고?"

신진한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이상한가요?"

"아, 그런 건 아니고. 공 좋네. 괜찮아."

"고칠 건 없을까요?"

"고칠 거? 글쎄다... 뭐라 말하기 힘드네. 폼이 아직 미완성 같은데?"

"예. 아직 완전히는..."

미완성인 건 어떻게 알았을까? 녹화본을 봐도 어색한 구석은 못 찾았는데.

"그럼 몸이나 잘 만들어."

신진한은 할 말 다 했다는 듯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장준호가 다급하게 물었다.

"선배님. 저... 공은 어떤가요? 경기 나갈지도 모르는데..."

"공?"

신진한은 잠깐 말을 멈추고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으음... 쓸 공, 안 쓸 공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테고... 체인지업이 영 비리비리하다. 혹시 던질 거면 빠릿빠릿하게 샤샥 해봐. 아니면 그냥 다른 걸 던져."

[퀘스트 - '가르침을 받아라'에 실패 했습니다.]

소득 없을 걸 어느 정도 알았음에도 굳이 시도한 이유는 이 퀘스트 때문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네."

"그래. 열심히 해라."

신진한은 떠나가고, 혼자 남은 장준호가 괜히 머쓱해져서 자신의 동거인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뭔 소리야 저게? 저거 미친놈 아냐?]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고를 한다고 했는데, 잘 된 건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예비군을 갔다왔더니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일 하루만 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토,일요일은 정상적으로 업로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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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Aftermath (3) +3 17.12.11 98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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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악마의 피칭 (2) +7 17.12.03 1,214 13 11쪽
20 악마의 피칭 (1) +1 17.12.02 1,08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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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0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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