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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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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최근연재일 :
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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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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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피칭 (2)

DUMMY

자이언츠의 감독 조우진의 눈에 이유준 감독이 들어왔다. 이유준 감독은 신진한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타자들을 복잡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4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감독도 그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우진 감독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지만.

조우진 감독은 신진한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하아..."

모든 팀의 감독 이하 코치진들이 탐내는 리그 최고의 투수 신진한, 당연히 좋은 선수였다.

가장 적은 실점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막아내는 투수이자, 수비 의존이 적어 어느 팀을 막론하고 좋은 성적을 일정하게 낼 수 있는 투수. 사생활로 골치 썩일 일도 없고, 감독으로서 차마 말하지 못할 요청마저 제 스스로 해오는 그런 헌신적인 선수.

그 아무리 제 잘난 감독일지라도 신진한만은 부러워했다. 절대적인 1선발이 가지는 힘이란 그런 것이었다. 자신 역시 신진한에게 기대는 바가 크기도 했고.

분명 신진한은 만인이 인정할 완벽한 선수였고 탐나는 선수였지만, 막상 신진한을 데리고 있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선수 컨트롤.


신진한은 컨트롤이 불가능한 선수였다. 데뷔와 함께 연고지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전국구 에이스가 되었다. 여러 상황이 겹쳐져 나타난 결과였지만, 팀 내의 투수 한 명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을 아득히 넘어선 상황이었다.

이는 감독이나 코치진의 권위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신진한은 그런 유형의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 말썽을 부릴 선수였다면 다른 팀 감독들이 이렇게까지 부러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쉴 때 쉬게 해줘야 할 컨트롤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신진한의 상태가 어떤 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들으면 코웃음 치며 배부른 소리라고 말 할지도 몰랐다. 저기서 끓는 화를 참고 있는 이유준 감독의 케이스처럼 말이다.

데뷔 이래 지금껏 로테이션을 걸러본 적도 없었고, 어마어마한 이닝을 소화한 것에 비해 몸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다.

프로무대 적응기간도 거의 없이 곧바로 나온 훌륭한 결과, 딱히 터치할 것 없는 훈련과 몸 관리 등 신진한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냥 알아서 잘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가 신진한에게 조언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급기야는 신진한의 말을 코치진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상황은 이름 없는 선수 출신이었던 본인이나,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이름난 명코치나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세심한 케어가 필요 없는 선수이니 편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황은 정 반대였다.

여전히 젊은 선수였고 팀을 이끌어야할 앞날이 구만리다. 만에 하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 날 선수인 만큼 더 많은 관리가 들어가야 했지만, 그를 판단할 잣대가 없었다. 그 와중에 궂은일을 알아서 자청하니, 남는 것이라곤 기도뿐이다. 제발 다치지만 마라는 기도.

지금도 그런 상황이었다.

매 해 기행 비슷한 걸 실험이랍시고 하는 신진한을 보며 심장 졸이는 건 항상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아파서 저러는 건지, 정말로 테스트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과가 좋으니 말릴 사람도 없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감독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피곤한 선수였다.


*


탁!

다다다!


빗맞은 공은 3루 방향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누구라도 아웃을 직감할 코스.

자이언츠의 6번 타자 오상택은 작은 탄성과 함께 1루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상대 3루수가 재빨리 달리 달려 나와 공을 잡고 1루로 송구. 3루수가 공을 더듬거나 1루수가 공을 놓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웃!


열심히 달려봤지만 결과는 아웃.

되돌아가는 오상택에게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잘 좀 해라 새끼들아!"

"진한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관중석을 슬쩍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린 오상택은 덕아웃으로 몸을 돌렸다.

"씨발."

이게 다 몸값인데, 본인이라고 안 치고 싶어서 그랬을까?

‘네가 한 번 쳐봐라, 새끼들아.’


정확한 기록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신진한 선발에는 유독 타선이 침묵하곤 했다. 한두 번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가볍게 넘길 테지만, 기록을 찾아보지 않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유독 득점이 안 난다고 생각이 들 정도니, 기록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미안함도 없진 않았다. 8~9이닝씩이나 무실점 투구한 선발이 득점지원을 아예 못 받는 경우가 많은 데에 타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욕먹을 때면 미안한 마음이 구석 저 밑으로 사라진다.

팀이 팀인지라 욕을 워낙 많이 먹어 익숙해질 만도 했지만, 신진한 등판일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여기 볼 힘 있으면 공이나 똑바로 봐라!"

"돈 값은 못 해도 성깔은 있나보지?"

다시 한 번 들어온 관중들의 공격에 오상택이 발끈했다. 안 그래도 부진한 성적에 스트레스였는데, 논란의 fa 계약까지 걸고넘어지니 울화통이 치민 것이다.

당장이라도 관중석으로 달려갈 것 같은 오상택을 타격코치가 극구 말리며 덕아웃으로 끌고 들어왔다.


*


가만히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신진한은 옛 생각이 떠올랐다.

은퇴하기까지 우승 한 번 못해본 팀이었지만, 본인은 팀에 꽤 만족했었다. 그래도 돌아보면 나름대로의 열정들이 있었고, 또 티격태격 하다가도 같이 합심하면 으쌰으쌰가 되던 과거의 기억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막상 실제로 옛날을 다시 겪어보니, 추억보정이란 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흘러간 추억이 아닌 현장에서의 생생한 모습을 직접 보고 있자면, 잊고 있던 기억들마저 새록새록 떠오른다.

관중과 싸워대고, 경기에는 별 관심도 없고, 실책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팀.

그래, 이게 우리 팀이지.

은퇴 직전의 자신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었는지, 웃음이 다 날 지경이었다.


*


경기는 어느덧 5회에 이르렀다.

5회 초 2아웃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로 올라온 7번 타자 이상도는 다시금 신진한과 대면하게 되었다.

이상도는 첫 타석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솔직히 첫 타석에서는 상대방의 거대한 존재감에 오히려 자신이 위축됐었다. 한 번이라도 신진한을 만나본 타자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승부가 시작되고, 정말 터무니없게 삼진을 당한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좋은 공을 가진 양반이 왜 이따위 공을 던지냐고 물어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팀의 타자들이 그따위 공을 못 쳐내고 있었다.

그 자신도 결국 삼진을 당한 마당에 '그따위' 공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아홉 명의 타자들이 5회 초 2아웃에 이르도록 출루할 수 있었던 거라곤 볼넷 하나밖에 없었다.


퍼펙트는 깨졌지만 여전히 노히트인 상황. 다들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혹여나 경기가 이대로 끝나서 노히트라도 당한다면, 경기 영상을 본 사람들이 자신들을 함량 미달의 타자라고 비난할 지도 몰랐다.

바깥에서 보는 저 공은 틀림없는 똥볼이었다.

이상도는 홈플레이트에 십자가를 그리는 자신만의 의식으로 능력을 발동시켰다.

솔직히 저런 공에도 이게 필요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히트는 막고싶었다. 하지만...

[실패]

?!

이상도는 이 능력을 사용해온 이래로 가장 놀랐다. 이게 성공률이라는 개념이 있는 거였나?

아무리 불친절하기로서니 이런 것까지 말을 안 해주면 어쩌란 건지.

혹여나 자신의 몸에 반작용이라도 생겼을지 다급하게 확인해봤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이것에 대해 더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경우가 없었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차분히 시작했다.

다시 배트로 홈플레이트에 십자가를 그리고...

“거 해봐야 못 칠 거, 한 번만 하면 안 되냐? 그쵸?”

포수 장민준이 얄밉게 혀를 놀리며 심판과 교감하고 있었다.

심판도 이 상황이 웃긴지, 마스크 너머로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아오... 형! 다시 해야 되잖아!”

장민준이 실실 웃으며 답했다.

“네가 네 모습을 못 봐서 그래. 네가 제일 웃겨.”

“에이 씨...”

자신만의 의식을 완성하고, 능력을 발동시켰다.

[성공!]

됐다.

첫 타석에 기대어 봤을 때 신진한은 원래의 컨디션이 아니었고, 막말로 맨몸에 붙어도 할 만할 것 같았다. 거기다 능력도 걸었다. 이제는 정말 한 번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사실 원래의 신진한 스타일로 구위에 압도된 상황이었다면 본인이나 다른 타자들이나 서로에게 별로 해줄 말이 없었을 것이다. 칠 수 없을 것 같은 공에 무슨 조언을 한단 말인가?

교과서적 투구폼의 대명사인 신진한에게서는 쿠세 같은 것을 찾기 어려웠다. 애초에 그런 잔재주로 극복 가능한 인간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맥없는 공에 힘없이 당하던 타자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맞댔다. 저런 공에 당하는 자신들 스스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압도되는 구위에서나, 저 똥볼에서나 서로에게 해줄 말이 없긴 매한가지였다.

다만 4번 타자인 이승준이 먼저 변화의 포문을 열었다.

첫 타석에서 별 생각 없었던 이승준은 두 번째 타석에서 잡히고 내려온 뒤에 뭔가를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는 저 후진 공이 생각보다 좋다는 말을 꺼냈다.

대다수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준의 이름값에 '그런가?'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전부였다.


그의 말을 의식해서였을까, 후속타자들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저 똥볼이 사실은 똥볼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공들이 나쁘진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 저렇게 던지고 싶어서 일부러 던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자, 마냥 쉽게만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여기까지밖에 결론이 나질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스윙이 조금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상도는 아직 그들의 말이 와 닿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신진한을 공략할 귀중한 조언을 머릿속으로 되내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일부러 그런 공을 던지는 이유가 뭐냐, 신진한?

첫 타석 이후 다소 작아보이던 신진한의 존재감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배트를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리고 신진한의 투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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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운수 좋은 날 (1) +1 17.12.15 1,343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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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Aftermath (3) +3 17.12.11 992 9 12쪽
24 Aftermath (2) +1 17.12.09 98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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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피칭 (2) +7 17.12.03 1,22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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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2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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