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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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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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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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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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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math (1)

DUMMY

경기를 마친 나는 영식이형 부부의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계투진의 필승조를 맡고 있는 김영식은 꽤 연차가 있는 편이었는데, 고참으로서 후배 투수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했다.

"호율이 얘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네. 이정도면 거푸집인데. 왜 하필 아빠를 닮았을까..."

"야. 너 그만 먹어."

"왜? 진한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호호! 진한이 많이 먹어."

정확히는 형수님이 그런 성향이 강했다. 상당히 독특한 부부였다.

나는 영식이형의 아들인 호율이의 볼을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어쩜 이리도 빼다 박았을까?

나이 먹어가면서 변하는 거면 몰라도, 아기 얼굴이 아빠와 똑같은 건 좀 섬뜩하다. 심지어는 자라면서도 이 얼굴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근데 진한이는 이런 델 어떻게 다 알아? 너무 맛있다. 우리가 가자고 한 곳에 갔으면 후회할 뻔했네."

"먹는 게 유일한 낙이잖아요. 돌아다니다 보면 많아요."

형식상 내가 초대를 받았지만, 근방에 맛있는 곳이 있다는 말로 부부를 유인했다.

동네 근처 구석진 곳에 위치한 보쌈집이었는데, 늘 그렇듯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어디 돈 쓰는 걸 따로 본 적이 없네. 넌 버는 돈 다 어디에 쓰냐?"

"돈이요? 먹는 거랑... 뭐..."

"이거 봐. 얘가 뭘 하는 걸 들은 적도 없단 말이지. 심지어 아직 부모님이랑 살잖아?"

"어머. 그럼 나머진 저축이야?"

"그... 뭐 저축은 아닌데, 말이 그렇게 되네요. 근데 먹는 데에 돈을 좀 많이 써서요."

형네 부부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젊은 놈이 신기하다니까. 먹는 데에 써봐야 거기서 거기지."

"진한이는 연애 안 해?"

"하하... 네, 뭐 아직요."

"야구도 잘하는데, 얼른 장가가야지."

"하하..."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내 품에 안겨있는 호율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옛날에도 신기했던 건데, 얘는 우는 일도 없었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모가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일도 없었다.

아예 잠든 거면 모를까, 지금도 눈을 또롱또롱하게 뜨고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호율이는 뭘 먹어서 이렇게 얌전한가 모르겠네."

"쩝쩝! 그게 아니라 너만 만나면 얌전해지는 거야. 집안에서는 난리난다."

"그래요?"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짜식이, 나이 먹고선 알아보지도 못하더니...

"진한아, 너 쉬는 날에 우리 집에 좀 와라. 누나가 먹을 거랑 용돈 챙겨줄게."

기회를 포착한 듯, 형수가 고기를 먹다 말고 속이 빤히 보이는 제안을 선심이라도 쓰는 양 던졌다.

"하하... 저도 좀 바빠서... 시간 날 때 한 번 갈게요."

"지금까지 누나가 너한테 베푼 게 있는데, 그거 잊으면 안 돼?"

"하하하..."


드르륵!


"에구... 너무 적었죠? 더 가져왔으니까, 많이들 잡숴요."

주인아주머니께서 음식을 더 가져오셨다.

"아이구. 안 주셔도 되는데."

"운동하시는 분들이 든든하게 먹어야지."

평소보다 양이 좀 적더라니, 아예 다른 메뉴까지 가져다 줄 작정이셨나 보다.

"진한아. 여기 아주 최고다."

"하하, 그렇죠? 잠시만 드시고 계세요. 금방 갔다 올게요."


*


<신진한 노히터! 자이언츠는 연패 탈출>

자이언츠의 에이스 신진한이 노히터를 달성했다.

위력적인 피칭을 과시하며 시즌 첫 완봉승으로 자이언츠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 xx일, 신진한은 부산에서 열린 라이온스와의 경기에 등판하여 9이닝 15삼진 1사사구 무피안타 무실점의 노히트를 기록하고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신진한은 최고 구속 140km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를 섞으며 라이온스의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안타깝게도 2년 연속 퍼펙트게임 달성은 실패했지만...

...


흐뭇한 표정으로 기사를 읽고 있던 백동임의 표정이 굳은 것은 스크롤바가 댓글 창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갓 올라온 기사였기에 아직 댓글이 몇 개 없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몇 안 되는 글들 중에서도 암 덩어리 같은 게 항상 있었다.


- 한심하다. 저런 공에 노히트가 뭐냐?

ㄴ 노답... 4연패 같은 소리하고 있네. 부끄러운 줄 알면, 대가리나 박아라.


'이것들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그저 입만 살아서는...'

백동임은 분노의 댓글을 정중하게 달았다. 혹여나 일이 잘못되었다간 프로로서 망신살을 할지도 몰랐다.


ㄴ bdy6073 : 신진한 선수가 그만큼 잘 던진 거죠. 타자들 탓만 하는 건 좀 그런 듯.


곧바로 자신의 글에 반박성 답글이 달렸다.


ㄴ talkbo444 : 저 똥볼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옴? 이승준도 이제 옛말이네. 저런 공을 던지는 투수나 그것도 못 치는 타자나... 이게 한국야구다.


답답함에 목이 콱 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반박성 글을 하나 더 올리려 할 때, 누군가의 글이 먼저 올라왔다.


ㄴ jswbk : 솔직히 그 정도까지 공이 안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걸 감안하고도 못 친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초반인 만큼 사이클이 아직 덜 돌았다고 보는게 맞을듯. 이승준 선수가 폄하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백동임은 올리려던 글을 잽싸게 올렸다.


ㄴ bdy6073 : 메이저급 투수 공을 못 치는 게 욕먹을 일은 아니죠.


글을 올리고 채 10초가 안 되어 반응이 왔다. 싸우는 것처럼 보이던 두 놈은 한 마음이 되어 공격해왔다.


ㄴ talkbo444 : 메이저 같은 소리 하네 ㅋㅋ 메이저에 저런 똥볼도 있냐?

ㄴ jswbk : 신진한이 좋은 투수인건 맞지만, 적당히 좀 하세요. 오히려 댁 같은 분들이 신진한 욕 먹이는 거예요;


항상 이게 문제였다. 뭘 좀 아는 애들이랑 이야기를 해야 대화가 되지, 말이 통하질 않으니 이길 자신이 없다.

이어가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으로, 마지막 글을 올렸다.


ㄴ bdy6073 : 이승준 선수는 말 할 것도 없고, 애초에 신진한 선수 상대로 잘 치는 타자가 없잖아요? 기록이 다 말해줍니다. 그리고 신진한 선수가 당신 친구입니까? 당신에겐 형님 누님도 없습니까? 신진한 선수가 사고라도 치셨으면 님 만 한 아들, 딸이 있을 겁니다.


"하여간 야알못들은 답이 없다니까."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세 명이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


"저 따로 몇 개만 포장해주세요. 집에 좀 갖다드리려고요."

"알았어. 푸짐하게 싸줄게. 부모님은 잘 계시지?"

"하하, 네. 다음엔 모시고 같이 한 번 올게요. 그리고 여기..."

나는 지갑 안에 있는 지폐 뭉치를 꺼내서 건넸다.

"돈 좀 아껴 써. 갈수록 손이 커지면 어떻게 해? 오랜만에 왔으니까 그냥 가져가."

"자주 못 오잖아요. 그냥 받아두세요."

되돌려 주려는 주인아주머니를 만류하며 도망치듯 방으로 향했다. 가져가라는 아주머니의 말이 등 뒤로 들려왔다.

다시 형네 부부가 있는 방 앞에 도착해서 닫혀있는 미닫이문을 향해 팔을 뻗었을 때, 어깨가 또 요동쳤다.

용케도 한동안 잠잠하더니... 마치 자기는 사라진 게 아니라고 항의를 하는 듯, 어깨 속 근육들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


트윈스와 타이거즈의 경기는 10회 초에 이르렀다.

3-3 동점 상황에서의 트윈스 공격이 시작되고, 2아웃 상황에서 연달아 터지는 안타로 주자 2,3루 상황이 되었다.

그런 클러치 상황에서 타석에 유격수 김재민이 들어섰다.

투수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양종민.

컨디션도 좋은 상황에서 타자들까지 쉽게쉽게 죽어준 덕분에, 양종민은 10회에 이르도록 투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앞선 수차례의 타석에서 양종민을 만나본 김재민은 솔직히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대단한 선수이기도 했다.

현 시점 최고의 좌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시뮬레이션 상황에서도 이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뻥! 볼!


좌완에서 나오는 힘찬 강속구에는 도무지 승산이 보이질 않았다. 간결하지만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다행히 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걸 쳐낼 수가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한가득 몰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말을 속으로 되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껏 해온 기천 번의 시뮬레이션이 '고작 시뮬레이션' 따위로 전락하는 꼴은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실전과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왔다는, 또 실전과 다를 것 없었다는 자신의 믿음을 이대로 꺾고 싶지가 않았다.

다시 한 번 공을 차분히 바라봤다.


뻥! 스트라이크!


여전히 위력적인 공이긴 했다. 하지만 10회까지 오는 장기전 덕에 경기 초반의 그 괴력은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다. 시뮬레이션 당시의 양종민보다 미묘하게 안 좋은 수준의 볼끝.

'이 정도라면 불가능 하지만은 않을 것도 같은데...'

확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는 게 최선이었다.

김재민은 지금까지의 양종민을 떠올리며 다음 공이 무엇일지를 궁리했다.

첫 구는 바깥으로 빠지는 볼, 방금은 몸에 붙는 스트라이크...

오늘 경기에서 뿌리가 되는 레파토리는 무엇인가? 시뮬레이션에서 만났던 양종민과는 무엇이 달랐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하지만 명확한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 미처 답이 나오질 않았는데, 양종민이 3구를 준비한다. 투구가 시작된다.

변화구? 직구? 몸쪽? 바깥쪽?

모르겠다.

아직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건만, 야속한 공이 양종민의 손끝을 떠난다.

날카로운 비행을 시작하려는 그 무렵, 공의 미묘한 움직임이 김재민의 눈에 들어왔다.

왠지 낯익은 움직임이었다.

몸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 당장이라도 바깥으로 흘러갈 것처럼 보였다. 보였다기보다는 그냥 단순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을 머리에서 조금 더 음미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의 오더가 떨어지기도 전에 행동부터 옮기는 몸.

김재민은 덜컥 겁이 났다. 혹시라도 이 중요한 타석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당황스러움도 잠시,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몸에 뒤늦게나마 집중을 하자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찾아왔다.


배트가 마땅히 가야할 것만 같은 그 길을 가르며 지나가는 생소한 느낌.

방망이가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거나, 다가오는 공이 수박 만하게 보인다는 선배들의 경험담과는 전혀 달랐다. 방망이는 딱 평소만큼 무거웠고, 상대방의 공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기를 가르는 배트 끝에서 느껴지는 이 감촉이 범상치 않았다. 마치 고기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회칼의 느낌.

배트는 여전히 무거웠으되 스윙만은 가벼웠다. 평소에는 자신의 스윙을 있는 힘껏 방해하던 공기가 알아서 제 길을 열어주는 느낌까지 들었다.

배트가 알아서 흘러가는 그 기묘한 느낌을 한껏 음미한다.

김재민은 그저 배트가 제 갈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몸으로 뒤를 받쳐줄 뿐이다.


따악!


그 신묘한 감각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김재민의 정신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공은 2루수의 키를 넘기며 깔끔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향을 잡고나니 속도가 좀 빨라진 느낌은 드는데,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으니 답답하네요.

판단하려는 거 자체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속도가 조금씩 붙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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