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나만 투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최근연재일 :
2018.01.18 19: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9,765
추천수 :
677
글자수 :
220,564

작성
17.12.15 19:00
조회
1,342
추천
10
글자
13쪽

운수 좋은 날 (1)

DUMMY

[암초를 만난 라이온스호]


리그 4연패를 노리는 라이온스는 지난 자이언츠와의 1차전에서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스윕을 모면한 첫 경기 이후 이어진 내리 2연패로 3연전을 마무리 했다.

자이언츠와의 경기 이전까지 7승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2014시즌의 순항을 예고하는 듯 했던 그 위용은 자이언츠 3연전에 없었다. 라이온스가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상위권의 팀들이 연승을 거두며 각각 승수를 쌓았다. 기존의 1강 8중의 구도가 흔들리면서, 상위권 팀들 간의 초반 순위 경쟁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이번 시리즈의 압권은 노히트의 주인공, 두 번째 경기의 자이언츠 선발 신진한이었다. 9이닝 13탈삼진 1볼넷 무 피안타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라이온스를 격침시켰다. 최고구속 142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에 라이온스 타자들은 농락당했다.

신진한은 부족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로케이션과 변화각이라는 승부수로 상황을 극복...

...



"참내..."

기사를 읽고 있던 김현상은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구석에 던져버렸다.

라이온스 타자들은 뭐 병신이라서 거기에 그리도 쉽게 당했을까?

하기야 기자가 뭘 알까 싶었다.

지금의 야구인과 일반인들은 그 진가를 알기 어려웠다. 아니,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야구인이나 일반인이나 별반 차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저 일반인들은 '저것도 못 치냐?' 하고, 야구인은 '네가 한 번 해봐라.' 하는 식의 끝없는 순환논리가 형성될 뿐.

그나마 ‘함량미달의 라이온스 타자들’이라며 비난하는 뉘앙스의 다른 기사들보단 나은 축에 속했다. 그래도 나름은 분석해보려 시도하지 않았나?

'이것들 봐서 뭐하나, 그냥 운동이나 하자...'

그렇게 핸드폰을 구석에 처박아두고선 운동 나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100일 연속 달성]

[최초 특전이 주어진다.]


"어?"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이 반말은 또 뭔가?

특전이란 키워드에 손을 가져가니 간략한 설명이 나왔다.


[특별한 보상]

[원하는 걸 말하면, 주어진다. 보상의 내용에 따라 그 형태와 제한 등이 있을 수 있다.]

[보류 불가능. 2분 이내에 선택.]


공짜로 받은 느낌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막상 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이미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여기서 뭘 더 달라고 할 게 없었다.

보류도 안 된다고 하니 진퇴양난이다.

“음... 구속?”


[연동 구속 5km 향상 - 30일 한정]

[Y/N]


형태와 제한이라는 게 기간제를 말하는 거였나.

‘지금이 무슨 한국 시리즈도 아니고...’

김현상은 no 를 누르고, 다시 생각을 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은 아쉬운 게 없었다. 방금 말한 구속조차 훈련을 이어가다보면 가능할 지도 몰랐으니,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구속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김현상의 생각이 신진한에게 미쳤다.

"신진한의 특성."

[구체적 내용 입력이 필요한 항목]

“네가 열람 불가라면서?”

[...]

불평 섞인 말투로 물었지만, 역시나 답변은 없었다.

‘뭐가 있더라...’

그때 보긴 봤는데, 하도 많아서 하나가 뚜렷하게 기억나질 않았다.

“야수감각이란 게 있었지.”

[조건 미충족]

“줄 생각은 있냐?”

[상황 따라서...]

“이럴 거면 말이나 말지, 괜히 사람 싱숭생숭하게...”

이 시스템이란 놈을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참 개떡같이도 만들어 놨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전이라고 하는 지금 이 선물은 지금껏 자신에게 보상을 줘왔던 시스템의 철학과 맞지 않았다. 이 시스템이란 놈의 방침은 간단했다.

하는 만큼 받아간다.

얼핏 생각하기엔 지금의 것 역시도, 100일간 끊임없이 해온 보상이니 같은 맥락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점에 따라선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실상 그 100일간 훈련을 통한 성과는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었다.

여기서 더 훌륭한 보상이 나온다는 건 말하자면 이중지급인 셈이고, 하는 만큼 받는다는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전까지의 보상을 받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그럼 아무거나 알아서 줘.”

[...접수 완료]

[특성 획득기회 제공 예정]

[가능 시점에 추가 공지]

[왔다 갔다 해서 미안하다.]

"뭐야 이거..."

감정표현도 하네?


*


"감독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재민아? 네가 여기 어쩐 일이냐? 쉬어야 할 놈이 여긴 왜 왔어?"

김재민은 퉁명스런 말투와 반가운 몸짓으로 맞이하는 그의 고교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를 했다.

"감독님 생각이 나서... 왔습니다."

"이 자식이. 쉬는 것도 훈련이라고 그렇게 말해도... 아무튼 잘 왔어. 요즘 잘 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김재민은 부모님이 안계셨다. 그가 중학생인 시절에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중학 시절부터 이미 여러 팀과 고등학교의 주목을 받으며 그 실력을 한창 뽐내고 있을 무렵,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떠나가셨다.

부모님께서 남기신 돈이 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껴야 학업을 마칠 때까지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가 전부.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할 시기에 부모님의 직간접적 지원까지 사라지니, 야구가 잘 될 리 없었다. 그건 고교 진학 이후에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나 주목을 받던 신성이 그 빛을 잃자, 외부의 세계는 순식간에 냉정해졌다.

그 때부터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야구를 했다. 하지만 안 되던 야구가 갑자기 잘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고교야구에서 자리를 잃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예전의 그 재기발랄함이 사라진 것뿐이지, 그 가닥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팀에 있는 다른 타자들의 면면이 그리 훌륭한 편도 아니었기에, 실력으로 라인업에 포함되는 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야구가 전부는 아니었다.

당시 김재민의 실력은 다른 모든 걸 무마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엔 못 미쳤다. 누가 봐도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그렇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다들 그 아들이 잘 되길 바랐고,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그만큼 치열했다.

그렇게 진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3학년 시기에 압력이 쏟아졌다.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를 넣자는 압력이.


다행히도 참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 전후사정을 다 알게 된 감독님은 실력 있는 아이를 뺄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관철하셨고, 그 덕에 자신은 기회를 얻어 하위 순번에나마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로 감독님은 자리를 옮기셔야만 했고, 지금은 이전에 계셨던 곳보다도 더 사정이 안 좋은 곳에 오실 수밖에 없었다. 약팀의 감독이란 그러했다.

그 성화를 감내하면서까지 기회를 준 것에도 감사했지만, 마치 부모처럼 자신을 끝까지 챙겨준 감독님의 마음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언제가 되었든 꼭 보답을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전 생에서는...

"너 타격이 언제 그렇게 늘었어? 자식아, 네가 처음부터 그랬으면 내가 잘릴 일이 없었잖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장난 섞인 미소와 말투로 마음을 가볍게 해주시는 감독님.

이번엔 꼭 그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애들은 잘해요?"


*


"야... 씨! 한국은 이게 문제야. 뭔 자료가 이렇게 없어?"

백동임의 방은 야구로 가득 차있었다. 책장엔 야구 책이, 벽에는 온갖 야구 관련 분석 자료들이 붙어 있었다. 프로에 오고 나서 생긴 습관이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어떤 규격에 맞춰 딱 무엇이라고 분할할 수 없듯이, 야구 선수를 특정 타입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이를테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모든 게 제각각이었다.

표현이 좀 이상할진 몰라도, 원래 백동임은 스스로를 육체파의 선수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면 야수파라던가.


백동임은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스스로가 재능 있는 걸 알고, 모든 이가 그걸 인정한다. 본인이 재능 있다는 그 명제를 부정하기가 어려웠다.

들으면 대충 알고, 던지면 생각대로 된다. 따로 상대 타자를 분석해본 적도 없었다.

이건 재능 없는 이들을 조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점에 따라서 재능이란 건 있다가도 없게 마련이고, 부족한 재능을 보완해서 살아남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냥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이 그러했을 뿐이고, 그렇기에 스스로를 육체파 선수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신진한을 만나고, 그에게서 조언을 듣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철없는 시절에야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지만, 한계 비슷한 걸 목격한 이후로는 그 방향을 바꿨다.

사고를 쉽게 바꿀 수는 없었기에, 버릇에서부터 변화를 줬다. 분석이라는 걸 시작한 것이다.

정말 지능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이라면 자신을 비웃을 수도 있을 만큼 조악한 것이었지만, 나름대로 생각이란 걸 해보려고 노력했다.

좋은 교보재가 있으니,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자신이 봐도 입단 초기에 비해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았다.

벽면을 한가득 채운, 자신이 만든 결과물들을 백동임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문 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서 밥 먹어!"

한창 무게 잡고 있을 때 하필...

"잠깐만요!"

흐트러진 정신을 수습한다. 다시 벽면으로 눈을 돌리고, 자료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했다. 수치와 수치가 모여들어 하나의 형상을 구축한다. 두뇌 속에서 어떤 한 사람의 형상이 그려지고...

"백동임! 빨리 안 나와! 치운다?!"

"아, 알았어요. 가요!"

오늘의 메뉴는 갈비찜이었기에, 눈 딱 감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진한이 형은 갈비찜 잘하는 데도 알려나?'


*


여긴 올 때마다 실망하는 일이 없다.

"아~ 좋다. 이 맛에 부산 뜨기가 싫다니까?"

"너 때문에 일찍 열었으니, 배 터지게 먹고 가."

"하하... 괜히 저 때문에 고생하셨네. 잘 먹겠습니다. 어유~ 이놈 이거 숙성이 아주..."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사람 없으니까 오라는 여사장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기껏 그 말을 듣고 왔건만, 알고 보니 나 때문에 가게를 일찍 여신 거였다.

영업 준비 하니까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괜히 민폐를 끼친 것 같다.

"가만 보면 용하다니까? 좋은 거 들어오는 날에는 꼭 온단 말이야. 뭐 어디 경매장에 사람 심어둔 건 아니지?"

"아이구, 이모도 참... 희한하게 맛있는 냄새가 나면 좋은 게 나오는 거 같긴 하네요. 하하."

한결같이 훌륭한 회 맛을 한껏 느끼니, 만족스런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근데 너는 왜 맨날 혼자 오니?"

"맛있는 거 좋아하는 친구가 별로 없더라고요. 이런 거 안 먹으면 뭘 먹고 사나 몰라?"

실제로 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었다. 꽤 이름값 있는 이 집에도 다른 손님이 거의 없는 걸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봐야하나.

슬픈 일이다.


그렇게 한계까지 회로 배를 채웠다.

"아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많이 먹었어?"

"네. 도저히 들어갈 데가 없어요."

"온 김에 사인 해주고 가. 손님들이 달라고 해서 자꾸 주다보니 없어."

"어허. 이 신진한이가 인증하는 곳에 내 사인이 없으면 쓰나."

나는 비치된 종이에 크게 사인을 했다.

"자, 이건 오늘 먹은 거구요. 이건 오늘 사장님 고생시킨 거."

나는 카운터에 지폐 두 뭉치를 두고, 가게를 나오려했다.

"이놈 시끼. 젊은 놈이 돈을 왜 이렇게 헤프게 써? 이거 얼른 갖고 가!"

등 뒤에서 여사장님의 괄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랜만에 왔는데 그냥 좀 받으세요."

"이놈이!"

"다음에 올게요!"

나는 후다닥 가게를 도망치듯 나왔다. 그런 나를 따라 나오시던 사장님은 나의 빠른 발을 못 쫓아오셨다.

휴... 아 여기는 반대 방향인데.

나는 골목을 살짝 돌아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걸었다. 이 근방도 오랜만에 걸어보는 것 같다.

그래도 꽤 변하는 도심지에 비해서, 이곳은 미래에까지 크게 바뀌는 일이 없는 동네였다.

뭐, 천천히 보다보면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촌놈처럼 걷고 있기를 한참.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병원에 가서 약을 좀 타왔는데...

약을 먹으니까 멍~하니, 무슨 바보가 되는 기분이네요.

먹을 수도 없고, 안 먹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만 투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재정비를 좀 할까 합니다. +1 18.01.20 369 0 -
41 조우 (3) +4 18.01.18 646 11 11쪽
40 조우 (2) +1 18.01.14 569 14 11쪽
39 조우 (1) +2 18.01.12 593 11 10쪽
38 떡잎 (3) +1 18.01.10 595 13 10쪽
37 떡잎 (2) +1 18.01.08 1,078 13 11쪽
36 떡잎 (1) +3 18.01.06 804 10 11쪽
35 작은 결심 (3) +1 18.01.04 707 11 12쪽
34 작은 결심 (2) +1 17.12.31 744 11 10쪽
33 작은 결심 (1) +3 17.12.29 1,307 13 13쪽
32 살림살이 (4) +1 17.12.27 791 8 12쪽
31 살림살이 (3) +3 17.12.25 1,327 8 12쪽
30 살림살이 (2) +1 17.12.21 893 12 12쪽
29 살림살이 (1) +1 17.12.19 1,045 10 11쪽
28 운수 좋은 날 (2) +3 17.12.17 1,041 9 13쪽
» 운수 좋은 날 (1) +1 17.12.15 1,343 10 13쪽
26 Aftermath (4) +1 17.12.13 890 10 11쪽
25 Aftermath (3) +3 17.12.11 992 9 12쪽
24 Aftermath (2) +1 17.12.09 985 9 12쪽
23 Aftermath (1) +1 17.12.07 1,188 10 11쪽
22 악마의 피칭 (3) +1 17.12.05 1,225 11 13쪽
21 악마의 피칭 (2) +7 17.12.03 1,228 13 11쪽
20 악마의 피칭 (1) +1 17.12.02 1,097 14 11쪽
19 안될 팀 (2) +3 17.12.01 1,053 14 12쪽
18 안될 팀 (1) +1 17.11.30 1,090 13 13쪽
17 빨간날 +3 17.11.29 1,600 14 13쪽
16 해야 하는 것들 (3) +1 17.11.26 1,189 14 12쪽
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23 12 12쪽
14 해야 하는 것들 (1) +3 17.11.23 1,799 18 13쪽
13 천적 (3) +1 17.11.22 1,576 13 1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구지공'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