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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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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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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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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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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1)

DUMMY

"애들 타격은 이제 좀 돌아오는 거 같지?"

"예.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온 거 같습니다."

"근데 김 코치. 우리 외야 어쩔 거야?"

라이온스의 1군 수석코치 김진승은 이유준 감독의 때 아닌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고 있었다.

"그... 나쁘진 않은데, 부족한 게 통 고쳐지질 않네요."

선수들의 몸이 전반적으로 덜 올라온 탓에 아직 미진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리그 최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라인업이었다. 전 포지션이 리그 최강이진 않더라도, 여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팀.

리그 4연패의 대도를 걷기에 부족함 없는 그런 라이온스에도 나름의 취약점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외야진의 뎁스였다.

"지금이야 어떻게 잘 돌아간다 쳐도, 한 명만 삐끗하면 바로 붕괴잖아? 막말로 중견수는 지금도 반쯤은 문제고. 해결책 없어?"

"그... 일단은 도영이로 계속 가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야?"

"수비가 되는 도영이는 타격이 좀 안되고, 진석이는 타격이 될 것 같은데 수비가..."

"그럼 도영이는 타격만 좀 집중적으로 봐주고, 진석이는 수비만 좀 집중적으로 봐주면 되겠네?"

"그게..."

"타격 부족한 애 타격 키우고, 수비 부족한 애 수비 키우고. 어려워?"

...

'그게 되면 직접 하는 게 빠르지 않겠어요?'

이 양반은 본인도 선수들 보면 답답해서 가슴 치는 입장에, 말 하나는 참 쉽게도 한다.

"어려우면 내가 할까? 그거 하라고 뽑은 사람 놔두고?"

"...아닙니다. 우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2군엔 뭐 소식 없을까?"

"외야수 하나가 요새 타격이 좋다고 하던데, 수비 쪽엔 좀 문제가 있나봅니다."

"오. 그래? 그럼 2군에다가 걔 수비 좀 키워보라고 해야겠네."

코치시절에는 둘이서 선수들을 잘도 씹어놓고서, 감독이 되니까 입을 싹 닦고 있다.

같이 술 먹으면서 멍청한 선수들 성토하던 게 엊그제 같건만...

"뭘 그렇게 봐?"

"아닙니다. 아무것도."

"근데 2군에 걔 이름이 뭐야?"

이유준 감독의 말에 잠시 기록지를 뒤적이던 김진승 코치가 이름을 발견하고 말했다.

"어... 주승우입니다. 여기 기록지..."

"보자... 주승우..."


*


이글스와의 3연전이 열리는 대전 한밭 구장. 이름이 이글스 파크였나?

단체 훈련을 모두 마치고서, 다들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야, 진한아."

감독님이다.

"예?"

"김 감독님이 너 찾으시는데?"

"김 감독님...이요?"

1루 쪽 덕아웃으로 눈을 돌리니, 벤치에 앉아있는 누군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왠지 익숙한 그 모습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생각이 났다.

"아... 아~ 올해구나."

"뭐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컨디션은 좀 어때?"

"저야 늘 비슷하죠, 하하."

나는 감독님을 뒤로하고 홈팀의 덕아웃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응수 감독.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다. 통산 최다 우승, 최다 승리 기록을 보유한 명감독이자, 그 전설적인 타이거즈의 왕조와 함께 했던 주인공.

'그런 양반이 나를 왜 찾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한 번 겪어본 일이라 그렇게까지 당황스럽진 않았다만, 솔직히는 지금도 왜 부르는지 잘 모른다.

애초에 김 감독님은 이미 노령이신 데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시게 된다. 지난 생에서도 있었던 일이라지만, 그 때도 14년 한 해가 전부였기에 이유까진 알 수 없었고.


과거에 무섭기로 정평이 나셨던 분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현장의 공백 이후 다시 돌아오신 김 감독님은 그 옛날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리셨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서운 분인 것도 사실이다. 말장난 같지만 현실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오... 진한이. 네가 먼저 찾아와야지, 노인네가 먼저 찾아 되겠어?"

"죄송합니다. 먼저 인사 드렸어야했는데, 앞으로는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아유. 이놈 야구도 잘하는 놈이 싹싹하기까지 하네?"

옛 경험을 살려 능청스럽게 인사를 하니, 김 감독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예전보다 더 격한 반응이 나온다.

과거와 달라진 반응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만은 변하지가 않았다.

"... 왜 그러십니까?"

김 감독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 눈빛.

아주 옛날에 겪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진 장면이다.

막상 다시 보니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만 같다.

많이 유해졌다는 주변인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저 무서운 눈빛은 뭐랄까... 어떤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보는 맹수의 눈빛? 뭐 그런 거였다.

무서웠다.

지금도 좀 무섭다.

"응? 아냐. 그냥 본거야. 어유, 이놈 어깨가 아주 그냥..."

행동도, 눈빛도, 말투도, 무엇에서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왠지 입맛을 다시는 호랑이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는 그저 경매장의 품평 받는 한 마리의 소...

"...하하..."

"오늘 좀 살살 할 거지? 작년에 그렇게 털어먹었으면 됐잖아."

"네. 전력을 다 하겠습니다, 감독님."

"껄껄! 그래. 이만 가서 몸이나 마저 풀어. 아유... 너 같은 투수 하나만 있어도 좀 편할 텐데. 너 우리 팀 안 올래?"

"하하... 그게 제 소관이 아니라서요. 내일 뵙겠습니다."

"오냐 그래. 허허."

전설적인 명감독이지만, 시점이 영 좋지 않았다. 힘든 와중에 팀을 먹여 살리던 에이스마저 외국으로 가버렸으니...

전설이건 뭐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쩝...


등 뒤로 의미심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저 소리... 저거 진짜 입맛 다시는 소리 아냐?


*


경기가 시작되기 전, 덕아웃으로 찾아온 신진한 덕에 가벼운 소요가 있었다.

오늘 선발인 이글스 권재형의 귀로 김응수 감독의 말이 들렸다.

"저번처럼만 하자."

김 감독은 돌아가는 신진한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김응수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힘든 감독직을 맡고 있었다.

떠나간 에이스, 은퇴한 노장, 입대한 선수 등으로 선발진은 붕괴, 안 그래도 몇 없던 불펜 요원의 이적 등으로 부임과 함께 고생길이 열렸다.

없는 형편에서 최대한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힘들었다. 다른 팀이라고 놀고 있을 리는 없으니, 성적이 잘 나올 수 없었다. 그 흐름은 14년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악재 가득한 감독직이었지만, 김 감독은 부임과 함께 나름대로 팀 리빌딩에 착수했다.

기존 선수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권재형 본인 역시도 그 수혜를 일정부분 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산적해 있는 팀이지만, 가장 심각했던 파트가 투수진이었기 때문이다.

"바꾼 폼은 좀 어때?"

"예.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역할이 크다."

권재형을 잠시 쳐다보던 김 감독은 그 시선을 다시 신진한에게로 돌렸다.

"하... 저놈 탐나네..."

김 감독에게는 투수를 보는 명확한 취향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서구적인 체형의 선수들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키 크고, 어깨 듬직하고, 한 눈에 봐도 뼈가 굵은 그런...

하지만 신진한은 김 감독이 좋아할 취향의 체형은 아니었다. 신진한보다 체격조건 좋은 선수들은 이글스에도 많았다. 물론 잘 하는 선수를 좋아하는 게 마냥 이상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 확고한 취향이 성적에 꺾일 정도였나?'

권재형은 김 감독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


빡! 스트라이크 아웃!


신진한은 가뿐하게 1회 말 이글스의 공격을 막아내고, 포수 장민준과 함께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스타트가 좋은데?"

"뭐 언제는 안 좋았던 적 있나요?"

"...하여간 무슨 칭찬을 할 수가 없어요."

격려성 멘트에 당연한 말을 왜 하냐는 듯 되물어오는 신진한에 장민준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주 겪는 일이지만,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사실이긴... 하다만.'

어느덧 팀 내에서 준고참급의 위치가 된 장민준이다.

데뷔 직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졌던 팀의 리빌딩 과정에서 얼떨결에 주전포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엔 실력도 부족했거니와, 새파랗게 어린 포수가 늙은이들 가득한 팀의 안방마님 자리를 맡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그렇게 포수 마스크를 쓰고, 까마득한 선배 투수들의 주도 하에 공을 받기만 해왔던 것 같다.

점점 경험이 쌓이고, 투수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주도하는 판으로 변해갔다.

어린 투수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다만 이놈 신진한은 예외였다. 본인의 강점을 워낙 잘 파악하고 있었고, 알아서 제 자리를 잘도 찾아갔다. 게다가 공이 워낙 좋으니 가타부타가 딱히 필요도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포수라는 보직에 맞게 선발은 물론, 계투진들의 투구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조언하고 의논도 한다. 몸도 힘든 보직이지만, 그 와중에 골치까지 썩여야했다.

투수들이 좋은 날엔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훨씬 많다. 자연히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평소와 비교하자면, 진한이의 등판일엔 적어도 머리를 굴려야 할 일은 없었다.

그냥 제가 요구하는 대로 받아주면 그만이니, 훨씬 마음은 편했다. 가끔 괴짜짓을 하는 통에 조마조마할 때도 있지만, 결과가 늘 좋았으니 OK다.

컨디션 안 좋은 투수를 컨트롤 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를 감안할 때, 어쩌면 진한이가 포수에게 가장 이상적인 투수일지도 모른다.


"아... 내 타석이네. 나 4번 좀 안 쳤으면 좋겠다. 희한하게 여기서는 공이 안 맞는다니까?"

"형은 희한하게 4번에만 가면 못 치데요?"

"그러게 말이다."

"나가서 시원하게 선풍기 한 번 돌리고 오세요."

장민준은 신진한을 한 번 째려보고는, 타석에 올랐다.

'얘 패전조 아니었나?'

상대 선발은 최근 계투에서 활약하던 권재형이란 투수였다.

2군에서 올라와 계투조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번에 선발 로테이션으로 들어왔다. 선발 레귤러랄 게 없는 현 이글스의 상황 덕분이었다.


플레이 볼!


서로가 잠시 몸을 풀고, 곧 심판의 선언이 이어진다.

그리고 권재형의 투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분량이 일정치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많은 피드백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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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Aftermath (3) +3 17.12.11 99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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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2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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