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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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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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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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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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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림살이 (4)

DUMMY

5회 말 1아웃 주자 1루.

포수 요청에 의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중덕이는 마운드로 나를 찾아왔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저... 그냥 아까 하던 대로 해주시면 안 됩니까? 방금도 저 때문에..."

방금 전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 냈지만, 공이 빠지는 바람에 낫아웃 삼진이 되었다.

다행히도 블로킹 덕에 공이 완전히 뒤로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중덕이가 공의 위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 사이 타자는 출루에 성공.

그리고 현재 1사 1루의 상황이 되었다.

"방금 건 내 탓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리고 인마, 자꾸 뭘 해달라고 그래? 안 해도 되게끔 생각을 좀 해봐라."

"예?"

박중덕이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너 백업만 계속 하다가 야구 관둘 거야?"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선 참...

"뭐, 민준이 형 나가면 하려고? 그때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애들은 또 어떻게 이길 거야?"

"으음..."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박중덕.

부디 뭔가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무튼, 지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 오늘은 안 되겠다. 공이 좀 거칠 거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짱구 열심히 굴려봐."

"알겠습니다."

중덕이는 다시 포수석으로 돌아갔다.


사실 방금 전의 상황은 내 탓이었다.

순간적으로 제구가 흔들리면서, 중덕이가 받기 힘들 공으로 변해버렸다.

머리는 머리대로, 몸은 몸대로...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것 같네.'

심신의 불안정은 얼추 다 해소되었다고 봤는데, 대체 어디가 문제인 건지 알 수가 없다.


*


박중덕이 신진한의 사인을 받았다.

1사 1루 상황 이후 첫 타자 상대의 초구는 커브.

'생각을 해보라는 게 이런 건가...'

초구 커브라는 선택이 다소 의아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넘겼다. 그리고 낮게 빼자는 사인을 확인 차 보냈다.

하지만 신진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선택된 공은 높은 커브.


공이 신진한의 손끝을 떠나자마자 높게 솟구쳤다. 마치 공이 손에서 빠진 것처럼.

심판의 키를 넘길 것 마냥 높고 느릿느릿하게 날아오던 그 공이 어느 순간 강하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결국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쏙 들어온다.

그 공을 유심히 지켜보던 타자가 느린공에 맞춰 연습이라도 하듯, 배트를 허공에다 슬쩍 휘두른다.


스트라이크!


공을 잡은 박중덕이 타자를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런 칠 생각도 없어 보이는 스윙은 대체 왜 하는 건가?

눈빛을 받은 타자도 머쓱했는지 배트를 고쳐 쥐고는 몇 번 붕붕 휘둘러본다.


2구는 안쪽 슬라이더.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순간 사인 미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공이 변화를 일으키며 타자 몸 쪽을 향해 급격히 꺾여 들어왔다.


뻥! 스트라이크!


타자는 맞을 뻔했다고 생각했는지, 뒤쪽을 바라보며 몸을 뒤틀고 있었다.

잠깐 정신을 놓았다면 놓쳤을지도 모를 정도의 빠르고, 변화무쌍한 공이었다.

'거칠 거라더니, 진짜 험악하구만.'

전광판에는 오늘의 직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139km 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잠깐 호흡을 고르려던 박중덕의 판단과는 달리, 신진한은 직구라는 사인을 주고서 곧바로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흐름을 끊어보고자 어영부영 질질 끌던 타자도 막상 투수가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얼떨결에 타격자세를 잡는다.

심판의 스타트 콜이 나오고, 신진한이 곧바로 투구를 시작했다.


얕은 리프팅과 함께 뻗어 나오는 스트라이드.

익숙한 폼 이후에 나타날 안 익숙한 공을 대비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신진한 특유의 그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딜리버리가 달라졌다.

무어라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자연스러움 대신 왠지 모를 뻣뻣함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기어이 팔이 앞으로 나오고, 손끝에서 공이 뿜어진다.


몸 쪽 스트라이크 존에 바짝 붙어오는 직구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쓰리쿼터 특유의 난회전이 걸리며,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공.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공에 살짝 당황했지만, 잡아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뻥! 스트라이크 아웃!


'느린공, 빠른공, 더 빠른공...'

뻔한 조합에 타자가 삼구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공의 구속은 148km.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꽤 빠른 공이었다.


한편 그 장면을 덕아웃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조우진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쟤는 진한이 전담으로 가자."


*


인천에서는 와이번스와 히어로즈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4회 말 와이번스의 공격이 시작되고, 히어로즈의 선발 김현상이 투구를 준비한다.

와이번스의 강타선을 상대로 현재까지 단타 두 개만 헌납했을 정도로, 오늘의 김현상은 쾌조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타석으로 와이번스의 중견수 강수민이 들어섰다.

자신감 빼면 시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던 강수민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은 게, 평소와는 달리 꽤나 주눅 든 모습이었다.

자신 없어 보이는 상대를 무심하게 쳐다보던 김현상은 이내 심판의 콜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긴 다리를 멀리 뻗어 권총 손잡이를 형성하는 한편으로, 그 다음의 것을 미리 준비한다.

리볼버의 실린더가 한 바퀴 돌아 총열과 일치 되는 그 시점만을 기다리며, 섬전 같이 뻗어나갈 채비를 마친다.

발.

땅을 야무지게 디디는 자신의 발끝을 느끼면서, 몸을 천천히 돌렸다.

무릎, 허리.

발끝에서 시작된 에너지는 무릎과 허리와 어깨의 회전을 거치며 점점 그 덩치를 불려간다.

어깨, 팔.

앞으로 점점 쏠리는 무게중심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법 했지만, 아직은 덜 여물었다.

방아쇠를 당길, 가장 극적이고 결정적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뒤에 있던 팔이 앞으로 나오고, 손 안의 공과 미트 사이의 거리가 더 이상 좁힐 수 없을 것만 같을 그 한계까지 다다른다.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는 이미 전완을 지나 손목에까지 넘어가고 있는 상황.

'지금!'

공을 땅에 패대기칠 것만 같은 그 아찔한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있는 그 리볼버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탕!'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소리가 김현상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뻐엉! 스트라이크!


빨랫줄처럼 뻗어나간 강속구에 강수민은 배트를 휘두르지 조차 못하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헌납했다.

구속은 153km/h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와이번스 덕아웃에서 '오...' 하는 조용한 웅성임이 일었다.

그런 선수들의 반응에 와이번스의 감독 이만기가 소리쳤다.

"오오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칠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해 봐!"

"하지만 감독님. 1회보다 공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요?"

리그 최고 3루수라 불리는 최명의 변이었다.

"그치? 안되겠지? 어유, 저걸 어떻게 해야 되나..."

방금 전까지 선수들에게 호통 치던 모습은 어디가고,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 이 감독.

건장한 체격에 동글동글한 얼굴을 한 상반된 모습.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그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니, 일견 귀엽게까지 보인다.

거대한 체격과 귀여운 얼굴에 초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 면모까지 갖춘 두 얼굴의 사나이.

그런 그를 사람들은 헐크 이민수라고 불렀다.


*


와이번스 불펜에서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팽팽한 투수전은 아니었지만, 전국구 에이스급의 투수가 나오는 경기였다.

투수들로선 저도 모르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관전하고 있는 투수조의 1인이자 최근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진가람.

그의 심기가 왠지 모르게 영 불편해 보였다.

'잘 던지긴 하네...'

원래도 잘 나가던 투수였으나, 어째 올해 들어서는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논란의 '리그 최고 좌완' 타이틀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봐도 무방할 정도.


김현상은 자신과 판이하게 다른 유형의 투수였다.

공을 왼손으로 던진다는 것 하나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고 봐도 좋았다.

자연히 뭔가를 훔칠 수도,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기교파라고 생각하는 자신과 대비되는, 극렬한 파워피쳐.

미디어에서 우완에 신진한, 좌완에 김현상을 놓고 비교하던 게 일견 이해도 된다.

'그래봐야 진한 선배한테는 쨉도 안 되지. 암.'


*


4회의 마지막 타자까지 잡아내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신진한과 박중덕.

"저, 선배님. 그..."

"왜?"

박중덕이 머뭇거리자 신진한이 그를 쳐다봤다.

"아까 투아웃 잡을 때부터 느껴진 건데요."

"뭐가 느껴져?"

"그... 뭐랄까. 갑자기 선배님 폼이 갑자기 변한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그냥 단순히 느낌뿐이긴 한데."

"어떻게 변하던?"

"좀... 뻣뻣한 느낌적인 느낌이..."

신진한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느낌적인 느낌은 뭔 소리야... 아무튼, 그걸 느꼈단 말이지? 대단한데?"

"예? 대단하다뇨?"

박중덕이 눈을 껌뻑껌뻑 거렸다.

"보통은 느낄 수 없는 거거든."

칭찬에 인색한 신진한의 칭찬에 박중덕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헤헤..."

좋은 기분을 만끽하기가 무섭게, 박중덕의 귓가로 신진한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된 거지? 내가 잘 못 봤나?)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였지만, 애석하게도 박중덕은 그걸 들었다.

좋았던 기분이 한 순간에 가라앉았다.

"에휴..."

그럼 그렇지...

"어린놈의 새끼가 한숨은..."

'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난다면서요?'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박중덕의 눈빛에 신진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또 눈빛... 나를 욕하는 눈빛인데?"

"아이구, 제가 어찌 감히..."

순간 뜨끔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다.

한껏 너스레를 떠는 박중덕을 향해 '쯧쯧' 하고 혀를 차던 신진한이 갑자기 뭔가를 결심이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야 좀 알 것 같네."

"뭘요?"

"내가 해야 될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대화를 하던 둘은 어느덧 덕아웃에 다다랐다.

"해야 할 거?"

의아해하는 박중덕을 뒤로 하고, 신진한은 조우진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중덕이 얘..."

"진한아. 너 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동시에 말을 한 조 감독과 신진한.

눈빛으로 서로의 의도를 알아본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이 일치했음을 알아챘다.

둘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걸 알아서인지, 둘 모두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박중덕을 힐끔 쳐다봤다.


*


타석으로 와이번스의 6번 타자 박상훈이 들어섰다.

타석에서 준비 자세를 잡던 박상훈과 마운드 위에 있는 김현상의 눈이 마주쳤다.

올 시즌 들어 처음 만나는 둘이었지만, 만나자 마자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다.

그렇게 이뤄진 첫 대결은 박상훈의 안타.


경기의 결과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나오는 법이지만, 선수들은 약간 달랐다.

한 타석 한 타석 자체가 하나의 승부고, 그 즉시 결과가 나온다.

굉장히 유치하다는 건 둘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첫 타석의 안타로 인해 박상훈은 나름의 도취감에, 김현상은 패배로 인한 괜한 승부욕에 휩싸여 있었다.

'기세를 이어가자...'

'어디 이번에도 칠 수 있나 한 번 보자.'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각자의 준비를 마친다.

심판이 신호를 보내고, 투수와 타자가 자세를 잡았다.

배트를 꽉 틀어쥔 박상훈과, 키킹을 시작하는 김현상.

'죽었다고 복창해라.'

'넌 뒈졌다. 이 새끼야.'


작가의말

또 추워지네요...

감기 조심하셔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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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Aftermath (4) +1 17.12.13 878 10 11쪽
25 Aftermath (3) +3 17.12.11 983 9 12쪽
24 Aftermath (2) +1 17.12.09 974 9 12쪽
23 Aftermath (1) +1 17.12.07 1,174 10 11쪽
22 악마의 피칭 (3) +1 17.12.05 1,213 11 13쪽
21 악마의 피칭 (2) +7 17.12.03 1,214 13 11쪽
20 악마의 피칭 (1) +1 17.12.02 1,083 14 11쪽
19 안될 팀 (2) +3 17.12.01 1,040 14 12쪽
18 안될 팀 (1) +1 17.11.30 1,075 13 13쪽
17 빨간날 +3 17.11.29 1,587 14 13쪽
16 해야 하는 것들 (3) +1 17.11.26 1,168 14 12쪽
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05 12 12쪽
14 해야 하는 것들 (1) +3 17.11.23 1,779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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