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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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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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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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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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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2)

DUMMY

나의 플랜에는 몇 가지 요소들이 필요했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나의 수고로움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봤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끝내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정말로 오랜 시간을 몸 담았던 이 팀을 떠나려는 나의 단순한 변덕일 수도, 혹은 부족한 나의 확신을 억지로나마 채우려는 발버둥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작은 발버둥과 변덕마저도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 될지 모른다.

단순한 나의 자위행위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아무런 확신은 없었다.

말하자면 충동적인 결정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


"제대로 던진다면 말이지. 제대로 못 던지잖아?"

이어지는 신진한의 말에 어깨가 축 처지는 장준호.

[그렇지. 낄낄!]

어쩐지...

"에휴..."

이대로 끝나는가 싶을 때, 신진한이 한차례 더 입을 열었다.

"너 나름대로도 진단은 하고 있을 거 아냐? 스스로가 생각해서 문제가 뭐일 거 같아?"

그의 입에서 가벼운 듯 무거운 질문이 나왔다.

"으음. 아무래도... 축발?"

신진한이 눈을 반짝였다.

"거기까지 알고 있어? 의외의 연속인데 이거."

장준호의 말에 신진한은 놀라움을, 워렌은 한심함을 표했다.

[이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네. 내가 백 번을 말해도 모르겠다며?]

'아 조용히 좀 해봐요.'

[쯧쯧...]

장준호는 워렌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그걸 알고 있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우선 축발도 문제인데, 상체도 문제가 있는 것도 알지?"

"상...체요?"

[그건 지금 들을 이야기가 아닌데, 에휴... 이게 다 네 혀 놀림 때문에 벌어진 참사다.]

신진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미숙한 네 메커니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체야. 상체를 그렇게 따로 놀릴 거면 굳이 그렇게 던질 필요도 없지. 그게 네 몸에 썩 잘 맞는 형태도 아니라면 더더욱."

'저게 무슨 말이에요?'

[넌 알아도 못 해. 아니, 모르는 게 더 좋지. 다리도 아직 완성이 안 됐는데.]

정말 실수를 한 걸까?

"그럼... 축발은 어떻게..."

장준호의 걱정 섞인 말에 신진한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어떻게 하긴? 한 번에 같이 고쳐야지."

'어떻게 하죠?'

[음... 일단 하자는 대로 해봐.]

말을 마친 신진한이 자리를 약간 옮겨 섰다.

"솔직히 내가 누구를 가르치는 데엔 소질이 없거든?"

그러고는 곧 투구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지금 경우엔, 내가 직접 보여주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어."

순간 신진한의 분위기가 싸악 변했다.

'저건...'

[너네.]

자세나 버릇, 생김새, 체격 등 비슷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몸에서 뿜어지는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 것은 워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진한의 다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장준호나 워렌과 같은 독특한 키킹은 아니었다. 그저 평소 신진한의 키킹보다 약간 더 높게 올라간 정도.

올라갔던 다리가 내려오고, 상체와 팔이 뒤이어 딸려 나온다.


쫘악-

쿵!


쏜살같이 날아간 공이 벽을 때리고 튕겨 나왔다.

"이게 지금 네가 하는 방식이지."

'꿀꺽.'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공. 아마 저 공이 150은 나올 그 공일 거다.

"그리고."

신진한이 다시 한 번 투구를 준비하고,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바뀐다.

[저건...]

좀 전의 것 보다 약간 더 높은 키킹을 가져가는 신진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던 것도 잠시, 다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부터 투구의 양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높게 올라간 다리가 내려감과 동시에, 상체가 다리를 따라 출발한다.

내려가는 다리에 얹혀가듯 자연스럽게 안착한 상체가 앞으로 나오고, 어깨와 팔도 운동을 시작한다.

이 또한 분명 장준호 자신의 투구폼과 많이 달랐다.


쿵!


날아간 공이 다시 한 번 벽을 때렸다.

후자의 것에는 이전에 없던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비록 공에 실린 힘은 이전보다 적었지만 말이다.

"이게 올바른 형태랑 비슷한 거고."

비록 형태는 달랐지만, 신진한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알...것 같아요."

신진한이 보인 단 두 번의 시연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축발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상체가 문제라는 것도.

"아마 바로 되지는 않을 거야.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길은 찾았나보네. 남은 건 연습이겠지?"

"예. 아니... 선배. 지도도 충분히 잘 하시는 것 같은데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라. 그만큼 깊이가 있는 메커니즘이라서, 풀어쓰는 게 가능했던 거야."

[이제 알겠지? 네가 하는 게 얼마나 훌륭한 건지.]

'그럼 처음부터 이렇게 하시지 그러셨어요?'

[크흠... 저런 거 까지는 나도 생각을 못 했다. 여하튼 대단한 놈이야.]

후배 교육을 마친 신진한은 그만 떠나가려고 했다.

"후, 다음이... 아! 근데 너 그거 뭐 독학한 거야?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거야?"

뜬금없는 신진한의 질문에 잠깐 당황했다.

"어... 네. 뭐... 독학이요. 왜 그러세요?"

"뭔 놈의 폼이 이렇게 촌스러워? 던지는 내가 다 쪽팔리네. 그럼 수고해라."

신진한은 뭔가를 중얼거리며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쟤는 예술가 하면 안 되겠네..."

홀로 남은 장준호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예술가는 또 뭔 말이야... 그나저나, 들었죠? 촌스러운 거 맞잖아요."

[저 새끼가... 저것도 되먹질 못한 놈이었군!]


*


백동임은 늘 하던 것처럼 신진한에게 마지막 피드백을 요청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의 루틴처럼 되어버린 이 과정.

그때 청천벽력 같은 신진한의 말이 나왔다.

"이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예?!"

순간 얼어붙은 백동임이 얼른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왜요?"

"이제 너한테 이런 과정은 필요 없어."

묘한 말이었다.

충분히 시원하게 받아들일 법한 말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섭섭함이 드는 말이기도 했다.

"필요가 없다는 말은..."

"사실 너 이제 이 짓거리 안 할 때도 한참 지났어. 너도 그날 하나 딱 던져보면 알 거 아냐?"

백동임이 움찔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그렇긴 한데요. 아무래도 확신까지는 아니니까..."

"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것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 너도 혼자서 해봐야 빨리 감을 잡는 거야.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하지만 백동임은 신진한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투수는... 혼자 사는 동물이다?"

"그렇지!"

늘 그렇듯, 둘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진광 코치가 입을 열었다.

"얼씨구. 애한테 좋-은거 가르친다. 그런 말은 또 언제 한 거야?"

"어디서 한 건진 기억이 안 나네요. 뭐, 진도가 중요하지 강의실이 중요한가요?"

"몇 년 하지도 않은 애한테 부담이나 팍팍 주고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코치님한테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슬픕니다. 코치님도 수비 못 믿어서 이 악물고 삼진 잡으셨잖아요?"

"그런 건 아니었어! 그냥 타자들이 못 친 거지."

"에이~ 인터뷰 하신 거, 제가 다 봤는데."

"그거는 기자 새끼가!..."


백동임은 두 레전드의 나이를 초월한 한심한 대화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후배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탓일까, 주 코치가 헛기침을 하며 대화를 멈추자는 시그널을 보냈다.

신진한은 으쓱 하고 말았지만.

"아무튼 뭐... 코치님 말씀대로 모든 투수가 그리 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에이스는 그래선 안 돼."

백동임은 신진한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신진한도 그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년의 에이스는 너다."


*


와이번스의 수석 코치인 정일윤, 최근 들어 그의 눈에 들어온 한 투수가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가급적 훈련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코치진에 큰 관심을 받지는 못 하고 있는 그 좋은 선수를 그냥 썩힐 수는 없었다.

마침 본인 역시도 투수출신이기도 했던 만큼, 근래엔 그 선수와 1:1 코칭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람아. 오늘 나갈 지도 모르니까, 가볍게 체크만 하자."

"예. 저 상체가 조금 빨리 열리진 않나요?"

진가람이 몇 번 자세를 취해본다.

"심각한 건 아닌 거 같다. 네가 인지만 하고 있으면 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체에 집중해."

구속이나 제구가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영리한 피칭을 할 줄 알았다.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자세도 갖추고 있었고, 습득능력도 빠르다.

하는 걸 봐선 평소에 야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듯했다.

'젊은 시절의 나 같구만. 크...'

그 때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뭔가 작은 웅성임이 일어났다.

"뭐야?"

둘은 훈련을 잠시 멈추고, 사태의 진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미모의 여성, 정일윤의 딸 정유진이었다.

'이것들이 훈련은 안하고...'

정일윤은 코치진을 한 번 쥐 잡듯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확실히 진가람, 이 될 놈은 달랐다. 담백한 인사를 마치고 훈련에 매진하질 않는가?

'야구 한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저기 저 널브러져 있는 짐승 같은 놈들과는 달랐다.

두 모녀는 약간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일이야? 아빠 직장에까지 다 찾아오고."

"아니 뭐... 겸사겸사 해서요. 안 온지도 좀 됐고."

"용돈?"

"아니에요, 그런 거. 좀 있다가 식사 하실 거죠?"

"같이 먹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맛있는 거나 먹어요."

"그래. 그럼 조금만 기다릴래? 곧 끝나니까."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딸 덕에 정일윤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물들었다.

"근데 아빠. 뭐 물어볼 게 좀 있는데..."

"뭔데?"

"신진한 선수 연락처 아시죠? 그것 좀 가르쳐 주세요."

느닷없는 딸의 요구에 정일윤의 기쁨 가득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연락처는 왜?"

"저 저번에 친구들이랑 부산 갔었잖아요."

"그랬지."

"그때 그 사람 만났는데..."

"뭐?!"

믿을 수 없는 소리에 정일윤의 언성이 높아졌다.

정유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 참... 아빠도 이러시네. 우연히 마주쳤어요."

"그...래? 근데 연락처는 왜?"

"그때 같이 있던 제 친구... 엘렌 아시죠?"

"엘렌이면... 그 혜순이?“

정일윤의 말에 정유진이 피식 웃었다.

기를 쓰고 부르지 말라는 이름이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이름.

"네. 걔가 알려달라고 해서요."

"으음... 벌써부터 걜 데려가려고 하나?"

"그런가 봐요."

"그래, 알았어. 나중에 줄게."

"그럼 저 잠깐 들어가 있을게요."

실내로 들어가려는 딸에게 정일윤이 다시 한 번 말했다.

"근데 그 말 진짜지?"

"뭐가요?"

"크흠... 진한이면 아빠도 찬성이다. 가슴 아프지만 우리 딸 보내줄 수 있어."

"아, 뭔 소리에요!"

빽 하고 소리친 정유진이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작가의말

요즘들어 제 글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순한 저의 느낌일 뿐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혹여나 독자분들께서도 그렇게 느끼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드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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