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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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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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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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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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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3)

DUMMY

다이노스의 주전포수 강성태는 경기에 들어가기 앞서 선발투수의 공을 받아주고 있었다.

평소처럼 공을 받고 있었지만, 유독 오늘따라 집중이 되질 않고 있었다.

'공은 괜찮은 것 같네. 커브 제구가 좀 안 되긴 해도, 변화는 더 크니까...'

그의 머리는 당장 해야 하는 일을 본능적으로 처리하는 한편, 예전부터 쭉 가져오던 의문에 관한 잡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포수 강성태, 그는 올해로 데뷔한지 4년차인 젊은 주전 포수였다.

신생팀의 탄생과 함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목 받은 초고교급 자원.

2011 시즌의 시작과 함께 2군 생활을 거치면서, 기어코 작년의 2013년의 첫 1군 시즌까지 순조롭게 마쳤다.

1군에서도 통할까 하는 대중의 의문을 가볍게 불식시키며, 팀에서 기대하던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강성태는 신생 1군 다이노스 전력의 핵이었다.

초고교급이라 불리는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투타 양면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타격 쪽에 더 흥미를 가졌던 강성태는 과감히 투수를 포기했다.

그렇게 포수에만 집중한 강성태는 1군의 주전 포수자리까지 맡게 되었다.


신생팀이라는 배경이 있긴 하나, 주전 포수가 이토록 어린 선수라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팀 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훌륭한 재능을 한껏 꽃피우고 있는 강성태에게도 번뇌를 불러일으키는 화두가 하나 있었으니...

'포수리드. 리드라...'

고교시절부터 포수를 봐오던 강성태였기에 프로무대의 포수자리라고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블로킹, 송구, 포구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하면 역시 리드 문제였다.


학생 시절에야 그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쉽게 장악했었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포수론을 마음껏 펼쳐갔었다.

실제로 그 결과 역시 나쁘지 않았다고 강성태는 자평했다.

그러나 프로무대에서는 그와 같은 식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위아래 2년의 터울을 뒀던 학교라는 울타리 안의 야구와, 전 연령 전 지역의 온갖 선수들을 모아놓은 프로 팀은 그 근본부터가 달랐다.


포수리드...

현재는 거의 반 쯤 미신취급 당하는 이론이나, 강성태의 생각은 좀 달랐다.

아니, 정확히는 서로가 사용하는 '포수리드'라는 용어의 개념부터가 달랐다.

한 타자를 상대로 특정 공을 특정 위치로 요구한다 했을 때, 다른 선택과의 비교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 포수리드론의 핵심이다.

아마 통상적인 포수리드라는 개념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강성태 역시 그 생각은 얼토당토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능여부와 무관하게 한 타자를 대상으로 그런 비교가 가능하다고 가정을 해본들, 한 경기에서 만나는 타자의 수만도 그 아홉 배를 가볍게 넘는다.

뿐만 아니라 한 타자는 개별 시즌의 각 시점에 따라, 혹은 매 시리즈에 따라, 더 나아가서는 매 타석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식의 분석은 결국 공허한 이야기일 뿐.


그러나 강성태가 생각하는 포수리드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거기 말고, 더 바깥쪽으로.

선발 투수가 사인을 보내왔다.

'시키는 대로 하면, 제가 원하는 데로 들어갈 텐데.'

투수들은 꼭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야구이론은 없었으니까. 거기다가 포수는 몇 년 안 된 어린 포수였으니...

그런 배경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성태 본인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빤히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물론 그 역시도 틀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더 강렬한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는 지난한 세월이 필요하리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포수리드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강성태에게 뭔가가 일어났다.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다.

뭔가가 반사되어 눈에 비친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그 광원이 어디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밝아졌다.

시야를 잃은 지는 이미 오래.

구장 안의 온 광채가 모여들어 자신의 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어찌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 눈이 안 보이는 게 현실이었다.

순간적으로 눈 안으로 쏟아져오는 환한 광채에 강성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강성태가 잠시 포수 마스크를 벗고 눈을 문지르는 걸 본 투수도 잠시 투구를 멈췄다.

포수 눈에 뭔가가 들어가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에, 투수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헛것이 보이나?'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강성태가 다시 마스크를 고쳐 썼을 때에는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그의 눈에는 분명 보이지 않아야 할 스트라이크 존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


"4월 17일 이글스와 자이언츠의 1차전 마지막 경기, 곧 시작 되겠습니다. 이글스와 자이언츠는 이번 3연전에서 각각 1승 1패를 기록. 오늘 경기 결과에 의해 위닝시리즈가 결정됩니다. 결과 어떻게 보십니까?"

"팽팽한 상황입니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센 팀이 이기지 않을까 싶네요."

"당연한 말씀이시군요."

"투수진은 자이언츠의 우세로 보입니다만, 어제 경기에서 보였듯이 타선은 이글스 쪽이 우위에 있는 걸로 보이거든요? 뚫어내면 이글스가 이기겠고, 뚫어내지 못 하면 자이언츠가 승리할 것 같습니다."

"네. 당연하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라인업 보시죠."


*


1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이 끝났다.

전날 빈타에 허덕이던 자이언츠 타선은 운 좋게 1회의 선취점을 뽑아냈다.

솔로 홈런에 의한 단 1점일 뿐이었어도,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이글스의 노장투수 박정환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백동임이 그 자리로 올라갔다.

수비교체가 이어지는 동안에 백동임은 연습투구를 시작했다.


뻥!


오늘따라 유독 기합이 들어간 그 공에 포수 장민준이 난색을 표했다.

"어우... 뭐 이렇게 세게 던져?"

투덜거린 그의 감상과는 별개로, 공 자체는 일품이었다.

'경기는 쉽게 풀어갈 수 있겠다.'

공을 받은 백동임이 재차 피칭을 한다.


뻥!


'변화구까지...'

직구는 물론 커브마저 범상치 않았다.

범상치 않은 직구와 뚝 떨어지는 커브.

말하자면 올드스쿨 강속구 피쳐의 로망과도 같은 모습.

위닝시리즈의 전조였다.


그렇게 수차례의 연습피칭이 끝나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심판의 콜과 함께 시작된 1회 말.

타자가 자세를 잡는다.


-초구는 직구?


장민준의 사인에 백동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자 몸 쪽으로 붙는 글러브.

백동임의 생각 역시 그와 같았기에,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신진한으로부터 에이스로 점지 받은, 백동임의 투구가 펼쳐졌다.


육중하게까지 보이는 그의 몸과는 달리, 백동임의 다리는 가볍고도 높게 올라갔다.

마치 기둥처럼 보이는 그의 오른쪽 다리가 탄탄하게 지면을 받치자, 자세가 놀랍도록 안정되어 보였다.

잠깐의 멈춤 이후, 그 거구가 순식간에 앞으로 쏟아져 나온다.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기세와는 달리, 꼿꼿하게 서 있는 허리가 여전히 중심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저돌맹진(猪突猛進)이라는 말과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이 공존하는 듯한, 극과 극이 기이하게 공존하는 훌륭한 투구폼.


짐승 같은 육체에서 응축된 힘은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며 손목에까지 도달했다.

손이 언제 저기까지 나왔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에 타자가 당황했다.

조금 더 앞으로 나오는 팔을 따라, 거구 특유의 드높은 타점에서 공이 뿌려진다.

연습 때의 공보다도 빨라 보이는 그 직구가 순식간에 장민준의 미트로 들어왔다.


쾅!


하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타자가 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민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56km


1회의 첫 공에 나온 심상치 않은 구속.

환호를 보낼 법한 관중들도 환호성 대신 웅성거림을 만들어냈다.


*


"쟤 왜 저래? 괜찮은 거야?"

"진한아."

감독이 투수코치님에게, 코치님이 나에게 물었다.

"쟤 원래 잘 던지잖아요?"

"주 코치. 쟤 최고구속 경신한 거 아냐?"

"어... 아뇨. 그냥 최고구속이요."

"쟤 원래 저 정도 해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2구가 나오고, 156이 한 번 더 찍혔다.

"또 나왔네..."

"스피드건이 잘못된 건가?“

웬 일로 오늘따라 크게 걱정 안 하시는 두 분을 보며, 나는 떠날 준비를 했다.

"감독님. 저 오늘..."

잠깐 나를 쳐다본 뒤 곧바로 고개를 돌리시는 감독님.

"아, 오늘이랬나? 갔다가 바로 퇴근해."

"예."

떠나는 나의 등 뒤로 두 분의 대화가 들려왔다.

"쟤는 또 어디가요?"

"아. 병원 간대."

두 분을 뒤로하고 덕아웃을 나가려던 나는 관중석의 환호 소리에 그라운드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158km


"어이구. 오늘은 제대로 하네."


*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에 이어 두 번째 타자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백동임.

평소와 같았다면 순조로운 출발에 들떴을 테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피칭을 이어왔었다.

타자를 잡으면 좋고, 못 잡으면 분하고. 또 다음번엔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그렇게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며 승리하거나 패배하거나 하는 작은 전투들의 연속.

전투에만 급급하니, 감정에 쉽게 흔들리곤 하던 지난날들.


- 네 공에 믿음을 가져.


백동임은 그런 신진한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스스로의 공에는 늘 자신감을 가져왔었다.

믿음을 가지라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헤아리기 어려웠다.

다만 신진한으로부터 내년의 에이스는 자신일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백동임 안에 있던 무언가가 요동쳤다.


뻥! 스트라이크!


그만큼 신진한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떨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을 했었다.

긍정적인 평가야 종종 들었지만, 오늘과 같은 그런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나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고 난 이후, 백동임은 그 떨림의 진짜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부담감이라는 놈이었다.


작가의말

날이 많이 춥네요. 독감도 유행이라고 하고...

다들 감기 조심하셔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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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악마의 피칭 (2) +7 17.12.03 1,220 13 11쪽
20 악마의 피칭 (1) +1 17.12.02 1,09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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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야 하는 것들 (2) +3 17.11.25 1,316 12 12쪽
14 해야 하는 것들 (1) +3 17.11.23 1,788 18 13쪽
13 천적 (3) +1 17.11.22 1,569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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