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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만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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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공
작품등록일 :
2017.10.11 05:32
최근연재일 :
2018.01.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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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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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우 (2)

DUMMY

자이언츠와 이글스의 경기는 어느덧 종반에 이르렀다.

8회 말까지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백동임은 1아웃을 잡아내고서, 2번 타자를 맞이하는 중이었다.

현재 투구수는 91개.

이닝 교대의 타이밍도 적절했고, 한계 투구수에까지는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동임은 쉴 새 없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체력 하나는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늘 100구 이상은 가볍게 던지던 백동임이었지만, 이전까지의 한계투구수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진짜 전력투구 상황 하에서의 진정한 한계 투구수는 이미 넘겼을 지도 모를 일.


백동임이 덕아웃의 분위기를 슬쩍 살피니, 이미 교체를 준비해놓은 느낌이었다.

'딱 한 타자만 더 잡자.'

2번 타자는 정유근. 현 이글스 타선의 핵으로서, 호타준족의 타자였다.

이걸 안 잡고 내려갔다가 혹 중계 투수가 크게 맞기라도 한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었다.

이 타자만 잡아내도 승리에 가까워질 거라는 게 백동임의 판단이었다.

백동임은 곧바로 포수에게 한 번 끊어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마운드로 올라온 장민준이 백동임에게 말했다.

"던질 수 있겠어?"

"딱 이번 타자까지만 잡고 내려가려고요."

그 말에 장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땀으로 흥건한 백동임의 얼굴에 걱정을 지울 수 없었지만, 확실히 외통수였다.

쥐어짜내듯 억지로 만든 고작 1점 차의 리드. 한 방이면 뒤집힐 수 있었다.

한 점을 만들어내던 그 과정을 봤을 때, 후속 타점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지금 상태론 솔직히 자신이 없어서... 몸에 맞혀서 내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바짝 붙여볼게요."

"그래. 알았다."

장민준이 내려가고, 마운드 위에는 다시 백동임만 남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이글스의 김응수 감독은 쩝쩝 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


나는 최은희와의 자리를 파하고, 앤디와의 약속이 잡혀있는 2차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해리...장애?

-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며 재차 식사에 매진하는 최은희 덕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뭐 그런 거야 나중에 들어도 상관없었다.

뭐 공 던지는 데엔 문제없으니, 아마 심각한 건 아닐 것이다.

'문제가 있다니...'

문제로 인한 어떤 결과물보다도, 문제의 존재 자체가 의외였다. 야구 외적으로는 한 번도 탈 난 적 없는 몸이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사소한 생각은 곧 지워버리고, 평소와 같이 부산의 전경을 감상하며 악셀을 신나게 밟았다.

수십 년을 봐온 새로울 것도 없는 광경이건만, 옛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매 번 새롭게 느껴졌다.

팔자에도 없는 '드라이브'라는 취미가 생길 지경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달리길 얼마가 지났다.

도착한 곳은 어느 일식집.

앤디 말에 의하면 맛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내가 모르는 곳이었다.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샘솟았다.

물론 진짜일지 가짜일지는 먹어봐야 알 일이겠지만...


드르륵!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에는 먼저 와 기다리던 앤디가 있었다.

"안 늦었죠?"

"음. 딱 맞춰서 왔네. 어우, 이거 뭔 냄새야? 어디서 고기 굽고 왔어?"

"하하. 1차에서 좀 굽고 왔지요."

"또 먹게?"

"같이 간 식충이 덕에 별로 안 먹어서 괜찮아요."

"식충이?"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주문은 했어요?"

앤디가 곧바로 벨을 누르며 답했다.

"이제 해야지. 여긴 기대해도 좋아. 가히 비장의 카드다."

"오호..."

대충 겉옷을 벗고 자리에 앉는 사이에 앤디가 주문을 마쳤다.

저리도 자신 있어 하니, 주문도 일임하면 되겠지.

나는 따라진 물부터 한 모금 들이켰다.


"그나저나... 뭐 변동 사항은 있나?"

"있죠."

"있어?!"

"뭘 그리 놀라요? 팀에다가 다 얘기했어요."

호들갑을 떨던 앤디가 갑자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뭘 얘기했는데?"

"그때 잠깐 얘기했던, 계약 관련해서..."

"그쪽에서 오케이 하던?"

"하죠, 그럼. 계약서가 있는데."

앤디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잘됐네. 근데... 그 계약 내용이 뭐였는데?"

"아 뭐 별 건 아니고요. 제 신인 계약 얘긴데, 방출 조항 넣어놨었거든요."

"신인 계약에 방출조항은 또 처음 듣네."

다른 사람의 계약을 전부 본 건 아니라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도 그런 걸 들어본 적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어거지로 좀 넣어놨었죠."

"그걸 한 너도 너지만, 구단도 참 제 정신이 아니군. 네 입지가 그리도 컸었어?"

"잘은 모르겠는데, 그런 분이 있으셨나 봐요. 그래도 계약금에 연봉 많이 토해냈으니까... 구단도 손해는 아닐걸요? 싸게 잘 써먹었으면 된 거죠 뭐."

"계약금? 연봉?"

"아아... 그 얘기는 그냥 스킵 합시다."


*


"오늘의 mvp. 7과 2/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백동임 선수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백동임입니다."


와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은 꽤 오래 이어졌다.

당황한 듯한 리포터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우, 환호성이 장난이 아닌데요? 그만큼 환상적인 투구였다는 말이겠죠. 이번 경기에서 본인 개인 최고구속을 달성하셨는데요. 컨디션은 어떠셨나요?"

"아, 그랬나요? 어쩐지... 오늘 컨디션은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네요."

"마지막의 정유근 선수를 삼진 잡아낼 때가 압권이었어요. 그때는 어떤 판단을 하셨던 건가요?"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어... 압권이었나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딱 한 타자만 더 잡고 가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백동임의 인터뷰에 중계진이 개입했다.

"백동임 선수.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다른 건 아니구요. 아까 보니까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게 영 걱정스럽던데, 혹시 어디 문제라도 있었나요?

백동임이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아뇨. 문제는 없었어요. 그냥 좀 많이 지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투구 수 자체는 평소보다 훨씬 적었는데도 그러셔서 좀 놀랐습니다. 문제가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하시죠."

"어... 네. 이거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투구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책임감이라는 걸 갖고 던져보려고 하니, 너무 빨리 지치더라고요. 약간 있던 자만심도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먼만큼, 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지금까지 자이언츠의 백동임 선수였습니다."


이글스의 김 감독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동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유... 저놈은 언제 또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그의 옆에 자리하고 있던 수석코치가 말했다.

"백동임 쟤는 원래 잘하지 않았습니까?"

"아 공이야 좋았지. 근데 투수가 영 기억에 안 남았었잖아... 근데 순식간에 커버리네. 커허..."

야구 후배를 보는 기특함과, 감독으로서의 부러움과, 팀 투수진에 대한 한탄과, 다양한 것들이 섞인 묘한 눈빛을 발하던 김 감독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우리도 그만 가자."


한편 장준호 역시도 백동임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벌써...'

[음... 잘 하더라. 쟤가 나중에 메이저 온다고? 확실히 올 만 해.]

달라진 백동임의 모습을 경기 내내 의아하게 여기던 장준호.

그 의문은 경기가 종료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근데 넌 뭐가 그리 불만이야?]

'아, 불만은 아니고요. 원래 쟤가 저렇지 않았는데...'

또래 투수였던 만큼, 장준호는 이전 생에서도 백동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었다.

놈이 미국으로 향하는 게 가시화되는 시점에서야 아예 신경을 끊었지만, 그 전 시점에 대한 것들은 얼추 꿰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잘 던지게 되는 건 한참 이후의 이야기였다.

'막말로 미국가기 직전이라 해도 믿겠다.'

[그래? 흠... 근데 너도 달라졌잖아. 다른 애들도 달라졌다며? 그럼 쟤라고 달라지지 마라는 법 있냐?]

'그리 말하면 할 말은 없는데, 너무...'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조금 전에 미국가기 직전이라는 말을 했지만, 엄연히는 그에 못 미쳤다. 적어도 육체적인 완숙은 아직인 듯 보였다.

하지만 기세만은 그에 비견되는, 아니 그를 상회하는 정도였다.

괜히 조급해지는 마음이 드는 장준호.


그런 장준호의 모습에 워렌이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봤지? 사람 변하는 거 한 순간이야. 너도 저렇게 될 수 있으니까, 좆 빠지게 훈련이나 하자.]

워렌이 당근 같은 채찍을 휘둘렀다. 혹은 채찍 같은 당근을.

'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는 양반이 어휘 수준 하고는... 좆이 뭐야 좆이?'

[다 들린다, 새끼야.]

'아... 잘 못 말했어요. 아니, 잘 못 생각...'


*


"아무튼 확실히 가는 걸로 마음을 굳힌 것 같구먼."

"약간 다르긴 한데 뭐...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죠."

먼저 나온 전식을 경박스럽게 흡입하던 앤디가 갑자기 물었다.

"그나저나 자네, 어디 가서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니는 건 아니지?"

"뭘요? 가는 거? 그걸 제가 어디다 말하겠어요?"

"이 바닥 놈들이 벌써 따라붙었다는 소문이 들려. 하기야 자네가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닐 위인이 아니긴 한데... 그럼 뭐 어디서 샌 거야?"

"말한 게 앤디 당신이랑, 감독님, 단장님이 전분데. 감독, 단장님이 말하실 리는 없고. 욕먹고 싶어서 작정한 게 아닌 이상에야..."

"거 참 모를 일이네... 그나저나, 여기 어때? 괜찮지? 죽이지?"

"뭐, 괜찮네요."

"에이... 어쩔 줄 모르겠으면서 허풍 떨기는..."


드르륵!


"다음 코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주방장으로 보이는 이가 직접 방으로 음식을 들고 왔다.

"어?"

"어?"

나와 상대가 동시에 비슷한 감탄성을 내뱉었다.

"아니, 신진한 선수. 오랜만이네요! 경기 잘 보고 있어요."

"그... 선 주방장님 아니세요? 어유, 이게 얼마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어쩐지 음식 맛이 익숙하더라니!"

반갑게 악수하는 우리 둘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앤디.

"그... 아는... 사이?"

"하하! 네. 예전에 종종 가던 곳 주방장이셨는데, 언젠가 닫으셨더라고요. 솜씨가 더 좋아지셨네요?"

"하하... 그 때 문 닫고 공부를 좀 하느라."

"여기 개업하신 거예요? 이야... 밥 먹을 곳이 늘었네. 하하!"

앤디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럼 그렇지. 기껏 하나 성공하나 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작가의말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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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천적 (3) +1 17.11.22 1,55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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