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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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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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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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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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1편

DUMMY

버스터에게 한바탕 쏟아낸 아델라는 그 상태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귀족, 특히나 영주인 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귀족들의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어떤 용건으로 서신을 주고받건 상대방의 얼굴을 알고 직접 대화해봤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이점으로, 생판 얼굴도 모르는 것보다야 직접 만나본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저녁만찬에 나가셔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헤링의 말이 거기까지였다면 아델라가 싫은 기색이라도 내비쳤을지도 모르겠으나 뒤이어 나온 ‘제가 못 다한 해명도 하시고.’라는 말에 절로 엉덩이가 의자에서 떨어졌다.

거기에 해명도 해명이지만 우선 뒷수습으로 고생했을 헤링의 눈치가 보여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이다양, 저 대신 영주님을 보필해주시겠습니까? 전...휴식이 필요한 듯싶어서 말이죠.”

아델라가 탁자 위에 널브러져있던 인형을 집어 들고 방을 떠나려하자 헤링이 함께 들어온 이다에게 말했다.

물론 보필하라는 뜻도 분명 있겠지만 현재 아델라에게는 자신이 또 골치 아픈 짓을 하는지 감시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아델라가 이다의 동행을 거부할 수는 없다. 감시도 감시이지만 영주의 보호자 역할도 함께 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베닐은?”

현재 이곳에 없는 디너드 남작의 이름이었다. 조금 전, 어차피 앞으로 계속 얼굴을 보게 될 테니 이름을 부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버스터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아델라가 갑작스럽게 디너드 남작을 이름으로 호칭하자 두 사람은 잠시 놀란 듯했으나 금세 본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다른 영지의 중책을 맡은 이들도 전부 이름으로 호칭하는 만큼 특별할 것도 없었다.

“아버지는 잠시 어떤 기사분과 하실 말이 있다고 하셨어요. 오른? 이라는 분이셨던 것 같은데.”

아델라를 마중 나왔던 그 기사였다.

“오른 경이 이 영지에 출몰한 이단 세력을 무찌르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남작님이 저희 영지 쪽에서 목격된 이단들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헤링의 설명에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일행 중에서 헤링의 대리라고 하면 베닐이 여러모로 적임자이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그렇구나....”

이미 서신으로도 전한 사실을 굳이 다시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을 보면 꽤나 중요한 일인 모양이었다.

자신이 어떤 곳에 있는지 알게 된 아델라로서는 헤링이 아니라면 베닐과 동행하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어쩔 수 없었다.

“영주님.”

아델라가 불안감을 달래며 방을 나서려던 순간,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벨르의 목소리였다.

막 방을 나서려던 아델라는 출입을 허가하는 대신 이다에게 눈짓해 문을 열었다.

“아,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젠 괜찮으신 겁니까?”

설마 스스로 열린 문 뒤에 아델라가 서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벨르였지만 다행히 놀라면서도 할 말은 잊지 않았다.

“응.”

그러나 아델라는 진심이 묻어나는 벨르의 걱정에 짧게 대답했다.

“여, 영주님께서 바쁘셔서요! 미뤘던 다른 분들과의 인사를 나누러 가셔야하거든요!”

거의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버린 아델라의 모습에 싸한 분위기를 감지한 이다가 그대로 경직된 벨르에게 서둘러 변명했다.

이다 역시 본래 아델라와 벨르가 어떤 사이인지 들어서 알고 있었던 데다가 아까도 비슷한 상황을 보았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이다가 서둘러 수습을 해보려 한 것이었다.

벨르는 당연히 아델라가 좀 더 몸 상태가 이렇다, 저렇다는 둥의 말을 이어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델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러나 자신이 아델라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벨르는 이다의 말에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곧 이다와 아델라가 방에서 멀어지자, 벨르는 뒤늦게 방을 떠나는 헤링에게 무겁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영주님께 뭔가 실수한 게 있었습니까?”

기운이 하나도 없는 벨르의 질문을 받은 헤링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공이 재상께 영주님의 비밀공작을 다 보고했다는 걸 알아채셔서 그런 듯 싶군요.”

“예...?! 하지만 그걸 어떻게 영주님께서...!”

아델라가 공작에게 보낸 비밀서신만큼이나 자신의 보고 역시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아니, 자신과 브롤드, 헤링이 그 일을 아는 사람의 전부인만큼 오히려 더 비밀스러울 수도 있었다.

“아까전에 제가 영주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살짝 여쭤봤는데, 이미 눈치 채고 계신 듯 싶더군요.”

아델라와 약혼자 이야기를 할 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델라는 그때 아무것도 몰랐고, 단순히 버스터가 시키는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델라의 질문에 제대로 반격을 얻어맞은 헤링은 자신의 실수도 분명히 있지만 애초에 아델라 역시 그 정보유출에 대해 최소한 짐작은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임기응변이 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라고.

“그렇다면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아델라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벌써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 어째서 난데없이 이제와 자신에게 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일까.

그런 벨르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헤링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보다 영주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이 알지 못한다면...글쎄요. 항상 함께 있는 눈뭉치에게라면 말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평소라면 웃어넘겼겠지만 이젠 정말로 자신이 아델라에게 고양이만도 못한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 벨르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인형은 항상 가지고 다니시는 거예요?”

아델라와 함께 연회장으로 이동하던 이다는 분위기 전환 겸 줄곧 신경 쓰였던 부분을 질문했다.

아버지인 남작으로부터 영주님은 나이가 어리지만 그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점잖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어왔다. 분명히 아델라의 언행은 그 나이 또래라기보다는 현재 아버지를 대신해 성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오빠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멀리 외출할 때만 가지고 다니는데.”

인형을 들고 다닌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유라면 당연히 버스터와 멀리서도 대화하기 위해서이지만 사실 그대로 말할 순 없었다.

“이거라도 있으면 덜 심심하니까...?”

인형이 있으면 버스터와 대화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델라의 대답을 들은 이다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왜 그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델라가 의아해하자, 이다는 급히 눈가를 훔치고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서 가죠!”

눈치를 보아하니, 분명 자신의 말을 과대하게 해석해 ‘인형이 유일한 친구다’정도로 받아들인 듯싶었지만 해명이 귀찮았던 아델라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다.

잠시 후.

“...좀 더 시끌벅적해졌네.”

다시 연회가 열리는 홀로 돌아온 아델라는 보다 복잡해진 광경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떠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새 연회장 곳곳에는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과 그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따로 시를 읊는 시인들도 나타났다.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주가 되어 나름 점잖았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본격적으로 놀자판이 되었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도 여전히 다른 귀족들과의 사교에 힘쓰는 이들도 있었지만 음악에 맞춰 다소 어색한 춤을 추거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있는 이들도 있었다.

“인사를 나누기에는 좀 늦은 것 같은데....”

이미 한창 인사를 마치고 연회를 즐기고 있는 이들에게 가서 다시 자기소개를 시키는 것은 분위기를 역행하는 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너무나 불편했다. 이미 꽤 상당한 시간을 이 세계에서 보냈지만 언제나 새로운 인물, 그것도 언행을 극히 신중히 해야하는 다른 귀족들이 그 대상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면 먼저 영주님께 말을 걸어오는 분들만 상대하면 어떨까요?”

한창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와중에 그런 이다의 제안이 귀에 들어오자 밀려오는 짜증을 겨우 참아냈다. 현재 요주의 인물인 자신에게 누가 후작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면서까지 친근하게 다가온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그 단점은 곧 장점으로 바뀌었다. 다른 귀족들과 대화가 불편한 아델라 입장에서는 그것이야말로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그렇게 하자!”

헤링 역시 자신에게 뭔가 커다란 성과를 기대하며 이 일을 권유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당당하게 귀족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예상대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귀족들은 없었다. 대부분은 이미 즐기고 있던 일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간혹 아델라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으나 반대로 아델라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아델라는 그런 귀족의 눈빛들을 가볍게 외면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상황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고 아델라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명의 기사가 서있었다.

“아까 그?”

아델라의 말에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작의 아들 프리드와 동행한 기사였다.

“프리드님께서 백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아델라는 역시 공작의 아들이라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때도 직접 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프리드님은?”

다른 나이든 귀족보다야 어린애인 프리드가 나을 듯싶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그런 덕분에 나름 흔쾌히 이야기를 들어주려던 아델라는 정작 프리드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의아해했다.

“프리드님께선 다른 분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불편해하십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프리드님이 계신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 멀지 않습니다.”

기사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연회장 구석에 있는 기둥 뒤에서 슬쩍 얼굴만 내밀고 상황을 지켜보는 어린애가 한 명 있었다.

“....”

이제 보니 그냥 소심한 성격인 모양이었다. 아델라에게 기사를 통해 전하게 한 것도 본인이 직접 말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확실했다.

“저분이시죠?”

곁에 있던 이다도 기둥 뒤에 숨어있는 프리드를 확인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고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성격이 다양하다지만 프리드와 같은 모습을 보일 정도로 소심한 이는 드물었다. 특히 귀족들 중에서는 더욱 말이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공작님의 아들이 와달라는데 가는 수밖에.

“...?”

하지만 어째선지 아델라가 점점 가까워지면 질수록 프리드는 점점 더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바로 기둥 앞까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프리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프리드님. 할데란트 백작님을 모셔왔습니다.”

프리드는 그 말이 나오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안녕....”

인사는 아까 한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했지만 더 고민하기 귀찮았던 아델라는 한 번 더 인사에 답해주었다. 그래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어 다시 인사를 건네올 정도면 완전히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어, 어라...인사는 아까 했던가...?

...아무래도 긴장한 탓에 실수한 모양이었다.

아델라는 더 이상 프리드가 스스로 평가를 깎아먹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저한테 하실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질문에 프리드가 당황해 머뭇거렸다. 그러나 곧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의 눈빛에 뭔가를 떠올린 듯 작게 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몇 분 후.

“어...프리드님?”

아델라가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프리드를 불렀다.


작가의말

2주 뒤에는 한 달! 그럼 그 다음에는...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음편은 다음 주에 올리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글 쓰는데 전혀 집중이 안 되어서 이렇게 오래 걸리게 되었습니다. 별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정말로 순수하게 글 쓰는데 집중이 안됐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읽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젠 억지로라도 집중해서 쓸 생각입니다.
한 달이면 많이 놀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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