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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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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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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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 3편

DUMMY

“그다지 걱정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적의 수가 저희 측보단 많긴 하나 공성전을 걸어올 수준은 못됩니다.”


잠시 후, 중앙홀에서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참석 가능한 모든 귀족들이 모였기에 자리가 없어 서있는 이들도 있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불만은 없어보였다.


“설령 저들이 포위를 유지하더라도 비축된 식량은 충분합니다. 다만....”


덤덤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하던 중년의 남자가 말을 흐렸다.


“저 정도 규모의 반란군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남자는 바로 후작령의 재상이었다. 그리고 재상이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할 정도로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당장은 안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상의 말대로 눈앞에 있는 반란군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만약 그 걱정이 현실이 된다면 이곳에 모인 귀족들의 붙잡힌 가족, 친척, 지인들의 신변을 되찾는 것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지원군은 언제 오는 것입니까?”


모인 귀족들 중 한 사람이 물었다. 후작령 바로 동쪽에 있는 바츠 백작령의 영주로 사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질문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지원군이 올 수 있다면 진작 밝혔을 터였다.


“펠데 남작에게서 전서구가 왔습니다만...또 다른 이단 무리가 북동쪽에 집결하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지금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이들보다...규모가 훨씬 더 크다더군요.”


그 말은 즉, 남작이 지원군을 이끌고 온다고 해도 상대가 방해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펠데 남작은 후작의 직속 봉신 중 리더격 인물이지만 당장 근처 다른 봉신들의 병력을 끌어 모아도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한계가 있었다. 사실상 지원군은 없다는 말이었다.


볼루프 후작은 입을 닫고 있었지만 재상의 말이 곧 후작의 말이나 다름없는 만큼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암울한 현실을 깨달은 귀족들은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체 이단들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나 원 참....”


“놈들이 반란을 꾀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연회나 연단 말이오?”


“잡혀간 내 아내와 아들은 무사할런지....”


대부분은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상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후작을 비난하고 있었다. 다만 그 중에서, 한 일행만이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바로 아델라의 일행이었다.


오른에게 미리 들었던 후작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갑작스레 회의장에 등장한 아델라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종종 어떻게 돌아왔느냐고 묻는 귀족들이 있었으나 아델라는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대답을 미뤄왔다. 허나 이제는 드디어 입을 열 시간이 됐다.


“잠시 괜찮을까요. 볼루프 후작님?”


몇 번의 심호흡을 마친 아델라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시끄러운 와중에도 다른 이들의 시선이 아델라에게 집중되었다. 여태까지 조용히 아델라만 바라보던 후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델라는 발언권을 얻자마자 바로 크게 소리쳤다.


“당장 밖으로 나가 이단들을 공격해야합니다.”



어린 영주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홀은 조용해졌다. 아무리 포로가 됐다가 돌아왔다고 한들 여자아이가 할 만한 발언은 아니었다.


당연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뛰쳐나가 적의 포위망을 뚫어내고 포로로 잡힌 소중한 이들을 되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잖아도 많은 병사들을 거느릴 수 있는 귀족들이 자신의 영지가 아닌 탓에 쥐꼬리만 한 사병을 데리고 도시에 쳐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아델라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이 오가지 않는 것은 아델라의 신분이 영지를 가진 백작이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어린데다 여자이기까지 한 아델라가 발언권을 얻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너무 위험부담이 큰 행동입니다. 적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어린애가 뭣도 모르고 나댄다고 생각하는 탓에 기분이 좋지 않은 여느 귀족들 대신, 상황을 브리핑하던 후작령의 재상이 아델라에게 짧게 설명했다.


간결하면서도 사실에 근거한 논리였다. 그러나 아델라는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즉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성벽 안에 틀어박혀있을 때가 아닙니다. 한시라도 빨리 저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거기서 잠시 말을 끊었던 아델라는 당장이라도 뒤돌아 나갈 듯이 큰 소리쳤다.


“여러분들이 가지 않겠다면, 제 병사들만이라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그야말로 당돌한 아델라의 언행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남은 병사들과 함께 포로가 되고 싶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지?! 다 알아!”


다른 이들의 머릿속을 스멀스멀 채워가는 의문. 그것을 누군가가 대신해서 소리쳤다. 바로 후작의 근처에 있던 스텐이었다.


“처음부터 이상했어! 어떻게 이단놈들의 포로가 됐으면서 바로 그 날 밤에 몰래 빠져나올 수가 있어? 그것도 키프랑 단 둘이서만! 이상해!”


본래는 아무리 후작의 아들이라고 한들 백작에게 격식도 없이 큰 소리를 치는 것은 얼굴이 찌푸려질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스텐을 나무라지 않았다. 모두 아델라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아델라는 의심을 사고 있었다. 다들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누가 보아도 불가능할 것 같은 싸움을 부추기고 있으니 의심이 가중되었다.


그러나 아델라는 오히려 웃음기를 띤 채 자신에게 큰소리치는 스텐을 바라보았다. 스텐이 화끈하게 질러준 덕분에 더욱 일을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스텐님은 키프님에게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듣지 못하셨나요?”


스텐은 물론이고 함께 서있는 로베르나 펠릭스 같은 후작가 사람들은 키프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텐은 믿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 앞에 빛이 나타나서 그걸 따라왔다며! 그걸 어떻게 믿어?”


당연하지만 현재 이곳에 없는 키프에게는 이미 말을 맞춰놓았다. 다행히 키프가 제대로 말해준 모양이었다.


버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설령 일어났던 일 그대로 말하더라도 자신이 반란군 대장과 만난 사실을 모르기에 별 차이가 없다는 듯했지만.


아델라는 계속해서 대답을 요구하는 스텐의 말을 무시한 채, 조용히 눈을 감고는 두 손을 모았다.


아델라에게는 단순히 두 손을 모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행동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델라가 두 손을 모으자 그 앞에 빛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소녀가 기도하자 데히스께서 그 기도에 답해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귀족들 사이에 섞여 있던 주교 등의 성직자들을 필두로, 다른 이들 역시 그 빛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도중 기도하는 주교들의 앞에도 빛이 등장했으나 그 밝기가 아델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자 눈을 뜬 아델라는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들었다.


“저는 어제 기도하던 도중 이단들을 무찔러야한다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이 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델라가 이단에게 포로로 잡힌 지 하루도 안 되어 돌아온 일을 약간이나마 그럴 듯하게 설명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저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데히스님의 뜻을 모두에게 알려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빛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해주었고요.”


보통의 경우라면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델라에게는 성직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빛이 있었다. 확고한 신앙의 증거인 빛이 있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이성과 광신. 무엇을 택할 것인가. 아델라가 슬쩍 눈치를 보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후작가 사람들을 제회하곤 아직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지금은 연회기간이기에 약간은 덜 하지만 평소 시도 때도 없이 미사 예배니 성서 공부니 시달린 아델라는 이 세계 사람들이 얼마나 신을 중요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터도 이 일을 계획한 것일 터였다.


아델라는 망설이는 이들을 재촉하기 위해 어디선가 들어봤던 한 마디를 외쳤다.


“데히스님께서 바라십니다!”


한 어린아이가 손을 들며 외치자 마치 전염이라도 되는 듯 앉아있던 이들까지 모두 일어나 검을 뽑아들고 외쳤다.


““데히스님께서 바라신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반란군들에게 검을 휘두를 기세였다. 손에 들려있는 인형에서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따위의 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놈들이 우리를 붙잡아 시간을 끌고자 하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오! 저들이 노리는 바를 이루게 놔둘 수 없소!”


6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백발노인이 소리쳤다. 다른 귀족들과 달리 익숙한 흰 옷을 입은 이 인물은 메니츠 주교령의 영주, 클라우스 주교였다. 그리고 제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주교후인 그의 발언으로 인해 성을 나가 공격하는 것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명망 높은 주교의 외침에 더욱 고무된 이들은 그대로 파도처럼 홀을 빠져나갔다.


아니, 빠져나가려 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선두에 서있던 클라우스 주교의 앞을 막아선 병사들. 주교는 뒤를 돌아 노기가 가득 한 눈빛으로 볼루프 후작을 노려봤다.


후작의 주변에는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가문원들과 휘하의 직속 봉신들, 그리고 후작부인의 친정인 백작가의 봉신들이 있었다.


후작은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너무 흥분들 하신 것 같습니다. 볼루프 후작령의 영주로서 이 땅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여러분들께 냉정을 되찾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군요.”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침착했다. 후작은 그렇다 쳐도 이 자리에 있는 펠릭스와 스텐이 조금의 동요도 없는 것은 이상했다.


그때, 주교의 앞을 막은 병사들 비켜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작부인...?”


지나가며 아주 잠깐 본 것을 제외하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후작부인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후작부인은 아직 일행과 그 자리에 서있던 아델라와 눈이 마주쳤으나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주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대로 나가는 건 너무 무모한 일입니다.”


그 말을 듣자 만족스러운 듯 후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가의말

하이라이트가 슬슬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0 gggkk
    작성일
    19.08.17 17:47
    No. 1

    재미씀 근데 ㅈㅇㄹ에서 연재하시면 더 많이 볼거같음 작가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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