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30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부모님께 보내질 메시지까지 확인한 민준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살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을 막을 기반이 될 것이기에 마음이 든든했다.
확인을 모두 끝낸 후 민준은 컴퓨터를 껐다.
“이만하면 문제는 없겠구나.”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것이 없지만, 준비한 것이라면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 가능했다.
“후우우! 위험하지만 한번 해보자. 문제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의식이 충돌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민준이 그토록 고민해왔던 건 자신이나 지금 세계에 존재했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전해진 또 하나의 기억!
그 의식의 주체가 살았던 세계에 존재하는 해결책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기에 고민해 왔던 것이었다.
또 다른 자신이 살았던 세계에는 놀랍게도 뇌를 의식적으로 나누는 방법이 존재했다.
시도하는 것 자체로 의식이 붕괴할 수 있어 그동안 숱하게 고심해왔지만, 이제는 결정해야 했다.
“후우우! 마지막으로 훑어보자.”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은 민준은 눈을 감고 그동안 검토하고 고민하던 정보를 인식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다.
자신이 딜레마에 빠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떠오른 정보를 다시 한번 차분히 파악했다.
‘확실히 초능력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뇌를 분화시켜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수련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분석한 것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는 것은 금방이었다.
“확실히 첫 번째 단계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분석했는데도 잘못 시도하면 의식이 붕괴한다는 경고가 있었기에 망설여졌다.
“여전하구나. 이대로는 안 된다.”
방법이 있음에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망설이는 자신을 보며 민준은 결심을 굳혔다.
“그래 해보자.”
이대로라면 해결 방법이 없었기에 민준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실행해 보기로 했다.
“어느 쪽이 주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건데······.”
정보 속에 있는 수련법은 뇌를 분화시켜 의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의식을 통합하기도 했다.
주된 성격을 어느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수련의 방향이 달라지기에 때문에 고민이었다.
“냉철한 성격이 가장 좋기는 한데······.”
자신이 처한 상황도 그렇고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을 막아야 하는 터라 냉철한 성격이 가장 나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성격이 주가 되다 보면 점점 삭막해지는 탓에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후우! 힘들겠지만 그냥 가면을 쓰고 사는 것으로 하자.”
부모님과 할머니가 걱정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민준은 냉철한 성격을 키우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가면을 쓰는 것으로 수련할 방향을 정했다.
이제부터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시간조차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최선이었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실 헛되게 보낼 시간이 민준에겐 없었다.
“시작하자.”
민준은 정보 속에 나오는 방법을 반추하며 명상 상태로 들어가 천천히 호흡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암시를 걸었다.
호흡과 함께 의식의 흐름을 나누는 법을 떠올리자마자 기억과 정보가 순차적으로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 뭐가 이렇게 쉽지?’
이런 상황도 이미 알고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주된 성격으로 설정한 다른 세계의 자신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민준은 소름이 돋았다.
디멘션 코인을 통해 기억과 정보가 전해진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집중하자.’
민준은 정신을 집중하며 의식의 흐름을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격벽이 쳐진 것처럼 서로 영향을 주던 기억과 정보가 단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 까지만 해야겠구나.’
첫 번째 단계가 끝난 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과정이 필요했기에 민준은 호흡을 끊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의식의 흐름을 나눌 수 있었던 민준은 곧바로 여러 개의 정보를 떠올렸다.
“곧바로 가능할 줄 몰랐는데 되는구나. 그동안 걱정해온 것이 허무하군.”
이전보다 정보를 떠올리는 속도가 약간 느려지기는 했어도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생각이 명료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영역을 구축한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계속 수련하다 보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겠다.”
의식의 흐름을 나누는 것이 성공한 것 같아 기뻤다.
뇌를 분화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긴 해도 가능하다는 것을 봤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살펴보면서 민준은 기억과 정보의 사실 여부만 확인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일어날 일들을 막기 위해 그동안 민준은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아 다행이지만 많이 늦어 있었다.
의식의 충돌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탓이었다.
시간을 맞추려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고 집중하는 게 제일 나은 선택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친다는 말씀을 드리면 부모님과 할머니가 난리를 치실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내 자금으로 계속해서 투자하며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테지만 다른 것까지 해결하려면 부족한데······.”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자금만 충분하다면 계획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힘으로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걸 알기에 민준은 자신의 가장 큰 지지자를 떠 올렸다.
바로 할머니인 유정이었다.
민준이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려하는 방법은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것을 차지했다.
자금을 밀어 넣으면 충분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사실 민준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자금만으로도 세 사람의 죽음을 막는 데는 충분했다.
자금을 더 확보하려는 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였다.
기억 속에 있는 정보를 분석하다 몇 가지 커다란 경제 사건이 세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준이 세 사람의 죽음이 굵직한 경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부모님의 직업이 검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근무하는 지검은 다르지만 둘 다 경제 사건 담당 검사라 세간을 놀라게 한 큰 사건이라 담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목적을 위해 일부러 일으킨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이었다.
그냥 볼 때는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드는 사건을 담당하며 부모님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단서를 찾았고 이로 인해 불행이 닥쳤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죽음을 불러올 원인일 수도 있었던 까닭에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사건의 중심으로 가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을 주도해야 했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기에 민준은 숨겨준 부자인 할머니를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직접 알아보는 것이 최선이니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내 꿈을 이루려면 필요하기도 하고.”
할머니를 끌어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건과 정보는 대부분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민준의 할머니 백유정은 알부자였다.
돈을 버는 족족 땅을 사두었고 가게 인근 상가들 땅이 대부분 그녀의 명의일 정도로 재산이 많았다.
땅을 산 자금은 단순히 장사로만 번 것이 아니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유정은 이재에 무척 밝았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플라자 합의 시점 이전에 엔화로 환차익을 볼 정도로 재테크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지금도 일정 부분 주식에 투자하여 재산을 불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 그녀가 사두었던 땅 중 일부분이 신도시가 건설에 따라 정부에 수용이 되어 보상금을 받았다.
따로 투자하지 않고 전부 은행에 예치해 둔 상태다.
금리가 좋아서 그대로 두다가 나중에 자식과 손자에게 상속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민준은 유정이 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건에 따른 여파가 경제에 나타나는 영향을 측정한 것들이었다.
금융과 주식시장을 분석한 것이라 잘만 활용한다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기초자금이었는데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할머니인 유정의 도움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지만 할머니께 확신을 드려야 한다. 할머니만 설득할 수 있다면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쯤에 큰 기회가 생길 테니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거다.”
유정의 허락을 받고 소개해 준 증권회사 직원을 통해 저축한 용돈으로 주식 투자를 해왔다.
정말 놀랄만한 수익을 올린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유정이 투자할 수 있도록 설득할 만한 패는 아니었다.
민준이 가진 패는 미래의 자신이 분석한 정보였다.
각종 경제 사건이 발생하면 미래의 자신은 단순히 사건의 경과 경제에 미치는 여파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유사한 사건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사건의 여파를 극복할 수 있는지 대안까지 만들었다.
소심하고 호구 같은 성격이라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동안 확인한 바로는 분석한 정보만큼은 믿고 쓸 수 있었다.
“예금해 놓은 것은 그대로 놔두고 여윳돈으로 주식을 하신다고 들었으니 일단 주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믿음을 심어드리려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주가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정을 설득하기로 했다.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투자가 성공했던 이유가 주가 예측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미래를 분석한 데이터가 있기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식 동향을 예측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미래의 컴퓨터 지식과 특별한 능력을 덕분에 민준은 현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이다.
민준이 이렇게 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유정은 반대급부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받은 만큼 주는 사람이라 자신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익을 낸다면 비용을 지급하고 남을 사람이었다.
시기가 아주 좋으니 할머니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정부가 끝날 무렵까지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을 터였다.
유정이 얼마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민준은 그걸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할머니가 보시기 편하게 만들어야 하니 기존에 프로그래밍한 것을 일단 수정해보자.”
민준은 컴퓨터를 켜고 연습 삼아 몇 번 만들어 본 것을 수정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많은 것이 수정되고 추가되었다.
능력이 진보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실행되었을 때의 모습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되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의식을 나누는 수련을 꾸준하게 해온 결과였다.
순식간에 넘어가는 모니터 화면이었지만 모든 것이 민준의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 작가의말
일이 바빠서 많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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