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가, 신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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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8.02.04 22:02
최근연재일 :
2018.05.04 06:13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73,532
추천수 :
1,014
글자수 :
378,588

작성
18.04.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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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추천
15
글자
17쪽

삼파전?(2)

DUMMY

***


"득춘 형님, 이제 우린 어떻게 합니까. 흑."


젠장!

득춘은 동찬의 닦달에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

관악구에 방어벽을 철벽처럼 쌓아 놓고 이틀을 내리 버텼지만 결국 익현 형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익현 형님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꿈인 것만 같다.

설마 익현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득춘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언제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독사와 야쿠자들 때문에 몇 날 며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득춘 형님! 이제 버티는 것도 한계예요! 야쿠자 쪽에 S급 각성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지 않습니까. 빨리 도망쳐야 해요!"

"맞습니다, 형님. 도망치시죠. 적들이 지척에 도달했습니다!"


동찬의 옆에서 치료를 끝낸 쌍도끼도 후퇴하자고 말을 한다.

하지만 득춘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여기서 후퇴해도 좁은 한국 땅에서 도망칠 곳은 더 없다.

만약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시 세력을 일으킬 구역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었고 익현 형님이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젠장! 형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 거야!'


득춘은 처음으로 익현 형님이 원망스러웠다.

익현 형님이 저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믿음에 피똥을 싸며 관악구를 사수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삼두견이 버티는 것도 오늘까지다.

남는 인력을 꾸역꾸역 돌려 정보를 모으다 보니 야쿠라 쪽에 일본의 S급 각성자가 있다는 소문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오늘 철벽을 뚫기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야, 조금만 더 버티자. 익현 형님이 내게 맡기고 가신 하얀 가면들이라면 S급 각성자를 상대로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거야."


말은 하얀 가면들이 버틸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S급 각성자에 대응할만한 인물이 아쉽게도 삼두견에 없었다.

관악구 득춘흥신소를 중심으로 1300명이 조금 넘는 각성자가 모여 철벽을 쌓고 있지만, S급 각성자가 움직인다면 한 방에 무너질 것이다.

현재 강남구에는 삼두견의 배는 되어 보이는 적들이 모여 있다.

그들이 쳐들어온다면 오늘을 기점으로 삼두견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젠장!"


쾅!

애꿎은 책상만이 득춘의 분풀이 대상으로 바스러져 갔다.

득춘은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적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자신은 호랑이가 아니다.

1300명이나 되는 조직원들을 통솔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동찬과 쌍도끼는 분노하는 득춘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형님······."

"아니야, 2000이 넘는 각성자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전쟁을 벌이면 난리가 날 거다. 저들이 미치지 않는 이상 그러진 못할 거다. 여기서 싸워 발생할 재산 피해가 얼만데 우리나라 정부와 각성자 협회가 가만히 있겠어. 그럴 리가 없지. 조금만 버티다 보면 공권력이 움직일 것이고 저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거야. 맞아, 확실해!"


하지만 득춘은 동찬의 반박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형님,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어제까지 몇 차례에 걸친 작은 전투가 있었는데 협회는커녕 순찰 돌던 짭새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득춘 형님, 저희 작업당한 것 같습니다. 이건······."


며칠 전부터 조직 간의 싸움이 벌어져도 경찰이나 협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삼두견이 주변 기관에 뇌물을 바쳤다 하더라도 움직이는 시늉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이상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식구 몇 명은 벌써 콩밥을 먹어야 할 정도의 싸움이 일어났는데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 젠장."


그렇게 입을 달싹이며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밖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부하 한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쳤다.


"형님! 적들이 움직였습니다!"

"뭐!? 이런 시바!"

"30분 안에 흥신소 앞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식구들 전원 집합하라고 해!"


득춘과 부하들은 부리나케 장비를 챙겨 흥신소 건물 앞으로 뛰어나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

익현 형님에게 삼두견이 무너진 꼴을 보여드릴 순 없다.


'익현 형님은 분명 돌아오실 거다. 분명 돌아오실 거야. 젠장···!'



***


익현은 고민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조금 전 들었던 협회 직원들의 대화를 되새겨본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저들의 짙은 분위기는 예전 영탁을 미행하던 이들을 생각나게 했다.

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영탁과 자신을 끌고 가는 이유는 뭐지.

이 주 동안 미친 듯이 몬스터를 잡던 익현에게는 궁금증을 해결할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익현에게는 정보에 빠삭한 부하 득춘과 '하얀 달'의 잔당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득춘이 구해준 마력폰은 이미 던전게이트에서 부서졌으며 삼두견에는 아쉽게도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인물이 없다.


"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부족한 정보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부하들과 연락이 닿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할 수 없이니 남은 방법은······.

묘한 매력을 지닌 익현의 입가가 슬며시 움직인다.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는군.'


왜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익현의 눈앞에 당사자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말이야.

그들을 붙잡고 물어본다는 아주 쉬운 해결방법이 있었다.

저들의 수준을 볼 때, 명령에 저항을 할 것 같으니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할 때까지 조금 두드려줘야겠다.

익현이 고민을 끝냈을 때, 마침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협회 차량이 익현에게 익숙한 건물 옆에 조용히 멈춰선다.

그곳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드르렁······. 쩝, 쩝. 삼겹살······. 크, 족발이 맛있······. 쩝, 쩝."


익현은 차가 멈춰 설 때에도 깨어나지 않는 자신의 신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창조주.

누군가 그를 납치해가도 모를 만큼 영탁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익현은 영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신이 오랜만에 취하는 꿀 같은 휴식을 방해하고 싶진 않다고.

그래서 익현은 조용하고 빠르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도착을 알리기 위해 뒤로 고개를 돌리는 협회 직원들이 보인다.

속전속결.

익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띠링!

<'혁명가' 안 익현의 특전 능력 '혁명가' 발동 확인.>

<'혁명가' 안 익현의 모든 기본능력치가 S(10)급으로 상승합니다.>


"도착했습. 컥!"


펑! 쿵!

익현의 손이 조수석에 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세게 강타했다.

마력을 실은 공격이 대비하지 못한 녀석의 뇌를 세차게 흔들어버리며 기절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한 녀석을 향해 남은 손이 흘러 들어간다.


"켁!"


익현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협회 직원의 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익현은 시스템 메시지를 옆으로 치워버리곤 호흡하기 위해 애쓰는 녀석에게 눈을 돌렸다.


"무··· 무슨 짓···!"

"목 부러진다.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입 열지 마."

"케엑!"


익현이 몸부림치는 녀석의 목을 좀 더 강하게 움켜쥐며 영탁이 잠들어 있는 곳을 힐끔 쳐다봤다.

다행히 그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다.

소리를 내어도 깨어날 것 같진 않다.

익현이 손에 붙들린 협회 직원을 향해 말을 걸었다.


"소속."

"케, 켁!"


목을 너무 꽉 조여서 그런지 협회 직원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대답해야 하는 것이 익현의 손에 붙들린 자의 역할.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녀석을 향해 익현이 가볍게 뺨을 한 대 때린다.

퍽!

둔탁한 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지고 협회 직원의 뺨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카학!"

"소속."

"사··· 살려······."


한 대 맞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녀석을 향해 익현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퍽!

이번엔 반대쪽 뺨이 부풀어 오르며 입에서 피와 함께 치아의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쩠다.

양쪽 뺨이 호빵맨처럼 팅팅 부풀어 오른다.

그의 눈에서는 서러웠는지 가느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협회의 직원, 아니 그림자의 일원 김태오는 자신을 엄습해오는 어두운 기운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김태오는 고문에 대한 특수훈련을 받았음에도 익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바라본 후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상실해 버렸다.

익현의 중저음이 다시 김태오의 귓가에 울렸다.


"소속."

"어······. 어는······. 혀어회 그리임아아······."


김태오는 익현의 물음에 최선을 다해 대답하려 했지만 퉁퉁 부은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

김태오가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필사적으로 익현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의 뺨을 익현이 다시 한번 때리려는 찰나.


- 에애애애애애애애애앵!

- 에애애애앵!

-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 시민들께서는 지금 즉시 자리를 이탈하시어 안전지대로 이동하십시오!

- 에에에에엥!

- 반복합니다!


게이트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익현은 담담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침착하게 움직이십시오!"

"담당 길드가 빠르게 도착할 것입니다!"


민간인들이 익숙하게 안전지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익현의 기감에 수준 높은 각성자들이 협회 차량을 중심으로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게 느껴졌다.

한쪽에서는 익현에게 매우 익숙한 삼두견의 부하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삼두견이 아닌 다른 갱들이.

마지막으로 높은 건물에는 눈앞의 김태오와 같은 이질적인 기운이 하나씩 느껴졌다.


"재밌군."


일련의 상황들을 둘러보는 익현의 표정이 개구쟁이처럼 변한다.

영탁에게 현실에 소환된 이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우루아에서 생활을 할 때와는 다른 재미에 익현의 기분이 조금씩 고양되어 간다.

익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지금 상황을 분석한다.


"그런가. 이게 네놈들의 계획인가."


익현과 영탁이 탑승해 있는 차량을 사이에 두고 삼두견의 식구들과 갱으로 보이는 적들이 대치했다.

그리고 높은 건물 위에서는 이 모든 사건을 내려다보며 시시덕거리는 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익현의 부하 득춘과 은색 안경을 착용한 말끔한 정장의 남성이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익현은 평온하게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를 경청했다.


"좋아, 내가 어울려주도록 하지."


익현은 장난감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들려있던 김태오의 목을 꺾어버렸다.

뚝, 털썩.


""이야야야야!""


펑! 쾅! 펑!

양쪽 대표들이 서로의 조직을 향해 소리 지르더니 대치하던 삼두견과 적들이 부딪힌다.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녀석들도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아래로 하강한다.

퍼벅! 쾅!

은색 안경을 쓰고 있는 남성이 부하 득춘에게 공격을 건넨다.

득춘이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

유능한 녀석인데 이곳에서 죽게 만들 순 없지.


"드르렁······. 크허엉!"


익현은 이 상황에서도 잠을 자는 영탁을 돌아봤다.

차 밖에서 어떤 상황이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꿈나라를 유영하는 자신의 신.


"머리 고기로 돼지국밥을 똭! 음냐, 음냐, 쩝, 쩝. 맛나다. 드르렁!"

"크크. 갔다 오지."


익현은 영탁에게 짧게 웃음 보낸 후 문을 박차고 포화 속으로 몸을 날렸다.



***


-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득춘은 게이트 발생 사이렌과 함께 지역을 벗어나는 민간인들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뭐가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건지.

삼두견의 식구들이 적들과 대치하자마자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득춘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은 들었지만 삼두견의 이인자로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다.

그리고 득춘은 속으로 익현을 욕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최후의 순간 히어로처럼 등장할 익현을 고대하고 있다.


- 에에에에에에엥!


게이트 발생 사이렌 소리에 적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알아서 빠져주는 시민들 덕분에 좀 더 신나게 싸울 수 있어 그들로서는 바라마지않던 상황이겠지.

득춘은 한숨을 푹 내쉬곤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득춘의 양옆에는 하얀 가면을 벗은 '하얀 달'의 A급 각성자 두 명이 따라붙는다.

저쪽에서는 멋진 은색 안경테를 착용한 깔끔한 정장 차림의 일본인과 독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저 자식이 S급 각성자 인가.'


득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이 상도덕도 없는 새끼들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찾아왔냐."

"득춘이, 쫄 리냐?"

"독사야, 케로베로스가 어떤 괴물인지 아냐?"

"개새끼 아니냐."

"모지리 새끼. 지옥의 파수꾼. 우리 삼두견에게 걸리는 놈 중 살아서 도망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이 말이야. 10초 준다. 지옥 구경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너희 구역으로 꺼져."

"이런 호로 자슥이!"


득춘도 저들이 뒤돌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냥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을 뿐이다.

이 자리에서 하는 대화는 큰 의미가 없다.

그렇게 한동안 독사와 득춘이 헛소리를 내뱉으며 랩 배틀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득춘의 말을 자르며 S급 각성자, 도지로가 입을 열었다.


"독사, 내가 이런 소꿉장난이나 하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닐 텐데요. 더러운 한국인의 말을 계속 들어주기 힘들군요. 적당히 끝내고 빨리 처리합시다. 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세요."

"어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쪽바리 새끼가 끼어들어···! 으억!"


득춘은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에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도지로에게 반박하기 위해 득춘이 소리쳤지만, 반응은 반대편에서 돌아왔다.

독사의 뱀같이 흐물흐물한 두 손이 길게 뻗으며 득춘을 공격했다.

독사의 공격을 호위가 막아낸 순간 독사가 소리친다.


"싹 쓸어버려!"

"이런 미친 새끼! 죽여!"

""이야야야야!""


두 사람의 말에 양측에서 대치하고 있는 조직원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게이트 사이렌으로 인해 텅텅 비어 있는 도로가 각성자들의 능력들로 인해 가득 채워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칼에 찔려 튀어 오르는 붉은 피.

고통과 두려움을 떨쳐내려 내지르는 함성이 전장에 울려 퍼진다.

싸움의 시작은 비등비등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S급 각성자가 나서는 순간 균형이 깨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득춘은 전쟁의 현장을 둘러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젠장, 익현 형님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때, 들려오는 파공음 때문에 득춘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득춘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에 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으악!"


무언가 자신을 공격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살짝 비켜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강력한 통증이 오른팔에서 느껴진다.

득춘의 양옆을 호위하던 '하얀 달'의 A급 각성자들은 이미 적들에게 붙들려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은색 안경을 고쳐 쓰며 도지로가 득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당신을 죽이면 게임이 끝날 것 같군요. 당신이 이 조직의 대장입니까? 이런 나약한 조직을 상대로 시간을 질질 끌다니. 독사의 수준을 보니 한국은 상상 이상으로 나약해요. 큭. 밟으면 죽는 벌레와 같은 나약함을 가지고 있어. 하하하!"


주위에 튀어 오르는 붉은 핏물에도 도지로의 정장은 깔끔하기만 했다.

도지로의 오른손에는 아티펙트로 추정되는 보라색 채찍이 들려있다.

방금 득춘을 강타한 공격이 바로 저 채찍이었던 것 같다.

채찍에는 보라색의 스파크가 펑펑 튀어 오르고 있다.


"시··· 시바, 저리 가!"


S급 각성자가 일으킨 압력에 B급 각성자 득춘은 손가락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조금씩 뒤로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지만 걸어오는 도지로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

도지로의 입이 열렸다.


"이런 조잡한 전쟁 따위 빨리 끝내기로 하죠. 잘 가라, 조센징."


도지로의 채찍이 득춘을 향해 날아들었다.

보랏빛 스파크를 만들어내는 채찍이 득춘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쇄도한다.

이에 득춘은 고통 없이 죽여달라 기도하며 눈을 꼭 감았다.


'익현 형님, 저 먼저 갑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요! 젠장, 아직 해보고 싶은 사업이 많았는데!'


그때.

깡!

득춘의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 대신 강력한 쇳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득춘은 머리를 감싸 쥐는 손을 치우고 눈을 떠 앞을 바라봤다.


"어···?"


득춘의 몸을 전부 가리는 넓은 그림자가 어느새 득춘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폭 안기고 싶은 넓은 가슴.

그의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검정 가죽.

바람에 찰랑거리는 칠흑의 머리.

그리고 실금을 유발할 정도로 짜릿한 카리스마까지.

득춘의 앞에는 하얀 창을 손에 쥔 익현이 서 있었다.

그가 나직이 말한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하지."


작가의말

jenistar 님께 스포를 당해버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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