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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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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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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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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선거는 전쟁이다.

DUMMY

퇴근길 한잔하기 위해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는 포장마차의 한쪽 구석. 영필은 원한이 듬뿍 담긴 눈으로 석호를 노려보았지만 석호는 무시한 채 안주로 나온 고등어의 살점만 발라 먹었다.

“그만해라, 체하겠다.”

조용히 빈 잔에 술을 따르던 시영의 말에 석호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노려보기만 해서 체하것냐?”

“거, 진짜 너무한 거 아뇨!”

쾅!

영필이 테이블을 거칠게 내려치며 소리치자 포장마차 안에는 조용한 적막만 흐르고 모두의 시선이 몰렸지만 이번에는 다들 수습할 기분도 안 들었다.

“그러면. 뭐? 뉴 밀레니엄이라도 맞이하고 싶냐?”

뚱하게 대꾸하는 석호를 향해 영필은 답답하다는 듯 자기 가슴을 고릴라처럼 쿵쾅거리며 말했다.

“아니, 내가 대통령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예?”

“억울한 건 효성이한테나 따지고.”

석호의 무신경한 말투에 한참을 씩씩거리던 영필은 도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도중에 끝나니까 참는 거요. 진짜 대통령 되라고 하는 거였으면 고참이고 뭐고 들이받았을 거유.”

“······.”

투덜거리며 시영이 채워 준 술잔을 털어 넣으려던 영필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입을 꾹 다무는 석호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져 마시려던 술잔을 도로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석호를 노려보았다.

“나 적당히 나대다가 중간에 사라지면 되는 거죠?”

“······.”

“그냥 그 양반 적당히 맞춰 주다가 흥 떨어지면 흐지부지시킬 거라면서요?”

“······.”

“아, 진짜 말 좀 해 보소!”

쾅!

영필이 성질을 못 참고 다시 테이블을 내려치며 소리치자 사방에서 짜증 섞인 불만이 터져 나왔고 양아치답게 한 놈만 걸리라는 표정으로 휙 뒤돌아 본 영필은 한꺼번에 일어서서 포장마차 밖으로 나가는 손님들의 모습에 얼떨떨해졌다.

누구나 다 성질이 있지만 특히 자신 있는 사람들이나 공권력 인맥이 주는 후광효과가 어깨를 듬직하게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 성질을 뽐내기 위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거기에 술 한잔 들어갔으니 시비 붙는 거야 다반사.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불쾌한 표정으로 계산하고 나간다는 건 외부의 어떤 작용이 있다는 뜻이었고 영필은 그 작용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결계 치는 겨?”

어리둥절해할 때 나간 손님들을 대신해 검은색 정장을 걸친 건장한 남녀 집단이 빈자리를 메꿨다.

“0과 놈들이 이 자리엔 왜 끼어?”

대번에 정체를 파악한 영필이 인상을 찌푸릴 때 효성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뭐야? 무슨 꿍꿍이여?”

불안해진 표정으로 눈을 굴리며 도망칠 궁리를 하는 영필을 힐끗 바라본 효성이 의자를 하나 끌고 와 빈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너 대통령 해야겠다.”

“아따, 성님, 농담도 참 뭔 그런 농담을 하쇼.”

영필이 일부러 과장되게 낄낄 웃어넘기려 했지만 효성과 석호, 시영은 말없이 서로의 소주잔만 채웠다. 그 모습에 영필은 냅다 효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행님아,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수? 갑자기 이게 뭔 날벼락이오! 그 양반이랑 엮인 것만 해도 삼 대가 재수 없을 일인데! 대통령이라니! 내가 대통령이라니!”

영필의 애원에 효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영필을 향해 말했다.

“어쩌겠냐, 아르고스의 눈이 시뮬레이션 돌려 보니까 네가 대통령 하면 우리나라가 참 좋아진다는데.”

그 말에 벌떡 일어난 영필이 소리쳤다.

“그게 말이 됩니까! 나 영필이오! 고영필! 양아치 고영필! 양아치 대통령이라니! 나라 말아먹으려고 작정했소!”

영필이 길길이 날뛸 때 결국 참지 못한 석호가 마시던 소주를 풉 내뿜었다.

“푸흐흑, 양아치 대통령이래.”

“이게 웃을 일이오!”

석호를 시작으로 시영과 효성은 물론 주변에 앉아 있던 0과 요원들도 큭큭거리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영필만 성질이 뻗쳤다.

“웃지 마! 내가 진짜 성질이 뻗쳐서 증말! 웃지 말라고!”

씩씩대는 영필이 불쌍한지 그래도 동기라고 시영이 살살 달래며 자리에 앉혔고 진정하라는 듯 소주 한 잔을 건넸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뭐요?”

시영이 준 소주를 한 번에 털어넣은 영필의 물음에 시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0과에서 참모장이랑 효성 형님이랑 그 양반 대우 문제 놓고 싸우는 거 알잖아. 다행이랄지 불행이랄지 그 와중에 우리 집안이 마이너스 그룹에 넘어가면서 참모장 기세가 꺾였다지만 아직 미련을 못 버렸어.”

“그게 내가 대통령이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도 조금 진정이 됐는지 영필이 뚱한 표정으로 묻자 석호가 안주를 한 점 집어 먹으면서 말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유럽에 중동까지 우리 편이지만,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불만을 가진 0과들이 많아. 그런 0과들이 통제를 포기하면 미친 홍보팀 새끼들 덕분에 그 양반 손에 들린 보물을 보고 중소 국가들이 정치 외교적으로 접근할 텐데 페널티 때문에 손쓸 방법이 없어.”

“0과의 개입 없이 벌어지는 사안으로 중소 국가들이 접근해 버리면 우리 편이라 할 수 있는 0과들도 소속 국가들을 통제 못해. 페널티에 걸려 버리거든. 그러니 자연스럽게 강대국들도 0과의 통제를 벗어나 접근이 가능해지는 거야.”

“그렇다고 지금의 정치인들을 믿느니 차라리 페널티를 감수하는 게 더 이익인데 그건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거든. 최악은 물론 그 양반이 열 받아서 뒤집어 버리는 거고.”

나라와 민족. 공공의 이익이란 명분으로 개인의 손에 들린 걸 얼마든지 강탈할 수 있는 게 국가다. 이걸 진짜 명분대로 사용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이쪽 인간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야. 그걸 놓치는 게 더 바보 아냐?”

“장난하쇼! 내 스킬이 양아치 짓 계속 안 하면 결국 페널티 받는 거 아는 양반이 와 그라요! 나 뒤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요!”

“바로 그 양아치 짓 때문에 더 매력적인 거지.”

“엥?”

효성의 말에 영필의 눈이 동그래지자 석호가 말했다.

“사실 널 대통령으로 만드는 계획은 전부터 있었어. 다만 시도해 봤자 100% 나라가 망하는 결과가 나와서 포기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그 양반이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까. 국제사회에서 마음껏 양아치 짓하고 활개 쳐도 다른 나라들은 찍소리도 못해.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이냐.”

맺힌 게 많은지 효성은 들뜬 목소리로 좋아했지만 그럴수록 영필의 표정은 구겨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대통령 되는 건 불가능한 일 아뇨? 분명히 출마 조건 중 하나가 40대 이상일 텐데?”

그 말에 석호가 낄낄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 너 대통령 만들 계획 원래 있었다고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출마 조건을 완화하는 법안은 이미 예전에 통과됐어. 물론 아무도 모르고 있지. 법안 발의한 정치인들도 지들이 무슨 법안을 발의하는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도장만 찍었거든. 이제 대통령 선거는 선거권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가능해.”

석호의 말에 외통수에 걸렸다는 걸 안 영필은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은 채 간신히 물었다.

“한 가지만 물읍시다. 나랑 이름이 같은 쓰레기가 그 양반 찾아간 거 노린 거요?”

그 말에 효성과 시영, 석호는 정말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영필을 바라보았다.

“넌 우리가 설계를 하면서까지 그 양반과 엮이고 싶다고 생각한 거냐?”

“······미안.”

영필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 * *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된 대통령 선거. 당연히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거대 정당들은 후보자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불협화음이 흘러나왔고, 우후죽순처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인물들이나 기자회견도 해 주는 거지 자신만의 신념으로 출마했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이도저도 아닌 대체 왜 출마했는지는 모르는 후보자들도 많았고, 당연히 그런 후보자들은 언론의 관심을 단 한 줄도 받을 수 없었다.

“정의가 통하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 저 영필이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건 영필도 마찬가지였다. 등 떠밀려 나선 선거에 의욕이 있을 리 없고 길거리에서 똥을 싸도 당선이 정해진, 민주주의의 신성한 선거 따윈 사라져 버린 더러운 세상이다.

대충 구색이나 맞춘다고 트럭 하나에 확성기 하나 붙여서 선거 유세라며 빌빌거리며 쏘다녔다. 당연히 지나가던 사람들은 저건 또 웬 병신인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이 변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콩짝쿵짝!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세 여인들.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딱딱 맞춰 칼 군무를 추고 있으니 시선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고영필 후보의 연설을 들어 보겠습니다.”

음악이 끝나자 한 줄기 땀 방울조차 매력적으로 흘리며 에스텔라가 고영필을 소개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고영필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우우! 내려가라!”

“꺼져라!”

“누구야! 우리 후보님한테 막말하는 사람이! 우리 후보님 연설 다 안 들으면 우리도 안 해!”

에스텔라의 일갈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영필은 내가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회한 가득 찬 표정으로 트럭 위 연설대로 올라갔다.

영필이 연설을 준비할 동안 쉬기위해 트럭 옆에 친 천막 안으로 들어간 세 여인은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는 엘레나와 미스트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큭큭. 고생하네.”

“은근히 재미있거든?”

엘레나가 웃으며 차갑게 만든 음료수를 건네주자 미텔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 시원하게 들이켰고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미덥잖은 시선으로 팔짱을 낀채 말했다.

“니들은 바쁜 일 있다고 고양이랑 똥개 끌고 가더니 갑자기 왜 왔냐? 그 둘은 어쩌고.”

“고양이랑 똥개쪽 일은 시간이 좀 걸려. 알려줄게 있어서 잠깐 온건데 이런 재미있는 일을 벌리고 있을줄은 몰랐네.”

엘레나와 미스트가 키득거릴 때 천막 밖에는 어떻게 사진 한 장 인터뷰 한 줄 따 보려는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0과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 소란을 들으며 엘레나가 전투결계를 꺼내 생성시키자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은 각자 전투자세를 취하며 엘레나와 미스트를 견제했다.

“이게 무슨짓이지?”

“여기서 우리를 제거하려는 건가?”

“흥. 니들은 무사할거같아?”

그 말에 멍하니 세 여인을 바라보던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고 그 반응에 발끈한 세 여인이 입을 열려는 찰나 미스트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신용이 없다니 섭섭한데요?”

“이 비싼 전투결계를 보안을 요구하는 대화를 나누곘다고 펑펑 쓰는 돈지랄이 어디있냐!”

에스텔라가 나서서 따졌지만 엘레나와 미스트는 물론이고 당화련과 미텔도 에스텔라에게 동의하지는 못했다.

“와. 아메리카의 저금통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나 몇일 전에 흠집났다고 멀쩡한 아이템을 버리는거 봤어. 그게 내가 얼마나 갖고······ 아니 얼마나 비싼거였는데.”

“이년들이 지금! 누구편이야!”

“니편은 아니지.”

“우리가 같은편이었어?”

세 여인의 아웅다웅을 재미있게 감상하던 엘렌는 미스트가 시계를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재촉하자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뒤 말했다.

“자자. 이거 결계유지시간 얼마 안되니까 질문은 나중에 하고 설명부터 들어. 일단 이번에 승진 시켜서 치워버린 전 영업부장 덕분에 마이너스 그룹이 하려는 일이 뭔지는 대충 알거야.”

“듣기는 들었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서 그렇지만.”

“그래도 그 얄미운 년 치워버린건 잘했어.”

“내말이! 감히 누굴 넘봐?”

“그런데 승진 시켰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보통 사고치면 책임을 져야 하는거 아냐?”

싸울때는 언제고 금새 한목소리를 내는 세 여인의 다양한 반응에 미스트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마이너스 그룹은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단체니까요. 어떻게던 손해는 복구해야죠.”

피해를 끼친만큼 뽑아먹겠다는 뜻이다.

“와 같은 말인데 무지 무섭게 들리네.”

“우리는 계약한거 없지?”

“이래서 함부로 싸인하지 말라는 거구나.”

한걸음 뒤로 물러난 세 여인이 수근거릴 때 슬쩍 시간을 확인한 엘레나가 말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이너스 그룹은 진짜 진금화를 대신해 전 차원에서 화폐로 사용할수 있는 물질의 제작에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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