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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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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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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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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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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선거는 전쟁이다.

DUMMY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고영필은······.”

“됐으니까 닥치고 끝내!”

“아, 뽑아 줄 테니까 빨리 내려가라고!”

단상에 오른 영필은 몇 마디 하지도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사실 준영이 쓸 방법이야 뻔해서 상대 후보를 암살하거나 사고사로 위장해 선거에 출마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정상적이고 정석적이며 평범한 수단을 쓸 줄이야. 어차피 순식간에 대중의 인기를 얻고 그 여세를 몰아 선거에 당선된다는 시나리오였는데, 준영의 참견으로 어그러졌다. 이게 영필만 빼곤 다 좋아할 상황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결국 제대로 된 공약도, 포부도 밝히지 못한 채 힘없이 내려가자 사람들은 대통령 파면 선언이라도 나온 것처럼 환호성을 질러 댔고 여인들의 이름들을 불러 댔다.

“우린 다시 일하러 가야 하니까 대충 어울려 주다가 까페로 가.”

엘레나와 미스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미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준영씨도 안보고 그냥 간다고?”

미텔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라 더 놀라는거 같았다.

“오라버니한테 발할라 프로젝트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면 알아 들을거에요.”

그 말과 함께 미스트의 그림자가 퍼지고 늪에 빠져들 듯 엘레나와 미스트가 그림자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자 세 여인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당장 까페로 돌아가고 싶은데 준영이 아직은 의욕적으로 하는 일이라 마음대로 빠질수도 없었다. 그 사이 사람들의 함성은 더욱 커져만 갔고 어쩔수없이 마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이 열기에 호응하듯 여인들이 올라오자 사람들을 광기마저 띠기 시작했고 그런 사람들을 말린다고 0과 요원들만 죽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음악에 맞춰 에스텔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장내는 곧 조용해졌다. 보통 선거 유세에서는 기존의 음악을 가사만 적당히 바꿔 부르는데 영필의 음악은 달랐다.

“고영필을 안 뽑으면 밤에 잠을 못 자!”

준영이 나름 고심했다며 쓴 선거 로고송 가사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 구운 오징어도 오그라들게 만들었지만,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작곡가들이 달라붙어 곡을 만들고 음악계의 영원한 디바라 칭송받는 에스텔라가 부르니 실로 집단 지성의 승리다.

에스텔라에 이어 당화련과 미텔, 엘레나와 미스트, 트리시아까지 줄줄이 나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한 곡씩 부르고 마지막엔 합동으로 춤추며 노래하니 절로 가사를 외워 버린 사람들이 같이 떼창으로 불러재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 *


정치인은 룰 브레이커들과 비슷하다. 유능하면 일만 잘해도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몰려들지만, 무능하면 지들이 먼저 나서서 자기 이름이라도 알려야 먹고산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갑자기 튀어나온 고영필이란 이름 석 자는 충격적이었다. 일단 할리우드의 여신 에스텔라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것도 모자라 선거 유세에 따라다닌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다. 거기에 당화련과 미텔, 엘레나와 미스트까지. 그리고 미모 하난 뒤떨어지지 않는 트리시아까지 있으니 이미 시선 끌기에선 끝난 게임이다.

다른 후보자들이 정당의 도움을 받아 전국 각지에서 후보자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눈길을 끌기 위해 애를 썼지만, 영필은 단 하나의 트럭만 가지고 지방을 순회했는데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 없이 축구장 같은 대형 공연 시설이 있는 곳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모여들었다.

다른 정당에서도 어떻게든 만회해 볼 거라고 유명인들을 포섭했지만, 애초에 급이 다르다보니 반짝도 못해 보고 묻혔다. 결국 전국적인 인지도와 급격히 솟구쳐 오른 여론조사에 고영필은 대선 출마자 TV 토론회에 정식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왔다! 찍어!”

끓는 물거품처럼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를 맞으며 영필은 차에서 내렸다. 제법 태가 나는 정장을 입은 영필은 눈부실 만도 한 대 찌푸리지도 않고 여유롭게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어? 뭐야? 이게 다야? 아무도 없어?”

한 나라의 대표를 뽑는 선거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선거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열심히 영필을 찍어 대던 플래시는 뒤이어 나와야 될 여인들이 안 보이자 금세 사라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에겐 대선 후보자인 영필보다 영필을 지지하는 여인들이 더 큰 기사거리였다.

“까페다! 까페에 있을 게 분명해!”

한 남자가 소리치자마자 기자들은 우르르 장비를 챙긴 채 영필이 계단을 절반도 못 올라갔는데 사라져 버렸고 순식간에 황량해진 공간을 영필은 처량하게 지나갔다.

“대통령 선거가 애들 장난입니까!”

“이건 젊은이의 치기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나라의 대표를 뽑는 자리입니다! 반장선거가 아니라고요!”

“제대로 된 공약도 없이 유명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출마하는 게 말이 됩니까! 인터넷에는 생각 없는 요즘 젊은것들이 뽑아 줄 테니 우리 지역에도 선거유세 와 달라고 합니다. 안 오면 안 뽑을 거라고. 이게 뇌물과 뭐가 다릅니까!”

“학력을 보십시오. 대학도 안 나올 고졸입니다! 고졸! 이런 작자가 지금 저희와 같은 자리에 있다는 거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토론에 참가한 후보자들은 당연하게도 모든 포화를 영필에게 집중했다. 영필이 등에 업은 배경과 어마 무시 하게 치솟아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 상대 후보자들의 견제를 영필은 허허 웃어넘겼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리고 준영은 지금 자신을 바른생활 사나이로 선도한 덕분에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올라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중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데이터 패드엔 0과에서 준비해 준 연설문과 공약 들이 있었는데, 영필의 발언기회가 다가오자 누구 짓인지 뻔하게도 어느 순간 데이터 패드의 내용물이 상대편 후보자들의 비리와 약점, 부정의 증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영필은 그런 증거들을 대충 훑어만 봤지 써먹을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빡 돌아 양아치 짓을 했다가는 준영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여러 후보자님들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모두들 저의 자질 문제를 논하시는데, 맞습니다. 저도 제가 참 부족하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약도 하나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아무 일도 안 하겠습니다!”

“······.”

영필의 선언에 다들 벙한 표정으로 영필만 바라보았다. 영필을 물어뜯으려고 준비 중인 후보자들도 저게 뭔 개소린가 싶어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근데 사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이쪽 세계의 인간에게 권력욕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신념 따윈 한 푼도 없다. 차원계를 한번 겪으면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건지 잘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대통령이 되면 0과가 모든 걸 알아서 할 테니 영필은 그저 얼굴마담일 뿐이다.

“이보세요, 고영필 후보자! 선거가 장난인 줄 아십니까!”

“아무것도 안 하겠다니! 그러면 대체 선거엔 왜 나온 겁니까!”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 몸 바쳐 헌신해도 모자를 나라의 대표를 뽑는 자리입니다! 반성하세요!”

그래도 당황은 잠시뿐 대선에 나온 정치인답게 후보자들은 고영필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그런 후보자들의 공격에 영필은 여유로운 태도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이 나라는 예로부터 윗대가리는 병신인데 실무진들이 뛰어나서 그럭저럭 굴러가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니 가장 윗대가리가 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오히려 돕는 거 아닙니까?”

“이건 모욕입니다! 사퇴하세요!”

“당신 같은 작자가 선거에 출마했다는 거 자체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겁니다! 당장 사퇴하세요!”

다른 후보자들이 입에서 불을 토하듯 영필을 매장시키려 들었지만, 싸움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같이 싸우는 거다. 영필은 근본이 양아치라 그런지 결국 본성을 버리지 못했다.

“싫은데? 나 대통령 할 건데?”

“크오오!”

도발하듯 약 올리는 표정과 말투로 조롱하는 영필의 태도는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다른 후보자들은 급격히 치솟아 오르는 혈압에 뒷목을 부여잡았다.



@



“싫은데? 나 대통령 할건데?”

전국의 모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동시에 혀를 차게 만든 만능 어그로꾼 영필의 대담한 행동을 보며 준영은 화면속의 영필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 내가 키웠다? 내가 사람 만든 거야.”

“······그래, 그렇겠지.”

군대서 불량 병사였던 영필을 자신이 어떻게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자랑하려던 준영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그저 자기 덕분이라고만 자랑했고 여인들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극성 준영빠인 미텔조차 외면할 정도로 영필이 출마했을 때부터 들어온 스토리조차 없는 자랑이었다. 그리고 영필 입장에선 미치고 팔딱 뛸 일이지만 준영의 관심은 선거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아직 덜 배운 거 같아. 벌써부터 저러면 안 되는데. 쯧.”

영필이 상대편 후보자들을 도발해 혈압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준영이 혀를 차자 에스텔라가 물었다.

“벌써부터? 그러면 언제 해야 하는데?”

“당연히 선거 전날에 암살을 하거나 사고로 낙마시켜서 새로운 후보자를 내세울 틈도 없이 단독 후보로 출마해야지 벌써부터 상대방 죽이면 새로운 후보자가 나올 뿐이잖아.”

“······양아치 영필이 저러는 게 상대편을 죽이려는 의도라고?”

“아냐? 나이가 많으면 각종 성인병이랑 혈압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던데? 자연스러운 사고로 위장하려고 저러는 거잖아.”

“······.”

무슨 독재자 선거도 아니고 선거 전날 후보자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면 의심의 화살이 쏠리는 건 둘째치고 선거 자체가 무효화될 게 뻔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우리나라 일도 아닌데.

여인들의 관심도 이미 선거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유세를 다니며 노래하고 춤추는 게 제법 재미는 있었지만, 준영을 혼자 놔두는 건 물가에 어린애를 방치하는 것 같아 불안했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음? 뭐 한 거야?”

미텔이 까페 밖에 잠시 다녀온 트리시아를 향해 묻자 트리시아는 웃으며 말했다.

“까페 문 닫는다는 건 알리고 가야 할 거 같아서요.”

트리시아의 말에 미텔은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다.

“그러고 보면 한국 0과만 좋아 죽겠네.”

“모르지. 양아치가 얌전하면 양아치가 아니니까.”

“양아치 짓 안 하면 페널티 받는다면서? 양아치 대통령이라니.”

“뭐.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잖아?”

세 여인의 키득거릴 때 준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가기 싫다. 베타 테스트는 왜 벌써 한다는 거야? 무를수도 없고······”

준영이 툴툴거리며 가기 싫다는 기색을 팍팍 풍기면서 게이트를 노려보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선글라스를 쓰고 넘어가자 조용히 눈치를 살피고 있던 세 여인이 수근거렸다.

“발할라 프로젝트가 뭔데 준영이 저렇게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걸까?”

“이름 그대로 유추해 노르드 신계랑 관련이 있는것처럼 보이기는 한데······”

“준영씨는 오메가 프로젝트라고 하지 않았어?””

한참을 떠들며 의견을 주고받던 세 여인은 아무리 여기서 머리 맞대고 떠들어 봤자 답이 안나온다는 사실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왕년엔 중심축이었는데 여기선 항상 겉돌아버린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수도 없는게 그 비밀 많은 마이너스 그룹뿐만 아니라 엘레나와 미스트의 행동, 그리고 그 준영이 보증선 친구란 작자의 정체와 건마스터가 아닌걸로 확인된 준영의 진짜 룰이 뭔가 하는 문제까지.

꽁꽁 숨기면 모르겠는데 낚시하듯 조금씩 조금씩 떡밥을 풀어버리니 꼼짝없이 바늘에 꿰인 물고기처럼 파닥거릴 수밖에 없다.

“궁금한게 죄지. 내가 안낚일수가 있나.”

“아 젠장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함 해보자.”

“준영씨랑 같이 다니는건 좋지만 누군가의 의도대로 돌아가는건 싫은데······”

“트리시아는 여기 남는거야?”

“여유가 생긴김에 요정계에 좀 다녀오려 합니다.”

“하긴. 고양이도 없는데 휴가를 즐겨야지.”

세 여인은 결국 모든건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사실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 트리시아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다 준영의 뒤를 따랐고 게이트가 닫히고 조용해진 까페에 갑자기 준영의 골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엘레나와 미스트가 나타났다.

“역시 요정은 요정이라니까.”

“단체라는 게 마음엔 안 들지만요.”

두 여인의 말에 트리시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요정은 장난을 안 치면 죽거든요.”

그 말에 엘레나와 미스트는 깔깔 웃으며 트리시아와 함께 게이트를 넘었고 아무도 없는 까페는 곧 불이 꺼지며 적막만이 감돌았다.

준영과 여인들을 찾아 서둘러 달려온 기자들은 불 꺼진 까페를 보고 아쉬워했고, 출입 금지 팻말이 달리던 출입문의 작은 칠판에 적힌 문구를 보고 경악하며 급히 특종을 송신했다.


축 결혼.

신랑. 김준영.

신부. 에스텔라, 당화련, 미텔, 엘레나, 미스트.


-신혼여행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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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흔한 클리셰 +11 18.02.19 3,860 1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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