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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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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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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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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수배

DUMMY

“어떻게 잘 속아넘어간거 같아?”

간신히 여성이라는것만 알수 있을정도로 노이즈가 가득한 홀로그램 영상 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엘레나가 말했다.

“속여넘길만큼 공개한 정보도 없습니다.”

“어? 그러면 의심할텐데?”

“그래봤자 프로젝트까지죠. 그 이상은 상상조자 못하는 범위의 일이니까요.”

“하긴 눈치채면 그게 더 놀랄일이지. 그 아이들 평가는?”

“제법 쓸만할거 같습니다.”

“후후. 그것도 은근히 자기자랑인거 알지?”

“......”

“쑥스러워 하기는. 그런데 문제는 없어?”

“약간의 투닥거림은 있지만 준영이란 중심점이 있어서 그런지 깊어지더라도 극단적인 혐오감의 표출은 나오지 않을거 같습니다.”

“역시 사람이 많으면 시끌벅적 하지?

그 말에 엘레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노이즈 때문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여인이 미소짓고 있다고 확신했다. 준영이 사고친걸 뒷 수습하는데 익숙한건 익숙하게 만들어준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꾸미려는 겁니까?”

“수많은 미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잊지 못해 애타게 그리워 하는 여인. 그거 딱 나 아냐?”

그 말을 듣자마자 엘레나의 인상이 팍 구겨지고 엘레나의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튀어나온 미스트가 항의했다.

“와! 너무한다! 이번에는 진짜 자신 있다고 해놓고 우리까지 나서서 수습해야 할 정도로 실패했으면서 뒤처리는 우리한테 떠넘기고 놀려는 거에요?”

“다시 시작할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잖아......”

“지금 배역은 어쩌려고요?”

미스트가 따지고 들자 여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오빠가 여보되는 포지션은 노리는 사람이 많구...... 명분이 없으면 못 만나니까 나 혼자 심심하구 라이벌도 많구......”

“애들 소꿉놀이에 끼어들어서 어쩌려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미스트가 다시 한소리 하려 했으나 엘레나가 막고는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무대 전면에 나서면 전 차원이 뒤집어 질거라는걸 알면서도 나서려는 이유가 뭡니까?”

그 말에 고개를 든 여인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3차 대전을 막는건 힘들거 같아.”

“프로젝트를 서둘러야 겠군요.”

“그치 그치?”

엘레나가 동의하는 듯 하자 여인이 신이난 목소리로 떠들었다.

“다만. 경험상 그게 지금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죠.”

“헤헤.”

“준영과 같이 있길 원한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라이벌입니다. 라이벌을 도와줄수는 없죠.”

“응?”

“불편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건 인정합니다. 그러니 라이벌로서 강력한 후보자를 견제해야겠지요.”

“......응?”






호랑이 없는 곳엔 여우가 왕이 듯 준영을 비롯해 여성진이 사라지자 타르찬은 이참에 준영을 등에 업고 자신을 개 취급하던 건방진 인간을 상대로 누가 더 서열이 높은지 뼈에 각인시켜 주려 했고 원하는 대로 됐다.

“어쭈? 엉덩이 내려가지?”

“아닙니다!”

PC방 만들 거라고 복작거리는 건물 3층. 0과에서 나온 요원들이 저건 뭔가 싶어 힐끗거리다가 제 할 일에 집중하는 가운데, 장사가 목적이 아니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형식상 만들어 놓은 카운터 안쪽에서 신문지를 펴고 그 위에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늘어놓은 채 둘러앉아 잔을 기울이던 세 남자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도 머리를 박고 있는 타르찬의 엉덩이가 내려갈 기미만 보이면 귀신같이 눈치채곤 오랜 시간 연마한 갈굼을 선보였다.

“왜? 열 받냐? 열 받으면 한번 덤벼 보든가. 물론 뒷일은 책임 못 진다.”

“헤헤헤. 아닙니다.”

타르챤은 비굴한 목소리로 말하며 엉덩이를 바짝 들었다. 비리비리한 인간 놈에게 서열을 바로 세우려 했을 뿐인데 그 비열한 놈은 자기 동료들을 부르려고 했다.

힘으론 안 되는 것들이 어떻게든 이겨 볼 거라고 쪽수로 덤벼드는 거야 약한 놈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니까 얼마나 몰려오건 깨부숴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찾아온 자들을 보자 타르찬은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한두 명을 생각했는데 얼핏 세어 봐도 백여 명이 넘는다.

거기다 한 명 한 명 따져 보면 자신에겐 못 미치지만 자신의 부하들과 비슷비슷한 실력의 정예들이다. 거기다 무리의 두목으로 보이는 자들은 최소 자신과 동급이거나 상위인 실력자들이다.

어째서 이런 구석진 차원에서도 더 구석진 곳에 이런 실력자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더 갈궈, 더. 저놈은 우리가 왜 갈구는지도 모를 거야. 따지고 보면 저놈도 원흉 중 하나야. 잡을 거면 진즉 잡든가. 멍청하게 시간만 질질 끌다가 잡지도 못하고 결국 그 양반이랑 고양이 아가씨가 만나 버린 탓에 일이 이 지경으로 번진 거니까. 아, 생각하니까 열 받네.”

0과 사무장 효성이 말하다 말고 빡 치는지 타르찬을 향해 들고 있던 소주잔을 집어 던졌다. 뒤통수에 작은 유리잔을 얻어맞으면서도 타르찬은 끄응 하며 앓는 소리 한번으로 참았다.

“어? 열 받나 본데? 왜? 성질대로 하지? 서열 정하자면서? 이미 정한 거야?”

툭툭!

마른 오징어 몸통으로 뒤통수를 두들기는 석호의 행동에 타르찬은 이를 으드득 갈며 악물었다.

타르찬의 눈으로 보자면 호가호위의 대명사. 정말 별 볼 일 없는 인간인 주제에 다른 놈들 뒷배만 믿고 까부는 진짜 마음에 안 드는 인간.

그러면서도 긍지 높은 야랑계의 전사인 자신을 개 취급 하며 똥개라 불러 대는 모가지를 뽑아도 성에 안 찰 것 같은 인간. 준영과 여인들이 없어진 틈을 타 서열을 정리하려 했더니 눈치 빠르게 고새 다른 뒷배들을 불러들인 놈.

신기한 건 분명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인데 다른 남자들이 그 인간의 눈치를 설설 살핀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 양반 뭔가 좀 이상한 거 없수?”

영필이 슥 석호의 눈치를 살피다 넌지시 묻자, 잠깐 눈을 반짝였던 효성은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고, 석호는 영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그 양반이야 언제나처럼 빈둥거리는 일상인데 왜?”

“아니, 내가 아는 그 양반은 위에서 지시 사항이 내려오면 투덜대면서 미루기는 해도 대충 하는 시늉은 했는데, 어째 더 게을러진 거 같아서 말이유.”

영필의 말에 석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넌 그 어설픈 잡탕 사투리 아직까지 안 고쳤냐?”

“어허. 개인의 정체성은 건들지 마소. 이건 그 뭐더라? 아이덴티티? 그런 거니까.”

“아이덴티티는 개뿔 지랄덴티티것지.”

석호가 투덜거리며 자신의 술잔을 한 번에 털어넣자 영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감상이 어떠요?”

영필의 추궁에 석호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몰라.”

“한참 뜸들이더니 그게 다요?”

“그러면 뭘 바라? 생각해 봐라. 군대 있을 때야 상부에서 지시 사항 내려온 거니까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그 양반한테 일을 시키냐?”

“음...... 마이너스 그룹?”

“......그쪽은 나도 아직 파 보는 중이니까 뭐라 할 말이 없고. 그렇게 따지면 결국 변한 건 없잖아?”

“그건 그런데.......”

영필이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뭔가를 눈치챘는지 석호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왜? 무슨 소스라도 있어?”

“소스는 탕수육 찍어 먹을 때나 쓰는 거고.”

“탕수육에 소스를 왜 찍어 먹어? 부어 먹어야지!”

“회식 때 탕수육에 소스 부었다가 그 양반이 무쟈게 갈궜던 거 기억 안 나냐?”

휙 끼어든 효성의 한마디에 괴로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일그러진 석호가 고개를 붕붕 젓고는 결연한 태도로 소리쳤다.

“......그래도 탕수육은 부먹이다.”

쓰잘데기없는 신념 어린 외침에 놀라 고개를 돌렸던 0과 요원들이 일부는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일부는 반감 어린 시선으로, 일부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임무에 매진했다.

“그러면 마이너스 그룹이 말한 그 친구라는 게 누군지, 마이너스 그룹이 의뢰한 임무가 뭔지는 아는 거 있어?”

효성의 말에 석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항의했다.

“아니, 이것들이 내가 스파이냐? 평생 숨어 사는 게 귀찮아서 그 양반한테 빌붙어 있는 거지. 작정하고 도망치면 잡지도 못할 것들이 뭐 맡겨 놨어?”

씩씩거리며 소리치는 석호를 향해 발끈한 영필이 쓸데없는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나선 효성이 달래듯 석호의 빈 잔에 가득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어쩌겠냐, 그나마 비벼 볼 곳이 너밖에 없는걸.”

그 말에 석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그게 아니라 그 양반 곁에 붙어야 될까 봐 나한테 떠넘기려는 거겠지.”

“.......”

정답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는 있지만 가장 큰 목표는 준영과 떨어지는 일이다. 효성과 영필이 말없이 슥 시선을 회피하자 석호는 거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태도로 소리쳤다.

“거봐. 나 혼자 죽으라는 거지?”

“거, 고참답게 총대 좀 메소! 나가 지원은 팍팍 해 줄랑께.”

“넌 그 잡탕 사투리나 고쳐. 내가 혼자 죽을 거 같아? 건드려 봐. 다 같이 죽는 겨! 내가 호구로 보이냐? 여기 PC방 완성되면 니들이 나 건들 수나 있을 거 같아? 우리 이쁜이 시켜서 사회적으로 매장함 시켜 줄까?”

석호의 협박에 효성과 영필은 찔끔한 표정으로 한발 물러났다. 석호를 껄끄러워 할 수밖에 없는 게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에서 사람 하나 매장시키는 것쯤 석호에겐 일도 아니다.

거기다 준영이 PC방 차리라고 했다는 핑계로 0과들이 뒷목 부여잡고 쓰러질 만한 일을 태연하게 저질렀다.

“어?”

그때 타르찬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가 동물형으로 변하자 영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가야, 뭐 허냐? 누가 대굴빡 들라켓나?”

그런데 타르찬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코만 킁킁거리자 인상을 찌푸린 영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려. 니가 서열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나가 아직꺼정 그 서열을 못 정해 줘서 참말로 미안쿠나. 자, 지금이라도.......”

“형님이다!”

“음?”

“형님 오셨습니다!”

타르찬은 순식간에 늑대로 변신해 나갔다온 주인을 맞이하는 개처럼 헥헥거리며 꼬리를 강풍으로 돌려 댔고 그 바람에 밀리듯 영필과 효성, 0과 요원들은 순식간에 튀었다.

“와...... 저것들은 훈련 코스에 튀는 훈련도 있는 거야? 진짜 순식간에 도망치네.”

어차피 대충 마무리 단계라 나머지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그리 불편할 건 없다. 나중에 이쁜이 옮길 때나 한 번 더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야.”

“......야?”

석호는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자신을 도발하는 타르찬을 향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지어 보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비겁하게 강자의 뒤에 빌붙어 다니는 치사한 놈. 그래, 이제는 어쩔 거지? 더 이상 널 보호해 줄 자들도 없는데? 똑똑히 명심해라. 이게 바로 자신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에 의존할 때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으르렁거리며 반인반수의 전투형으로 변하면서 날카로운 어금니와 발톱을 드러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타르찬의 모습에 석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려, 알았다. 내 힘으로 밟아 줄게.”

그 말에 타르찬이 코웃음 치며 가소로워 할 때 데이터 패드를 몇 번 만지막거리던 석호는 한쪽 벽면에 프로젝터를 띄우며 말했다.

“너 야랑계에서 좀 유명한 놈이라면서?”

“그렇다. 내가 이래 봬도 차차차기 야랑왕의 자리를 노리는.......”

“그려? 그러면 이거 풀리면 개 쪽도 그런 개 쪽이 없겠네?”

“이건 모함이다! 가짜야!”

당황한 타르찬이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항변했다. 긍지 높은 야랑계의 늑대로 거친 벌판을 질주하며 암컷들의 구애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몸이다.

그런 타르찬이 영상에선 개처럼 아무 데서나 오줌을 갈기고 똥을 싸고, 암컷만 보면 어떻게 한번 해 볼 거라고 들이댔다가 혼나고 쫓겨나고. 인간이 주는 먹이 하나를 먹기 위해서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당연히 만들어진 영상이지. 그런데 니들은 이거 구분할 수 있냐?”

없다. 당연히 없다. 만약 이 영상이 야랑계에 퍼진다면 자신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는 거다. 두 번 다시 야랑계엔 발도 못 들이밀며 다른 차원에서 야랑족을 만나도 알은척도 못 한다.

“흐흥! 우리 야랑계엔 저런 영상을 재생할 만한 기술도 없다.”

“바보냐? 나한테 다른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영상 재생기술 하나 없을 거 같아? 용병 한 명 고용해서 딱 한 달만 야랑계 돌아다니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한번 시험해 볼까? 아니지. 고양이한테만 보여 줘도 게임 끝날 거 같은데?”

마지막 말에 타르찬은 순순히 굴복했다. 어째서 저놈보다 더 강한 놈들이 꼼짝도 못하는 건지 그 이유를 알았다. 나비렌에게만큼은 이런 영상을 들켜서는 안 된다. 타르찬은 그 치욕과 놀림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헤헤헤, 형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어느새 동물형으로 변한 타르찬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신의 서열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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