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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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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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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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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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현상수배 4

DUMMY

끼니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면 대중없지만 트리시아가 딱딱 시간 맞춰 식사를 준비해 주니 아무리 게으름 피워도 밥 때는 귀신같이 알아맞힐 수 있도록 몸이 적응을 완료했다.

“식사하세요.”

아니다 다를까 트리시아가 주방을 나오며 말하자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한 뒤 테이블을 이어 맞추고 식기들을 준비했다.

이것도 하루 이틀 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지 다들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이미 각자의 자리도 정해져 있어서 준영이 가운데에 앉자 당화련과 미텔이 냉큼 양옆을 차지했다.

원래라면 에스텔라까지 끼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려야 했으나 에스텔라는 트리시아를 따라 식사를 준비한다고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음식을 가지고 나오던 에스텔라는 준영의 양옆에 달라붙어 어깨에 머리를 부비는 당화련과 미텔을 향해 가소로운 듯한 시선을 보냈다.

에스텔라가 현모양처 스타일로 천천히 준영을 마음부터 사로잡으려고 하는 거나 당화련이 닥치고 한 방을 외치며 발정제를 개발하려는 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성공하려는 의도였다. 물론 미텔은 그저 좋다고 헤헤거리며 준영에게 달라붙은거고.

“준영, 이거 먹어 봐!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소갈비찜이야!”

에스텔라가 준영에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치며 갈비가 수북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자연스레 갈비를 하나 집어 살점을 입 안 가득 베어 문 준영은 몇 번 우물거리다 꿀꺽 삼키고는 기대 가득한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에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갈비 찜?”

“응! 어때? 맛있지?”

“······.”

준영은 에스텔라의 뒤에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트리시아의 표정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자신도 똑같은 심정이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재료 자체가 최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맛은 있다. 그런데 이걸 갈비찜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양념이 좀 다른 거 같은데······.”

“스테이크 소스가 색깔도 비슷해서 그걸 썼어. 어때 맛없어?”

“아니······ 맛은 있는데······.”

갈비찜이라기 보단 그냥 폭 립 스테이크라고 봐야 했다. 그래도 뭐 맛은 있으니 아무렴 어떠랴 싶어 준영은 말없이 살점을 다 발라 먹은 뼈를 타르찬에게 휙 던져 주곤 새 뼈를 잡았다.

그 모습을 에스텔라는 자식을 먹이는 어머니처럼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고, 위기감을 느낀 당화련과 미텔이 재빨리 견제에 나섰다.

“준영 님, 그런데 계속 까페에만 있으면 안 심심해요?”

“안 심심한데?”

즉각적인 대꾸에 순간 할 말을 잃은 미텔을 대신해 당화련이 도전했다.

“상공, 요즘 날씨도 좋은데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 않사옵니까?”

“안 좋아.”

단호한 대꾸에 당화련도 떨어져 나가자 약이 오른 미텔이 볼을 부풀리며 준영을 향해 칭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면 누워서 편안하게 모든 걸 다 해결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하실 거예요?”

“음?”

“어딜 가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 없고 한 걸음도 움직일 필요 없다면요?”

“그거면······ 상관없으려나?”

“정말이죠? 약속하신 거예요!”

어떤 방식일지는 호기심이 생긴 준영은 그런 조건이면 여행도 해 볼 만하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고, 미텔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사람을 방심시키고 틈을 노려 기회를 낚아채다니. 선수를 빼앗긴 당화련과 에스텔라는 역시 만만하게 볼 년이 아니란 생각에 미텔을 노려보았다.

어떻게든 끼어들고 싶었으나 마땅한 건수가 없는 당화련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이거 방향을 잘못 잡은 거 아닌가 싶어 심각하게 고민했다.

에스텔라도 끼어들고는 싶었으나 준영은 미텔의 재잘거림을 들으면서도 손에서 갈비찜을 놓지 않고 있으니 딱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당화련이 어서 빨리 발정제의 개발을 서둘러야겠다고 결심하고 에스텔라가 다음부턴 메뉴를 조금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할 때, 미텔은 가증스럽게도 아무것도 몰라요란 순진무구한 얼굴로 준영에게 여행용 소품이라며 미리 준비한 게 분명한 선글라스를 내밀었다.

“헤헤. 여행에는 역시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죠. 이거 준영 님한테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요.”

미텔은 아이템과 비슷한 디자인인 레이밴 스타일의 거울 같은 은색의 미러 랜즈 선글라스를 들고 방긋거리며 준영에게 씌워 주려 했으나 준영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밥 먹을 땐 그런 거 쓰는 거 아냐.”

준영의 거부에 잠깐 시무룩해졌던 미텔은 그래도 좋다고 활짝 웃으며 준영의 머리에 씌웠고 준영도 그것까지는 거부하지 않아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뿌득뿌득 이를 갈며 미텔을 노려보게 만들었다.

“잘 먹네, 준영. 더 줄까?”

“더 있어?”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소 한 마리 분량을 만든 터라 양은 충분했고 그 양은 오롯이 준영의 몫이었기에 감히 나비렌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으니 배 터지게 먹어도 남을 정도였다.

진짜 갈비찜이면 쌀밥에 양념을 비벼서 한 그릇 뚝딱 하는 건데 아쉽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실 때 에스텔라가 갈비찜을 더 가져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간 폭발음과 함께 까페 정면의 통유리가 일제히 터져 나갔다.

“깨앵!”

문가에서 준영이 던져 준 뼈다귀를 붙잡고 아껴 먹던 타르찬이 폭발의 여파에 떠밀려 맞은편 벽으로 날아가 힘껏 후려친 딱지처럼 벽에 처박히는 사이, 압력에 의해 상이 뒤집어지며 음식들이 쏟아졌다.

“뭐야! 갑자기 웬 습격이야!”

“어떤 미친놈이 여길 공격한 거지?”

“0과들은 뭐 한 거야!”

트리시아는 타르찬처럼 날아가는 나비렌을 붙잡아 일찌감치 주방 카운터 아래로 숨었고 세 여인은 준영을 낚아채 재빨리 탁자 뒤에 숨으며 소리쳤다.

쏟아지는 총탄과 마법 공격은 에스텔라가 가진 아이템 이지스의 방패에 가로막혔지만 푸른색 막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오래는 못 버텨!”

에스텔라의 외침에 미텔이 재빨리 방어막 뒤로 얼음 방벽을 생성시켰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한숨 돌리기도 전에 얼음방벽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바닥에 흥건히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왓! 이거······ 이카루스의 태양 같은데······.”

미텔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놀란 표정으로 미텔을 향해 소리쳤다.

“그게 갑자기 여기에 왜 튀어나와!”

“이거 완전히 노린 거잖아!”

이카루스의 태양은 그리스신계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중 상위에 있는 신기라고 부를 정도의 가치를 가진 아이스 마스터인 미텔과는 극악의 상성을 가진 아이템이다.

그런 아이템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는 걸로 봐선 완전히 노리고 쳐들어왔다고 봐야 했다. 점점 힘들어하는 미텔을 보던 당화련 뿌드득 이를 갈며 품에서 작은 자기병을 하나 꺼내자 에스텔라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당화련을 말렸다.

“감히 상공을 공격하다니······.”

“안 돼! 미쳤냐! 서울 사람 다 죽일 거야?”

“그러면 어쩌자고! 어차피 이카루스의 태양이 독성의 대부분을 태워 버릴 테니까 피해는 얼마 안 클 거야.”

“안 돼! 0과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총기류도 준비해 놓을걸!”

“히잉. 버티기 힘들어······.”

“대체 어떤 놈들이지?”

“0과는 아냐!”

“일단 위층으로 대피하자.”

“도망치면 무슨 수가 생길 거 같아?”

세 여인이 투덕거리며 대책을 논의할 때 준영은 앉은 자세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리창이 터져 나가며 까페가 엉망으로 변했다.

그러고 보니 리모델링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망가졌다. 분명이 오늘은 나쁜 놈들 출입 금지라고 써 놨다. 그랬더니 나쁜 놈들아 안 들어오고 치사하게 바깥에서 공격해 왔다.

과연. 이런 맹점이 있을 줄이야.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누가 공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 약간 열 받네.”

흠칫!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던 세 여인은 준영의 중얼거림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준영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물들을 바라보다 콧바람을 한번 뀌고는 머리 위에 있던 선글라스를 내렸다.

“응?”

“저래도 돼?”

“아무 선글라스나 다 되는 거야?”

명품 선글라스라 하지만 아이템도 아닌 평범한 명품이다. 그런데 준영이 선글라스를 끼자마자 분위기가 확 변했다.

“앗! 준영 님, 위험해요 일어나지 마세요!”

이카루스의 태양이란 아이템의 효과와 더불어 계속해서 쏟아지는 총탄과 마법 공격이 미텔이 만들어낸 얼음 방벽을 계속 깎아 내고 있어 언제 뚫릴지 모르는 상황에 준영이 일어나자 미텔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으나, 준영은 성큼 뒤로 물러서더니 손맛이 꽤 찰져 요즘 즐겨 사용하는 두꺼운 테이블 다리를 쑥 뽑아냈다.

“······어라?”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는 가운데 준영은 의자 다리를 어깨에 척 올린 채로 방벽 가까이 다가갔다.

“이거 치워 봐.”

“예.”

말 잘 듣는 착한 미텔은 준영의 지시에 냉큼 방벽을 거두려 하자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기겁을 하며 말렸다.

“미쳤어! 준비도 없이 방벽을 풀면 준영이 이카루스의 태양을 고스란히 뒤집어쓴다고!”

“상공이 앞에 있으면 독도 못 쓴다고, 이 멍청아!”

두 사람의 타박에도 미텔은 얼음 방벽을 풀어 버렸고 순간 준영을 향해 공격이 집중됐다.

“준영, 위험해!”

“상공!”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비명을 지르며 준영에게 뛰쳐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잉?”

준영이 파리를 쫓듯이 몽둥이를 휘휘 휘두르자 준영을 향한 공격이 시선자들에게 되돌아갔다.

“커억!”

“캬아악!”

갑작스러운 반사 공격에 불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구는 이들과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이들이 태반인 가운데 단장이 소리쳤다.

“목표가 나타났다! 준비!”

그 외침에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떡대가 자신의 덩치를 모두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카이트 실드를 들고 선두에 나서 준영의 앞에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굳건히 버티고 섰다.

준영의 어깨 너머로 방패를 확인한 에스텔라가 자존심에 상처 입은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지스의 방패! 그것도 A급 짝퉁이잖아! 나도 B급인데!”

“나는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 건 마스터의 탄환 따위는······ 꽥!”

“비켜.”

기세등등하게 뭔가를 외치던 떡대는 준영이 가볍게 휘두른 몽둥이질 한 방에 콰직 하며 방패가 우그러지면서 휘두른 방향으로 날아가 건물 벽에 처박혔다.

“······.”

타자가 야구공을 친 것처럼 시원스러운 타구에 준영을 향한 공격을 준비하던 자들도, 뒤에서 구경하던 세 여인과 주방 카운터에서 빼꼼 눈만 내민 채 구경하던 트리시아와 나비렌도 경악한 시선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고, 공격!”

가장 빨리 경악에서 빠져나온 단장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이들이 준영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부여 능력을 가진 이들이 동료들의 능력을 올려 주고, 치료 능력을 가진 자들은 부상당한 이들을 회복시켜 전투에 투입시키고, 전사들은 준영을 향해 달려들며 원거리 무기를 가진 이들이 급소를 노리며 전사들을 원호했다.

제법 체계가 잡힌 보스를 상대로 한 전투 진형이었으나 준영에겐 그리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큭!”

순간 회피 능력을 가진 전사가 몽둥이가 머리통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가까스로 회피 능력을 사용해 준영의 등 뒤로 이동하며 식은땀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덥석 준영에게 머리통이 잡히고는 끌려와 퍽퍽! 두 번의 몽둥이질에 양 무릎이 박살 났다.

“끄아악!”

강맹한 일격필살을 위주로 하는 대검을 든 전사가 일도양단의 기세로 검을 내려쳤으나, 귀찮다는 표정으로 슥 휘저은 몽둥이에 대검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고 툭툭! 건드린 몽둥이질에 양 어깨가 조각났다.


작가의말

아이작 택본을 발견했습니다. 외전까지 다 있더군요.


거참 스캔도 아니고 택본이라니 누가 타자연습이라도 한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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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수배 4 +41 18.01.12 7,597 265 12쪽
43 현상수배 3 +17 18.01.09 8,330 281 12쪽
42 현상수배 2 +17 18.01.07 8,693 29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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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저주받은 준영 +14 18.01.03 9,498 2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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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우리 왜 온거지 2 +21 18.01.01 10,974 35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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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두번째 의뢰 2 +17 17.12.30 12,133 382 12쪽
34 두번째 의뢰. +19 17.12.28 12,709 422 11쪽
33 쫓겨난 준영 2. +27 17.12.26 12,775 411 16쪽
32 쫒겨난 준영 +23 17.12.25 12,926 399 13쪽
31 채권 추심 4 +35 17.12.24 13,795 405 15쪽
30 채권 추심 3 +15 17.12.23 13,266 40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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